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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환화폐(신용화페)라는 (중앙)은행권은 금 대신 정부가 가치를 보장하는 화폐(채권)이다. 왕이나 오늘날의 대통령 등이 아닌 정부의 경제력이 보증하는 것이다. 국가가 없어지지 않는 한 정부는 마르지 않는 샘에 해당하는 조세권이라는 경제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금 대신 사회 전체 생산물 중 사회몫에 해당하는 생산물이 금의 역할을 대체한 것이다. 국민이 함께 만든 생산물로 불환화폐의 가치를 보증하여 (보유금의 양에 의해 제한되었던) 은행에게 돈놀이의 장애물을 제거해주었기에 (영란등 중앙)은행의 설립 목표를 '공공선과 인민의 이익The public Good and benefit of our People 촉진'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처럼 불환화폐의 가치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생산 중 사회몫으로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는(생계에 필요한 최소소득을 사회소득으로 배분받을 권리가 있듯이) 최소한의 신용 이용에 대한 기본권리를 갖는다. 이재명 대표가 주장하는 '기본금융' 개념은 여기서 비롯한 것이다.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납부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모두 함께 불환화폐 가치를 보증했기에 불환화폐의 혜택인 이른바 '사회금융' 혹은 '공공금융'을 누릴 권리를 갖는 것이다.
<정부 부채는 이자만 갚아나가도 괜찮은 이유 - 근거, 사례 및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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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법을 보면 제1장 총칙이 시작되기 전에 해당 기관을 관할하는 상위 정부조직이 표기된다. 한국은행법에는 '기획재정부(거시정책과)'가 표기되어 있고 해당 기관의 전화번호(044-215-2831)도 옆에 기재되어 있다. 이것은 정부 조직법 가운데 행정각부의 역할을 규정한 제4장의 (기획재정부 역할을 규정한) 27조 ①항에서 화폐에 관한 사무를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① 기획재정부장관은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수립, 경제/재정정책의 수립/총괄/조정. 예산/기금의 편성/집행/성과관리/화폐/외환/국고/정부회계/내국세제/관세/국제금융, 공공기관 관리, 경제협력/국유재산/민간투자 및 국가채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즉 화폐 발행의 원천적 권한은 중앙은행이 아니라 정부라는 이야기이다.
한국은행법 제5절은 정부 및 정부대행기관과의 업무를 설정하고 있는데 정부와의 업무를 72조부터 75조까지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에 대해 돈을 빌려주는 업무를 규정한 제75조(대정부 여신 등)의 ①항에서 "한국은행은 정부에 대하여 당좌대출 또는 그 밖의 형식의 여신을 할 수 있으며, 정부로부터 국채를 직접 인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③항에서 "제1항에 따른 여신에 대한 이율이나 그 밖의 조건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한다"고 되어 있다. 즉 한국은행은 정부가 원하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돈을 빌려 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러한 규정은 세계 모든 중앙은행의 공통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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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국민이 부여한 임무(예:물가안정)를 정치적 잣대에 휘둘리지 말고 수행하라는 정도의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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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일본의 경우 <그림1>에 따르면 1990회계년도의 일본 정부가 상환해야 할 국채 규모는 166조 엔이고 이자부담액은 10.8조 엔이었다.
https://www.mof.go.jp/english/policy/budget/budget/fy2023/02.pdf
<그림1. 위 링크 22페이지>
2010회계년도에는 각각 636조 엔과 7.9조 엔이었다. 그리고 2022회계년도에는 각각 1,043조 엔과 7.3조 엔으로 정부 부채는 급증했는데 이자 부담액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1990년과 2022년 사시에 정부가 상환해야 할 국채 규모는 877조 엔이나 증가했는데 이자 부담액은 오히려 3.5조 엔이 줄어든 것이다. 국채 평균 조달 금리가 6.1%에서 0.8%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IMF <글로벌 부채 보고서Global Debt Monitor>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일본의 중앙정부 부채가 214.27%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견디는 이유 중 하나는,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엔화가 준기축통화라서가 아니라 국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오히려 줄어들어 재정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이는 일본이 인플레이션과 엔저 속에서도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는, 즉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은 어떨까? <그림2>에서 보듯이, 2011~2021년의 10년간 국고채 발행 잔액은 340.1조 원에서 843.7조 원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그런데 그에 대한 이자 부담액은 13.5조 원에서 15.1조 원으로 12%도 증가하지 않았다.
일본처럼 초저금리는 아니지만 한국도 조달금리가 낮아진 것은 마찬가지이다. 세계적 인플레와 금리 인상에 따라 조달금리가 다시 3%대로 올라간 2022년의 경우 국고채에 대한 이자 부담액이 약 30조 원으로 2021년에 비해 약 2배로 증가했다. 이처럼 정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은 정부 채무의 절대 규모보다 이자율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는다.
물론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외국자본의 갑작스러운 유출에 따른 충격도 고려해야만 한다. 국고채를 매각하고 철수할 때 환율 급등을 포함한 외환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12월 기준 외국인은 219.5조 원 규모의 국고체를 보유하고 있다. '1달러=1,300원'을 기준으로 할 때 약 1,688억 달러 규모에 해당한다. 참고로 일본은 2022년 12월 말 기준 외국인이 약 165.3조 엔 규모의 일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1달러=140엔'을 기준으로 할 때 약 1조 1,800억 달러 규모에 해당한다.
2023년 12월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약 4,201억 달러,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 2,950억 달러 정도이니 한국이 상대적으로 더 여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이 엔화 하락을 막으려면 달러를 매각하여 엔화를 사들여야 한느데 외환보유액 사정으로 달러를 적극적으로 시장에 풀기 어렵다. 금리도 인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달러 투입도 어렵다 보니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처럼 정부 채무는 기본적으로 이자를 상환할 수 있으면 지속 가능하다. 이자 지급액은 세금 등 정부 수입에 달려 있고, 정부 수입은 조세율이 변하지 않을 경우 경제성장률에 크게 의존하기에 정부 채무의 지속 가능성을 따질 때 정부의 자금조달 금리(국채 발행 이자율)와 성장률을 비교하는 이유이다. 물론, 외국인의 갑작스러운 자금 유출을 대비해 외국인 보유 규모를 고려한 외환 방어벽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크루그먼이나 아베 등이 정부 채무의 원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이유는 맞는 말이다. 이는 영란은행 설립 과정에서 보듯이 중앙은행의 설립 이유가 정부 재정 공급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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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1. 국가채무는 원금의 상환능력은 중요하지 않다. 이자상환능력을 통해 국채를 지속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2. 국가채무가 자국통화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외국인이 투자한 금액은 외국인이 투자를 외수할 경우 언제든지 외환(보통 달러)으로 유출될 수 있으므로 국가채무 중 외국인 투자분에 해당하는 최소한의 외환보유고 방어벽이 필요하다.
3. 민간채무가 과도하여 소비위축등 경제적 패닉이 발생할 때는 국가가 재정확대를 통해 민간채무를 흡수하여 국가채무를 증가시키면서 민간경제 활성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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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1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으면 1원 1표 원리, 즉 돈의 힘이 지배하는 시장만 남고, 사회는 극단적 불평등을 향해 치닫고 결국 붕괴한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최소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해야만 자본주의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은 기본적으로 불평등 심화의 결과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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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흐름'을 의미하는 금융을 시장에만 맡겨놓으면 사회는 순식간에 야만화되고 그런 사회는 지속이 불가능하다. 불환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른바 화폐경제 시대의 경제 문제는 '돈의 배분' 문제로 귀착한다. 함게 생산한 생산물은 대부분 화폐로 표현되고, 그 생산물의 배분은 결국 돈의 배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함께 생산한 사회적 생산의 화폐적 배분을 어떻게 시장에만 맡길 수 있다는 말인가.
공공금융의 복원은 좌파적이거나 진보적 사회를 의미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와 시장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출발했고, 양축이 균형을 맞추었기에 번영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근대 사회의 본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공공영역에서 금융을 분리하여 시장(민간)금융 중심으로 바꾼 것이 (사회 전체를 금융 자본의 논리로 재구성한) 이른바 금융화였고,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공공영역의 축소로 이어졌다. 재정 지출 최소주의, 감세, 작은 정부,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불평등의 심화 및 가계 부채와 정부 채무의 급증 등이 그 산물들이다.
p59
은행은 불환화폐를 도입 및 사용할 때부터 엄청난 특혜를 입었다. 게다가 가장 낮은 금리(비용)의 불환화폐를 이용한다. 그런데 그 불환화폐가 통용될 수 있도록 실질적 가치를 공동 보증한 일반 납세자 국민은,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층은 중앙은행의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공공선과 모든 인민의 이익을 촉진시킨다"는 중앙은행의 설립 목적이 사문화되었기 때문이다. 정치와 민주주의가 실종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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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으로 유명하여 한국 부유층의 롤모델로 불리는 경주 최부잣집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시스템이 무너진 상황에서 개인의 선의가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국토가 황폐해지고 백성이 도탄에 빠진 양란 후 삼남(三南 : 충청,경사,전라도의 총칭)에 큰 흉년이 들었을 때인 1671년, 경주 최부자 최국선은 곳간을 헐어 모든 굶는 이들에게 죽을 끓여 먹이도록 하고, 헛벗은 이에게는 옷을 지어 입히도록 했다. 경주 부자 최국선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들에게 서궤 서랍에 있는 담보서약 문서를 모두 가지고 오게 한 후 "돈을 갚을 사람이면 이러한 담보가 없더라도 갚을 것이요, 못 갚을 사람이면 이러한 담보가 있어도 여전히 못 갚을 것이다. 이런 담보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당하겠느냐. 땅이나 집문서들은 모두 주인에게 돌려주고 나머지는 모두 불태우라"고 했다. 오늘날 은행금융 자본이라면 죽음과 절망에 놓여 있는 없는 사람을 상대로 부를 엄청나게 증식할 기회로 삼았을 것이다.
경주 최부자 집이 10여 대 300년 동안 만석군의 부를 현명하게 지켜내며 어려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었지만, 게다가 조선 말기 다산 정약용 등 많은 토지개혁 사상가들이 그렇게 노력을 기울였ㅈ만 조선은 폭동과 민란과 농민전쟁 등을 피할 수 없었고, 끝내 망국의 길을 가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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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금융의 해체로 재벌 자본에 더해 '월가 자본의 아바타인 금융 자본'이 시장 권력을 더욱 공공화했다. 돈의 힘은 사람들을 욕망의 포로로 만들고, 민주주의가 고개를 들 때마다 무참히 짓밟았다. 돈의 힘이 통제되지 않는 한, 정치는 돈의 힘에 좌우되고, 민주주의의 자리는 금권 과두정이 차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공금융은 민주주의 그 자체이기에 사회를 구성하는 민주주의와 시장 중 민주주의가 죽으면 시장만 남게 되고, 시장만 남은 사회는 죽어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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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금융의 사망은 대한민국을 부동산 카르텔 공화국으로 변화시켰다. 재벌 자본의 건설회사와 금융 자본의 부동산 금융이 결합한 산물이었다. 공공선과 국민 이익의 촉진은 뒤로 밀려났다. 그 결과가 세습성이 강한 부동산자산 중심 경제 구조의 등장이었다. 2000년대 20년(2001~2021년)간 국내 GDP는 약 1,373조 원 증가한 반면 국내 부동산자산은 이보다 약 9배 많은 1경 1,845조 원 증가했다. 가계로 국한해도 마찬가지이다. 가계의 처분가능 소득이 706조 원 증가하는 동안 가계 부동산 자산은 약 10배 많은 6,969조 원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를 스스로를 보수라 지칭하는 보수정권에서나 진짜(?) 보수정권인 민주당 정권에서나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 시절 글로벌 유동성의 폭발과 맞물려 부동산자산 중심의 경제 구조는 더욱 고착화됐다. 참고로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 멕시코, 튀르키예, 이란 다음으로 외화 신용이 많은 나라이다. 경제 성장률은 2001~2007년간(김대중/노무현 정부 기간) 연평균 7.5%에서 2008~2016년간(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 연평균 5.3%, 그리고 다시 2017~2021년간(문재인 정부 기간) 연평균 3.6%로 하락하는 동안 부동산자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14.0%, 5.0%, 8.3%로 민주당 정권에서 부동산자산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크게 앞질렀다. 가계 소득과 부동산자산을 비교해도 차이가 없다. 소득 증가율은 연평균 6.1% → 4.9% → 3.7%로 하락했지만 부동산자산 증가율은 연평균 14.4% → 4.5% → 8.7%로 소득 증가율을 2배 이상 앞질렀다.
노무현 정권 때는 일본은행의 제로금리와 양적완화(2001.3~2006.3) 그리고 미국 연준의 1% 초저금리(2003.7~2004.6)가 맞물려 글로벌 유동성이 폭발하며 글러벌 주택시장에 붐이 있었고, 문재인 정권 때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대응으로 주요국이 초금융완화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내면서 부동산을 포함한 글로벌 자산시장에 붐이 일었던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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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동성의 폭발이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모두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이는 국내 가계 신용의 영향도 있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한국의 가계 신용은 팬데믹 직전 2년간 연 평균 6.5% 증가한 반면, 팬데믹 기간 2년간은 8.3% 증가했다. 국내 신용증가율이 글로벌 신용증가율보다 높았다. 반면 노무현 정권 때는 상대적으로 글로벌 신용증가율(연 16.4%)보다 국내 신용증가율(연 10.4%)이 낮았다. 문재인 정권에서의 부동산 자산가치 급등은 국내 신용에 대한 통제 실패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주요국 모두가 가격 폭등을 경험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IMF가 발표하는 58개 국가의 전체 주택의 실질가치 변화율을 보면 2021년에 12개 국가는 변화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 11.7%로 8번째로 높았다. 폭등을 겪었던 미국의 10.6%, 캐나다의 9.8% 등보다 높았을 뿐 아니라 독일, 싱가포르, 일본 등의 6%대 상승률이나 프랑스의 3%대보다 크게 높았다.
이는 (앞에서 일부 언급한) 부동산 투기에 적합한 사회경제적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조를 혁파하지 못한 대가는 고스란히 무주택자나 정부를 믿고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지 않은 사람들에게로 돌아갔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신년사에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면 손해를 볼 것처럼 계속 강조했지만, 대통령 말을 믿고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지 않은 사람들에게 돌아온 것은 이른바 '벼락 거지'였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인 2020년과 2021년 2년간 그 피해는 상상 이상이었다. 2년간 시중 통화량은 700조 780억 원이나 풀렸다. 그리고 정부 채무도 2478조 5,000억 원이 증가할 정도로 정부가 푼 돈 역시 사상 최대였다. 그런데 시중에 풀린 돈 중 실물경제로 들어간 돈은 시중 통화량의 22%에 불과한 155조 7,000억 원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 결과 국내 부동산자산은 2년간 GDP의 약 12배에 해당하는 1,845조 9,000억 원 증가했다. 가계의 경우는 더 끔찍했다. 소득은 80조 원 증가한 반면 부동산자산은 소득의 20배가 넘는 1,658조 원 이상이 증가했다. 생존 위기로 내몰리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부동산 투기를 외면하고 열심히 땀 흘리며 살던 무주택자들에게는 날벼락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부동산 카르텔 공화국을 해체하지 않은 산물이다. 외환위기 이후 대한민국에서 돈이 가장 집중되는 곳은 부동산이 되었고, 따라서 대한민국의 가장 강한 힘들은 부동산(돈)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부동산자산 중심의 경제 구조는 고인물 사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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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자산 중심의 경제 구조는 대한민국을 전 세계 주요국 중 최악의 자산 불평등 국가로 만들었다. 자산 불평등이 가장 심한 선진국 중 하나인 미국의 경우 팬데믹 기간에 주식 자산가치 증가가 부동산 자산가치 증가보다 약 3배 컸던 반면, 한국은 정반대였다. 부동산자산은 주식자산보다 불로소득 성격이 강하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고, 그 결과 정부와 기업과 가계 모두가 부동산의 인질이 되었다.
1995~2022년간 기업이 만들어낸 부가가치에 해당하는 기업 영업잉여(=영업이익+감가상각비-금융비용)는 208조 원 증가한 반면 기업의 부동산자산 가치는 15배가 넘는 3,020조 원이나 증가했다. 가계 부채가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어도 계속 증가하는 이유나 건설회사의 부실을 정부가 나서서 막아주는 이유가 그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부양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부동산 불패'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었다. 건설경기에 대한 높은 의존과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이 가져올 가계 부채 충격 등으로 인해 부동산 자산가치를 떠받쳐야만 사회와 경제가 생존할 수 있는 지경이 된 것이다.
문제는 저금리 시절에는 높은 가계 부채의 이자 부담이 은폐됐지만, 고금리의 장기화는 모르핀으로 연명한 부채 모래성의 실체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현재 부동산 카르텔 공화국이 진퇴양난 상황에 놓여 있듯이 내부적으로 개혁하지 못한 부동산 카르텔 공화국의 운명은 자명하다. 경제성장(소득 증가)과 인구 증가등이 떠받치는 부동산 가치 증가는 정당성을 확보하지만 유동성이나 가계 부채 증가 등으로 밀어 올린 부동산 가치 증가는 가계의 소득(과 일자리) 증가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기본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가계 부채 증가가 가계의 소득과 소비를 억압하여 성장의 둔화 및 정체, 가계 소득(일자리)의 정체로 이어지면서 시한폭탄 같은 가계 부채의 위험성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