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끝나고 5년이 지난 2021년 1월 스페셜이 방송됐다.
일본 드라마는 성공한 경우(시청율이 높거나 화제가 된 경우) 보통 스페셜을 제작방송한다.
보통 스페셜을 아직 열기가 식지 않는 1년 이내에 방송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한데 이 드라마의 경우엔 굉장히 늦어졌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 방송되는 스페셜은 김탁구 주연의 히어로 정도가 기억난다. 히어로가 2001년에 방송되었고, 히어로 스페셜이 2006년에 방송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주연배우의 스케쥴을 조율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이 아닐까 한다.
이 드라마의 큰 줄거리는 미쿠리의 임신 그리고 출산이고, 2020년의 코로나 사태가 주요 배경으로 나온다.
5년 전 드라마의 주제가 젊은세대들의 변화하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 스페셜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이 부부의 삶과 출산이라는 분투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미쿠리는 생활용품 판매회사 총괄부에서 경리로 취직을 했다. 점심시간에 여사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
여기 나오는 여직원 모두 각 부서의 경리업무를 맡고 있는데, 미쿠리 옆에 앉은 여직원이 첫번째 아이를 임신하여 출산 휴가를 가게 된다.
그래서 그 일을 앞에 앉은 두 명의 다른 부서 여직원들이 나눠맡게 된다.
대화의 주요내용은 한 명이 출산휴가를 가더라도 새로운 인력을 충원해주지 않고, 또한 다른 여직원은 아이를 낳고 싶어도 이미 출산휴가와 육아유가를 간 동료 여직원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들은 미쿠리는 서로 아름답게 화합하는 가운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자는 레이와(令和, 2019년 5월1일부로 시작된 일본의 새연호) 시대인데, 왜 아이를 낳고 싶을 때 낳을 수 없는거냐며
그러면 낮은 출산율로 인해 아이가 줄어드는 것도 좀 나아질텐데라며 안타까워한다.
(스페셜 이전의 드라마의 내용을 봐도 원작자가 여성의 사회적지위, 결혼, 동성애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꽤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미쿠리와 츠자키가 새로 이사한 집.
이전 드라마와 같은 303호다. 명패에 둘의 이름이 같이 붙어있다. 츠자키-모리야마
미쿠리는 소파에 앉아 잡지를 보며 쉬고
츠자키는 식사를 준비한다.
카레에 고기를 조린 듯.
서로 여전히 알콩달콩 이쁘게 잘 살고 있다.
츠자키는 원래 있던 3I Systems에서 분사한 회사의 시스템 아키텍쳐로 근무 중.
프로젝트 리더, 하이바라. 아주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약간의 갑질과 성희롱으로 부하들에게 평판이 좋지 않다.
카자미도 이 회사에 있다. 수염을 깍으니 이미지가 많이 달라 보인다. 전편 마지막에 미쿠리의 고모인 유리 상과 연인관계가 되었는데, 1년 반 정도 사귀다가 헤어진 걸로 나온다.
여전히 광고회사 부장으로 열심이신 유리 상. 부하인 우메하라(본편에서 게이임을 커밍아웃했는데 이번 스페셜에서는 큰 임팩트는 없다). 또 다른 부하인 여사원은 어디 갔는지 스페셜편에서는 안 보임.
어느날부터 졸음을 참지 못하기 시작하는 미쿠리.
임신 중인 동료 사원인, 혹시 임신 아니냐고 묻는다.
깜짝 놀라는 미쿠리.
진단기로 시험한 결과 임신.
미쿠리는 츠자키에게 이야기한다. 츠자키는 병원에 가서 확실히 검사받아보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한다.
츠자키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친구인 얏상의 가게에 가서 수다를 떤다. 얏상이 남자는 아이가 생기면 이런 저런 걱정이 많아지고 불만도 많아진다고 하자, 미쿠리는 얏상의 전남편과 츠자키는 다르다고 한다.
말해놓고 아차 싶은 미쿠리.
얏상이 맞아, 내가 남자 보는 눈이 없지 하고 자책하자
사과하는 미쿠리.
본 드라마에서 4년여가 지나고 촬영한거라 그런지, 얏상(각키보다 3살 아래인가 그렇다, 이 드라마를 찍은 후에 축구선수랑 2018년에 결혼을 했다. 그래서인지 좀 더 여유가 있어진 모습이다)은 좀 더 이뻐지고, 각키는 살이 좀 빠져서 리즈 시절이 약간 지난 듯 한 느낌이다.
히라마사는 미쿠리에게 입적(入籍) - 일본에서는 정식으로 결혼을 하면 여자를 남자의 호적에 올린다는 개념을 사용한다. 우리도 일제시대의 이런 일본의 법률에 따라서 남자의 호적에 여자를 올렸기 때문에 우리도 아직 이런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 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아기가 생기면 같은 호적상에 올리지 않은 여자의 아기를 출생신고할 수가 없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이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여기에 하나 더 법적으로 부부는 동일한 성(姓)을 사용해야 한다. 이 드라마에서 남자는 츠자키 히라마사(津崎平匡)로 츠자키가 성이고, 여자는 모리야마 미쿠리(森山みくり)로 모리야마가 성이다.
관습적으로 보통 여자의 성을 바꾸게 되서 츠자기 미쿠리로 개명을 해야 한다. 다만 이 드라마를 보고 알게 된 것인데, 법적으로는 꼭 남자의 성을 따라야 한다는 강제조항은 없는 것 같다. 즉 모리야마 히라마사로 남자의 성을 바꿀 수도 있다.
당연히 개명을 하게 되면 카드, 운전면허증 등등을 재발급 받아야 하고, 성을 바꾸눈 사람이 사회활동을 할 경우 거래처 등에도 다 알려야 하므로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보통 남자가 사회생활을 하던 시대에는 거의 대부분 여자들이 성을 바꿔왔지만, 맞벌이가 일반적인 요즘에는 일본 내에서도 이렇게 성을 바꾸는 법에 대해서 특히 여성단체에서 위헌소송을 몇 번이나 냈지만 일본 대법원은 합헌이라며 이 법을 바꿀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 일본을 조금씩 알게 되면 이런 골때리는 상황이 꽤 있고 이러한 전근대성이 일본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경우가 꽤 있다.
선택적으로 부부가 계속 서로의 성을 쓸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국제결혼의 경우이다. 국제결혼의 경우는 한 사람의 성을 따라도 되고, 그냥 따르지 않아도 된다. 이런 선택을 국내혼인 경우에도 인정해달라는 요구가 많지만 여전히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다.
히라마사와 미쿠리는 이런 선택적 부부별성 제도가 시행되면 결혼신고(입적)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기가 생기면 아기를 호적에 올려야 하므로 입적을 하기로 한다. 그러면 누구의 성을 따라야 하는가의 문제가 생긴다.
미쿠리는 히라마사가 외아들이며, 현재 직장등과 수입의 문제등을 고려할 때 자신이 성을 바꾸겠다고 이야기한다.
모리야마 히라마사가 마치 대문호같은 이름같다며 웃는 히라마사.
결혼 후 남자가 그대로 츠자키 히라마사로 쓰게 해준 배려에 감사하다는 히라마사.
여자가 츠자키 미쿠리로 개명하기로 한다.
초음파 사진 확인. 임신 확정.
임신 2개월입니다.
대낮에도 보이는 달.
츠자키는 예의 데이타로 이야기한다. 거리 38만 킬로미터. 천체 중에 가장 가깝죠.
구청에 가서 결혼신고서를 접수한다.
접수 후 알콩달콩하게 서로 대화를 하고 있는걸 접수원이 돌아와서 보고 웃자,
겸연쩍어 하는 둘.
가족의 탄생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힘내라 인류!, 신춘 스페셜.
유리상은 회사 홍보차 TV에 출연하게 되고, 이 방송을 본 고교동창인 하나무라가 연락을 해와 34년 만에 만난다.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자기보다 17살 연하인 카자미와 연애를 했던 이야기와 헤어진 이야기를 하게 된다.
카자미는 이제 회사 생활 10년 차 정도로 이직을 고민하지만,
유리 상은 은퇴 후에 뭐할까?를 고민하고
카자미는 어딘가를 가면 여기저기 다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고 싶어하지만,
유리 상은 어디 들어가서 쉬고 싶어한다.
그러한 나이의 갭을 힘겨워하던 유리 상은 결국 1년 반 정도 카자미와 사귀다가 헤어지게 된다.
저녁 후에 나와서 달을 쳐다보는 유리 상에게, 고교 시절에 너를 좋아했어라고 말하는 하나무라.
응?
그리고는 가버리는 하나무라.
이 드라마(물론 만화원작) 본편에도 동성애 코드의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스페셜 편에서도 유리 상을 매개로 동성애 코드가 삽입되어 있다. 아마 원작가가 동성애라는 부분에 관심이 있거나 본인이 동성애자가 아닐까 싶다.
인권, 차별금지, 다름에 대한 관용이라는 인식이 점점 나아져가고 있는 현대 문명에서도 여전히 동성애는 그리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하다. 이미 과학적으로도 동성애란 생물학적 결함이나 후천적인 손상이 아닌 그저 다르게 태어났을 뿐이라는 것이 입증되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수천 년간 고착화된 인간의 집단 의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사랑과 인류에 대한 보편의 관용을 추구한다는 기독교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현재 동성애를 가장 반대하는 집단이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일본은 간혹 가다가 이렇게 드라마에서 동성애 코드를 다루는 경우가 꽤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 드라마를 내가 요즘은 잘 보진 않지만, 내가 보아왔던 한국 드라마에서 동성애 코드를 접해 본 적은 내 기억으론 없다.
이 부분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단 더 보수적이 아닐까 싶다.
입덧이 심해진 미쿠리는 밥냄새만 맡아도
입덧을 한다.
그런 미쿠리는 먹고 싶은게 없냐는 츠자키의 말에, 자몽 젤리를 먹고 싶다고 하고
츠자키는 알았다고 한다.
오렌지와 사과 푸딩만 잔뜩.
동네마트를 뒤져서 겨우겨우 사오지만
미쿠리는 입덧을 하다가 잔다.
비타민이 첨가된 자몽 젤리.
몸이 안좋아 검사를 받으러 간 유리 상은 병원에서 자궁암 판정을 받는다.
암이요?
멘붕에 빠지고,
동생인 사쿠라(미쿠리의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혼자 사는 유리 상은 상세검사를 받고 재상담을 받으러 갈때 가족이 함께 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여동생인 사쿠라에게 올라와 달라고 부탁을 하지만,
마침 허리를 다친 사쿠라는 가지 못한다. 미쿠리는 입덧이 심해서 못간다.
검사 결과를 같이 보러 갈 사람이 없는 유리 상은 독신의 외로움을 느끼고,
이때 고교동창인 하나무라에게 전화가 온다.
입덧이 심한 미쿠리를 위해 친구인 얏상이 여러가지를 가지고 찾아온다. 수제 자몽젤리.
시면서 맛있다는. 임신에는 역시 신게 당기나보다.
5년 전 본편 드라마보다 확실히 얏상은 이뻐졌다. 결혼해서 남편이 잘해주는 듯.
이것저것 바리바리 챙겨온 얏상.
패스트푸드인 포테이토 튀김을 보여주자.
아주 반색하는 미쿠리.
유리 상의 상세검사 결과를 같이 보러 와준 동창 하나무라.
둘은 50대에 들어선 중년으로 나눌 수 있는 꽤 의미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어느날 아침 일어난 미쿠리는
햇반을 렌지에 돌려 냄새를 맡아보고는
뭔가를 깨닫는다.
계란을 밥에 풀고
간장을 쳐서
비빈 후
먹어본다.
그리고는 마구마구
맛있게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먹는다.
입덧이 끝났다는 기쁜 소식을 남편에게 전하고,
같이 기뻐하는 츠자키.
입덧이 끝나서, 미쿠리는 낼름낼름이라며
랩까지 한다.
PL이 츠자키가 육아휴가를 낸다는 이야기를 듣자 찾아와서, 얼마나 육아휴가를 낼거냐고 묻는다.
1달간 낼거라고 하자, 프로젝트는 어떻게 하냐며, 남자가 1달이나 육아휴가를 쓸 일이 어딨냐며 1주만 내라고 한다.
미쿠리도 회사의 남자 동료와 육아휴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의 남편은 1달간 육아휴가를 쓸 계획이라고 하자
남자 동료는 1달이나 육아휴가를 쓰다니, 좋은 회사라고 이야기하면서, 우리 회사에서 남자가 1달간 육아휴가를 쓴다면 일할 생각이 있느냐며 핀잔을 들을거라 이야기한다(우리나라도 웬만한 회사 같으면 책상 뺀다는 이야기 나오겠지).
츠자키와 미쿠리는 각자 모두 상대방 직원에게, "애초에 일을 쉴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한다.
(원작자가 여자라 그런지 결혼, 출산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현재 출산율 저하로 아이가 줄어들고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이는 여자 혼자 낳고 키우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키우는 것이다라는 주제의식이 이 스페셜 편의 큰 축의 하나다)
유리 상은 자궁암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2주간 입원한다. 다행히 입덧이 끝난 미쿠리가 병시중을 들어주기로 한다.
마침 미쿠리는 첫 태동을 느끼고, 그에 유리 상은 감격한다(자궁암 수술은 자궁을 적출하는 건데, 이제 생물학적으로 자신은 아기를 가질 수 없게 된다는 착찹함이 있었는데 자기의 조카인 미쿠리가 아이를 가졌다는 기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눈물을 흘리게 된다. 여자 작가라 아마도 이런 디테일한 감정선이 가능할 것 같다)
아이를 무사히 낳게 해달라는 복을 빌기 위해 신사를 찾은 두사람과 츠자키의 부모.
복대와 부적.
운세를 점치는 궤에 대길(大吉)이라고 쓰여있자 좋아하는 미쿠리(이 점궤는 내가 아는 한 모두 대길이다).
시어머니도 대길. 아이 이름을 나중에 대길로 지으면 될 듯(타짜?)
그날 저녁 시부모님과 함께 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부부가 요리를 같이 한다.
드라마 본편에도 나왔던 기와 소바.
미소 시루와 함게 정갈한 한끼.
츠자키가 만든 된장국이 맛있어서 놀라는 시어머니.
태아는 순조롭게 자라고,
어느덧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카렌 앞에 세워진 트리. 요코하마는 눈이 잘 안오나 보다. 눈이 전혀 안쌓여있네.
임신 6개월차에 미쿠리는 다시 입덧을 시작한다.
연말연시 시기에 미쿠리는 다시 입덧을 시작하면서 컨디션이 다시 저하되고, 츠자키는 회사에서 프로젝트 마무리로 엄청 바쁘게 된다. 그래서 집안일을 아무도 돌볼 수 없는 상태가 되버린다.
평화로운 요코하마의 연말 야경.
대그믐(12/31)에도 야근을 하는 츠자키.
미쿠리는 컨디션이 너무 나빠진 나머지 화장지를 시킨 택배를 받지 못하게 되서, 화장지를 사다달라고 츠자키에게 부탁한다.
하여간 여러가지 일이 겹치면서 이 둘은 최악의 그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게 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