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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출근 시간 2023.11.01
- Bette Davis Eyes _ Kim Carnes 2023.10.30
- 윤석열 이태원 추모 예배 참석의 진실 2023.10.30
- Crush(이태원 참사 다큐) 2023.10.28
-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 2023.10.25
- [펌글]박정훈 대령 재판의 의미 2023.10.24 1
- Like Heaven(Feat. Paul Blanco) : 권은비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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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花 _ 藤井風(후지이 카제) 2023.10.2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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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한 미식가 S10 EP03. 오로라 소스에 조린 참돔 소테와 참치회 덮밥 2023.10.20
- 고독한 미식가 S10 EP02. 시로카네다이 른당과 나시고랭 2023.10.19
- 고독한 미식가 S10 EP01. 사가미가하라 소고기 스태미너 볶음과 네기타마 2023.10.18
- 고독한 미식가S04. EP02. 2023.10.17
- 새댁은 낭랑 18세, 사랑을 하고 싶어!(18歲 新妻, 不倫します) 1화. 2023.10.16
- The end of the world 2023.10.15
- 그 꿈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 2023.10.11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2023.10.08 1
- 천박사 퇴마 연구소 : 설경의 비밀 2023.10.07 1
- 30일 2023.10.04
윤석열 출근 시간
Bette Davis Eyes _ Kim Carnes
노래 제목이 Bette Davis' Eye(눈), Bette Davis는 1930년와 4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의 대배우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에머랄드 같은 매혹적인 눈빛으로도 유명했다.
1908년생인 베티 데이비스는 1935년(28세)와 1938년(31세)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2회 수상했고, 베니스와 칸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대배우이다.
이 곡은 베티 데이비스의 매혹적인 눈을 테마로 쓰여진 곡으로 원곡은 1974년에 도나 와이스Donna Weiss와 잭키 드섀넌Jackie DeShannon에 의해 쓰여졌고, 잭키 드섀넌이 노래를 불렀다.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원곡을 들어보면 R&B 스타일로 킴 칸스가 부른 전자음악과 결합된 락버젼의 이 노래와는 완전히 틀리다).
1981년 킴 칸스(Kim Carnes)가 리메이크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대히트를 기록했다. 그 당시에 라디오만 틀면 이 노래가 나오고 이미 70대가 되버린 잊혀진 배우인 베티 데이비스가 언론에서 재주목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베티 데이비스가 킴 칸스와 작사/작곡가에게 감사 편지를 보낼 정도였다고 한다. 1981년 그해 그래미Grammy에서 이 곡과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은 각각 그해의 노래(Song of the year)와 그해의 앨범(Album of the year)를 수상한다. 수상 후에도 베티 데이비스가 세 사람에게 장미를 보냈다고 한다.
베티 데이비스는 1989년에 암으로 사망했다.
노래 가사는 베티 데이비스와 같은 어떤 매력적인 여성의 팜프파탈적인 매력에 대해 묘사하고 있는데, 당대 금발로 유명했던 여배우인 진 할로와 신비한 이미지의 그레타 가르보도 여성의 매력을 묘사하는 모티브로 가사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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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lips a sweet surprise
Her hands are never cold
She's got Bette Davis eyes
She'll turn her music on you
You won't have to think twice
She's pure as New York snow
She got Bette Davis eyes
그녀의 입술은 놀랍도록 달콤해요
그녀의 손은 절대 차갑지 않아요
그녀는 베티 데이비스의 눈을 가졌어요
그녀의 음악은 당신을 일깨우겠죠
당신은 두번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그녀는 뉴욕의 눈처럼 순수하죠
그녀는 베티 데이비스의 눈을 가졌죠
All the better just to please you
She's precocious, and she knows just what it
Takes to make a pro blush
She got Greta Garbo's standoff sighs, she's got Bette Davis eyes
그럴수록 오히려 당신은 더 즐겁겠죠
그녀는 그레타 가르보의 새침한 한숨과, 베티 데이비스의 눈을 가졌어요.
It whets her appetite
She'll lay you on a throne
She got Bette Davis eyes
She'll take a tumble on you
Roll you like you were dice
Until you come out blue
She's got Bette Davis eyes
그녀는 당신을 왕좌에 앉히겠죠
그녀는 베티 데이비스의 눈을 가졌고
그녀는 당신을 유혹하겠죠
그리곤 당신을 주사위처럼 굴리겠죠
당신이 질려버릴 때까지 말이죠
그녀는 베티 데이비스의 눈을 가졌어요
Offer feed with the crumbs she throws you
She's ferocious and she knows just what it
Takes to make a pro blush
그녀가 던진 부스러기에도 당신은 꼼짝 못하겠죠
그녀는 잔인하게도 무엇이 매혹적인 줄 알죠
All the boys think she's a spy, she's got Bette Davis eyes
All the better just to please you
She's precocious, and she knows just what it
Takes to make a pro blush
All the boys think she's a spy, she's got Bette Davis eyes
She'll unease you
Just to please you
She's got Bette Davis eyes
She'll expose you
When she snows you
'Cause she knows you, she's got Bette Davis Eyes
She'll tease you
윤석열 이태원 추모 예배 참석의 진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1/0003404093?sid=100
이태원 참사 당일 윤석열과 정부인사 30여명이 성북구 영암교회라는 곳에서 이태원 추모 예배에 참석했다는 기사가 났다.
이 예배와 관련하여 생생한 현상의 목소리는 다음과 같다.
(보통 이런 포스팅은 나중에 지워지는 일이 많아서 원글을 여기다 그래도 옮겨놓는다)
(이건에 대한 언론의 후속 기사)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754
Crush(이태원 참사 다큐)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
재밋고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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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6
"공부 좀 했네."
우리 부모님은 내가 평균 80점대만 받아와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도 어쩐지 욕심이 나서 스스로 아쉬운 마음에 학원을 다녀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친구들이 다 방이역에 있는 종합학원에 다닌다기에 "그럼 나도 다녀볼까?" 했더니, 친구들이 "그래, 너 왜 학원 안 다녀? 너 그러다 큰일 나, 대학 가려면 학원 다녀야 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아버지께 학원에 등록하고 싶다고 얘기해서 카드를 받아다 혼자 등록했다. 이 학원을 떠올리면 지금 생각해도 손끝이 아려오는 추억이 있다.
수업 첫날, 문제를 많이 틀렸다. 그때는 체벌이 존재할 때였고(조민 씨가 그리 나이가 많나? 하고 알아봤다. 2010년 11월 서울시 교육청이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했다. 아마 다른 시/도도 비슷한 시기일 것이다. 조민 씨는 1991년 생으로 기록에 의하면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중,고등학교를 재학했다. 그러니 체벌이 존재하는 시기에 중,고등학교를 보냈다. 내 생각보다는 체벌이 없어진 게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학원의 방침은 틀린 만큼 맞는 것이었다(내가 학교 다닐때도 이런 거지같은 경우가 아주 많았다. 첫시험에 100점을 맞고 다음 시험에 1개 틀려 95점을 맞으면 1대-문제갯수, 혹은 5대-점수대로-를 맞는 경우도 있었다. 참으로 야만의 시절이었다. 물론 나는 100점을 맞아본 적은 별로 없다). 첫날이니 뭐 아는 게 있었겠는가. 엄청나게 틀리고 손을 내밀라기에 내밀었다. 그간 체벌을 당해본 적이 없는데 - 부모님은 한번도 나를 때린 적이 없다. 미국 학교에서도 물론 - 처음으로 학원에서 손을 내밀라기에 '손을 왜 내밀까?' 했더니 회초리로 때린다는 것이다. 그것도 틀린 개수만큼.
일단 손을 올려 한 대를 맞았다. 너무 아팠다. 두 번째 맞을 때 움찔, 피하면 더 아픈 법이다. 가만히 있었어야 했는데 피하면서 손가락뼈를 맞았다. 그래도 '때린 선생님 잘못이 아니라 피한 내 잘못'이었던 시절이다. 수업을 듣는데 나아지질 않고 점점 아파서 정형외과에 갔더니 뼈에 금이 갔다는 것이 아닌가. 내가 피하다가 뼈에 제대로 맞은 거였다. 그대로 깁스를 하고 집에 갔다.
집에 가니 아버지는 기가 막히다며 할 말을 잃으셨다. 그간 매 한 번 들지 않고 나를 키우셨는데 제 발로 카드를 들고 가서 학원비를 긁고 오더니, 손가락뼈에 금이 가서 돌아왔으니 황당하실 만도 하다. 부모님은 바로 학원에 연락해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학원 정책은 존중하지만 내 딸 체벌하는 곳에는 못 보내겠다"고 말하고 남은 수강 일수만큼 환불받았다. 내 처음이자 마지막 체벌의 기억이다.
p67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 결정에 대한 항소를 포기할 지 생각할 때, 고민이 많았다. 주변에서는 내가 포기하면 일단 실질적 이득이 사라지기 때문에 어머니가 세상에 빨리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재판을 받고 있는 아버지에게도 유리한 상황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이건 사실 내 인생이기 때문에 부모님을 이유로, 부모님을 위해 나의 지난 10년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부모님을 1순위에 놓고 내 인생을 생각하기에는 내 삶이 우선 너무 힘들었다. 부모님 또한 부모님 때문에 내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다. 나에게 평생의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가기보다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고민했다. '나 자신'에게 가장 좋은 선택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았다.
내 인생에서 사람들의 평가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시선을 내 인생의 판단기준으로 삼아버리면, 그 순간부터 내 삶은 남의 것이 된다. 외적이 요소에 내 내면이 휘둘리게 둘 수는 없다. 나는 나의 깊은 내면에서 정말 내려놓을 만한 이유가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내가 아는 '정치인 자녀'들은 대개 다음의 세 부류에 속했다.
1. 조용히 숨어 산다.
2. 아예 정치를 한다(혹은 정치적으로 발언하면서 정치적으로 행동한다).
3. 변두리에서 사고를 친다.
이 세 부류는 모두 타자화된 자신이다. 세 경우 모두 끊임없이 평생을 '누구 딸 누구' '누구 아들 누구'라는 이름표를 단 채 살아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도 그 이름표로만 남을 뿐이다. 조용히 살면 어떨까? 부모를 빼고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린다.
조용히 숨어 살아도 정치인의 자녀, 정치를 하면 부모의 후광을 업은 정치인, 사고를 쳐도 사고를 친 정치인 자녀로 정리된다.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셋 중 어느 쪽도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정치인이 될 생각이 없다. 사회적으로 너무 알려져서 조용히 숨어 살기에는 이미 늦었고, 아버지의 후광을 이용하거나 정치와 연관된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조민이라는 이름으로 성공하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정치적인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숨어있고 싶지 않으니 세상에 나왔다. 나오되, 비정치적이고 싶었다. 비정치적으로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무엇인지, 어떻게 이룰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찾아가는 중이다.
어른들, 특히 정치 쪽에 몸담은 분들은 주변에서 나에게 이런 말을 많이 한다.
"너 누구 딸인데 이렇게 행동해야 하지 않겠니?"
"인스타에 봉사활동 하는 거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미지 좋아지게 어려운 환경에서 땀 흘리는 것 좀 보여줘라."
"마라톤 대회 나가서 몸 쓰는 거라도 좀 보여줘."
정치하는 사람들은 땀 흘리는 모습, 봉사하는 모습을 참 좋아한다. 이유가 어떻든 땀 흘리는 이미 그 자체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 말이다.
내가 그분들의 말을 따르면 나는 정치인이자 사회인 '조국'의 딸로서만 이미지가 굳어질 것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원하는 게 그것일 수도 있다. 아버지 딸로서 아버지를 서포트하고, 착하고 예쁘게 잘 자란 딸로서 행동했으면 하는 사람들의 바람과 기대를 나는 온몸으로 느끼며 자랐다.
정말 감사한 조언들이지만 나는 하나도 듣지 않는다. 나에게는 자신의 개성이 있다. 누구 딸로서의 그런 개체가 아닌, 사람들이 원하는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아 그 자체, 나 자신을 알리게 되더라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나라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재판에 나갈 때, 브랜드 이름이 알려진 가방을 들고 나갔다. 정가 70만 원 정도 하는 가방이었다. 나는 명품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실제로 그 가방도 내가 가진 것 중 비싼 축에 속하는 가방이었다. 그런데 기어이 그게 문제가 됐다. 정치계 사람들은 말했다.
"앞으로 그 가방 들지 마라. 사람들이 비싸다고 욕한다"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반대다. 아예 다른 생각이다. 나는 아버지 말도 수긍하기 어렵다면 듣지 않는다.
"그 가방 가지고 언론 기사에 여럿 나오던데 그거 꼭 들어야겠냐?"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그럴수록 더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 가방을 또 들었다. 우리집 형편이 아주 어렵지 않다는 걸 사람들은 안다. 70만 원 정도 하는 가방을 내가 드는 게 아주 못할 짓은 아니지 않은가? 내가 빚을 져서 초고가 명품을 드는 것도 아니고, 내가 돈을 벌어 구매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가방을 처음 들었을 때만 떠들썩하지, 같은 가방을 두 번 세번 들면 이슈도 되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그 가방을 들고 다시 문밖을 나선다.
p119
내가 유일하게 하지 못하게 된 것은 의사로서의 일이다. 어릴 때부터 장래희망으로 꼽았던 일을 법적으로 하지 못하게 되었다. 삶에는 언제나 득실이 있게 마련이라던데,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은 의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에 상응하는 득이 앞으로 내 삶에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아마 절대 없을 것 같다. 평생 꾸어온 꿈이 가로막히자, 처음에는 막막함과 동시에 앞으로 무얼 해서 먹고살아야 하나, 하면서 두려웠다. 하지만 내가 그토록 원했던 의사의 길도 인생에 놓인 여러 길 가운데 하나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자꾸 말한다. 대학은 다시 가든, 외국에 가든 다시 시작하라고. 어떻게든 의사 면허를 되찾을 방법을 모색해보라고 말이다. 하지만 대학을 다시 가라고 하는 건 내 학력을 되돌리고 싶어 하는 일부 지인들의 희망이지 나의 희망사항은 아니다.
나는 요즘 학력이라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중이다. 만일 내게 정말 의학 공부에 대한 의지가 있고 진정 원한다면 다시 시도해볼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지금 내게 지금 어떠한 의지와 각오가 있는지 묻는다면 나는 "지금은 특별히 공부하고 싶은 게 없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할 것이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내가 왜 다시 학교에 가야 하는 걸까? 결국 고졸 학력으로 살아가기겐 우리 사회가 좀 만만하지 않으니까 졸업장을 따놓으라는 것 아닐까? 나는 남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학력'을 위해 '적당한 과'를 선택해 대학에 다시 갈 생각이 없다. 물론 살면서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정말로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또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대졸자만 가능하다면, 그때는 기꺼이 다시 공부해서 졸업장을 따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니다. 그게 아니라고 한다면 내가 왜 지금 인생의 10년을 되돌리기 위해 또 10년을 투자해야 하는가. 그것은 내 뜻에도, 인생의 가성비에도 맞지 않는다.
그러면 또 누군가 반문할 것이다. 의사를 하려는 의지가 원래 이렇게 희박했느냐고. 의사고 되고 싶어 한 사람이 맞긴 한 거냐고.
나라고 10년 공부한 것이 왜 아깝지 않겠는가. 내가 인생에서 가장 간절했던 꿈은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응급의학과에 꼭 가고 싶었다. 힘들게 공부하고 밤잠을 설치면서도 나는 평생을 병원에서 보낼 생각으로 살았다. 살면서 의사라는 길만 보고 달려왔기 대문에 지금처럼 어떤 제동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내가 하고 싶은 다른 일들을 찾아보고 있는 나날이 힘겨울 때도 많다. 그러나 어쩌면 이 또한 생의 과정이지 않을까?
나는 늘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전문의를 위한 수련 시기를 놓쳤다. 동기들과 흔히 '로컬 시장'이라고 하는데, 내가 '의사'라는 이름만 달고 싶은 거라면 인턴을 할 필요도 없이 졸업하자마자 연봉을 가장 많이 주는 동네 의원에 취직하든 개업을 하든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다. 당직만 서는 알바의사를 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내 나람의 보람, 내가 느끼는 보라믄 로컬 시장이 아니라 응급실이라는 작지만 큰 공간 안에 있었다.
'내가 느끼는 보람'과 '사회의 시선'이라는 대립항 사이에서 내가 의사로 일하면 지탄받는 상황이라면 내가 과연 이걸 유지하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의사 면허가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만일 내가 응급의학과 수련을 못 받는다면, 의사로 계속 살 이유가 있을까?
누군가는 내게 수련을 꼭 종합병원이나 응급의학 쪽으로 받아야 할 이유가 있느냐 묻는다. 왜냐면 작은 응급실의 경우 전문의가 부족하여 일반의도 모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병원에서 형식적으로 수련받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나중에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경험이 부족해 뜻하지 않은 사고를 낼 가능성도 커진다.
교수님의 가르침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훌륭한 의사는 착한 의사가 아니다. 실수하지 않는 똑똑한 의사다. 사람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마당에 착하고 멍청한 의사는 아무 쓸모가 없다."
그래, 그럴 거면 안 하는게 낫다.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응급실 현장에서, 불충분한 수련을 받고 싸워낼 수 있을까? 생가가 오가는 상황에서 내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환자에게 오진을 내릴 수도 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수련을 제대로 못 받고 응급실에 설 거라면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료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많은 곳에, 사실상 의료 혜택을 못 받는 곳에 나의 작은 손길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누군가의 삶이 완전히 달라질지도 모른다. 조건이 닿는다면 그렇게라도 살고 싶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일이다. 명지병원도 경상대병원도 수련의로 받아주지 않았다. 나보다 성적이 낮은 사람도 붙었는데, 블라인드가 원칙이라고 모집요강에 크게 적어뒀던 경상대병원에서는 면접관이었던 병원 고위 관계자가 내 이름과 상황을 언급하며 왜 우리 병원에 지원했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아, 이제 나는 아무 데서도 안 받아주는구나. 앞으로 수련은 글렀구나.'
응급의학과는 항상 모집정원이 차지 않아 추가 모집하는 경우가 있고 가을에도 모집한다. 주변 친구들이 여기 비었다고 지원해보라고 추천을 많이 해줬다. 하지만 더 지원해봤자 기삿거리만 늘어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의사로서의 내 앞길이 막혀버린 순간이었다.
보건복지부에서 나의 의사 면허를 취소하기 전에 나는 의사 면허를 반납하겠다고 선언했다. 온전히 나의 선택이었다. 뉴스에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면 면허를 반납하고 소송을 취하해야지"라고 하던 패널이 막상 내가 면허를 반납하고 소송을 취하했더니 "기소를 피하려고 쇼하네"라고 한다. 공중파 뉴스에까지 나와서 떠드는 사람이 저렇게 앞뒤가 안 맞을 수 있을까? 또 어떤 분은 "아버지 총선 출마를 위해 네가 희생했구나, 잘했다. 넌 딸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성공이 곧 너의 성공이다. 그때 시집가거라"와 같은 성차별적 망언을 쏟아냈다.
예전에는 어른들의 말은 다 맞는 줄 알았다. 웃어른은 존경할 대상이고, 나보다 큰 지혜를 담은 사람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살다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분명 아닌 사람도 정말 많다. 존경심은 나이에서 오는 게 아니라 정말 존경할 만한 사람일 때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말하지만, 의사 면허 반납은 여러 요소를 고려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인생에 레몬이 주어지면, 레모네이드를 만들라"는 격언이 있다.
비록 지금 인생의 대부분을 부정당했지만, 이 상황을 나는 제2의 자아실현 기회로 만들어보려 한다. 한 길만 바라보고 달려온 나에게 이 같은 강제 멈춤은 아마 평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하는 트라우마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막힌 상태를 기꺼이 누려보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멈추어 주변을 살펴보기로 했다. 내가 지금까지 달려왔던 길이 좁고 긴 길이었던 데 반해 이제부터 펼쳐질 길은 꽃도 피어 있고 산도 보이는 그런 길일지도 모른다. 그 길을 천천히 즐기며 걷다 보면 나의 세상도 확장되어 더 큰 행복을 안겨다 줄지도 모른다.
p156
지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다. 한 살 후배여서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함께 밴드 활동을 하며 가까워졌다. 이 친구가 성인이 되었을 때 첫 여행을 함께 갈 정도로 친했다. 친구 부모님은 지수가 나와 여행 간다고 하면 다 보내주시고 나도 이 친구와 어디든 간다고 하면 부모님도 오케이, 지원해주셨다.
지수를 만난 이후로 모든 생일을 함께 보냈다. 친구 부모님도 나를 정말 잘 챙겨주셨고, 서로 남자친구도 소개 해주고, 서로의 친구들도 다 소개해주었다. 함께 여행도 자주 다니고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정말 좋은 친구였다.
아버지가 민정수석, 법무부장과으로 잘 나갈 때는 매일 같이 밥 사준다 술 사준다, 누구 소개해주고 싶다, 선 자리 마련해주고 싶다, 이 말 아버지께 꼭 좀 전해달라, 부탁할 게 있다, 돈 빌려달라 연락하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툭 끊겼다. 조금 씁쓸하긴 했지만 원래도 그런 자리, 그러니까 아버지 때문에 부른 자리에 나가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던 나는 오히려 잘 되었다 싶었다.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애초에 나를 '조국의 딸'로 보지 않았다. 그냥 '조민'으로 보았다. 이런 친구들만 남으니 마음이 아주 편해졌다. 그저 집 앞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 마시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하고 서로 밥값 내겠다고 싸우는, 지금 남아 있는 친구들이 진짜다.
그 친구들의 선봉에는 항상 지수가 있었다.
집이 압수수색을 당한 날, 내 생일 전 날이었다. 가족 중 누구도 당연히 내 생일을 신경 쓰지 못했다. 나조차도 내 생일을 잊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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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3일 조국 장관 자택 압수수색 뉴스, 방송 날짜는 9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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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들이닥쳐 집을 뒤지고 물건을 가져가고, 눈 앞에서 낯선 사람들이 내 방을 오갔다.
너부 놀란 마음에 그저 앉아 있는데, 지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 언니 집 앞에 기자가 왜 이렇게 많아요?"
"너 어디야? 뉴스 봤어?"
"아니, 언니 집 근처에 한 번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엄마가 언니 생일 밥 사주라고 카드 줬는데 어떻게 나오지?"
"정말? 나 못 나가. 나가면 카메라 한 100대는 있을걸?"
"언니, 뒷문으로 한번 나와봐요. 한번 어떻게든 나와봐."
집이 털리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어머니를 남겨두고 혼자 가겠는가. 어머니도 정신이 없는데, 그런데 통화 내용을 들은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민아, 너라도 나가. 너 혼자 나가."
"아니, 나도 그냥 여기 같이 있을게요."
"아니냐, 여기는 지금 사람 몇 명만 있으면 되고, 여기 있어봤자 압수수색이 언제 끝날지 몰라. 계속 지연될 수도 있고 영장 추가로 나오는 것도 기다리고 하면 12시간이 걸릴지 24시간이 걸릴지 몰라. 그러니 차라리 나가서 있다가 와라."
그렇게 나는 기자들의 눈을 피하려 경비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옥상을 통해 옆 라인으로 가서 옆 라인 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지수가 나를 데려간 곳은 친구가 일하던 회사에서 임직원 할인이 되는 레스토랑 중 가장 좋은 음식점이었다. 고급 레스토랑이라 망설였는데, 지수는 나를 잡아끌었다. 이 음식점은 훗날 뉴스에 나왔다. 한 변호사가 내가 '호화 생일 파티'를 했다며 제보해 보도한 것이다.
그래, 호화라면 호화였다. 지수와 나 여자 둘이 요리 세 가지에 음료수 한 잔씩을 마셨으니.
그런데 정말 신박한 뉴스가 나왔다. 그 가게에서 제일 비싼 코스요리를 10명이 먹어서 돈 100만 원 가까이 나왔다면서. 아, 허위 기사라는 게 이렇게 나는구나를 그때 제대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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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iz.heraldcorp.com/view.php?ud=20190927000015
(당시 조민 씨 호화 생일파티 관련 가짜 뉴스, 출처는 그 악명 높은 가로세로연구소, 강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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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우리만의 전통이 있었다.
1. 생일마다 서로 풀코스로 대접하기
2. 선물은 예산 5만 원 내로 사기
나는 상대적으로 환경이 유복한 유학생들 사이에서 자랐고, 젊은 세대의 SNS 문화로 고가의 브랜드 쇼핑백이 담긴 선물을 주고받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서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지수와 서로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마음과 진심은 주고받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든 룰이었다.
그렇게 나는 작년 5월, 대부도로 지수를 데려갔다. 조개구이도 먹고, 전동 이륜바이크도 타고, 바다 앞에 텐트를 펼쳐놓고 고기도 구워먹었다. 지수의 생일 파티였다.
지수는 핼러윈 데이 저녁에 잠시 이태원에 들러야 한다고 했다. 나는 코로나 이후로 처음 맞는 핼러윈이라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다른 친구들과 신사동에 가기로 했다. 지수에게는 신사동으로 오라고 했다
'오늘 이태원 사람 너무 많을 것 같은데, 너도 신사동으로 와.'
' 그럼, 잠시 이태원에 들러 친구 지인들한테만 인사만 하고 바로 넘어갈게!'
그런데 지수는 오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수의 장례식이 열렸다.
귀국한 지수의 부모님께서 지수를 보러 영안실에 들어가실 때 따라 들어가서 나도 그녀의 마지막을 볼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지수 생일 때 지수와 대부도에 가서 찍은 사진을 올린 적이 있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가 찍어준 나의 소중한 추억, 그것을 내 계정에 올려두고 싶었다. 소중한 기억, 기억하고 싶은 지수를 간접적으로 담은 장면. 그리 생각하고 올린 사진이었다.
(지수 씨가 찍어준 사진, 출처 : 조민 씨 인스타)
누군가는 이 사진을 올린 의도가 무어냐며 내 정신상태까지 언급했다.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그 사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붙인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내가 해명한답시고 무언가 언급하는 건 도리가 아니라 생각했다. 내가 입을 열면 열수록 기사가 크게 나고, 기사가 크게 나면 지수가 뉴스에 나오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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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ews1.kr/articles/?4947103
(당시 사이코패스 한국 언론들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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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를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상관 없지만, 지수를 가십거리로 올리는 건 싫었다. 지수의 부모님은 또 얼마나 힘드실까 하고 그냥 내가 조금 욕을 먹고 말자고 생각했다.
얼마 전, 지수의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다.
"지수가 찍어준 사진으로 기사가 나서 죄송해요."
"아니, 아줌마는 민이가 어떤 마음으로 그 사진을 올렸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누가 뭐라든 괜찮아. 오히려 지수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사진 올려줘서 엄마로서 고맙지."
어머니는 그 사진을 보면 나를 찍어주는 지수가 보이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그 사진을 지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정말 감사했다. 내게는 소중한 친구이자 어머니에게는 사랑하는 딸인 지수는 그렇게 우리 마음에 남아있다.
p216
어느 날, 백호에게 친구가 있으면 덜 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포인핸드 앱을 보다 놀라운 사진을 보았다. 골프연습장에 고양이가 출연한 거다. 퍼팅장에서 고양이가 골프공으로 축구하며 골프장 손님들을 방해하는 사진이었다. 공들 사이로 돌아다니는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불안해 보였다.
(백호 : 출처 조민 인스타그램)
골프연습장 주인이 포인핸드에 입양 글을 올려두었다. 누가 보아도 한국 토종 길고양이었다. 치즈태비무늬에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정말이지 귀여웠다. 엄마 없는 아기 고양이인데 겨울에 얼어 죽을 것 같아 빨리 누가 데려갔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었다.
지역을 보니 일산이었다. 쌍문동에 살 때라, 운전해서 가면 금방이었다. 연습장 사무실에 가서 보니 마치 아랫목처럼 전기담요 아래 푹신한 이불을 깔고 고양이가 자고 있었다. 골프연습장 주인 아주머니는 회원들이 가져다준 사료와 간식을 주었다며, 용변도 자기가 알아서 가려 흙에 가서 한다고 했다.
"냥냥아 안녕?" 하면서 츄르를 들고 살며시 다가갔다. 태어난 지 삼 개월 쯤 되었을까, 솜털도 아직 빠지지 않아 부스스한 털을 가진 아기 냥이었다. 가만히 보니 정말 지저분했다. 여기저기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묻어 있었다. 제법 츄르 먹어본 경험이 있는지 미친 듯이 먹었다. 그러더니 마구 애교를 부리고 몸을 부볐다. 백호와는 정반대였다.
피부병도 없고 건강해 보이는 데다가 폴짝거리는 게 너무나도 귀여웠다. 하지만 집에서 생활하려면 야외 생활은 청산해야 했기에 마음에 걸렸다. 저렇게 밖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데.
하도 팔짝팔짝 뛰어다녀서 잡는 건 포기하고 다시 한 번 "나랑 갈까? 츄르 줄까?" 했더니 차까지 따라왔다. 케이지에 넣어서 지퍼를 잠갔다. 심바를 데리고 떠날 때, 아주머니는 남은 사료를 챙겨주셨다.
골프장 아주머니와 그 가족들은 그새 고양이에게 정이 들었는지 가끔 소식을 전해달라고 했다(지금도 가끔 사진을 찍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제 가자, 하고 가는데 고양이가 계속 나오겠다며 야옹거렸다.
껴내주었더니 뒷 좌석부터 쭉 스캔을 시작했다. 운전석 쪽으로 오지 못하게 하고 내 쪽으로 오려고 하면 옮기고 그냥 운전만 하던 어느 순간, 고양이가 무릎 위에 앉았다.
"뭐야 너어."
내 허벅지 위에 갑자기 딱 눕더니 잠드는 거였다. 일산에서 쌍문까지 밀리는 차 안에서 한 시간 반을 고양이는 내내 잠들어 있었다. 처음 본 인간 무릎 위에서.
동물병원에 가보니 다행히 건강하고 귀 진드기만 조금 있었다. 한 달 정도 통원치료하면서 백호가 있던 방에 격리시켰다. 백호는 갑자기 나타난 작은 녀석이 자기 영역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꼬리를 펑! 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심바 : 출처 조민 인스타그램)
백호가 서열을 과시하기 위해 심바를 끈질기게 괴롭혔는데, 심바는 괴롭히면 괴롭히는 대로 당하는 순둥이다. 밥도 백호가 먼저 먹고 나서야 심바가 먹고, 캣타워에서도 백호가 맨 윗자리를 차지한다. 백호는 소형종이고, 심바는 중형종이라, 심바가 성장할수록 점점 백호의 크기를 넘어선다. 지금은 백호가 3.8kg, 심바가 5.4kg이다. 덩치만 보면 사실상 심바가 서열을 뒤집는 게 맞는데, 캣타워 맨 위에 있는 우주선에만 가끔 가서 잘 뿐, 나머지는 백호한테 아무리 맞아도 져준다. 백호와 심바는 이제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자매가 되었다. 일 년에 한 번은 둘이 껴안고 자는 걸 목격했기 때문에 확실하다.
(백호와 심바 : 출처 조민 인스타그램)
두 녀석이 서로 자기를 만져달라고 애웅거릴 때, 잠자고 일어나 내 곁에 곤히 잠든 녀석들을 볼 때, 집에 들어가면 꼬리를 치켜들고 반겨줄 때.... '사랑'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하고 느낀다.
너를 사랑하는 일은 아주 쉬웠어
네 눈 속엔 우주가 담겨 있었거든
함께하는 일상은 금방 습관이 돼
내 작고 예쁜 보송한 천사야
내일도 모레도 그렇게 가만히 잠들고 일어나자
-미닝, 내 고양이 (My Cat) 중에서
p242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유명하다고 해서 읽어본 작품인데, 나에겐 하나도 어쩐지 재미없었다. 얼마나 재미가 없었으면 제목으로만 기억나는지.... 정말이지 배우 둘이 벤치에 앉아 있다가 끝났다. 고도라는 사람이 실제로 등장했는지도 기억에 없는 걸 보니, 그는 끝까지 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p244
A Poison Tree. By William Blake
I was angry with my friend;
I told my wrath, my wrath did end.
I was angry with my foe:
I told it not, my wrath did grow.
And I watered it in fears,
Night & morning with my tears:
And I sunned it with smiles,
And with soft deceitful wiles.
And it grew both day and night.
Till it bore an apple bright.
And my foe beheld it shine,
And he knew that it was mine.
And into my garden stole,
When the night had veild the pole;
In the morning glad I see;
My foe outstretche beneath the tree.
(해석은 책에는 없는데 인터넷 등을 참고해서 내 나름대로 해석을 붙였다)
나는 친구에게 화가 났다;
나의 분노를 얘기했더니, 분노는 사라졌다.
나는 적에게 화가 났다:
나는 말하지 않았고, 분노는 자라나기 시작했다.
나는 두려움에 떨며 그것에 물을 주었다.
밤낮으로 흘리는 나의 눈물로:
나는 미소로 그것에 햇빛을 쬐어주었다.
그 미소 뒤에 교묘한 속임수를 섞어서.
분노는 밤낮으로 자라
밝게 빛나는 사과를 맺게 되었다.
적은 사과가 빛나는 것을 보게 되었고,
그것이 내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곤 내 정원에 숨어들어왔지,
밤이 별빛을 가릴 때.
아침이 되어 난 기뻤지.
나의 적이 나무 아래 누워있는 모습을 보며.
윌리엄 블레이크의 <독나무>는 내가 좋아하는 시 중 하나다. 고등학교 때 유학반에서 미국 유학을 준비하면서 처음 접한 시로, 어린 나이에 적잖이 충격받았다. 이 시에서 화자는 분노의 두 가지 표출 방법을 다루는데, 친구에게 화가 나면 분노를 표출하자 분노가 사라졌다고했다. 하지만 친구가 아닌 적에게 화가 날 때는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그 분노를 나무처럼 키워서 사과가 맺힐때까지 기다린다. 적이 그 탐스러운 사과를 훔쳐먹고 나무 아래 죽어있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게 시의 내용이다. 이렇게만 보면 기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분노라는 감정을 이렇게 다룬 시를 처음 보아서인지 매우 인상적이었다. 화자의 분노를 자양분 삼아 자라는 사과라니. 분노와 눈물, 두려움을 안으로 삼키면서 겉으로는 미소만 짓고 있는 화자. 화자는 적에게 복수하기 위해 분노라는 사과를 키웠지만, 그 사과를 키우는 과정에서 그는 본인도 의도하지 못했던 변화를 경험한다. 가식적이고 순수하지 못한 사람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분노는 상대방뿐 아니라 본인 자신도 망가뜨린다는 이야기 아닐까.
p254
최근 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깊어지면서, 제 가치관 및 삶의 일부를 드러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저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살기에 저의 가치관과 주체성은 너무나도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펌글]박정훈 대령 재판의 의미
수해 현장에 동원된 해병대원 채수근 상병의 사망 이후, 이 사건을 수사하던 박정훈 대령이 현재 재판에 회부되어 있다.
이 재판이 대한민국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대해서 좋은 글이 있어서 공유한다.
https://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471435&s_no=471435&pag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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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스위치가 됩니다.
중국에 어떤 할머니가 버스에서 내리다가 넘어졌다. 지나가던 한 의인은 그 할머니를 도와주었고, 병원까지 모셔다 드렸다. 그 의인이 도와준 할머니는 사실 큰 부자였고, 그 의인에게 자신의 재산을 상속해주었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다. 이게 우리가 알고 있는 예쁜 동화다. 선한일을 하면 보상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벌을 받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현실은 할머니가 의인이 자신을 밀어서 다쳤다고 그 의인을 소송을 걸었고, 의인은 패소했다. 재판부에서 할머니에게 치료비와 보상금을 지불하라 판결이 난다. 재판후 의인은 다시 누구를 도와주지 못할것이란 인터뷰를 했다. 이 사건은 중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옆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모른척하는 사회의 분위기를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우리가 교통사고가 나서 쓰러진 사람을 피해서 운전하고, 길을 걷다 쓰러진 사람을 행인들이 슬금슬금 피해가는 영상이 생겼고, 인터넷에서 ‘흔한 대륙의 CCTV’ 밈이 유행한다.
누가 위험에 빠져있다면 돕고, 안타까워하는것이 인지상정이고,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도와야만 살아남는 존재였다. 그리고 지구의 정복자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위기에 빠진 이를 도와준다는것은 이제는 소송에 휘말릴 수 있고, 배상을 해야할 수 있고, 자신의 명예를 더럽힐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다.
비슷한 이야기가 국내에서도 떠 돌기 시작했다. 성폭행으로 부터 도망치는 어떤 여자를 도왔는데, 범인을 제압하고 나니 여자는 사라졌고, 도와주려했던 사람은 오히려 폭행범으로 몰려 재판에까지 갔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 사실을 잘 믿지 않는다. 아니 믿기 싫은건지도 모르겠다. 여성혐오를 만들고, 남녀 편가르기를 해서 정치에 이용하는 비열한 정치 공작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 싶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 할 수 없고, 익명뒤에서 쓴 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정훈 대령의 사건은 좀 다르다. 관련자들이 다 특정되었고, 구체적인 내용이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 막연한 분위기가 아니라 현재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충분하게 사건의 내용을 들여다 볼 수 있다.다. 나는 중국의 그 재판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정훈 대령의 항명사건을 빠르게 설명하면 이렇다. 대한민국에 수해가 났다. 그리고 대민지원을 하던 군인한명이 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사망사고를 조사하던 조사관은 사고의 잘못중 하나가 안전을 무시한 사단장의 무리한 지시였다라고 판단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보고서를 제출하고 국방장관에게 결제받은지 하루만에 사단장을 제외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조사단장은 다른 외압에 굴하지 않고 ‘법률에 따라 신속하게’ 경찰로 이첩시켰고, 보류하라는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지금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이야기는 아직 수사중이고, ‘각자의 주장이 다름으로라고 섵부르게 판단하기 이르다’라는 이야기는 통상적인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 모든 국방부 브리핑과 국정조사를 관심있게 보고 있으면,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똑똑하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강직한 수사관이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일에 오직 올바름을 지키기 위해 모든것을 걸고 싸우고 있다. 이 재판이 진다면, 법률에 따라 행동한 그가 처벌을 받는다면, 누가 올바르게 자신의 책무를 다하겠는가? 누가 양심에 따라 정의로운 일을 할려 하겠나? 그냥 위에서 시키는대로, 자신에게 득이 되는대로 행동하지 않겠는가? 나와 상관없는 일이 생기면, 상대가 어떠하던 그냥 무시하는 ‘흔한 대륙의 CCTV’가 이제 대한민국에 생기게 되는것이다.
이 재판의 결과는 대한민국의 국가의 브랜드와 가치를 결정짓는 문제로 들어섰다. 만약 박정훈 대령이 재판에서 진다면, 만약 처벌을 받는다면, 장담컨데, 그리고 너무나 두렵게도 대한민국은 무엇으로도 돌릴 수 없는 거대한 비용을 치르게 될것이다. 그리고 이 재판을 이긴다면, 그리하여 잘못된 지시를 한 자가 처벌을 받는다면, 대한민국은 보다 나은 국가적 위상을 가지게 될것임은 틀림없다.
Like Heaven(Feat. Paul Blanco) : 권은비
가을을 겨냥해서 나온 권은비의 신곡. 좋네.
촬영지는 카마쿠라와 요코하마 베이 지역으로 아주 이쁘게 담겼다.
새댁은 낭랑 18세, 사랑을 하고 싶어!(18歲 新妻, 不倫します) 2화.
1화에서 대학에 간 친구를 따라간 신입생 환영회. 그 자리에서 남편인 코우에게 부탁받고 자신을 데려다 준 남학생이 친구를 통해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해온다.
나가서 만나보니 지난번 부탁을 받았긴 하지만 의도치 않게 속인 셈이 되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남학생.
그러면서도(남편이 있는 것도 알지만), 메이카의 씩씩한 모습이 좋았다며 친구부터 시작하면 어떻냐고 개수작을 부린다.
불륜의 기회가 왔다면 좋아하는 메이카.
새댁은 낭랑 18세, 사랑을 하고 싶어! 2화.
남학생과 영화를 보고 나오는 메이카.
역으로 가는 도중에 천둥벼락이 친다.
겁에 질려하는 메이카
갑자기 누군가 메이카를 감싸주고
코우.
자기 여자가 신세를 졌다고 하면서 메이카를 데려간다.
"내 여자?"
자기는 이제 다 큰 18살이라며 어린시절 보디가드처럼 따라다니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메이카.
그러다 또 번개가 치자 '꺄아'하면서 코우에게 안기고.
떨어지고.. 미친년 널뛰듯 하다.
어릴적부터 메이카가 천둥소리를 무서워하는 걸 아는 코우는 깝치지 말고 그냥 있으라고 한다.
하지만 코우는 어릴때부터 내 곁은 지키던 사람이지 남자로서는 아니라면서도 손은 꼭 잡고 가는 메이카.
회사에서 코우의 비서일을 맡게 된 메이카.
회사에서도 회장의 손녀라는 것을 다 아는 상황이라 마치 공주님이 일하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도 다 아가씨, 아가씨하면서 떠받드는 상황. 너무나 만화같은 설정들이 난무한다.
손에 기브스를 한 코우.
몇일 전 할아버지에게 인사드리러 간 신랑,신부. 팔은 왜 그러냐며 묻자 코우는 그냥 넘어지면서 이렇게 됐다고 하고
메이카는 내가 오토바이에 치일 뻔했는데 몸을 날려 나를 구하려다가 다쳤다고 이야기해준다.
메이카의 할아버지이며 산죠그룹의 회장인 산죠 세이쥬로(三条清十郎), 코우가 다친것은 메이카의 탓이니 메이카가 코우가 나을 때까지 비서로서 일하면서 코우를 도우라는 지시를 한다. 그래서 메이카가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된 것.
세이쥬로라는 이름은 <바람의 검심>의 등장인물로 켄신의 스승인 히코 세이쥬로(比古清十郎)를 생각나게 한다. 바람의 검심의 주인공은 켄신이지만 바람의 검심 세계관에서 최강자는 사실 그 스승인 히코 세이쥬로이다.
켄신에게 비천어검류 최고의 비기인 천상용섬을 전수하기 위해 구두룡섬을 시전하는 히코 세이쥬로.
바람의 검심의 원작 만화에서 세이쥬로의 육체적 강인함은 타 캐릭터를 압도하게 설정되어 있었다. 만화의 대히트에 이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고 원작만화가 완성된 후 15년이 지나서 실사영화로 제작되었다. 보통 일본만화가 대히트를 해도 그것을 실사화한 영화들은 아무래도 만화와 같은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을 만들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유치해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대부분 성공하기 힘든데 바람의 검심은 실사화로도 원작 만화 못지 않은 초대박을 이루었다. 어떤 면에서는 영화가 만화로 표현하지 못하는 비장감을 더 잘살렸다는 느낌도 있다.
바람의 검심의 이미지때문에 세이쥬로라는 이름에 대한 강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 할아버지 회장도 어떤 면에서는 참 강한 이미지다.
그래서 외부 접대업무도 짐을 들고 따라다니는 가방모찌 노릇도 하게 된다.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힘들어 죽으려 한다.
거래처를 도는 중,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자, 2시간쯤 빈다며 잠시 쉬자는 코우.
근처 공원에 들러 샤방샤방한 시간을 갖는다.
아이돌 출신이라 카메라와의 아이컨택이 자연스럽다.
저녁에 씻고 나와 보니
노트북 앞에 골아떨어진 코우
아직도 일이 있나?
일이 바쁜데 나를 위해서 잠시 시간 내서 공원에서 놀아준건가? 라며 소녀감성에 빠진 메이카. 너무나 작위적이며 다이렉트한 설정이지만 이것은 만화가 원작이니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이 드라마에는 뭔가 은근한 그런 맛이란 건 기대하기 힘들 듯. 오직 나부키 야코에 대한 응원의 마음으로 봐야 할 듯 싶다.
둘이 뭔가 대화를 하다가 계속 이런 사랑의 싸움 장면이 연출된다. 아직 키스는 다메.
독수리타법을 시전 중인 메이카. 설정인지 진짠지 헷갈린다. 아무리 아이돌 생활을 어릴때부터 했어도 설마 노트북도 이용안해봤을리는 없지 싶다.
뒤에 있는 직원들은 오늘 저녁에 볼링 한판하고 포장마차 가서 라멘을 먹자고 떠든다. 회장 손녀 사위가 부서장으로 있고 그 옆에서 회장의 손녀가 일하고 있는데 그 뒤에서 떠들고 논다? 이건 만화니까 넘어가자.
볼링도 쳐본 적이 없고 포장마차 라멘도 먹어본 적이 없는 메이카는 부러움에 쳐다보고,
이 모습을 쳐다보던 코우
부서원에게 내 아내도 같이 데려가서 놀라고 하면서 돈을 준다. 한 5만엔쯤 준듯 싶다. 보통 우리는 법카를 줄텐데 자기 아내가 포함됐으니 사비로 처리하라는 뜻일까?
이게 웬 떡이냐 하며 좋아하는 직원들.
메이카도 좋아하고
직원들과 놀고 회식하고 와서 좋아하는 메이카.
내일은 직원들과 회전스시집에 가기로 했다며 자랑한다.
계속 직원들과 어울려 놀러다니는 건 안된다고 하는 코우.
항의하는 메이카.
이제 결혼한 여자로서 그에 맞게 행동하라고 타이르는 코우.
자기를 속박하지 말라며, 가짜 남편 주제에 주제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메이카.
그런가라며 방으로 올라가는 코우.
순순히 물러나자 도리어 이상한 메이카.
할아버지는 코우가 팔이 다 나았으니 이제 비서일은 그만해도 된다고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어색하게 마주친 두사람.
코우는 미안하다고 한다. 위장결혼이라는 약속을 깬 것은 자기이고 이제는 메이카를 놔줄테니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한다.
메이카에게 이제 내 옆에 없어도 된다고 한다.
메이카는 여기서 약간 정신나간 소리를 한다. 코우는 내거라고 하면서,
코우는 자기 옆에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소시오패스같은 대사를 후려친다. 이것은 순정만화가 원작이니 모든 것을 이해하고 넘어가자.
보통 남자같으면 어이가 없어 화가 나는 상황이겠지만, 코우는 순정만화 주인공답게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외근나갔다 오겠다면서 메이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내가 왜 그랬을까라며 자가 정신분석중인 메이카. 이 드라마는 상류층이라는 설정때문인지 메이카의 대화에는 실사용에서는 잘 안쓰이는 상류층이나 쓸법한 옛스런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
돌아온 코우에게 메이카는 왜 그렇게 열심히 빡빡하게 사는지 물어본다.
메이카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 코우.
응?
어릴때부터 코우는 그랬다.
가라데 연습하러 가는거야? 좀 놀러가기도 해.
너를 지키려고 연습하는거야.
왜 나한테 반한거야?
아니거든요.
반했구만.
뭐라는거야?
이제 고만 인정하라고.
더 이상 진행은 19금이라 공중파 드라마에선 무리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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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ひ)がある 잘못이 있다.
こちらにも非があったと思います 이쪽도 잘못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形勢(けいせい)が非である 형세가 불리하다.
耳を塞(せ)く 귀를 막다
あらが-う [抗う·争う·諍う]
1. 다투다; 항거하다; 언쟁하다.
へま
1.똑똑지 못하고 눈치가 없음, 얼간, 바보짓.
2.실패, 실수.
さしつかえる [差(し)支える] 지장이 있다.
バイクにひかれそうになって 바이크에 칠뻔해서
バイク/車にひかれる 자전거,오토바이/차에 치다.
さしつかえる [差(し)支える] 지장이 있다.
仕事にも差し支えるだろう 일에도 지장이 있을거 아닌가
あいづちをうつ [相槌を打つ] (남의 말에) 맞장구(를) 치다.
相 づち 맞장구, 원래는 대장간에서 서로 맞메질을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
おみあし [おみ足·御御足]1. 남의 ‘발’의 높임말.
はしゃぐ [燥ぐ]
1.(신명이 나서) 까불며 떠들다, 우쭐해져서 큰소리치다.
2.마르다, (너무 말라) 휘거나 뒤틀리다.
しめしがつかない [示しがつかない]
모범이[본보기가] 되지 못하다, 기강이 서지 않다.
それらしく振る舞え 그에 맞게 행동해라. (앞서 가정이 나오고)그 격식에 맞게 행동해라.
ほごにする [反故にする] 듣기
1.소용없다고 버리다.
2.무효로 하다, 파기하다.
やくそくをほごにする [約束をほごにする] 약속을 깨다[어기다].
ほご [反古·反故]
1. 못 쓰는 종이; 휴지; 전하여, 소용없는 물건[일].
反古入れ[かご] 휴지통
ほごにする [反故にする] 소용없다고 버리다.
むこ [婿·壻·聟]
1.사위.
2.신랑. (↔嫁)
けいこ [稽古] (학문·기술·예능 따위를) 배움[익힘, 연습함].
花 _ 藤井風(후지이 카제)
후지 TV 최근(2023년 4분기) 드라마 '가장 좋아하는 꽃(一番好きな花)'의 주제가.
현재 2화까지 나왔는데 꽤 재밋다.
첫번째 들었을 때 그냥 꽂히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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枯れていく
今この瞬間も
咲いている
全ては溶けてゆく
何ができるのだろうか
誰を生きようかな
みんな儚い
みんな尊い
시들어가
지금 이 순간에도.
피어나
모두가 어우러지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누구를 살게 해야 할까?
모든 것이 허무하고,
모든 것이 소중해.
(サビ1)
しわしわに萎れた花束 小脇に抱えて
永遠に変わらぬ 輝き探してた
僕らを信じてみた
僕らを感じてた
咲かせにいくよ
内なる花を
볼품없이 시든 꽃다발을 옆구리에 끼고
영원히 시들지 않을 아름다움을 찾고있네
우리들을 믿었어
우리들을 느꼈어
피울거야
내 안의 꽃을
さりげなく
思いを込めてみる
やむを得ず
祈りを込めてゆく
いつまで迷うんだろうか
いつかは分かるよな
誰もがひとり
全てはひとつ ay,,
은밀하게
마음을 쌓아가고 있어
간절하게
바라고 있어
언제까지 망설이게 될까?
언젠가는 알게될까?
누구라도 혼자
모든 것은 홀로
(サビ2)
色々な姿や形に 惑わされるけど
いつの日か 全てが可愛く思えるさ
私は何になろうか
どんな色がいいかな
探しにいくよ
内なる花を
제각각의 모습으로 망설이지만
언젠가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겠지
나는 무엇이 되어있을까?
어떤 색깔이 좋을까나?
찾아가겠어
내 안의 꽃을
(サビ3)
しわしわに萎れた花束 小脇に抱えて
永遠に変わらぬ 輝き探してた
僕らを信じてみた
僕らを感じてた
咲かせにいくよ
内なる花を
探しにいくよ
内なる花を
(my flower’s here)× 8
(my flower’s here) × 8
Christmas Eve(クリスマス・イブ)_山下達郎
야마시타 타츠로우의 12번째 싱글곡으로, 1983년 12월 14일 크리스마스 시즌에 발매되었다.
1988년 JR토카이선(東海線)의 크리스마스 익스프레스(크리스마스 시즌에 특별히 배차되는 시즌 특별열차) 광고에 채용되면서 매년 광고송으로 사용되오고 있다.
이후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시즌송으로 흘러나오는 곡이다.
가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연인을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이 직관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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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は夜更け過ぎに
雪へと変わるだろう
이 비는 새벽녘이 지나선
눈으로 변하겠지.
Silent night, Holy night
きっと君は来ない
ひとりきりのクリスマス・イブ
아마도 너는 오지 않겠지
혼자뿐인 크리스마스 이브
Silent night, Holy night
心深く 秘めた想い
叶えられそうもない
마음 깊은 곳에 감춰둔 생각
이루어질 것 같지가 않아
必ず今夜なら
言えそうな気がした
오늘 밤이라면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Silent night, Holy night
まだ消え残る 君への想い
夜へと降り続く
꺼지지 않고 남아있는 너를 향한 생각
이 밤과 계속 되네
街角には クリスマス・トゥリー
銀色のきらめき
모퉁이에 서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은빛으로 반짝거리고
Silent night, Holy night
雨は夜更け過ぎに
雪へと変わるだろう
Silent night, Holy night
きっと君は来ない
ひとりきりのクリスマス・イブ
Silent night, Holy night
고독한 미식가 S10 EP03. 오로라 소스에 조린 참돔 소테와 참치회 덮밥
고로 상의 뒷모습
묘령의 여인
심각한 표정
역시 심각한 표정
요코하마베이. 미나토미라이 지구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 응 여기 케이블카가 있었나? 2021년에 생긴거라고 한다.
명칭은 요코하마 Air Cabin. JR 사쿠라기쵸 역에서 미나토미라이 지구의 운하를 하늘로 연결한다. 야경이 이쁜 밤에 타보면 좋을 것 같다.
케이블카 왕복 요금이 1,800엔(편도 1,000엔)이다. 여행 가면 저녁 야경 보러 한번 타볼만할 듯. 케이블카가 없었을 땐 야경을 구경하는 주요 스팟은 랜드마크 타워 전망대(1,000엔)나 대관람차(900엔)-코스모클락21-였는데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는데 개인적으론 랜드마크 타워 전망대가 훨씬 좋았다. 더 높고 사방으로 자유롭고 여유있게 볼 수 있고.
알아보니 케이블카와 대관람차의 운영사가 같기 때문에 케이블카를 탈 경우 대관람차 세트권을 같이 끊으면 대관람차를 500엔에 탈 수 있다.
https://yokohama-air-cabin.jp/
(쓸쓸한 음악이 나오며) 이제 끝내고 싶어요.
사귄지 반년이 됐지만 한번도 마음이 통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서로 사랑하긴 했을까요?
(여자) 누가 나빴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서로 맞지 않았을 뿐이죠.
어째서일까요?
모르겠네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알리가 없잖습니까. 당사자도 아닌데(응?)
이 메시지를 보낸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요?(응?)
(고로) 모른다니까요. 직접 남친에게 물어보면 되잖습니까?
(여자) 그리 냉정한 사람인 줄 몰랐어요?
(고로) 예?
(여자) 전혀 여자의 마음을 모르는군요. 물어봤더니 헤어지자고 할까봐 무섭다구요.
(고로)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되잖아요.
그것도 싫어요.
어쨋든 남자친구분과 얘기해보는 수밖에는 없지 않습니까.
그게 안되니까 지금 곤란하다는 거잖아요.
아.. 그만 일정이 바빠서 전 가보겠습니다.
고로 상 돌아와요!
죄송합니다!
이 뜬금없는 여자는 꽤 지명도가 있는 여배우다.
이름은 호시노 마리(星野真里), 1981년 생(42세). 현재도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신新 금의 별화'의 히로인으로 활동하던 2000년대 전후가 최전성기다.
별의 금화는 역시 노리코 사카이의 1995년 오리지널판이지만 워낙 인기가 있어서 5년 후에 리메이크가 됐고, 당시 인기를 구가하던 호시노 마리가 히로인으로 캐스팅됐다.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여배우라서 엑스트라여도 극 초반부에 임팩트 있게 나온 듯(임팩트가 너무 강하긴 했다).
3화. 카나가와현 요코하마시 사쿠라기쵸, 오로라소스로 만든 참돔 소테와 참치회 덮밥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지구.
그 여자는 고객인데 이번이 3번째 상담인 듯 하다. 다시는 그런 일로 전화하지 않았으면이라며 다음 미팅장소로 가는 고로.
사쿠라기쵸역에 있는 쇼핑몰. 피오시티.
여기선 펜던트가 의뢰품인 듯.
이 여자 고객은 이것도 이쁘고 저것도 이쁘다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어떤 것이 더 어울리는지 고로 상에게 물어본다.
난감한 고로는 둘다 어울린다고 말해주고
이럴 땐 넌지시 어느 하나로 밀어주길 바라는거라구요. 여자의 마음을 참 모르시네요.
오늘의 주제가 여자의 마음인 듯.
어쨋든 고객은 하나를 결정한다.
미팅을 마치고 여자들의 마음을 몰라 휘둘리다 보니 배가 고파진 고로.
친절하게 지하철 출구까지 알려준다. 사쿠라기쵸 역 남쪽출구 1번,
출구 나오자마자 보이는 간판.
배가 고픈 고로 상 기쁜 표정이 되고
바로 향한다.
바로 옆에 생선가게가 있다. 우리 감각으론 외관으로 봐선 생선가게가 있을 위치가 아닌데 일본 주택가에 가보면 의외로 주택가에 생선가게가 있는 경우가 많다. 요코하마는 항구도시기 때문에 생선등 수산물이 풍부하다. 사실 일본은 섬나라라서 웬만한 동네는 다 수산물이 풍부하다. 그래서 이번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는 일본 국내에도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다.
아기자기한 간판.
단촐한 내부. 혼밥 먹기 좋은 식당이다.
가게가 좁아서 그런지 바닥에 가방이나 옷을 놔두는 바구니가 놓여있다.
다양한 메뉴들. 식당 규모에 비해 메뉴가 굉장히 많다. 셰프가 솜씨가 괜찮은 듯.
참돔 소테 - 오리지날 오로라소스, 도미 텐동(튀김 덮밥)
소등심 스테이크(Sirloin은 외국에선 사실 우리가 보통 아는 등심과 다른 부위라서 확실친 않다), 도미 후라이(튀김)
음식 기미 중인 여주인장. 얼굴을 보여주기 위한 배려.
다카라즈카 가극단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여배우다. 이름은 미야미키(真矢ミキ), 1964년생 올해 60이다.
10대 중반부터 30대까지 다카라즈카 가극단에서 최고의 배우로 활동,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도 다수 출연해오고 있다.
이번회도 조연 출연진들이 화려하다.
참치회 덮밥.
정식을 먹을지 덮밥을 먹을지 고민하는 차에 발견한 안내. 추가 단품도 주문가능.
참치회 덮밥에 오로라 소스로 만든 참돔 소테를 추가할 수 있는지 묻는다. 주인은 가능하다 하고 가격은 2,000엔이 넘을거라고 한다.
오차는 셀프.
테이블 앞이 바로 주방으로 조리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옆테이블에서 시킨 연어와 연어알 덮밥(오야코동, 보통 오야코동은 닭고기와 계란덮밥을 의미한다)
참돔 소테 후에 소스(오로라소스라 이름 붙인)로 조리는 듯.
참치회 덮밥
노른자를 터트려서 잘 비벼준다.
미소시루. 일본 정식에선 빠질 수 없다. 우리의 된장국과는 다른 깔끔함. 된장국이 찐득하고 깊은 맛이 난다면 미소시루는 가볍고 깔끔하다.
참돔 소테. 소스가 반짝거리기 때문에 오로라 소스라고 이름 붙인 듯.
이 식당 옆에 바로 생선가게가 있기 때문에 생선은 그 집에서 공급받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중간에 그에 대한 대화가 나오는데 주인장이 직접 시장에 가서 생선등 재료를 매일매일 사온다고 한다.
기본 반찬 3가지(나마스-무,당근채 초무침, 히지키-톳,파래무침, 다이콘바-무우잎무침), 그날그날 바뀜.
대단한 배우라서 물 마시면서 한번 더 잡아준다. 좀전에 고로 상이 배가 덜 찼다고 추가 주문을 한다고 하자 오카미가 내가 알아서 만들어주겠다고 했는데 메뉴 생각을 하는 중인 듯.
추가로 오마카세로 내온 음식.
이쿠라 시라스 동(미니) - 연어알과 멸치치어 덮밥, 멘치카츠.
김에 싸먹으려다가 생각이 바뀌어서 찢어서 넣고 비벼 먹는다.
멘치카츠 - 여주인장의 음식솜씨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오늘은 웬지 모두 기가 쎈 여성분들만 만나는 날인 듯.
그 기를 받아 힘차게.
바루의 진짜 누님.
자신이 메뉴니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맥주 안주에 야채를 좋아한다고 하니 처음 내온 요리.
백채 마리네 - 전채요리로 배추와 무채등을 식초나 레몬즙으로 초절임한 것. 상큼한 맛으로 식욕을 돋군다.
원작자가 이런 스타일의 야채로 만든 음식을 좋아한다.
싸가지고 가고 싶을만큼 맛있다고 한다.
부드럽게 찐 아나고. 간장등으로 양념을 한 듯.
밥반찬으로도 좋을 듯.
그냥 단품으로도 좋고.
도미 튀김.
이 집은 점심장사만 하는 집이라고 한다.
구글맵 정보로는 일요일 휴무, 평일은 11시~19시, 토요일은 11시~15시 영업이라고 하는데 방송에선 점심장사만 한다고 하니 안전하게 점심때 가는 것이 좋을 듯.
평은 괜찮다. 다만 방송에 나온 이후로는 꽤 붐비는 듯하다.
고독한 미식가 S10 EP02. 시로카네다이 른당과 나시고랭
무지개? 오로라?
별자리
플라네타리움.
별자리 설명을 듣다가 피곤했던지 꾸벅꾸벅 졸다가는
푹 잠들어버린 고로 상.
화들짝 깬다.
고객에게 사과하고, 고객은 괜찮다고 한다.
플라네타리움 컨셉의 카페나 바 같다. 고객은 인테리어 이것저것을 의뢰한다.
어디가서 머리를 좀 식혀야겠다며 길을 나서는 고로 상.
도쿄도 미나토구 시로카네다이의 른당과 나시고랭.
미나토구 시로카네다이. 도쿄 중심부의 고급주택가 지역. 이 지역 중심부를 지나는 메트로 시로카네다이 역 근처에 핫포엔(八芳園)이라는 고급정원이 있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작년 5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기시다가 여기서 바이든을 대접했다.
핫포엔 정보는 이 포스트에.
https://lachezzang.tistory.com/1626
메트로 시로카네다이역을 중심으로 핫포엔과 반대 방향으로 도쿄시 정원박물관이 있다.
본관과 신관 2개의 전시건물이 있다.
일본식 정원
서양식 정원. 정원만 가는 티켓은 200엔이고, 전시까지 관람하려면 1,400엔을 내야 한다. 전시물들은 한번쯤은 볼만한 듯 보인다. 이 건물과 저택은 일본 귀족 개인소유였지만 1983년에 정부 소유로 바뀌면서 개방했다고 한다.
매주 월요일 휴관, 개관 시간은 10시~18시. 하지만 전시회 준비기간 등의 사유로 휴관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갈 계획이 있을 경우는 홈페이지에서 확인을 해보고 가는 것이 좋다.
https://www.teien-art-museum.ne.jp/en/
맑은 하늘을 보고 쉬고 있자니 머리가 말끔히 비워지는 것 같다.
그리고 배도 비워지는 것 같다.
식당을 찾다가 눈에 띈 카페.
카네시로다이에서 식당을 찾기는 무리일까? 하면서 메구로까지 가야되나 생각하는 와중.
눈에 띈 식당. 인도네시아 음식점 카베
나시고랭(볶음밥), 우리나라에서도 요즘은 인도네시아나 태국등 동남아 음식점이 많이 생겼다. 나시고랭, 미고랭(볶음면)은 한번쯤은 다 들어봤을 듯.
밥이 있으니 승부를 걸어보기로.
서양사람들도 동남아 음식을 좋아한다. 특히 동남아 여행을 많이하는 사람들을 통해 인도네시아, 태국음식이 맛있다는 입소문이 많이 퍼졌다.
메뉴판 외에도
벽면에 그 외 메뉴들이 표시되어 있다.
이분도 많이 보던 배우. 코믹한 캐릭터로 자주 봤다. 른당에 대해 물어보니 세계 제1의 요리인데 아직 안먹어봤냐며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고 얘기해준다.
른당, 꼭 먹어보고 싶습니다.
른당과 나시고랭을 시킨 후 소토바밧(소고기 스프)을 시키니 여주인은 너무 많을거라며 소토바밧은 미니로 하라고 한다.
인도네시아 홍차, 설탕시럽과 연유.
취향대로 넣어서.
나시고랭과 소토바밧 미니
소토바밧은 소내장 스프다.
나시고랭.
소토바밧 먹는 모습을 보니 안에 국수(혹은 당면)이 많이 들어가 있다.
고추 소스 냄새를 맡아보곤
옆 테이블 동향을 살피더니
나시고랭에 뿌려 먹는다. 핫소스 계열인 듯.
간장처럼 생긴 소스도 냄새를 맡고는 나시고랭에 뿌려 먹는다. 모양으로 봐선 굴소스의 일종일 듯.
면을 하나 시킬 생각 중인 고로. 미아얌(치킨과 버섯을 넣고 볶은 면)
른당의 조리 모습.
이 요리의 특징은 코코넛 우유가 들어간다는 데 있다. 그래서 굉장히 부드러운 맛이 난다고 한다. 갈비찜 정도의 맛일까?
른당.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침이 난다는 데 아쉽게도 먹어본 적이 없다. 소고기와 코코넛 분유와 카레로 찜을 만든 요리인데 어떤 맛일지는 대강 짐작은 된다.
른당 맛에 감탄 중인 고로.
미아얌. 오늘 고로 상 과식하는 듯.
어느덧 홀에 소님들이 꽤 찼다.
미아얌은 먹다가 같이 나온 국물에 말아서 츠케멘 스타일로 한숨에 후루룩.
4,631엔이 나왔다. 요즘 환율로 42,000원. 우리나라에서 요즘 저 정도 먹으면 6만원 이상 나올거다. 일본 환율이 내려가면서 한국 물가 대비 일본물가가 많이 싸보인다.
(나시고랭 990엔, 른당 1650엔, 미아얌 935엔, 소토바밧 990엔 -> 미니 495엔?, 아이스 홍차 가격은 안나왔다.
부가세 10%를 쳐서 4,631엔이니 부가세 빼면 4,210엔. 아이스홍차 가격이 140엔인가? 좀 싼데 싶긴 하다. 보통 300엔쯤 받을텐데)
오늘도 배부른 마무리.
원작자는 역시 빈땅(인도네시아 제1의 맥주 브랜드)부터 주문.
안주로 나온 토란챰.
강낭콩, 숙주, 오이 그리고 대두를 발효시킨 것(일종의 인도네시아식 된장)을 버무린 것.
술이 술술 들어가네.
시오마이 컴플리트(컴플리트는 그냥 붙인 듯)
슈마이라고 보통 부르는 딤섬인데 속은 돼지고기나 새우, 생선등 다양하게 들어간다.
인도네시아는 대부분이 이슬람을 믿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아서 인도네시아식 슈마이는 주로 생선과 새우살로 속을 만들고 발음도 시오마이 또는 소마이라고 한다. 그리고 간장 말고 위에 피너츠 소스를 뿌려서 먹는다.
챠베(Cabe) 메구로점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체인점은 아니고 메구로에서 가까와서 그렇게 명기한 것 같다.
매주 일요일 휴무이다. 평은 괜찮다. 고독한 미식가에 나온 이후에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줄을 좀 서야 하는 것 같다.
고독한 미식가 S10 EP01. 사가미가하라 소고기 스태미너 볶음과 네기타마
카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 하시모토
고객과의 약속 장소
오우치카페 Fika, 굳이 번역하자면 가정집 카페라는 의미가 된다. 외관을 보면 가정집을 리모델링해서 카페로 만든 듯.
고객이 가지고 온 물건은 볼 생각을 안하고 딴 얘기만 하고 있는 중.
1화. 카나가와현 사가미가하라시 하시모토, 소고기 스태미너 볶음과 네기타마(달걀을 풀어 파를 듬뿍 넣어 동그란 계란말이를 만든 것)
오늘 의뢰인에게 가져온 것은 시계. 의뢰인도 영업사원으로 오늘 쇼핑몰에서 물건을 많이 팔았서 기분이 좋다고 한다.
고로 상이 어떤 상품이었냐고 묻자.
갑자기 보던 시계를 치워놓고는
본격적으로 상품 광고를 시작.
탁자에 천을 깔아서 간장을 뿌려서 오염시키고는
얼룩 제거제를 뿌려서
얼룩 제거 성능을 시연.
헉!
1병에 3천엔인데 특별할인가격 1,300엔, 5병 사면 4,500엔으로 추가 할인.
옆 테이블에서 듣던 사람들도 하나,둘 사기 시작.
급기야 고로 상 마저 하나를 사려는데, 매진. 남자는 사장님 맨션에 가면 많이 있다고 하면서, 괜찮으면 가까우니 같이 가자고 한다.
그래서 갑자기 남자 따라서 얼룩제거제 사러 맨션에 따라온 고로. 영업하러 왔다가 영업을 당해서 심기가 별로 좋지 않음.
주변을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꽤 큰 식당을 발견.
배가 고파졌다.
얼룩 세정제를 급히 챙겨서 나간다.
면류
덮밥류, 중화와 양식
메뉴와 함께
주변에서 시킨 음식도 둘러보고
스태미너, 오늘 많이 걸었으니 스태미너로
소고기 스태미너 볶음 정식(820엔)과 네기타마(250엔) 주문.
자리가 넉넉하고 손님 회전율도 괜찮은 듯.
물마시는 장면은 여사장(이겠지?) 얼굴을 잡아주기 위한 배려샷. 응? 상당한 여배우가 나왔다.
이 여배우의 이름은 이시다 히카리(石田ひかり), 1972년생이다. 14살때 도쿄에서 연예기획사에 길거리 캐스팅이 됐다. 3살위의 언니인 이시다 유리코( 石田 ゆり子)도 비슷한 시기에 길거리 캐스팅이 되서 연예계에 데뷔했다. 둘다 어릴때부터 수영을 했는데 늘씬하고 이쁜 스타일이었다.
젊은 시절의 이시다 히카리, 유리코 자매의 모습.
데뷰후 아이돌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1993년 아스나로 백서의 히로인을 맡으며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아스나로 백서(1993년) 출연 당시의 이시다 히카리. 2001년 NHK방송국 PD와 결혼을 했으며 현재까지도 배우로서 활동 중이다. 언니인 이시다 유리코는 젊은 시절에는 동생에게 가려지는 면이 있었는데, 현재는 동생보다 훨씬 활발한 배우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독신으로 결혼을 하지 않고 있다.
고독한 미식가는 시즌이 거듭되면서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나오는 조연이나 단역에 상당한 배우가 나오는 경우가 꽤 있다.
달걀과 파. 네기타마 만드는 중.
소고기 스태미너 볶음 조리 중.
짜잔.
소고기 스태미너 볶음) 고기와 야채가 진수성찬, 식당이 자랑하는 간판 메뉴.
네기타마) 이름에도 네기가 들어갈 정도로 파가 많이 들어간다. 속은 찐득하고 식감은 부드럽고.
간장을 뿌려서. 우리의 일반적 계란말이가 푹신푹신한 느낌이 강하다면 이 네기타마는 좀 더 눅진하고 찐득한 느낌이다.
옆 테이블에서 토리카츠(닭고기로 만든 커틀렛)를 시키는 걸 보고는 갑자기 마음이 동해서 니카츠(煮カツ, 500엔)를 추가 주문.
니카츠 조리하는 모습
돈카츠를 몇 조각 내서 야채, 계란, 소스에 넣어서 조리는 음식. 한국인에게(최소한 나에게는) 잘 안맞는 요리.
돈카츠등 튀김요리는 바삭한 맛에 먹는건데 이걸 조려서 물컹물컹하게 먹는게 난 별로다. 이건 무슨 느낌이냐하면 탕수육 남은거에 탕수육 소스를 부어서 렌지에 돌려 데워먹는 그런 느낌이다.
옆테이블에 음식이 나왔는데 손님은 토리카츠를 시켰는데 돈카츠로 잘못 나왔다.
죄송하다며 다시 만들어주겠다며 음식을 물리는 데
남자는 돈카츠를 보니 웬지 먹고 싶다며 그냥 놔두라고 한다.
옆에서 그걸 본 고로 상은 내가 마침 니카츠를 시켜서 주방에서 헷갈렸나보다라며 혼잣말을 하고.
이 여사장이 상당히 자주 화면에 나오는데 아마도 이 배우의 지명도 등을 고려해서 자주 노출시키기 위해 이런 씬을 만들어 넣은 걸로 보인다.
남은 음식으로 카츠동을 만들어서 마무리.
잘 먹었습니다.
원작자 쿠스미 마사유키
요시노 식당 전경.
드라마에서 주방에서 일하시던 그 분이 진짜 주인.
오이와 호두 된장 무침.
햄에그
식사메뉴와 술안주 메뉴가 모두 있는 술집 겸 식당.
메뉴판에서 발견한 걸 시킨다.
오리고기와 동과 조림. 동과는 우리나라에선 잘 못보는 박과의 식물이다. 주로 더운지방에서 난다.
상당히 메뉴가 많은 로컬 식당. 밥집과 술집을 겸하며 식당의 규모로 봐선 꽤 많은 지역 단골이 존재할 걸로 보인다.
적당한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식당.
월화가 휴무일이고, 점심은 11시30분~13시30분, 저녁은 17시~19시30분까지로 식사하려면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고독한 미식가S04. EP02.
주오구 긴자
2화. 주오구 긴자, 한국식 덴푸라(튀김)와 삼계탕 라멘
긴자에서 볼일을 마치고 여기저기 돌아다녀보는 중인 고로.
대만식 디저트점.
천재꽃차와 대만(신)선초 세트
천재꽃차)기분좋은 향이 나는 쟈스민계 꽃차.
대만선초) 대만식 젤리, 해초로 만들어진 듯한데 약간은 쓴맛이 섞인 듯. 꿀에 섞어서 먹어야 제맛이 나는 듯.
여기는 현재도 영업중이긴 하지만 드라마처럼 들어가서 대만식 차나 스위츠를 먹을 순 없는 것 같다. 대만 차를 판매하는 전문점이고, 차와 스위츠를 테이크아웃해서 먹을순 있는 걸로 나온다. 팥빙수도 판매 중지했다.
간식을 먹은 후 긴자의 뒷골목을 돌아다니다가 배가 고파진 고로는 식당을 찾는다.
치어리더 펍 레스토랑 후터스(Hooters). 여전히 영업 중이다.
식당을 찾다가 신바시까지 가게 된 고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눈에 띈 간판.
한국식 가정요리.
망설이는 와중, 주인 아주머니가 들어오라고 한다.
들어가 보니 좁은 홀에 사람이 한가득.
여자 손님이 옆에 앉으세요라고 하지만 사양한다. 즉 여기 손님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주인장이 괜찮으면 밖에 앉으라고 한다.
뭐랄까 한국적인 시스템이다.
우롱차 한잔 마시면서 한숨 돌리고
메뉴의 제목이 한국 어머니의 맛.
명물 삼계탕, 라멘 사리 포함.
매일 바뀌는 소찬요리 500~600엔
당일 대여섯개의 요리를 부페식으로 조금씩 한그릇 만들어서 파는 일종의 부페식.
조금씩 다 달라고 한다. 부침개, 잡채, 물만두, 보쌈, 오징어볶음, 김밥 이렇게 보인다.
오토시로 나오는 멸치볶음.
소찬요리 세트. 이게 전부해서 600엔이면 괜찮은 가격이라고 보이긴 한다. 설마 1그릇마다 600엔은 아닐 듯.
동그랑땡과 고추 튀김인가 싶다.
보쌈김치와 수육.
가게 앞이 그냥 도로옆이라 사실 밖에서 먹기 좋은 식당은 아니다.
잡채
김밥, 꼬다리는 보너스.
오징어볶음 국수. 사실 이 음식들은 어떤 맛인지 한국사람들은 다 알기 때문에 굳이 설명도 필요 없다.
물만두인데 속이 돼지고기가 아닌 대구살로 만들었다는 것이 포인트일 듯.
삼계탕 라멘을 추가 주문한다. 여기서 대화가 나오는데 고로가 "여름에도 삼계탕을 하네요?"고 묻자 여사장님이 "일본사람들은 겨울에 삼계탕을 먹지만, 원래 삼계탕은 여름 보양음식이에요."라고 알려준다.
일본의 대표적인 여름 보양음식은 장어 덮밥이다.
삼계탕 라멘은 홀로 자리를 옮겨서 받는다.
삼계탕 라멘. 깨가 많이 들어갔다. 요즘 이 가게 다녀온 리뷰를 보면 깨를 들이붓는 수준이다.
여사장님이 "원래 라멘을 안넣었는데 손님이 넣어달라고 해서 넣기 시작했다. 면은 인스탄트면이지만 감자 전분이 들어가서 면의 탄력이 있어 씹는 맛이 좋다"라고 이야기 해준다.
벽에 하회탈이 붙어있네.
맛난 음식을 먹고 기분 좋게 나오는 고로 상.
나지미정의 주인, 이영경 씨.
원작자의 오더 내용은 두부조림, 삼계탕에 라멘사리 추가, 흑콩 막걸리.
리뷰를 보니 이 집은 드라마를 보고 밥 먹으러 가는 사람은 매우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가게는 亭으로 끝나는데 보통 일본에서 亭으로 끝나는 음식점은 밥먹으러 가는 것이 주목적이 아닌 밥집을 겸한 술집 즉, 이자카야다.
기본적으로 혼자도 갈 순 있지만 술을 먹으면서 요리를 먹는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삼계탕 라멘은 여주인이 단골손님들을 위해서 집에서 미리 준비해가는 음식이라서 당일치기로 가면 먹을 수가 없는 메뉴다. 따라서 삼계탕 라멘을 먹으려고 가는 사람은 최소 하루전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그리고 술 잘 마시는 친구를 꼭 데리고 가야 환대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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じんちゅうみまい [陣中見舞(い)]
1.진중 위문. 또는 그 선물
2.(속어)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을 찾아가서 노고를 위로함.
ぎんぶら [銀ぶら]
속어 (東京의 번화가인) 銀座 거리를 산책하는 일.
-ぶら(접미)
1. (번화가 따위를) 할일없이 걸어 다님.
よりきる [寄(り)切る]
(씨름에서) 서로 샅바를 맞잡은 채로 상대방을 씨름판 밖으로 떠밀어 내다.
もちごま [持ちごま·持(ち)駒]
(일본 장기에서) 이 편에서 잡아 가지고 있는 상대편 말((필요할 때 이 쪽에서 쓸 수 있음)); 비유적으로, 필요시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사람·물건.
持ち駒が一つ増えたぞ 장기말이 하나 늘었네.(드라마에선 좋은 음식점 하나를 찾았다는 걸 비유적으로 한 말)
くつろぐ [寛ぐ]
1. 유유자적하다, 편안히 지내다[쉬다].
2. 너그러워지다, 느슨해지다, 느릿느릿 행동하다.
새댁은 낭랑 18세, 사랑을 하고 싶어!(18歲 新妻, 不倫します) 1화.
아이즈원(IZ*One)출신의 일본 아이돌 야부키 나코 주연의 신작 일드.
개인적으로 아이즈원 활동 당시 알지도 못했는데, 최근 아이즈원 노래 중 피에스타(Fiesta)를 즐겨 들으면서 이 프로젝트 그룹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알고 보니 현재 국내에서 잘나가는 아이돌인 아이브(Ive), 르세라핌(Le Sserafim), 권은비 등이 모두 이 아이즈원 출신이다.
야부키 나코는 아이즈원 멤버 중에서 귀여움(?)을 담당했던 듯 한데 신체적 조건으로 봐선 아이돌 경력을 계속하기엔 조금 무리라고 판단했던지 아니면 연기쪽이 더 맘에 끌렸는지 일본으로 복귀후엔 연기쪽으로 계속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일단 1화를 보기로 했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만화이다.
딱 그림체만 봐도 순정만화라는 걸 알 수 있다. 2020년 연재를 시작해서 2023년 4월 11권으로 완결됐다.
와타나베 시호(わたなべ志穂)라는 만화가의 작품이다. 와나타베시호는 1999년부터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이 작품을 포함해서 2개의 만화가 드라마화됐는데 꽤 인기가 있나보다.
산죠 메이카(三条明花) 18살 - 여주인공 야부키 나코(矢吹奈子), 2001년 생 - 철강재벌가인 산죠가문의 외동딸.
복장 상태로 봐선 오늘이 결혼식인 것 같다.
결혼식장에 갑작스러운 소란.
산죠의 회사에서 해고당한 직원이 난동 중.
여주인공답게(?) 외동딸이 손쉽게 제압
하는 듯 했으나 난동범은 빠져나가서
떨어진 칼을 주어 반격을 하려는데 나타난
남자 주인공
코우(煌, 빛날 황, 남주인공 답게 이름이 참으로 빛난다)
메이카의 정혼자 후지미야 코우(藤宮 煌) - 후지이 류세이(藤井流星), 1993년생, 일본 남자 아이돌 쟈니스West 멤버 -
만화의 남자주인공과는 달리 기생오라비처럼 생기진 않았다.
난동자는 역할을 다했으니 치운다.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키는 150cm, 180cm. 그럭저럭 괜찮은 그림이다.
이 둘은 결혼할 사이.
여자들은 이 장면에 난리가 나고.
나는 10살 때부터 나를 지켜주던(근접경호를 의미) 이 사람이랑 결혼을 한다.
고교졸업하면 결혼하라구요!
부모님들은 고교졸업후에 어차피 전업주부가 될테니 가능하면 빨리 결혼을 해야 한다며 이야기하고(아마도 분위기나 뉘앙스상 산죠가의 수장인 할아버지의 입김이 작용하는 듯)
중매결혼은 싫어라며 울부짖는 메이카.
예? 경호원인 저랑 결혼요?
그래, 형식뿐인 결혼. 다른 여자랑 사귀어도 괜찮아. 불륜도 자유. 부탁이야, 난 연애가 하고 싶어.
그래서 이 둘은 위장결혼까지 오게 됐는데
연애가 하고 싶다고? 그러면 남편인 나랑 하면 돼.
에? (이러면 나가린데)
직역을 하자면 <18세, 신부 불륜합니다> 너무 딱딱하다. 한국식으로 제목을 짓자면 하고 생각해보니 <새댁은 낭랑 18세, 불륜을 원해>.. 좀 딱딱하고 <불륜을 원하는 새댁은 낭랑18세>... 야동제목같고. <새댁은 낭랑18세, 사랑을 하고 싶어> 정도가 적당할 듯.
위장결혼은 했지만 고교졸업후 대학도 가지 않으니 할일이 없어서 집에서 한가하게 지내고 있는 차에 대학생이 된 고교동창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심심하다고 하니 친구는 신입생 환영회에 오지 않을래라고 묻고(대학도 안간 얘가 갈리가..)
해맑게 '아싸 불륜 찬스'라며, 간다고 하는 메이카,
대학 신입생 환영회를 요즘은 이런데서 하나 싶긴 하다. 이 가게는 PPL인지 잠시 가게명이 나오는데 토라에몬 칸다점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메이카. 옆에 앉은 이가 전화를 한 친구 미오리.
미오리는 메이카에서 뒷쪽에 앉은 1년 선배로부터 사귀자는 고백을 받았다며
첫 남자친구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중이라는 이야기를 해준다.
뭘해도 즐거울 나이.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메이카 앞에
아까 얘기한 1년 선배가 나타나서는 전화번호를 물어본다.
자기 친구에게 고백했으면서 왜 다른 여자에게 찝적대느냐며 친구에게 사과하라고 정색을 한다.
야 너 깬다라며 황당해하는 바람둥이.
왜 사랑을 그리 가볍게 적당히 하느냐며 정색을 하며 나무란다(자신은 연애를 하고 싶어서 위장결혼까지 했는데 말이야).
메이카는 사랑에 목숨을 거는 타입인 듯.
바람둥이는 와.. 너 정말 깬다라며 자리를 뜬다.
다른 훈남이 나타나서 "괜찮아?"라고 물어보고는
바래다준다. 오 좋은 흐름이야.
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훈남은 "모시고 왔습니다"라며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남편.
어이 없어하며, "감시했던거야?"
아가씨(귀한 가문의 귀한 여자를 지칭하는 의미, 우리가 보통 쓰는 아가씨가 아님)를 보호하는 게 내 임무야.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훈남.
내가 식당까진 따라갈 수가 없어서 그 학생에게 뭔 일이 생기면 도와달라고 부탁했어(아주 치밀하고 주도면밀한 넘이다).
뭔가 기분이 나빠져 돌아가는 메이카.
여기서 좀 대화가 오가는데, 메이카가 10살때 유괴당할 위기의 순간에 당시 학생이던 코우가 그녀를 구해준다. 그 이후에 산죠가문에서 코우를 메이카의 경호원으로 채용한 듯. 어릴 때부터 그녀를 보아온 코우는 그녀의 성격과 가치관등을 잘 알고 있다. 그런 강단있는 그녀가 나는 좋다며, 제대로 된 연애를 하고 싶으면 나랑 하라고 이야기한다.
뭐라고?
이런 너를 사랑해줄 수 있는 이는 나밖에 없다며 가스라이팅을 하는 코우. 이게 리즈 시절의 김탁구나 정우성 정도의 마스크가 이런 대사를 치면 웬지 이해가 될텐데 개기름 번지르한 도둑넘처럼 생긴 넘이 이런 대사를 하니 전혀 납득이 되질 ㄴ않는다. 배우는 그래서 마스크가 정말로 중요하다.
위장결혼이어도 결혼반지는 하나 있어야 하지 않냐며 반지를 사러 온 두사람.
코우는 수수한 반지 하나를 골라서 끼워준다. 손이 귀엽게 생겼다.
웬지 마음이 흔들리는 듯한 눈빛.
갑자기 이 반지는 어떠시냐며 뜬금없이 다가온 직원.
코우는 "마유미?"라며 화들짝 놀라고
마유미는 코우의 대학선배.
얘기를 나누는 도중 전화가 와서 코우는 자리를 비우고
이야기 도중, 코우는 등에 있는 점도 섹시하죠라고 말하는 마유미.
응? 지금 날 떠보는건가?
코우와 보통 사이는 아니었을 것 같은 분위기.
코우가 돌아오자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며 자리를 뜨고
기둥 뒤에 숨어서는 갑자기 기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빨리 코우에게 불륜 찬스가 오다니 하며 기뻐한다. (응?)
메이카가 숨어서 지켜보는 걸
본 마유미.
결혼 축하 선물을 준다면서
화끈한 결혼선물을 준다.
그 장면을 보곤 웬지 기쁜 표정이 사라져가는 메이카.
과거 꽤 깊은 사이였던 듯.
집에 돌아와서는 반지를 보며 생각에 잠긴 메이카.
둘의 키스장면을 생각하며, 작전성공이라며 정신승리 중인 메이카.
돌아온 코우에게 메이카는 마유미와 잘해보라고 하자, 코우는 내가 품을 사람은 너일거라고 한다.
갑자기 그런 달달한 말은 하지 말라며, 마유미랑 키스도 했으면서라며 히스테리를 부리며 반지를 내던진다.
사춘기인지 감정상태가 휙휙 미친여자 널뛰듯이 한다.
코우는 반지를 다시 주워주며, 정 그렇다면 이 반지를 환불하라고 한다. 그러면 경호원으로 돌아가겠다고.
메이카는 반지를 환불하러 가고,
마유미는 어제 자신이 코우와 키스한 것 때문에 그러냐며 묻고는, 코우는 여태껏 어떤 여자와도 진심으로 만난 적이 없다며, 어제 반지를 끼워주는 코우의 모습에서 메이카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구나라고 느껴서 심술을 부린 것이라고 약을 판다.
또 순진하게 넘어가는 중인 메이카. 이래서 세상 물정 모르고 자란 이런 아가씨들은 로코의 주인공 외엔 쓸모가 없다.
아침 출근길에 배웅을 나온 메이카.
손에 낀 반지.
뽀샤시 필터를 너무 많이 썼다.
순정만화라 그런지 감정선의 기복이 미친년 널뛰듯하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아직은 2화가 쪼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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しら-ける [白ける]
1. 바래서 허예지다; 퇴색하다.
写真が白ける
사진이 바래다. (=あせる)
2. 흥·분위기가 깨지다.
座(ざ)が白ける
좌흥이 깨지다.
いや なんかシラけるわ この子 이야, 깬다 얘.
なんだよ シラけんだけど 뭐라는거야, 확깬다.
みはる [見張る]
1.((瞠る)) (눈을) 크게 뜨다.
2.망보다, 파수하다, 지키다.
見張らせてた 지켜보고 있었던거야?
かしゃ [華奢] 화사, 호화, 화려하고 사치함.
ふみにじる [踏みにじる·踏み躙る] 밟아 뭉개다, 짓밟다, 유린하다.
The end of the world
예전부터 멜로디는 알았던 곡이었지만 이 노래를 제대로 알게 된 계기는 몇년 전 개봉한 영화 <이터널스(Eternals)>의 예고편의 음악으로 쓰였기 때문이다(본편에서 이 노래가 OST로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웬지 서정적 멜로디의 노래를 SF블록버스터의 예고편 주제가로 사용한 언발란스함때문에 더욱 각인되는 효과가 있었지 않나 싶다. <이터널스>의 주요 위기가 세상의 종말이었기 때문에 광고영상에 이 노래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하루키의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고 나서 그 전작(?)이라 할 수 있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그 책 서문에 이 노래의 가사가 등장하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하루키의 초기작품을 보면 이렇듯 대중가요의 가사가 서문으로 등장하는 일이 종종 보인다.
노래의 가사를 보면 실연을 한 사람의 마음 상태를 비유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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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does the sun go on shining?
Why does the sea rush to shore?
Don't they know it's the end of the world?
'Cause you don't love me any more
태양은 왜 여전히 빛나지?
파도는 왜 해변으로 몰려오지?
그들은 모르나? 세상이 이미 끝났다는 것을.
당신이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은 그때부터 말이야.
Why do the birds go on singing?
Why do the stars glow above?
Don't they know it's the end of the world?
It ended when I lost your love
새들은 왜 또 노래하고,
별들은 아직도 빛나는거지?
그들은 모르나? 세상이 이미 끝났다는 것을.
내가 당신의 사랑을 잃었던 그때 말이야.
I wake-up in the morning, and I wonder
Why everything's the same as it was
I can't understand, no, I can't understand
How life goes on the way it does
아침에 깬 나는 너무나 이상했지.
왜 모든 것이 예전과 똑같지?
이해가 안돼, 전혀 이해가 안돼.
왜 삶이 여전히 그대로인건지.
Why does my heart go on beating?
Why do these eyes of mine cry?
Don't they know it's the end of the world?
It ended when you said, "Good-bye"
심장은 여전히 뛰고,
왜 나의 눈에선 눈물이 나는 걸까?
그들은 모르나? 세상이 이미 끝났다는 것을.
당신이 "안녕"이라고 말했던 그때 말이야.
Mmm, mmm, mmm, mmm
( Why does my heart go on beating?)
(Why do these eyes of mine cry?)
Mmm, mmm, mmm
Don't they know it's the end of the world?
It ended when you said, "Good-bye"
그들은 모르나? 세상이 이미 끝났다는 것을.
당신이 "안녕"이라고 말했던 그때 말이야.
그 꿈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
자전적 에세이. 전반부는 성장기의 에피소드 후반부는 사회에 나가서 정치에 입문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정치입문 후의 역경을 다루고 있다.
이재명에 대해 알고 싶으면 함 봐두면 좋을 내용. 사실 인터넷에도 많이 퍼져있는 내용이라 이재명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웬만큼은 알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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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8
무려 프레스공! '나름 성공한 열다섯이었다.'라고 쓰려다 만다. 성공은커녕 고무기판 연마기에 손이 남아나질 않아 공장을 옮겼더니 더 위험한 샤링기를 만았고, 샤링기에서 떠나니 프레스기 앞에 앉아 있었다.
세상은 소년공의 안전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대양실업에서는 사흘이 멀다 하고 권투경기가 열렸다. 권투가 인기 있던 시절이었다. 경기는 점심시간 공장창고에서 벌어졌다. 직원 단합이나 복지 차원의 경기는 아니었다. 선수는 신참 소년공들이었고, 선수 지명권은 반장과 고참들에게 있었다. 지명당한 소년공들은 무조건 글로브를 끼고 나가 싸워야 했다. 그리고 고참들은 자기들이 먹을 '부라보콘' 내기를 걸었다. 그리고 그 부라보콘 값은 권투 아닌 격투기에서 진 신참 소년공의 몫이었다.
하고 싶지도 않은 경기를 해야 하는 소년공은 경기에 지면 돈까지 내야 했다. 나도 지목당하면 꼼짝없이 경기에 나갔다. 한달 용돈이 500원인데, 부라보콘은 100원이던가? 경기에서 지면 부라보콘 세 개 값인 하루 일당을 고스란히 빼앗겼다. 정말 '개떡' 같은 경기였다.
나는 그때 이미 왼팔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벼락같이 떨어지는 육중한 구형 프레스기가 왼쪽 손목을 내리치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조금만 더 늦게 팔을 뺐다면.... 손목이 부어올랐지만 타박상이려니 하고 빨간약과 안티프라민 연고나 바르고 말았다. 손목뼈가 깨졌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부기가 가라앉은 뒤에도 통증은 가시지 않았고 프레스기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아팠다. 내색하면 프레스공 지위를 잃는다는 생각에 아픈 걸 참고 숨기며 더 열심히 일했다. 그게 평생의 장애가 될지 그땐 몰랐다. 프레스기에서 밀려나지 않는 것만 중요했다.
p71
악착같이 공부하겠다는 마음으로 도금실에서 락카실로 옮겼다. 락카실은 이중으로 밀폐된 구역이어서 방해를 덜 받았다. 나는 최고 속도로 작업 물량을 끝내놓고 남은 시간에 공부했다. 그 시간이 내겐 유일한 도피처였다.
그런데 몸이 자꾸 말썽을 부렸다. 두통이 잦아졌고 코가 헐기 시작했다. 락카실은 독성물질이 배출되지 않아 화공약품 냄새가 지독했다. 결국 나는 그곳에서 후각의 반 이상을 잃었다. 좋아하는 복숭아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됐다.
프레스기에 치인 손목도 통증이 심해지고 있었다. 한 해 키가 15센티나 컸는데, 두 개의 손목뼈 중 성장판이 파손된 바깥뼈만 자라지 못하고 있었다. 팔이 눈에 보일 정도로 뒤틀리면서 밤새 끙끙 앓는 날이 많았다.
p76
아버지에 대한 내 감정도 양가적이었다. 비 오는 어느 새벽 아버지와 쓰레기를 치우는데 급기야 일을 못 할 정도로 빗줄기가 굵어졌다. 우리는 시장통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았다.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꼬박꼬박 조는 내 모습을 본 아버지가 가게 좌판에 누워 눈 좀 붙이라고 했다.
새벽에 누가 깨웠다. 엄마였다. 흠뻑 젖은 작업복을 입고 오들오들 떨며 자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엄마는 말없이 눈물을 쏟았다. 그때 아버지는 희뿌연 여명 속에서 비를 맞으며 혼자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재명이 댈꼬 드감더."
엄마가 소리쳤다. 아버지가 천천히 돌아보더니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아버지의 그 모습이 문득 아렸다.
생각하면 아픈 것들투성이.
그래도 아버지, 그래서 아버지였다.
p79
손목 통증으로 밤새 끙끙 앓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치료받을 길은 요원했고 치워야 할 쓰레기는 끝도 없이 나왔다. 밤새 쓰레기를 치우고 오면 나는 젖은 박스처럼 구겨져 잠이 들었다.
어느 날 잠결에 엄마와 아버지가 하는 얘기가 들렸다.
"재맹이가 저러다 평생 빙신이 되머 우야니꺼?"
"돈 벌어서 수술하머 될끼라."
"집 살라꼬 모다돈 돈으로 아 수술부터 시켜야 되잖겠니껴?"
엄마의 말에 의식이 또렷해졌다.
"그 돈은 아무도 손 못 대."
엄마와 아버지의 말이 머릿속에서 수없이 재생됐다. 한창 예민한 열입곱 살이었다. 가난은 아득해 보였고 한 팔을 못 쓰는 사람이 되어서도 살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온갖 절망적인 생각이 나를 삼키고 있었다. 눈물이 베개를 적셨다.
다락에 연탄불을 피우고 수면제를 먹었다. 잠은 쉬 오지 않았다. 세상과의 영원한 작별이었다. 슬프기도 했지만 홀가분하기도 했다.
얼마가 지났을까? 나는 멀쩡하게 눈을 뜨고 다시 깨어났다. 연탄불을 꺼져 있었고 정신은 말짱했다. 공장 친구들은 그 정도면 죽는다고 했는데... 수면제가 부족했던 모양이었다. 다시 기회를 보기로 했다.
다시 약국에 들렀다. 또 수면제를 달라고 하면 이상하게 여길 듯해 이번에는 동생 핑계를 대고 수면제 20알을 샀다. 약사가 잔소리가 많았ㅈ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유서를 썼다. 엄마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보였다. 너무 지쳤다고 말하고 싶었다. 눈물 때문에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다.
다시 연탄불을 붙이고 꾸역꾸역 수면제를 삼켰다.
p.156
나는 승률이 높은 변호사였다. 사건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법리는 물론 최신 판례까지 샅샅이 뒤져 변론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재밋게도 내가 노동자들을 변론하느라 재판정에서 맞붙었던 회사와 기업주들이 나에게 다른 사건을 의뢰하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들은 나로 인해 패소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내가 자기들 변호사였으면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기업들은 노사문제가 아닌 민사사건을 가지고 왔다. 수임료가 괜찮았다.
법률상담도 열심히 했다. 답을 못 찾겠으면 며칠 뒤 다시 오라고 한 뒤, 책 사서 공부하고 판례를 분석해 답을 찾았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최신 판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책자로 만들어 전국의 변호사 사무실로 팔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성남에서 최신 판례집을 빠짐없이 구입해 탐독하는 건 나뿐이었다.
"돈도 안 받는 무료상담을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
하루는 무료상담이 끝난 후 이영진이 물었다. 얼굴에 의아함이 가득했다.
"내가 답을 찾아주지 않으면 저 사람들은 성남 어디 가서도 답을 찾지 못할 거야. 성남의 변호사인 내가 해야지."
나의 대답에 대한 감상평이랄까. 이영진은 그 시절의 나에 대해 이렇게 전한다.
"재명이는 늘 공부했어요. 보통 변호사 되고 나면 공부 안 하거든요. 그래서 머리가 굳고 생각도 굳는데, 재명이는 안 그래요. 또 재명이는 질 사건은 맡지 않았어요. 질 게 분명한 걸 가지고 소송하려고 하면 하지 마라, 해도 진다, 시간과 돈만 날린다, 그렇게 얘기했어요. 그런데도 우리 말 안 듣고 기분 나빠하며 다른 사무실 찾아가서 소송한 사람들 어떻게 되었겠어요? 지고 나서 후회하며 우리한테 와서 그때 변호사님 말 들을 걸 그랬다고 후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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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뷰 특혜사건'은 분당 백궁/정자지구의 상업/업부용 토지를 주거용으로 용도변경하고 정/관계 유력인사들에게 특혜분양한 권력형 비리였다. 토지를 용도변경해 아파트를 짓는 일은 건설업자에게 엄청난 차익을 안겨주는 것이었다. 나는 1999년 말부터 용도변경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반대운동에 나섰다. 하지만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남시는 용도변경했고, 이 땅의 가치는 천정부지가 되었다. 사건을 파헤쳐 나갈수록 배후에 토건업자와 정관계, 검찰, 언론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고리가 버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역의 변호사 한 명과 시민단체가 맞서 싸우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상대였다. 주변에서 다친다며 물러서라는 권유가 잇달았다. 무모하다고 했다.
나라고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몰랐다면 모를까 부정이 행해지고 있음을 알게 된 이상 물러서는 것은 옳지 않았다.
결심은 그러했지만 실제의 상대는 예상보다 막강했다.
토건세력은 처음엔 회유책으로 나를 포섭하려 했다. 내가 지역의 노동자와 시민을 위한 언론사를 만들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뒤 20억을 투자해주겠다고 제안을 해왔다. 20억, 천만 원도 없어 사무실 개업비용을 빌렸던 내게 20억이라.. 나는 이런 제안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동료들에게 얘기했다. 그리고 이렇게 반문했다.
"우리가 양심을 팔려면 얼마를 받아야 할까?"
돈으로 사람도, 영혼도 살 수 있다고 믿는 세력들이었다. 나는 한 5천억은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성남시민모임과 같은 단체를 전국적으로 2~3백 개쯤 만들어 운영하려면 그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모두가 웃었다. 웃픈 농담. 그들은 이날의 농담을 소문냈다. 이재명이 20억이 적다며 5천억을 요구했다고.... 덕분에 내 양심의 공시지가는 20억에서 5천억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회유가 먹히지 않으니 다음 단계는 협박이었다. 나를 향한 협박까지는 견딜 만했다. 하지만 가족을 해치겠다는 협박에는 나도 힘들었다. 그들은 사무실은 물론 집으로도 전화를 해댔다. 새벽에 전화해서 아내에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반까지 대면서 좋지 않을 거라고 했다. 아내가 무척 고통스러워했다.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었다. 나중에 보니 경찰서 간부도 한패였다.
결국 나는 허가를 받고 6연발 가스총을 구비했다. 양복 주머니에 총을 넣고 다녔다.
상대는 거대한 골리앗이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생의 방향을 결정할 커다란 물음 앞에 서 있었다.
p168
아파트 특혜분양은 곁가지였다. 몸통은 땅의 가치를 천정부지로 뛰게 한 용도변경이었다. 어마어마한 이득이 발생하는 지점. 나는 사건의 본질을 추적하는 KBS '추적 60분' 팀의 취재와 인터뷰에 응했다. 나와 인터뷰 도중, 내 사무실에 오기 전 수차례 검찰을 사칭해 시장 비서진과 통화하며 시장과의 연결을 요청한 KBS 피디에게 시장으로부터 통화하자는 음성메시지가 왔다. 용도변경의 최종 인허가권자였던 성남시장에게 전화한 피디는 자신이 파크뷰 사건 담당검사라며 솔직하게 전모를 털어놓을 것을 종용했다. 당시 성남시장(인터넷 검색해보면 나온다. 김병량 시장이다)은 내막을 털어놓았고, 기자는 통화를 녹취했다.
며칠 후 녹취가 '추적 60분' 방송으로 나갔지만 반향이 없다. 나는 피디에게 통사정해 녹취파일을 받아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했다.
마침 지방선거와 맞물려 세상이 뒤집혔다. 당황한 성남시장은 피디의 검사사칭 배후로 나를 지목했고, 검찰은 나를 공범으로 기소했다. 억울해서 대법원까지 가며 싸웠지만 결국 유죄로 벌금 150만 원을 받았다. 사칭한 PD는 선고유예였다.
'파크뷰 특혜사건' 싸움은 몇 년에 걸쳐 계속됐다. 무려 499세대를 정관계, 법조계, 언론계의 유력자들에게 특혜분양한 사실이 드러났고, 도움을 주고 돈을 받은 경기도지사 부인, 성남시장, 경찰간부, 언론인, 정치인 등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되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 사건은 나와 부동산마피아, 음험한 기득권 세력과의 전선이 구축되는 순간이었다. 이 일을 두고 어떤 평론가는 내가 '부동산 패권주의 세력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부동산투기 세력은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땅을 통한 그들의 이익 추구는 만족을 모른다.
그들은 전방위적인 수단을 동원해 부동산값 상승을 부추기고, 서로 결탁해 범법하며 천문학적 이득을 취한다. 그들은 이기기 어려운 거악이자 우리 사회의 숨은 실력자들이다.
p170
토건마피아와의 싸움은 지금도 계속된다.
대장동 개발사업 또한 다르지 않다. 대장동 건은 이미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때도 내가 검찰에게 기소당한 사건이다. 검찰은 개발이익금 5,503억 원을 시민 몫으로 환수했다는 내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라고 기소했다. 결론은?
'무죄'였다.
검경은 이미 그때 현미경을 들이대듯 대장동 사업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내게 부정과 비리가 있었다면 이미 그때 그 점을 문제 삼지 않았겠는가.
원래 LH의 공공개발로 추진되던 대장동 개발사업을 민간개발로 바꿔놓은 것 국민의힘 세력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은 다음 포스팅을 참고하라)
https://lachezzang.tistory.com/1332
https://lachezzang.tistory.com/1333
https://lachezzang.tistory.com/1334
하지만 나는 성남시장이 되면서 민간개발을 막고 성남시 공공개발을 추진했다. 공공개발로 시민 모두의 이익이 돼야 한다는 것이 내 원칙이었다.
국민의힘 세력의 저지로 공공개발이 막히자 공공민간 합동개발이라도 해서 최대한 공익환수를 하기로 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도 써야 한다. 국민의힘 세력이 장악한 시의회의 반대로 지방채 발행이 막혀 성남시 예산만으로는 개발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민간투자를 받아야 했다. 이에 나는 원칙을 세웠다.
자본은 민간이 댄다. 손해와 위험은 민간이 진다. 성남시는 사업이 어떻게 되든 고정이익을 취한다.
오히려 민간사업자가 계약을 꺼릴만큼 성남시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사업방식이었다.
25억을 투자한 성남시는 당초 예상이익의 70%인 4,400억가량을 환수했고 1조 3천억을 투자한 그들은 몫은 30%인 1,800억이었다. 나중에 지가 상승으로 그들의 이익이 2천억가량 늘어났지만 성남시가 업자들에게 1,400억을 더 부담시켜 전체이익의 60% 가량을 환수해 시민들에게 돌린 결과가 됐다. 내가 아니었으면 5,800억도 그들 업자와 정치인, 전직 검사들의 몫이 되었을 것이다.
부동산 투기세력은 나의 기습에 또다시 당한 셈이다. 토건마피아가 지금까지도 결사적으로 나를 반대하는 배경이다.
땅을 통한 그들의 이익 추구는 매일매일 성실히 일하며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박탈감을 준다.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으로 다수의 사람들을 벼락거지로 만든다. 공동체 전 구성원들로 하여금 이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회의하게 만든다.
불로소득은 누군가의 손실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누군간의 피눈물이다. 이 적폐를 뿌리 뽑지 않고서는 공정과 정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이다. 이제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주거권을 보장할 때다
지역균형발전, 수도권 집중완화, 대규모 주택공급, 기본주택등의 영민한 정책집행이 필요하다. 하기로 작정하고, 용기있게 결정하고, 과감히 실행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 자신감이 내게는 있다.
국민들의 머릿속에서 집 걱정 사라지게 하는 것이 내 목표 중 하나다. 혼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부정과 불의를 끝내겠다는 백만, 천만 국민의 뜻과 의지가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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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때 일이다. 1주일의 군사학교 입소훈련을 앞두고(*1988년까지 고등학교, 대학에 교련교육이 있었다. 남자의 경우 대학 1학년때 문무대에 입소해서 1주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았으며, 2학년때는 전방 군부대에 입소해서 1주일간경계 근무 체험 - GOP에서 철책선 근무, 매복 등 -을 하게 된다. 학생 때 힘든 경험일 순 있는데 문무대 1주일 입소 혜택이 군대 45일 면제, 1주일 군부대 입소가 군대 45일 면제, 합하면 90일, 무려 3달의 군대 기간 면제 혜택이 있었다. 당시 일반적 육군의 복무기간은 30개월이었는데, 이 혜택 여부에 따라서 대학을 나온 후임병장이 그렇지 않은 선임병장보다 먼저 제대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이 당시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2학년을 마치고 나서 휴학을 하고 군대를 가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교련 교관이 장애를 증명하는 진단서를 떼어오라고 했다. 성남의 가장 큰 병원으로 갔다. 진단비가 2만 원이라고 했다. 돈이 없던 나는 발길을 돌렸고, 다음날 어렵게 2만 원을 마련해 들고 갔다. 그런데 병원에선 접수비 1천 원을 더 내라고 하더니 X-선비 1만8천 원도 추가로 요구했다. 무려 3만9천 원이었다. 화가 났다. 다른 병원에 정화를 걸어봤지만 취급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병원은 에누리 없는 시장논리로 사람을 대하고 있었다.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치료도 포기했던 나였다. 마음이 씁쓸했다. 나는 진단서를 포기했다. 그리고 경험 삼아 입소를 하기로 하고,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군사훈련을 받았다.
그런 일을 겪으며 의료에서 공공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다급한 생명의 문제이지 않은가? 성남시립병원 설립 추진운동은 다수 서민들을 위한 길이었다. 결국 나는 추진위원회의 공동대표를 맡게 됐다.
우리는 시립병원을 세우기 위해 주민발의 조례제정에 나서기로 했다. 주민발의 조례제정은 지방자치에 처음 만들어진 제도였고 교과서에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현실에서 실현하겠다고 꺼내 든 것.
지역 정치인들이 비웃었다.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퍼포먼스 정도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진심이었다. 나 또한 그때도 지금도 한다면 하지 시늉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 우리는 노상에서 핸드마이크를 들고 주민발의 참여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노조원들과 성남시민모임뿐만 아니라 변호사 사무실 상근자들까지 달라붙었다. 새벽 2시까지 일하는 날들이 반복됐다.
그렇게 주민발의자 18,595명을 모았다. 주민발의자는 자신의 거주지와 신원을 증명하는 주민증까지 확인해야 한다. 그런 발의자를 3주 만에 2만 명 가까이 모은 것이었다. 설립 지지 성명에는 2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다. 구도심 지역 시민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였다.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에 우리 모두가 놀랐다.
p176. 47초 만에 무산된 시민의 꿈
마침내 2004년 3월 24일, '성남의료원 설립 및 운영조례안'이 성남시의회에 상정되었다.
당일 시의회 참관인석에 자리 잡은 우리는 시장과 시의원들이 시립의료원을 설립하라는 성남시민의 압도적인 바람과 여론을 쉬 무시하지 못할 거라 여겼다. 하지만 잠시 후 믿을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단 47초 만에 '심의보류'가 선포된 것이다. 심의보류는 사실상 부결이자 폐기였다. 최소한의 찬반 토론도 없이 그랬다. 경악스러웠다.
유동인구 50만이 넘는 성남 본시가지에 변변한 종합병원은 물론 공공의료시설이 제대로 없었다. 주민들은 가장 필요한 것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또 정당한 권리와 방법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단 47초 만에 날치기로 묵살당했다. 한나라당이 장악한 성남시의회는 시민을 발끝에 차이는 돌부리만큼도 여기지 않았다. 분노한 우리는 본회의장으로 들어가 강하게 항의했다. 놀란 시의원들은 서둘러 꽁무니를 뺐다.
텅 빈 회의장에 주저앉아 모두 울었다.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 주권재민은 사전에만 있는 죽은 언어란 말인가.
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성남시의회는 한술 더 떠 시민대표와 나를 특수공무집행 방해로 고발했다. 그것이 시민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였다. 나는 체포를 피해 시청 앞 주민교회 지하실에 숨었다. 체포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고발당한 시민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변호사님,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교회 지하실로 찾아온 인하병원의 노조위원장 정해선이 물었다.
"우리가 만듭시다."
내가 대답했다.
"어떻게요?"
"우리가 시장 합시다. 그리고 우리가 병원 만듭시다."
그 일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아 파크뷰 사건에 이어 두번째 전과가 생겼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3년 나는 성남시장으로서 성남시 의료원 착공식에 착공 기념 발파 버튼을 눌렀다.
p180. 이재명 제거 작전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나흘에 3일꼴로 압수수색과 조사, 감사, 수사를 받았다.
집무실과 집에 대한 압수수색은 기본이었고, 검경은 해외출장 시 퉁화한 목록, 어머니가 시청에 출입한 CCTV 기록까지 요구했다. 성남시 공무원 수십 명이 조사를 받기도 했으며, 시청과 집에 50명의 검사와 수사관이 들이닥치기도 했다.
2012년 이명박 정권은 나에 대한 40쪽 분랸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청와대와 행안부, 한나라당 소속 김문수 지사의 경기도가 성남시에 대한 내사에 들어가 2개월에 걸쳐 조사한 결과다.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는 나를 물너나게 해야 하며, 성남의 보수 시민단체를 움직여 주민소환 투표를 유도한다는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거론됐다고 한다.
최근까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이 개혁하려 했던 구태 검찰세력은 나를 잡기 위해 온갖 시도를 했다. 때문에 선출직 공직자 생활 12년 동안 처음 2년을 뺀 나머지 기간 내내 정치적 명운을 건 사법투쟁을 계속해야 했다.
나는 기득권의 표적이며 끝없이 감시받아 왔다.
왜 그러한가. 덤볐기 때문이다. 공익을 위해 덤볐다. 적폐와 손잡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온갖 의혹이 더해졌고 '아니면 말고' 식의 언론보도로 수없이 고약한 이미지가 덧대졌다. 나는 내가 어항 속 금붕어임을 잘 알고 있다. 호시탐탐 나를 제거하려는 세력은 지금도 매순간 나를 캐고 흔들어댄다. 이는 팩트이다. 그러하니 부패가 내겐 곧 죽음이다.
내가 희망하는 사회는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내가 도움이 될 수 있길 희망한다.
하지만 누구나 더불어 함께 잘 사는 그런 세상은 가만히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니어서, 나의 싸움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다만 혼자 싸워서는 절대 이길 수 없음을 절절히 느낀다. 함께 싸워줄 동지들이 필요하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전작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 6년만에 나온 신작. 하루키 작품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작품의 초반부를 읽으면서 얼마되지 않아 '익숙한 스토리와 구성인데?'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도시를 묘사하는 부분에서부터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그대로 떠올리게 된다.
소설 말미에 작가후기에서도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중편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1980년 문예지 '문학계' 발표)를 처음 다듬어서 쓴 장편이 1996년에 나온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였다고 밝혀놨다.
작가는<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는 다른 대응이 또 있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하는데 속마음으로는 아마도 조금은 미진하거나 걸리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도 든다.
개인적으로도 1996년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세계의 끝>은 최근(2년 전쯤)에 들어서야 읽어봤는데 별로 재미가 없었다. 다 읽고 나서도 뭔가 빠진 부분이 있다고나 할까?
이 작품도 그리 개운하진 않다. 카페 여주인과의 스토리를 좀 더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데 급작스럽게 끊겨버리는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세계의 끝>보다는 진일보한 작품이란 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을 것 같다.
작품후기 말미에 작가는 이런 말을 한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말한 것처럼 한 작가가 일생 동안 진지하게 쓸 수 있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그 수가 제한되어 있다. 우리는 그 제한된 수의 모티프를 갖은 수단을 사용해 여러 가지 형태로 바꿔나갈 뿐이다 - 라고 단언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요컨대 진실이란 것은 일정한 어떤 정지 속이 아니라, 부단히 이행 = 이동하는 형체 안에 있다. 그게 이야기라는 것의 진수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할 따름이다.'
하루키의 주요한 작품은 크게 3개라고 본다.
1. 양 3연작 시대(초기)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
2. 노르웨이의 숲
3. 태엽 감는 새 연대기 이후
특히 <태엽 감는 새 연대기> 이후의 작품은 거의 동일한 모티프의 변주이고 그 중 최고의 작품은 <태엽 감는 새 연대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번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여전히 내겐 2% 정도 부족해보이는데, 70대가 넘는 노작가가 아직도 그의 작품 세계의 결말을 내지 않고 정진하는 모습은 어떤 면에선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부분도 있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 설경의 비밀
강동원이 열일할 거라고 예상했고 역시 강동원이 열일했다.
극의 초반에 나온 기생충 컨셉의 부부와 딸(기생충에 나온 이정은, 박명훈이 역시 부부로 나온다. 이번엔 집주인으로, 그리고 싸가지 딸내미는 정지소가 아닌 조이현이)은 특별출연 정도의 분량인데 감독이랑 친분이 있거나 아니면 제작자 친분?
감독이 기생충의 오마쥬를 노린걸까 싶기도 하고.
원작은 웹툰 빙의라고 한다. 최근 나오는 국내 영화나 드라마들이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것이 많은데 이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웹툰이라는 장르 자체가 영상화와 궁합이 잘 맞는 측면이 있고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유리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다만 웹툰을 기반으로 하면서 작품성이라는 부분에서 우려되는 바가 있긴 하다. 최근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무빙'을 보면 그런 우려가 기우일 수는 있기도 하지만 원작자 강풀이 각색가로 참여하면서 웹툰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도리어 한국 영상들의 질적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내용은 천박사의 할아버지부터 이어온(그러고 보니 왜 아버지가 안나오지?) 악연의 악당인 허준호와 강동원의 대결이 주술적 배경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류로 강동원의 이전 작품인 '전우치'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될텐데 10년전에 비해서 당연히 시각적인 효과등은 훨씬 좋아졌지만 영화 전반적으로는 '전우치'보다는 여러 면에서 떨어진다.
초반은 약간 지루한 감이 없지 않은데 중후반 이후로 갈수록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그럭저럭 볼만하다.
선녀보살로 나오는 박정민의 연기는 좋았다. 그리고 선녀로 강림한 지수는 이뻤다. 지수는 아무래도 블핑 이후 연기자의 길을 모색하는 것 같은데 연기력이 어떨지가 관건이다. 아직 대중에게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줄 기회가 없어서(무슨 드라마를 하나 하긴 했는데 그건 보질 못햇다) 연기력은 여전히 의문스럽다. 이 영화에서는 대사가 전혀 없고 캐릭터상 무슨 연기력을 보여줄 결정적 장면같은 건 없다.
영화의 긴장감은 주연인 강동원 그리고 상대 악역인 허준호가 하드캐리한다. 진부한 스토리와 플롯이지만 이 2명이 영화의 90%를 캐리했다.
주요한 배역인 이솜은 이 장르가 잘 맞지 않는건지 굉장히 연기가 겉돈다. 그간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왔던 시크하고 모던한 이미지가 이 영화에서는 그리 잘 어울리질 않는다.
조연들의 주요한 캐릭터를 보면 감독은 조연들에게 개그코드를 기대한 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거의 웃기는 장면이 없다. 그래서 웬지 조연들도 뭔가 극에 녹아나지 않고 겉도는 느낌이다.
유일하게 범천(허준호)의 점바치 역할을 하는 주보비 배우만이 좀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준다.
주보비 배우의 이력을 찾아봤더니 슬의생2에도 간호사역으로 나왔다는데 기억은 잘 나질 않는다.
최근 영화 '밀수'에서 물질을 하던 해녀 중 하나인 억척이 역으로 나왔었다. 먹을게 없어서 선착장에서 상해서 버려진 물고기를 주워가고 나중에 상어가 나오는 해역에 물질 나갔다가 상어에게 다리를 잃는 역이다. 앞으로 좀 두고봐야 할 듯.
이름은 아무래도 예명같은데 주보비? 임팩트가 너무 없는 이름이다. 주보배?가 아예 나을 듯. 소속사가 있다면 좀 더 임팩트 있고 기억하기 좋은 이름으로 바꿔주는게 좋을 듯.
영화는 킬링타임용으론 그럭저럭 평타 정도 수준이다.
30일
사랑했지만 결혼 후 서로에 대한 미움이 쌓여 결국은 이혼에 이르게 된 부부. 이혼 법정까지 가서 숙의 기간 30일을 가진 후에 이혼최종 결정처분을 받는다. 그런데 바로 그 직후 교통사고를 당해 두 사람 모두 기억상실증을 가지게 된다는 설정.
영화는 뭔가 나사가 빠진 듯 어딘가 부족하고 삐그덕거린다.
재미가 있지도 그렇다고 없지도 않은 애매한 포지션의 영화.
더 이상 볼만한 영화가 없다고 할 때 보면 괜찮을 영화.
정소민의 싸가지 없는 여동생 역으로 나오는 황세인이라는 배우는 첨 보는데 꽤 성깔있고 귀여운 인상이다.
제대로 된 캐릭터를 맡으면 가능성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