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은 초반에 너무 삶의 찌질함을 드러내는 연기의 오버스러움에 살짝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영화를 완전히 하드캐리한다.
카운터 조연의 공명의 연기도 존재감이 있었지만 영화에서 최대의 존재감은 악역의 이무생이다. 이 영화가 느와르는 아닌 권선징악이 명확한 플롯과 스토리기 때문에 그 이상의 악역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이런 류의 영화에서 악역의 포텐셜을 다 끌어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제대로 된 느와르물에서 악역을 한번 맡겨보는 건 어떨까 싶다.
의외로 조연은 선이 지명도와 선이 굵은 연기자들이 나왔는데 라미란을 위시한 여성 4인방으로 최근에 잘나가는 염혜란, 안은진이 극의 활력과 무거워질 뻔한 장면에서 주의 환기를 시켜준다. 장윤주는 이전 영화에서 보이던 예의 그 캐릭터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딱히 결정적인 장면이나 계기가 없어서 겉돈다.
'보이스 피싱'이라는 범죄형태에 대해서 피상적으로만 알아왔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뿌리깊고 조직적인 범죄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감독은 이 모티브로 제대로 된 느와르 한편 찍어도 괜찮겠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쿠키는 없다.
(추가)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 경찰이 극후반에 범인 검거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상은 별로 그렇지 않다. 극초반에 박병은이 보여주는 양아치 경찰의 모습이 실제 사건 당시의 경찰에 모습에 훨씬 가깝다.
지금은 많은 이들이 알지만 김대중은 현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불세출의 영웅과도 같은 인물이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 여권의 정치공작과 마타도어 그리고 같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 김영삼과의 갈등으로 야권에서도 정치공작의 희생양이 되면서 빨갱이, 전라도, 불출마 선언 이후 출마한 대통령 환자와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있지만 대한민국이 전세계에 내놓고 자랑할 수 있는 위대한 정치인이다.
김대중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민주와 현대화의 기틀을 닦았고 그 기틀위에서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지금은 정말 암울한 시절이지만 그가 걸어온 그리고 개척한 대한민국을 되돌아보면 지금의 암울함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극의 초반에 나온 기생충 컨셉의 부부와 딸(기생충에 나온 이정은, 박명훈이 역시 부부로 나온다. 이번엔 집주인으로, 그리고 싸가지 딸내미는 정지소가 아닌 조이현이)은 특별출연 정도의 분량인데 감독이랑 친분이 있거나 아니면 제작자 친분?
감독이 기생충의 오마쥬를 노린걸까 싶기도 하고.
원작은 웹툰 빙의라고 한다. 최근 나오는 국내 영화나 드라마들이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것이 많은데 이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웹툰이라는 장르 자체가 영상화와 궁합이 잘 맞는 측면이 있고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유리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다만 웹툰을 기반으로 하면서 작품성이라는 부분에서 우려되는 바가 있긴 하다. 최근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무빙'을 보면 그런 우려가 기우일 수는 있기도 하지만 원작자 강풀이 각색가로 참여하면서 웹툰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도리어 한국 영상들의 질적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내용은 천박사의 할아버지부터 이어온(그러고 보니 왜 아버지가 안나오지?) 악연의 악당인 허준호와 강동원의 대결이 주술적 배경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류로 강동원의 이전 작품인 '전우치'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될텐데 10년전에 비해서 당연히 시각적인 효과등은 훨씬 좋아졌지만 영화 전반적으로는 '전우치'보다는 여러 면에서 떨어진다.
초반은 약간 지루한 감이 없지 않은데 중후반 이후로 갈수록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그럭저럭 볼만하다.
선녀보살로 나오는 박정민의 연기는 좋았다. 그리고 선녀로 강림한 지수는 이뻤다. 지수는 아무래도 블핑 이후 연기자의 길을 모색하는 것 같은데 연기력이 어떨지가 관건이다. 아직 대중에게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줄 기회가 없어서(무슨 드라마를 하나 하긴 했는데 그건 보질 못햇다) 연기력은 여전히 의문스럽다. 이 영화에서는 대사가 전혀 없고 캐릭터상 무슨 연기력을 보여줄 결정적 장면같은 건 없다.
영화의 긴장감은 주연인 강동원 그리고 상대 악역인 허준호가 하드캐리한다. 진부한 스토리와 플롯이지만 이 2명이 영화의 90%를 캐리했다.
주요한 배역인 이솜은 이 장르가 잘 맞지 않는건지 굉장히 연기가 겉돈다. 그간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왔던 시크하고 모던한 이미지가 이 영화에서는 그리 잘 어울리질 않는다.
조연들의 주요한 캐릭터를 보면 감독은 조연들에게 개그코드를 기대한 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거의 웃기는 장면이 없다. 그래서 웬지 조연들도 뭔가 극에 녹아나지 않고 겉도는 느낌이다.
유일하게 범천(허준호)의 점바치 역할을 하는 주보비 배우만이 좀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준다.
주보비 배우의 이력을 찾아봤더니 슬의생2에도 간호사역으로 나왔다는데 기억은 잘 나질 않는다.
최근 영화 '밀수'에서 물질을 하던 해녀 중 하나인 억척이 역으로 나왔었다. 먹을게 없어서 선착장에서 상해서 버려진 물고기를 주워가고 나중에 상어가 나오는 해역에 물질 나갔다가 상어에게 다리를 잃는 역이다. 앞으로 좀 두고봐야 할 듯.
이름은 아무래도 예명같은데 주보비? 임팩트가 너무 없는 이름이다. 주보배?가 아예 나을 듯. 소속사가 있다면 좀 더 임팩트 있고 기억하기 좋은 이름으로 바꿔주는게 좋을 듯.
내가 본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실망한 작품은 '테넷'이다. 사실 실망이라기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실망이고 뭐고 언급 자체가 의미가 없는 지경이다. 이 영화 보고 재밋다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내 머리가 나쁜가보다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이 작품은 덩케르크(Dunkirk)와 같은 논픽션이지만 덩케르크가 대사를 극도로 절제하고 드라이하면서도 장엄한 전쟁 액션에 중점을 둔 영화였다면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리더로서의 오펜하이머와 전쟁 후 그의 사상검증 청문회의 내용에 촛점을 맞춘 영화다. 그래서 영화 첫장면부터 대사량도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메멘토(Memento)처럼 처음부터 대사를 제대로 쫓아가지 않으면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물론 원작이 되는 오펜하이머 전기 - 어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를 읽어보고 가면 아마도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기 쉬울 것으로 본다. 난 아직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다).
오펜하이머와 개인적, 사회적, 과학적 친분을 가진 모든 이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등장 배우도 엄청 많고(그 많은 배우가 대부분 네임드라는 것이 더 놀랍다. 배우 출연료만으로도 엄청난 제작비가 쓰였을 것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인물도 상당수이기 때문에 그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만해도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영화 예고편과 영화 제작과정에서도 바이럴을 엄청 했듯이 원자폭탄 실험 장면을 CG없이 TNT를 이용(놀란은 진짜 핵폭탄을 터뜨릴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사람이지만 어떤 영화사도 그리고 미국 정부도 허락을 안했을 거기 때문에)해서 실제 핵폭발처럼 보이게 했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건 개뻥이다. 하지만 CG없이 그 정도의 폭발 장면을 찍은 건 대단하다고 까진 할 수 없지마 그럭저럭 봐줄만했다 정도일 것 같다.
이 영화는 음악과 사운드가 큰 몫을 하는 영화다. 그러므로 영상보다는 사운드가 좋은 돌비관 같은데서 보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돌비관에서는 다 내려간 상태라 지금은 볼 수 없다.
개인적으론 오펜하이머의 부인역으로 나온 에밀리 블런트와 애인역의 플로렌스 퓨가 기억에 남는 배역이다. 두 여인 모두 정신적으로 좀 불안한 면을 보이는데 그래도 부인인 키티 오페하이머(에밀리 블런트 분)는 평생 그의 곁을 지키면서 잘 살았던 것으로 보이고, 애인인 진 터틀록(플롤네스 퓨 분)은 오펜하이머와 결별 이후 얼마 있다가 자살을 한다.
영화에서도 진 터틀록의 자살 장면에 잠시 스쳐지나듯 나오지만 진 터틀록의 자살은 미국 정보기관이 혹은 타 세력이 개입된 타살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오펜하이머의 스토리가 재미있는건지 아니면 놀란의 솜씨인 건지 어쨌든 영화는 매우 재밋다. 돌비관에서 다시 열리면 한번 더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