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 6년만에 나온 신작. 하루키 작품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작품의 초반부를 읽으면서 얼마되지 않아 '익숙한 스토리와 구성인데?'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도시를 묘사하는 부분에서부터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그대로 떠올리게 된다.

소설 말미에 작가후기에서도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중편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1980년 문예지 '문학계' 발표)를 처음 다듬어서 쓴 장편이 1996년에 나온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였다고 밝혀놨다.

작가는<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는 다른 대응이 또 있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하는데 속마음으로는 아마도 조금은 미진하거나 걸리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도 든다.

개인적으로도 1996년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세계의 끝>은 최근(2년 전쯤)에 들어서야 읽어봤는데 별로 재미가 없었다.  다 읽고 나서도 뭔가 빠진 부분이 있다고나 할까?

이 작품도 그리 개운하진 않다. 카페 여주인과의 스토리를 좀 더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데 급작스럽게 끊겨버리는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세계의 끝>보다는 진일보한 작품이란 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을 것 같다.

작품후기 말미에 작가는 이런 말을 한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말한 것처럼 한 작가가 일생 동안 진지하게 쓸 수 있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그 수가 제한되어 있다. 우리는 그 제한된 수의 모티프를 갖은 수단을 사용해 여러 가지 형태로 바꿔나갈 뿐이다 - 라고 단언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요컨대 진실이란 것은 일정한 어떤 정지 속이 아니라, 부단히 이행 = 이동하는 형체 안에 있다. 그게 이야기라는 것의 진수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할 따름이다.'

 

하루키의 주요한 작품은 크게 3개라고 본다.

1. 양 3연작 시대(초기)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

2. 노르웨이의 숲

3. 태엽 감는 새 연대기 이후 

 

특히 <태엽 감는 새 연대기> 이후의 작품은 거의 동일한 모티프의 변주이고 그 중 최고의 작품은 <태엽 감는 새 연대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번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여전히 내겐 2% 정도 부족해보이는데, 70대가 넘는 노작가가 아직도 그의 작품 세계의 결말을 내지 않고 정진하는 모습은 어떤 면에선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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