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망작은 아니고 수준작은 된다. 워낙 전작의 주연 막시무스역의 러셀 크로의 카리스마가 압도적이었고 악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물론 당시에는 러셀 크로의 아우라에 범접할 정도는 아니었지만)도 어느 정도의 수준급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에 전작만큼의 긴장감은 느끼기 힘들다.
주인공인 하노역의 배우의 아우라는 극이 진행되면서 점점 감정이입이 되면서 발전하기는 하지만 극의 흐름을 끌어가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그러한 부족함을 악역의 검투사 노예상인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이 채워주기는 하지만 워낙 캐릭터가 강해서 밸런스가 깨진 감이 있다.
그러나 글래디에이터를 본 사람들에겐 그간 기대했던 속편에 대한 갈망을 어느정도는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할만하다.
라미란은 초반에 너무 삶의 찌질함을 드러내는 연기의 오버스러움에 살짝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영화를 완전히 하드캐리한다.
카운터 조연의 공명의 연기도 존재감이 있었지만 영화에서 최대의 존재감은 악역의 이무생이다. 이 영화가 느와르는 아닌 권선징악이 명확한 플롯과 스토리기 때문에 그 이상의 악역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이런 류의 영화에서 악역의 포텐셜을 다 끌어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제대로 된 느와르물에서 악역을 한번 맡겨보는 건 어떨까 싶다.
의외로 조연은 선이 지명도와 선이 굵은 연기자들이 나왔는데 라미란을 위시한 여성 4인방으로 최근에 잘나가는 염혜란, 안은진이 극의 활력과 무거워질 뻔한 장면에서 주의 환기를 시켜준다. 장윤주는 이전 영화에서 보이던 예의 그 캐릭터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딱히 결정적인 장면이나 계기가 없어서 겉돈다.
'보이스 피싱'이라는 범죄형태에 대해서 피상적으로만 알아왔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뿌리깊고 조직적인 범죄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감독은 이 모티브로 제대로 된 느와르 한편 찍어도 괜찮겠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쿠키는 없다.
(추가)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 경찰이 극후반에 범인 검거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상은 별로 그렇지 않다. 극초반에 박병은이 보여주는 양아치 경찰의 모습이 실제 사건 당시의 경찰에 모습에 훨씬 가깝다.
지금은 많은 이들이 알지만 김대중은 현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불세출의 영웅과도 같은 인물이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 여권의 정치공작과 마타도어 그리고 같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 김영삼과의 갈등으로 야권에서도 정치공작의 희생양이 되면서 빨갱이, 전라도, 불출마 선언 이후 출마한 대통령 환자와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있지만 대한민국이 전세계에 내놓고 자랑할 수 있는 위대한 정치인이다.
김대중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민주와 현대화의 기틀을 닦았고 그 기틀위에서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지금은 정말 암울한 시절이지만 그가 걸어온 그리고 개척한 대한민국을 되돌아보면 지금의 암울함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