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을 먹으며, 미쿠리는

지금은 밥을 전자렌지에 데우거나, 집에서 가져온 자그마한 밥솥을 사용 중인데, 쌀밥만 할 수 있기에, 

전기밥솥을 하나 샀으면 하고 이야기하자,

쌀밥 이외에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고 묻는 츠자키.

현미밥이라든가 오곡밥이라던다, 타키코미(생선,고기,야채 등을 넣고 지은 밥)을 지을 수 있다고 하자,

츠자키는 밥 먹다 일어나며, 전기밥솥은 좋을대로 하라고 한다.

뭐지?

라며 당혹해하는 미쿠리.

츠자키가 미쿠리와의 대화를 피하는 이유는 마음속에서 그녀를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런 자신에게 당황해서 미쿠리와 가깝게 되는 기회들을 의도적으로 피하기 때문이다(한 집에 살면서 그게 되나싶긴 하지만 그런 상황이다)

갑자기 냉냉하게 대하는 츠자키를 보는 미쿠리는 왜 그런지 이유를 몰라 당황스럽기만 하다.

출근하다 말고 돌아온 츠자키. 갑자기 이사를 가자고 한다. 1LDK에서 2LDK로.

이유는 츠자키가 생각하기에 지금 거실을 침실로 사용 중인 미쿠리도 방을 가지게 되면 서로 마주볼 기회가 줄어들어서 덜 불편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서이다.

(1LDK는 방 하나, 거실 하나, 부엌이 있는 집, 2LDK는 방 2개, 거실 하나, 부엌이 있는 집을 의미하는 일본식 용어이다)

예? 왜? 갑자기 이사를? 하며 당황해하는 미쿠리.

츠자키의 어머니(말하자면 시어머니)가 전화를 해서, 츠자키와는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묻는다.

츠자키가 학생시절부터 공부만 하고 여자를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그대로 홀아비로 늙느게 아닐까 하고 걱정했다는 어머니 말씀을 듣는 미쿠리.

전기밥솥을 보러 갔다가, 3홉들이, 5.5홉들이 밥솥의 사양을 살피다가, 여자친구 없이 지낸지 35.. 하고 츠자키 생각을 하는 미쿠리.

다시 정신을 차리고 밥솥을 살피다가, 

다시 문득, 여자 친구 없이 35년.. 하며 멍하니 츠자키 생각에 잠기는 미쿠리. 그러다 정신차리고 밥솥을 살피기를 반복한다.

결국은 밥솥과 츠자키 생각을 번갈아 하다가, 쇼핑이 늦어져 해가 지고 나서야 되서야 귀가한다. 집으로 가는 중에 만난 츠자키의 회사 동료 카자미.

가는 길이라 회사 동료가 짐을 들어주고 대화를 나누며 가게 된다.

(전기밥솥을 산 이야기를 하며)

(미쿠리) 싼 물건은 엄청 싸더라구요. 너무 싼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카자미) 지금은 해외에서 싸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미쿠리) 그렇죠. 고용이 글로벌화되었다는 건, 국내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거죠. 그걸 생각하면 슬퍼져요.

(카자미) (국내에서)물건을 싸게 팔기 위해, 일자리를 해외에 파는 것 같은 거죠.

전기밥솥을 사용해보면 좋아한다.

타키코미 밥.

냄새 죽이고,

밥을 뜨는 미쿠리. 집에서 이런 여자가 밥을 해주는데 남자가 좋은 감정이 안생길 수가 없다. 그런 감정을 고민하는 츠자키는 초식계(草食系)의 프로독신이기에 가능(?)하다는 만화같은(이 드라마의 원작은 만화이다) 설정이긴 하다.

돌아온 츠자키.

타키코미 밥 한 그릇.

기대를 갖고 쳐다보지만, 긴장한 츠자키는 딴 생각으로 눈치를 못챈다.

그래도 기대를 하고 쳐다보는 미쿠리

츠자키가 그러고 보니 전기밥솥을 샀느냐고 눈치 없는 질문을 하자, 미쿠리는 샀다며 그걸로 지금 먹고 있는 타키코미 밥을 지었다고 한다.

이게 계기가 되어 대화가 풀리다가, 집에 오다 만난 카자미와의 대화 내용을 얘기한다.

(미쿠리) 고용의 글로벌화로 국내의 산업이 쇠퇴하게 된다. 그러면 어찌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보니,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더라구요. 차라리 쇄국을 하면 어떨까요? 라며 농담을 주고 받았어요.

라며 오랜만에 대화라서 신이 나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츠자키는 그 얘기를 계속 할거냐며 하다가, 잘먹었다고 이야기하고 방으로 들어가버리며 분위기가 휑해진다.

다시 자기가 실수했다고 생각하는 미쿠리.

미쿠리의 고모인 유리상은 업무로 만난 대학선배와 바(bar)를 오게 된다. 벽면에 수족관이 있고 그 안에 해파리가 있다. 인테리어 때문이라도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이다.

https://www.google.com/maps/place/%EB%A9%94%EB%91%90%EC%82%AC/@35.6472985,139.7100545,17z/data=!4m5!3m4!1s0x60188b41b51f73e9:0x9b8ce2cc729df79c!8m2!3d35.6474746!4d139.7100833

 

메두사 · 〒150-0013 Tokyo, Shibuya City, Ebisu, 1 Chome−8−12 Q PLAZA B1F

★★★★☆ · ダイニングバ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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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스 역 바로 앞에 위치한 메두사(Medusa)라는 이름의 레스토랑 겸 바(bar)다. 화면상으로도 데이트 커플이 다수이다.

남자 선배가 서로 부장이 되서 만나게 될 지는 몰랐다고 하자, 자기는 부장이 아니라 부장대리라면서,

(유리) 여자가 7할인 회사이면서도, 여자가 관리직이 되는 건 단지 1할이야. 씁쓸해.(일본은 우리보단 페미니즘에 대한 유행이 20년 이상 빨리 지나갔다. 하지만 매스컴을 통해서 비쳐지는 여성 인권에 대한 부분은 대한민국에 비해 매우 열악한 느낌을 준다)

여기서 대학 선배인 남자가 유리상에게 추파를 던지는데, 유부남인 선배의 그런 행동에 굉장히 언짢아하며 자리를 떠난다.

츠자키는 둘의 계약결혼에 대한 계약에 추가항목을 기재하고 이를 미쿠리에게 보여준다. 

연인이 생길 경우

- 연애 상대와의 교류는 주위의 눈을 감안하여 되도록 몰래 한다.

- 연애 상대와의 교류는 서로의 기분을 고려해 되도록 상대에게 보여지지 않도록 한다.

- 연애 상대에게 본 고용관계(이 계약결혼의 관계)를 밝히는 것은 가능하지만, 사전에 서로에게 허가를 얻도록 한다.

-연애 상대와 (진짜) 결혼을 할 경우, 본 고용계약은 조속히 해제한다.

너무나 완벽(?)하게 비인간적인 추가 조항에 넋이 나간 미쿠리.

하지만 너무나 확실한 추가 고용계약서 내용에 이의가 있을 수 없는 미쿠리는 동의한다.

이사갈 집을 보러 간 2사람.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지만, 집세가 너무 비싸서 고민을 하는 츠자키를 보고,

왜 무리하게 이사를 가고 싶어하는지를 묻는 미쿠리. 

자신이 방해가 되서 편하게 있지 못하는거냐고 묻는다(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러자 대답을 우물쭈물하는 츠자키(속마음은 미쿠리가 예상외로 좋아지고 편해져서 개인방을 줘서 대면 상황을 줄이려는 건데, 그걸 얘기하면 고백하는 상황처럼 되버리니 난처한 상황)

결국 얘기할 수밖에는 없는 상황에 몰린 츠자키에게 전화가 오면서 일단 위기모면(?)

회사 동료의 가족과 포도따기 체험을 하러 가기로 했다가, 펑크가 나면서 멤버가 바뀌어서 지난 번 집들이 멤버가 다시 합류. 거기에 차량을 제공하는 고모 유리상이 가세하여 5명이 야마나시로 포도따기를 하러 가는 중.

츠자키의 오른쪽이 회사 동료 카자미로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도 매우 낯익은 얼굴일 것이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다수 출연했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는 청의 특수전위부대 나루의 부대원 역할을 맡았고, 명량에 이순신 밑에서 일본군의 정황을 보고하는 밀정 역을 맡았다.

배우의 이름은 오타니 료헤이(大谷亮平), 1980년 생이다. 요즘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오늘 포도따기를 할 곳. 야마나시 지역의 후에후키 시의 농원.

금앵원(킨오우앤), 이 드라마의 배경인 가을에는 포도따기 체험행사가 있고, 여름에는 복숭아 따기를 한다.

봄에는 벚꽃 놀이가 있는 곳으로 도쿄 지역에서 온천여행을 겸해서 많이 가는 지역이다.

https://www.google.com/maps/place/Ki+No+Orchards/@35.6328427,138.6814583,14.92z/data=!4m12!1m6!3m5!1s0x601bfd22c330d663:0x8018c1bc566ae038!2sKi+No+Orchards!8m2!3d35.6277879!4d138.6880734!3m4!1s0x601bfd22c330d663:0x8018c1bc566ae038!8m2!3d35.6277879!4d138.688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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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포도를 따보자.

얼마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매우 핫한 샤인 머스켓.

미쿠리와 유리상이 카자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들으며 질투심을 느끼는 자신을 한심해하는 츠자키.

난 왜 이렇게 못난거지라며 자책하는 츠자키.

포도따기를 하고 모여서 이야기하는 와중에 카자미에게 대화 주제가 집중되자 열등감을 느끼며 자신을 한심해하는 츠자키(심리적으로 미쿠리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카자미에게 느끼는 질투가 이 모든 감정의 모티브이다).

묵묵히 포도를 먹고 있는 츠자키를 보며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는 미쿠리. (둘다 연애경험이 매우 낮은 걸로 나온다는 설정인 듯 싶다. 심지어 미쿠리는 심리학과 출신. 잘 생각해보면 현실감이 없지만 드라마상에서 위화함은 전혀 없다)

야마나시에 있는 대선사(大善寺, 다이젠지) 산문

경내의 별당으로 와인 등의 시음과 판매를 하는 곳.

포도 산지로 와인 양조가 발달한 지역으로 대선사에서도 자체적으로 와인을 양조한다.

와인을 시음하는 자리에 참석치 않고 경내를 돌아다니는 츠자키.

그를 찾아나선 미쿠리.

둘은 본당을 찾는다. 이 건물은 야마나시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국보이다. 일본의 절은 우리의 사찰과는 좀 분위기가 다르다. 좀 더 어둡다고 해야 하나? 자연에 더 밀접하게 연관된 느낌, 즉 속세와는 좀 더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 강하다.

본당에 들어가볼지를 물어보자 기뻐하는 미쿠리.

부처? 지장보살인 듯. 사천왕상.

츠자키를 보며, 불상과 절에 잘 어울린다고, 수수하고 그런 것이.

그러자 츠자키는 도회적인 카자미가 참 멋있다고 이야기한다.

카자미가 멋있지요 라고 하면서, 자기는 히라마사(츠자키)가 제일 좋다고 이야기한다.

수수해서 있으면 착 안심이 된다고. 놀라면서도 속으로 기뻐하는 츠자키. 미쿠리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한다.

"자기가 이렇게 평생 진짜 결혼을 안하고 끝나더라도, 혹시 미쿠리 상이 누군가와 결혼을 하더라도, 1주일에 몇 번은 가사대행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ㅋ... 이게 뭔 말이고?)

(우리나라 드라마 같으면 난리 났겠지. 남주가 등신 아니냐? 무슨 말도 안되는 대사냐? 이러면서)

좀 전에 츠자키의 말을 곱씹으며, 기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한 기분을 느끼는 미쿠리.

언덕에 올라 야마나시를 조망하는 장면.

여기는 야츠시로 후루사토 공원. 풍광 좋은 곳 로케하느라 드라마 스탭들 엄청 돌아다녔을 듯.

https://www.google.com/maps/place/Fuefuki+City+Yatsushirofurusato+Park/@35.6004073,138.6437122,17.75z/data=!4m5!3m4!1s0x601bfca589e3308d:0x7571b5925f34c171!8m2!3d35.6026617!4d138.645486 

 

Fuefuki City Yatsushirofurusato Park · 〒406-0834 Yamanashi, Fuefuki, 八代町岡2223-1

★★★★☆ ·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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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런 기분이 이해가 안되서, 뜬금없이 할아버지에게 알려달라고 소리치는 미쿠리.

츠자키도 소리 한 번 내지르라는 주변의 요청에, "침투력, 장난 아니야"라고 한다.

(미쿠리가 "저는 츠자키 상이 좋아요"라는 말의 마음속으로의 침투력이 장난 아니야 라는 의미)

뭔 얘기나며 유리 상이 묻자, 글쎄요? 라는 미쿠리.

이 드라마는 일반적인 로맨스 드라마가 다 그렇듯이 회를 거듭하면서 두 남녀 주인공이 사소한 이슈들로 서로의 마음을 쌓아나가거나 갈등을 쌓아나가는 점증적인 감정의 기복들을 아주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그래서 대사와 표정, 몸짓 등에서 읽혀지는 뉘앙스들을 음미하면서 보게 되면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드라마의 말미에 결국 회사 동료로서 츠자키, 미쿠리 부부의 집들이, 포도 체험을 같이 했던 누마타와 카자미, 특히 누마타는 이 둘이 가짜 결혼을 하고 있다고 눈치를 채게 된다.

그 결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는 결말이 이 회의 말미에 기다리고 있고, 그 에피소드가 4화의 주요한 스토리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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電気炊飯器(でんきすいはんき) 전기밥솥

炊(た)く (밥을) 짓다, (일본서부) 삶다, 익히다 (= 煮(に)る)

炊(た)き込(こ)みご飯 생선, 야채 등을 넣고 지은 밥

匠(たくみ) 장인

基(もとい) 근본, 기초

鏡(かがみ) 거울, 귀감

心(こころ)なしか 마음 탓인지, 기분 탓인지

頗(すこぶ)る 1. 대단히, 몹시  / (고어용법) 2. 조금 3. 제법, 꽤

意地(いじ)でも 오기로라도, 고집으로

意気揚々(いきようよう) 의기양양

うっかり 무심코, 멍청히, 깜빡

砦(とりで) 성채, 요새

相場(そうば) 시세, 싯가

素案(そあん) 초안

相(あい)いれない 서로 용납하지 않다, 양립하지 않다

切れ目がない 끊임이 없는

還暦(かんれき) 환갑

ドン引(び)き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는 것, 썰렁해지는 것

叩(たた)きつける 내던지다, 세차게 내리치다

前(まえ)のめり 앞으로 고꾸라질 뻔함, 기우뚱함

人(ひと)によりけり 사람 나름

脱却(だっきゃく) 벗어남, 빠져나옴

びた一文(いちもん) 단돈 한푼, 땡전 한닢

負(ま)かる 값을 싸게 할 수 있다

びた一文 負からないわよ 한푼도 깍을 수 없어요.

ピンからキリまで 처음부터 끝까지, 최상급에서 최하급까지

ざわざわ 술렁술렁, 와글와글 ; 와삭와삭

間合(まあ)いを取る 사이(간격)을 두다

開(ひら)き直(なお)る 정색하고 나서다,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강하게 나오다

疑似(ぎじ) 유사

宝(たから)の持(も)ち腐(ぐさ)れ 좋은 물건/재능 등을 썩이는 것

身構(みがま)える 자세를 갖추다, 준비하고 기다리다.

居(い)た堪(たま)れなくなって 席(せき)を立(た)った

더는 참을 수 없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羽目(はめ)を外(はず)す = 興(きょう)に乗って途(ど)を過(すご)す

흥에 취해 도를 넘다

足元(あしもと)を見られる 약점을 잡히다, 발목을 잡히다

失敬(しっけい) 실례(헤어질 때, 사과할 때 가벼운 인사말)

打診(だしん) 타진

世間体(せけんたい) 세상에 대한 체면(= 外聞 がいぶん)

鑑(かんが)みる 거울삼아 비추어 보다, 감안해서 대응을 하다

速(すみ)やかに 조속히, 신속히

振(ふ)り分(わ)け 나눔, 가름

寛(くつろ)ぐ 1. 유유자적하다, 편안히 지내다 2. 너그러워지다, 느슨해지다

要(かなめ) 요점, 중요한 부분

うっとうしい  성가시다, 귀찮다 ; 음울하다

茶髪(ちゃぱつ)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

巻(ま)き髪(がみ) 컬을 한 머리

余裕(よゆう)ぶっこいた 여유 부리는

佇(たたず)まい 모양, 모습 ; 분위기

著(いちじる)しい 두드러지다, 현저하다

考(かんが)え抜(ぬ)く 깊이 생각하다

振(ふ)り込(こ)み (은행계좌) 납입

読み切る 끝까지 읽다, 결말까지 다 내다보다

ほほえましい  흐뭇하다, 저절로 미소를 짓게하다

燥(はしゃ)ぐ   1. 까불다, 떠들다 2. 마르다, 휘거나 뒤틀리다

房(ふさ) (포도 등의) 송이

申(もう)し分(ぶん)ない 더할 나위 없다

間取り(まどり) 방배치

うさんくさい(胡散臭い) 어쩐지 수상하다, 수상한 냄새가 나다

苛む(さいなむ) 1. 들볶다, 괴롭히다(=いじめる)  2. 꾸짖다, 책망하다(=しかる, 責(せ)める  )

ちっぽけ 자그맣고 보잘 것 없음, 사소함

住職(じゅうしょく) (절의) 주지

檀家(だんか) 단가 ; 절에 속하여 시주를 하며 절의 재정을 돕는 집

癪(しゃく)に障(さわ)る 화가나다, 아니꼽다

おり(澱) 1. 침전물, 앙금(=おどみ)  2. 마음속의 응어리

空しい(むなしい) 허무하다, 공허하다, 헛되다

願(ねが)わくは 바라건대, 원컨대

凝縮(ぎょうしゅく) 응축

他人行儀(たにんぎょうぎ) (남남처럼) 서먹서먹함

ささやか 작음, 조촐함, 사소함, 보잘 것 없음.

 

박원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손병관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정리한 책. 이 사안의 심각성과 사회적 파장, 페미니즘의 성역화 등으로 인해 기사화되지 못한 내용들을 포함해서 이 사건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자료들을 폭넓게 제시한다.

이 사건의 전말에 대해 어느 정도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준다.

 

이 책을 읽고 난 감상은, 참 더럽게 엮였다라는 생각이다. 박원순도 그렇고 잔디라는 가명의 여성분도 그렇고.

이 세상은 선의만으로 살아가기엔 참 어려운 세상임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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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0

 많은 사람이 서울시장 자리를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생각하지만, 박 시장이 처음부터 대선을 의식했던 것은 아니다. 

 취임 6개월 시점(2012년 4월 26일)에 한 기자가 "이명박 시장 하면 청계천이 떠오르는데, 박 시장은 임기 안에 꼭 이루고 싶은 게 뭐냐"고 묻자 그는 "아무것도 안 한 시장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2013년 3월 14일 페이스북에 당시 발언의 취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전의 시장들은 임기 중에 뭔가 뚜렷한 사업으로 인상을 남겨서 재선이나 더 큰 선거에 나가고자 했으며, 그러다 보니 무리하게 되어 많은 문제점들이 생기곤 했다. 시민의 삶은 경제부터 문화까지 너무나 다양한 분야가 있다. 시장이 어느 것 하나 소홀하면 안 되는 것인데 한두 개의 업무만 집중하다 보니 다른 분야는 방치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임기 내내 "한 게 없다"는 비판에 시달렸지만, 박 시장의 이런 안목이 임기 마지막 해에 빛을 발하기도 했다.

 박원순은 시민 처지에서 공공의료 문제를 들여다본 최초의 서울시장이었다. 시민들에게 각인될 '랜드마크'에 집착한 시장이라면 공공의료라는 무형의 가치에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시는 공공의료 인프라 차원에서 시립병원 12곳을 운영하는데, 매년 1,000억 원 가까운 세금이 들어간다. 특히 서울의료원에 마련된 격리음압병상은 서울시의회가 열릴 때마다 '혈세 낭비', '활용도가 떨어진다'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 시장은 그런 지적이 나올 때마다 "가난한 사람은 어디서 치료받으란 말이냐", "시립병원들이 적자지만, 시민이 낸 세금을 시민에게 다시 돌려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그의 선견지명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재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서을의 코로나 사태 첫 3개월(1월23일~4월24일) 동안 서울 확진자의 71%(628명 중 446명)를 시립병원 4곳에서 치료했다. 서울의 공공의료 인프라가 받쳐준 덕에 '빅4' 대형병원들도 코로나19 병상 확보의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일상 진료를 지속할 수 있었다.

 

 

p37

 기자는 2017년 12월 8일 박 시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3선 도전 질문에 "이미 다 알고 있다면서요?"라며 허허 웃었다.

 박 시장이 마음을 굳히자 시장실 참모들도 "시장에게 여의도 정치가 반드시 겪어야 할 통과의례는 아니다. 박 시장에게는 '박원순의 길이 있는 것 아니냐"며 3선 도전을 돕기로 마음먹었다.

 박 시장은 이듬해 5월 10일 상반기 직원 조례에서 이 문제에 대한 심경을 직접 밝혔다.

 "저도 사실 시장을 한 번 더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정치적으로 보면, 서울시장을 두 번 하나 세 번 하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죠. 실제로 많은 분들이 그렇게(3선 불출마) 권했습니다. 그런데, 출마를 고민하게 된 것은 우리가 시작했던 많은 비전과 실험들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 전국화되고 있는데 이런 모멘텀을 이어아야 하지 않나? 비록 나에게는 정치적으로 도움이 안 되더라도 적어도 시민들이 원한다면 (3선 시정을)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에게는 남모를 고민이 또 있었다. 서울시 산하기관, 유관단체에 터 잡은 일부 참모들은 그가 서울시청을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고, 이로 인한 무언의 압박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인 박원순계 박홍근 의원(서울 중랑을)의 말이다.

 "2014년 지방선거 때 박 시장을 따로 만나 대선 나가면 돕겠다고 말씀드린 사이다. 가능성 크지 않은 줄 알면서도 2017년 대선도 도왔고, 2018년 지방선거에도 3선은 나가지 말라고 끝까지 고집했다. 처음에는 찬반 의견 팽팽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니 시장 마음이 3선으로 기울더라. 박 시장이 내게 전화로 최종 결심을 밝혔을 때 내가 '시장님, 돕기는 하겠지만 대권에서 멀어지신 겁니다'라고 답한 기억이 난다. 지금 일을 생각하면, 내가 그때 확실히 말렸어야 한다는 후회가 든다."

 

p43

 2020년 7월 10일 새벽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부고 기사를 마감한 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대로 뻗어버렸다.

 점심 무렵 깨어나 보니 이미 많은 일이 벌어진 상태였다. 인터넷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전문'이라는 출처 불명의 글이 퍼지고 있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진위가 불분명한 루머가 그럴듯한 가공이 입혀지는 가짜뉴스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문제의 글은 서울시청과 시장실 내부 사정을 모르는 사람의 작품치고는 너무 정교했다. 훗날 이 글은 피해자가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와 함께 작성한 '1차 진술서'라는 것이 밝혀졌다.

 

p44

 박 시장이 2022년 대선 도전을 염두에 두고 기용한 '마지막 비서 실장' 고한석이었다. 재직 기간은 100여 일 남짓에 불과했지만 나와는 뭔가 통하는 구석이 많았다.

 그는 안희정이 충남지사 시절 보수성향의 재향군인회를 우군으로 삼아 충청권의 맹주로 올라선 것에 착안해 박 시장의 역사관을 바꾸 보려고 했다. 내가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의 공과를 모두 인정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하자 고 실장이 "그걸 설득시키기가 참으로 어렵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민주당 사람들에게는 그 부분이 어렵더라. 중국은 마오쩌둥이고, 우리나라는 박정희다. 이른바 민주화 세대가 박정희의 공을 거의 인정 안 하려고 한다. 그 점에서는 안희정이 탁월한 지점이 있었던 거다. 박 시장과도 그 얘기를 오래 했지만, 정책보다 더 어려운 게 역사관을 바꾸는 거였다. 어느 정도 필요성을 수윽하면서도 나아가지 못했다. 자기 입으로 공론화할 경우에 닥칠 파장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도 최근 들어서 시장이 뭔가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p45

 피해자에 대해 "내 입으로 말해줄 수는 없다"고 버티던 S가 병원담길을 걸어가면서 슬쩍 운을 뗐다. "시장실 데스크 앞에 있던 00이 기억 안 나나? 시장실 자주 왔으면 아마 기억날 텐데."

 그 순간 2018년 지방선거가 끝난 6월 27일 시장을 접견할 때 집무실을 드나들던 비서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 무렵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계 수사관들은 박원순 사건의 참고인으로 불려온 시장실 전/현직 직원들 앞에서 그 비서를 '김잔디'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 잔디에 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p46. '2차 가해' 논란 속에서

 7월 13일은 박 시장의 시신이 서울을 떠나 경남 창녕의 선영에 안장되는 날이었다.

 그날 오전 10시경 박 시장의 유해가 서울추모공원에 도착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과 허영 의원, 민병덕 의원, 문석진 서대문구창과 김주명,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 등 박 시장과 인연이 깊었던 6명이 화장로까지 운구를 맡았다.

 그와 동시에 일부 여성단체들이 서울 은평구 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연다는 예고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장의 마지막 길을 전송하려고 모인 조문객들의 얼굴이 하나둘 굳어갔다.

 몇몇 사람이 이때 피해자와 김재련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11시 40분 경 김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변호사가 전화를 받지 않자 "통화를 하고 싶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11시 44분에는 비서실장을 지낸 김주명이 참지 못하고 피해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장례 둘째 나에도 김주명은 피해자에게 "필요할 때 힘이 돼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피해자도 "저를 나무라시고 원망하실 줄 알았는데 너무 죄송하다"는 답신을 보낸 상황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와 성폭력상담소는 3일 후 발표한 공동 입장문에서 "서울시 전/현직 직원 중 7월 8일 이후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하는 이들이 있다"며 "너를 지지한다면서 정치적 진영론에,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고 '조언'하고 힘들어겠다고 위로하며 기자회견은 아닌 것 같다고 만류했다"라고 폭로했다.

 이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김주명이었다. 사건 발생 석 달이 지난 후 만난 기자에게 그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여줬다. 장문의 메시지는 시장의 죽음 이후 피해자의 심경을 담고 있다. 사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내용이라 전문을 공개한다.

 

 김주명 : 네가 얼마나 큰 상처와 아픔을 겪었는지 나는 짐작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내 무능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네가 나를 신뢰한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너를 비난하는 소리 조금도 신경 쓰지 마라.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네 걱정을 하고 있다. 너를 이용하려는 부추김에도 흔들리지 말아라. 네가 마음의 평화를 얻는 선택을 하렴. 마음의 소리를 따르고 기도의 응답을 구하렴. 꼭 부탁하고 싶은 것은 진영 싸움에 휩쓸려 들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보수/진보 할 것 없이 유불리를 따라 너를 이용할 뿐이다. 네 삶이 끝없는 싸움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고통이 승화될 길은 마음의 소리를 따르는 것이다.

 특히 오늘 시장님을 보내는 날인데 법률대리인이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그건 정말 아닌 것 같다. 오늘 시장님을 떠나보래고 한 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잔디 : 실장님.. 저는 정치도 모르고 진영도 몰라요. 최근에 있었던 일을 아시겠지만, 그 일로 제 트라우마가 폭발했던 것은 맞아요. 실장님께서 어디까지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시장실에서 이 악물로 참으며 웃으며 지냈던 시간을 누군가 손가락질하는 것이나 저를 살인자 취급하는 사람들 때문에 충동적으로 그러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여전히 시장님의 작고가 저의 결정과 무관하길 바라고, 혹여 관계가 있더라도 무책임하게 돌아가실 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용기를 내었어요.

 저희 가족은 시장님의 유서 중 '모두'에 저와 제 가족이 포함된다고 믿으려고 해요. 그렇다면 과연 시장님께서 이 일을 묻어두려고 하셨을까요..? 저희 아버지께서는 유서에 제 이름을 남기지 안흔 것조차, 저를 위한 마음이었다고 생각하시는 선한 분이세요. 그런 가족들이 저 때문에 힘들어하잖아요. 유명하고 대단하신 시장님과 그분의 가족들, 지인들만 명예가 있는 것이 아니에요. 보잘것 없는 저희 자고도 지키고 싶은 자존심이라는 것이 있어요.

 저는 어떠한 계획으로 증거를 모은 것도 아니었어요. 참아 내다 힘들 때 겨우 주변에 작은 목소리 한 번씩 내던 거였어요.

 저는 시장님께서 혹여 저의 고소 사실로 그러한 선택을 하셨다고 하더라도 지금 저의 선택을 지지하리라 믿어요. 어쩌면 시장님게서 어디엔가 살아계시고 북녘으로 넘어가셨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보기도 해요.

 이 일을 시장님과 저 둘만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우리 모두는 미숙했어요. 그걸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우리 모두처럼 또 다른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절대로 지금도 그때에도 시장님을 해하려고 그런 것이 아니었어요. 악의가 없었어요. 저는 저를 지키려고 한 거였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요.

 시장님을 추모하며 두 가지 문구가 떠오르더라고요. 정의가 강물처럼,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시장님을 애도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장님 죄송해요. 기자회견 이후에도 저를 만나고 싶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주명 : 어떤 가족도 보잘것없는 가족은 없어. 가족의 소중함. 너를 보면 느낀 적이 많지. 모든 걸 덮자는 것도 아니야. 다만 오늘 하루만 피하면 안 될까?

 잔디 : 그 일정은 제가 정한 것이 아니라 어려울 것 같아요.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께서도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염려하셔서 오늘로 정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죄송해요.. ㅠㅠ

(개인적감상 : 잔디라는 분의 글에서 보면 심리적으로 거의 패닉에 가까운 상태에서 쓴 글이라는 느낌이 든다. 논리는 거의 찾아볼 길 없고 중언부언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보다는 주변에 떠넘기거나 의지하는 그런 글이다. 가련한 느낌이 든다)

 

 김주명은 훗날 경찰 조사에서 "그날은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이었다. 진상규명이든 뭐든 (기자회견은) 그날 하루만 피하면 되다고 생각했다" 고 회고했다. (개인감상 : 당연한 말이다. 굳이 발인날 기자회견을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박원순 나쁜놈 정도의 선빵 효과? 정말 진상을 밝히고 싶으면 피고인이 죽은 마당에 그들이 주장하는 확실한 증거를 제출하고 정당한 절차로 재판을 진행하면 될 일이다. 그런 합법적 절차를 마다하고 주요 피의자가 죽은 마당에 굳이 여론전으로 가겠다는 건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참모 X도 "설령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더라도 오늘 하루는 마음껏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오후 2시 기자회견은 예정대로 열렸다. 지금까지도 온 사회를 흔들어놓은 쟁점들이 모두 이 자리에서 배태됐다.

 "피해자는 부서 변경을 요청했으나 시장이 이를 승인하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박 전 시장은 본인의 속옷 차림 사진을 전송하고, 비밀 텔레그램 방을 개설할 것을 요구하고, 음란한 문자를 발송하는 등 점점 수위는 심각해졌고, 심지어 부서 변동이 이뤄진 이후에도 개인적 연락이 지속됐다."(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피해자는 박 시장을 통신매체이용 음란, 업무상위력에 의한 추행 그리고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개인감상 : 이후에 난 어떤 매체에서도 이때 주장한 음란한 문자에 대해 증거를 제시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p59

 여성단체들의 요구사항 중 눈에 띄는 것이 더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언론에 피해자에 대한 일방적인 코멘트를 중단하고, 언론 인터뷰 시 전/현직 직급과 부서를 밝히라."

 나는 이것을 언론과 취재원 양쪽에 대한 압박으로 받아들였다. 이 또한 나중에 밝히겠지만, 내가 만난 취재원 중에는 익명을 전제로 시장실 시절 얘기를 해준 경우가 많았다.

 기사 신뢰성을 위해 취재원을 밝히는 것이 합당하지만,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취재원들이 볼 피해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신원 공개'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피해자 측이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신원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런 식의 압박은 동시다발로 밀려왔고 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서실장 반응들을 담은 기사 부제 <"일 잘하고 밝은 친구" 증언도>는 나중에 수정됐다.

 비서실장들은 모두 피해자의 업무 능력 자체는 높이 평가했다. 피해자의 기자회견으로 자신들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원인 제공자에 대한 호평이 이례적이어서 기사에 "일 잘하고 밝았다", "가장 오랫동안 근무한 비셔였고 시장실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 존재"라는 평을 넣었다.

 그런데 노조 공보위를 중심으로 일부 후배 기자들이 "피해자의 성격을 굳이 묘사할 필요가 있냐"는 문제 제기를 편집국장에서 했다고 한다.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굳이 이유를 추론해보자면 ▲ 피해자의 성격을 묘사하는 것을 '2차 가해'의 범주에 들어간 것으로 이해하거나 ▲ 비서실장들의 호평 이면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했던 게 아닌가 싶다.

 또한, 공보위는 7월 16일 "사건의 성격, 과거 보도 사례 등을 살펴 볼 때 이번 사건 역시 '피해자'라고 호칭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며 상근기자의 취재, 편집 과정에서는 '피해자' 용어를 사용해달라고 권고했다.

 공보위 권고가 강제성은 없었지만 내 입장도 명확했다.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가해자가 인정하거나 또는 법정에서 확정되지 않는 한 진실을 다투는 사람은 '고소인'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p71. 시장실 사람들, 말문을 열다

 여성단체들의 보이콧으로 서울시 차원의 진상조사는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7월 22일 오후 "민관 합동조사단 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조사를 의뢰할 경우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변호사와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7월 28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인권위 직권 조사를 촉구하는 '보랏빛 우산 퍼포먼스'를 벌이며 한껏 기세를 올렸다.

 서울시 발표 직전 7월 22일 오전 11시에는 피해자 지원단체의 2차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의 핵심은 피해자가 시장으로부터 당한 성폭력 피해를 알리며 도움을 구한 서울시 직원이 20명이라는 것.

 "(피해자가) 정확하게 얼마나 자세히 말했냐"는 질문에 김재련 변화사는 "피해자가 (2019년) 부서 이동 전에 17명, 이동 후에 3명에게 말했다. 이 중에는 피해자보다 높은 직급,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책임 있는 사람에게 전달해야 하는 인사담당자가 포함됐다"고 부연 설명했다.

 송란희 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박원순의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권력에 의해 은폐, 비호, 지속된 조직적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 2차 기자회견으로 박원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종전까지는 박 시장의 은밀한 사생활이거나 설령 그런 일이 있었다 해도 개인의 일탈로 치부될 수 있었는데, 직원들의 피해 호소 묵살은 조직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 무렵 취재를 거부하거나 '노 코멘트'로 일관하던 시장실 일부 직원들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사태 초기 시장실 직원들은 '수인의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함께 피해자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이들은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피해자 주장에 반신반의하면서도 혹시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들은 극도록 말을 아꼈다. 마치 공범 혐의를 받고 별도로 격리된 두 죄수가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대처가 현명한 선택인지 몰라서 번민하는 상황이었다.

 서울시장실에서 경력을 쌓거나 박 시장의 정치적 동지를 자처했던 '박원순계' 의원 10명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기동민, 김원이, 남인순, 민병덕, 박홍근, 박상혁, 윤준병, 천준호, 최종윤, 허영이 그들이다.

 '윤준병 사태'는 이들을 더더욱 얼어붙게 했다. 윤준병 의원은 서울시에서만 30년 가까이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행정1부시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여러 가지 사업들을 의욕적으로 벌이려는 박 시장에게 '늘공' 입장에서 행정적으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설명해주는 게 그의 일이었다. 생전 박 시장은 그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윤준병 말대로만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윤준병 의원은 2020년 7월 13일 오후 박 시장의 유해를 고향에 묻고 오면서 피해자의 기자회견 뉴스를 접했다.

 윤준병은 페이스북에 "행정1부시장으로 근무하면서 피해자를 보아왔고 시장실 구조를 아는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이 있었다. 침실,속옷 등 언어의 상징조작에 의해 오해 가능성에 대처하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썼다.

 이 글을 놓고 "피해자 말을 의심하는 거냐"는 비판 기사들이 쏟아졌다. 2020년 7월 16일 가로세로연구소의 강용석 변호사는 역대 비서실장들을 추행 방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고발하면서 윤 의원도 끼워 넣었다.

 그렇게 피해자의 '피해 호소 20명' 주장이 나오면서 시장실 사람들은 '성추행 공범' 이미지를 덮어쓰게 됐고, 이들은 더더욱 입단속을 경계하게 됐다. 나의 취재가 더욱 어려워졌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피해자 지목으로 경찰서를 다녀온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자 이들 사이에서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 "피해자가 해도 너무 한다"는 비판론이 부상했다.

 시장실에서 1년 6개월간 근무했던 Y는 박 시장이 사망한 직후부터 피해자를 지지하는 쪽이었다. 그가 그로부터 다섯 달이 지난 뒤 해준 얘기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세연 강용석의 고발은 없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일이 많은 사람을 멀어지게 만들었다. 12월 26일 '2차 가해 반대' 공동성명 건으로 잔디와 통화할 일 있었는데, 잔디가 하는 말이 '동료들에게 법적인 책미을 물을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사람들 기억이 100% 정확할 수 없지 않나? 피해자 말에도 사실이 아닌 게 끼어이쏙, 동료들 말도 마찬가지일 거다. 만약 경찰 조사가 아니라 사적으로 만나서 얘기했다면 동료들도 '네 사정이 그런 줄 몰랐다'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런데 경찰을 매개체로 말이 오가면서 양쪽 모두 전면전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

 

기자 : 가세연 고발이 피해자의 뜻과는 무관했다고 보는 거냐?

Y : 그렇다.

기자 : 가세연 고발에 이어 김재련 변호사가 '피해 호소인 20명'을 얘기할 때 사람들은 그걸 피해자의 의지로 받아들였는데?

Y: 그것도 사실이다. 다만, 돌이켜보면 피해자와 지원단체가 그렇게 안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런 것까지 생각할 수 없었을 거다. 그런면에서 비극적이라고 본다.

 

 어쨌든 그동안 알고 지내던 시장실 사람들도 기자의 전화를 피하는 등 이 시기 취재가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p76

 그래서 나는 일반직과 별정직을 가리지 않고 '시장실 직원 20명'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 결과물이 7월 31일 저녁에 출고된 <서울시청 6층 사람들 "성추행 방조? 난 들은 적 없다">이다. 일단 기사 내용을 전재하겠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직권조사를 시작한 가운데, 성추행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조사 또는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서울시청 '6층 사람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방조 의혹에 대해 피해자의 호소를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관련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고 유족 측의 요청으로 박 전 시장의 휴대폰 포렌식도 중단된 상태에서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라 진상규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오마이뉴스>는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이들 입장을 듣기 위해 피해자가 시장실에 근무하기 시작한 2015년 7월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서울시청 6층에서 근무한 공무원 20명과 접촉했다. 6층은 박 전 시장의 업무를 돕는 시장실, 행정부시장실, 정무부시장실, 정무수석실, 소통전략실, 정책보좌관실, 젠더특보실, 공보특보실 등이 모여있다.

 김재련 변호사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13일 기자회견 이후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적 괴롭힘, 인사 고충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보 조치를 취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6층 사람들'의 추행 방조 혐의를 주장해왔다. 성폭력상담소는 16일 보도자료에서 "2016년 1월부터 매 반기별 인사이동을 요청함. 번번이 좌절된 끝에 2019년 7월 근무지 이동 후, 2020년 2월 다시 비서 업무 요청이 왔다"고 전했고, 김 변호사는 지난 22일 '2차 기자회견'에서 '피해자가 기억하는 내용만 해도 부서 이동 전에 17명, 이동 후에 3명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6층에서 근무하는 시장 보좌진들은 40~50명에 이른다.

<오마이뉴스>가 접촉했던 20명이 피해자 측이 지목한 20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피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근무했거나 시장 결재 때문에 수시로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관계로, 최소한 참고인 조사가 유력한 인물들이다. 일부는 이미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박 전 시장이 기용한 별정직과 공채 출신의 일반직이 모두 포함돼 있다.

 사건 초기에는 취재에 잘 응하지 않던 이들은 하나둘씩 자신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피해자가 박 전 시장과의 관계에서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그로부터 인사이동을 요청하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조사 또는 수사 국면에서는 엇갈리는 진술을 넘어서는 증거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취재에 응한 이들의 핵심 발언을 추려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김주명(2017년 3월~2018년 7월 비서실장)

"고소인이 불편해하는 낌새를 못 느꼈고, 심지어 (2019년 7월 시장실을) 그만두는 순간까지도 몰랐다."

-비서실장을 그만둔 이후의 상황을 어떻게 아느냐?

"고소인과는 올해 3월까지도 통화를 하는 사이였다. 그(고소인)는 시장실 최장기 근무자였고, 내가 아는 '최고의 비서'였다. 이 정도만 얘기하겠다."

 

△ 오성규(2018년 7월~2020년 4월 비서실장)

"비서에게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면 비서실의 최고책임자인 나 같은 사람에게 직접 얘기를 했겠냐. 2019년 11월 14일 안부를 묻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은 이후 내가 고소인에게 연락을 한 적도, 고소인이 내게 연락을 한 적도 없다. 지난 2월 시장실 데스크 여비서 2명을 순차적으로 바꿔야 할 상황이 발생했지만, 그때도 내가 고소인을 찾을 일은 없었다.

△ 박 전 시장의 핵심 참모 A씨(남)

"하루 한두 번은 시장실에 들어갔는데, 지금 같은 얘기가 나올 줄을 까맣게 몰랐다. 고소인이 얼굴을 찌푸리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느낌은 없었다."

△ 고소인의 직속 상관 B씨(남)

"고소인이 얘기를 하지 않아서 그런 사실을 몰랐다 고소인이 근무하는 동안 데스크에서 함께 일했던 여비서 2명은 계속 바뀌었다. 당사자가 요청하면 바꿔주는데 피해자는 공식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다."

- 혹시 상사가 남자라서, 어려워서 얘기를 못 한 건 아닌가.

"다른 직원들은 나가겠다고 해서 바꿔줬는데, 왜 그 직원만 얘기를 안 했을까? 그 친구로부터 요청받은 게 없었다.

△ 별정직 공무원 C씨(시장실 떠난 후에도 피해자와 가끔 연락하고 만남)

"고소인이 박 시장과의 관계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한 적이 없다. 반대로 내 앞에서 자랑한 기억은 난다."

△ 일반직 공무원 D씨

"워낙 오랫동안 근무하다 보니 박 전 시장이 고소인을 편하게 생각했던 것은 맞다. 고소인도 근무 기간에 서울시장의 비서로 일한다는 자긍심을 숨기지 않았다. 데스크는 9급이나 8급이 주로 맡아왔는데 7급으로 승진한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 서울시 관계자(6급 이하 공무원 인사 담당)

"2월에 시장실로부터 (비서를 고소인으로 충원해달라는) 그런 요청을 받은 바 없다."

△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2018~2019년 서울시 행정1부시장)

"본부장 시절 박 시장의 결재를 기다리는데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피해자가 시장실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밖에서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센스가 있었다. 예의 바르고 친절했다. 고소인으로부터도 불편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이 기사를 올린 것은 7월 29일 오전 9시 25분이지만, 최종 출고는 7월 31일 오후 7시 30분에 이뤄졌다. 내부 검토에만 이틀 반이 걸렸다는 얘기다.

 "피해자가 20명에게 피해를 호소했다"는 주장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사실이라면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 몇 명은 그 20명 중에 반드시 끼어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서울시청 6층에는 시장 업무를 돕는 시장실은 물론이고 행정부시장실, 정무부시장실, 정무수석실, 소통전략실, 정책보좌관실, 젠더특보실, 공보특보실 등이 모여있었다. 모두가 시장실과 밀접한 업무 연관성이 있었고, 이들은 집무실 데스크 앞에 있던 피해자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피해자로부터 박 전 시장과의 관계에서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인사이동을 요청하는 얘기를 들은 바가 없다"고 답했다.

 7월 한 달 내내 언론들이 피해자 주장만 대서특필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서는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구체적으로 지목한 사람들도 있었던 만큼 사건 초기 이들의 진술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기사 한 꼭지를 쓰려고 취재한 20명의 반응을 취합하는 것은 나로서는 전무후무한 시도였다. 7월 29일 오전 기사를 쓴 뒤 봉은사 3재에 참석했던 나를 편집국장은 광화문 회사로 불러들여 "일체의 해설 없이 직원들 얘기만 그대로 보도하자"고 제안했다.

 7월 16일 가세연 강용석의 '강제추행 방조' 고발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오성규, 김주명, 윤준병의 경우 "실명으로 보도해도 좋다"는 허락을 어렵사리 받아냈는데 기자의 시각이 반영될 수 있는 일체의 해설을 지우라는 얘기였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박원순 사건과 관련한 엄청난 양의 논평들을 쏟아냈다. 이 중에서 정의당의 논평 몇 건은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이런 성희롱 사안이 벌어지게 된 서울시의 '구조'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일탈로 넘어갈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 조직화된 구조적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문제는 사실 광범위하게 법률적으로 의율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라 서울시 관행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주 심각할 것이다. 바로 그 문제를 정확히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배복주 여성본부장)

 

 "성폭력 문제는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여성가족부 장관은 부처의 취지와 목적을 똑바로 인식해 제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

 

 "서울시가 모범적으로 공들여서 성희롱, 성폭력 방지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이게 왜 현장에서 먹통이었는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성희롱, 성폭력 가선처리 매뉴얼이 최고 권력자 앞에서 작동이 멈췄다는 것에 대해서 서울시는 뼈아픈 반성과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나는 정의당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서울시장실 사람들 얘기도 들어보고 판단하라"고 조언했지만, 그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해가 바뀌자 김종철 대표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것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조사하고 발표한 사람이 배복주였다.

 정의당 주장대로 성폭력은 개인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일까? 그렇다면, 당 대표의 문제에 대해 정의당에는 어디까지 책임을 물려야 할까?

 

p93

 잔디와 근무 기간이 2년 가까이 겹쳤던 여성 D의 말이다.

 

 "시장실에 들어올 때 마음에 없이 억지로 왔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데, 그럴 리 없을 거에요. 시장실 근무는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엄청 많아요. 따라서 오기 싫다는 사람이 들어 올 수가 없다는 것은 나도 경험했죠. 피해자 또래의 시청 직원 중에 '시장실 일이 많아서 꺼림칙했지만 승진과 인사에는 도움 될 것 같아서 경험 쌓는 차원에서 왔다'고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일단 시장실에 들어와도 적응 못 하는 사람들은 후임자 정해지는 대로 그때그때 내보내 주곤 했어요."

 D의 얘기는 계속 이어졌다.

 "시장에게 결재받으러 가면 데스크 비서들과 마주칠 수밖에 없어요. 그럴 때마다 잔디는 약간 비음 섞인 목소리로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하며 반갑게 맞아줬던 기억이 납니다. 함게 있던 비서들에 대해서는 잔디만큼의 기억이 없어요. 그래서 '비서가 성추행 고소했다'는 뉴스가 처음 나왔을 때 다들 잔디가 아니라 또 다른 친구를 떠올렸을 거에요."

 역시 시장실을 자주 드나들었던 별정직 E와 L, T는 피해자가 박 시장에게 넥타이를 매주는 모습을 기억했다. E의 얘기다.

 "박 시장이 행사 때마다 넥타이를 고쳐 매야 하는데 피해자가 시장 목에 넥타이를 직접 매줬어요. (다름 사람들은 그렇게 안했나요?) 다른 사람들은 자기 목에 넥타이 걸어서 매듭 만든 다음에 시장에게 전해주기만 했죠."

 L의 기억은 이렇다.

 "내가 보고하는 와중에 잔디가 시장에게 '외부행사 나가야 한다'며 넥타이를 매어주는 데 그 모습이 아내가 남편 넥타이 매주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또 한번은 잔디가 넥타이 매주려는 것을 시장이 '이건 내가 할 수 있다'고 뿌리치는 것을 봤어요. 그걸 보고 다른 참모들에게 '잔디가 시장실에 너무 오래 있었으니 내보낼 때가 아니냐'는 의견을 준 적이 있습니다.

 

T는 "내가 지켜보는 자리에서도 잔디가 시장의 넥타이를 고쳐매 주더라. 시장 몸에 손댈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싶었다"고 말했다.

 B와 C는 시장 관련 영상 촬영 업무를 했다. C의 증언이다.

 "우리 팀이 일을 하다 보면 시장의 몸에 마이크를 장착할 때가 많은데, B가 마이크를 주면 시장이 직접 장착하곤 했어요. 그런데 피해자는 밖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도 그걸 보면 달려와서 본인이 시장 몸에 마이크를 채워주곤 했죠."

 어쨌든 2015년 시장실 입성 이후 2016년 하반기까지 피해자가 박 시장과 관련해 특별히 문제 제기한 흔적은 드러나지 않았다.

 2016년 2월 25일 피해자가 박 시장에게 보낸 손편지에는 당시 시장에게 느낀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랑스러운 박원순 시장님께 드려요.

 시장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작년에 첫 발령을 받고 공무원이 된 지 4개월 만에 시장님을 모시게 되어서 얼마나 무섭고 떨리는 마음이 들었는지 몰라요!

 그런데 시장님게서 늘 잘 가르쳐주시고, 웃음으로 대해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답니다. 서울시 공무원으로서, 또 한편으로는 서울시민으로서 시장님의 생각이나 정책, 사소한 행동들 모두 존경스럽고 그런 부분들을 저도 본받아 좋은 공무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시장님이 계시기에, 우리 서울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그러니까 꼭 건강하셔야 돼요! 비서실, 아니 서울시 통틀어서 제일 건강하시지만, 건강하실 때 관리하셔야돼요.

 시장님 생신 축하드리고 사랑합니다.

 시장실 막내 잔디 올림

 

 그러나 피해자는 "2016년 1월 당시 5급 비서관에게 전보 요청을 했고 같은 해 11월 인사담당자에게 전보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 측은 "인권위와 경찰 등에 증거를 제출했다. 그중 일부"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기자는 박 시장의 수행비서관을 3년 6개월간 지낸 A를 여러 차례 만났다. 일반직 공무원이었더 A는 박 시장이 외부로 출타할 때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박 시장이 시장실에 머무는 동안에는 피해자가 시장의 일정을 관리하고, 밖에 있을 때는 A가 피해자가 하던 일을 맡았기 때문에 시장실 그 누구보다도 업무 연관성이 높았다. 두 사람이 함께 근무한 기간은 2년 6개월이 겹쳤다. 다음은 A와의 일문일답이다.

 

기자 : 피해자는 6개월마다 부서를 옮겨달라는 요청했다는데, 그 정도 빈도면 수행비서관도 알았을 것 같다.

A : 인사 문제 상담을 자주 한 편이다. 나에게는 자기가 언제 나가는 게 좋을지, 어느 타이밍이 좋을지를 물었다.

기자 : 피해자가 전보를 원했다는 뜻인가?

A : 본인이 남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남고, 그게 아니면 떠나는 것 아니냐? 나가고 싶다고 의사를 밝히면 다 내보내 줬다. 시장이 각별하게 생각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아무리 시장이라도 나가겠다고 강하게 얘기하는 직원을 막을 방법이 없다. 옆자리에서 같이 일한 비서 3명은 차례로 다 나갔다. 그 친구들도 안 나갔다면 내가 이런 얘기하지도 않는다.

기자 : 피해자가 일 잘한다고 인정받았고, '시장실 업무를 굉장히 좋아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A :  그건 맞다. 시장실 4년 동안 9급에서 7급으로 승진해서 나갔다. 원래부터 7급 달면 나가려고 했었다. 9급, 8급으로 밖에 나가면 허드렛일 하는 부서에서 고생할 수도 있으니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잔디가 시장실 직원들에게 '비서 이상의 비서'로 강렬한 인상을 줬다는 점이다.

 CBS 기자 출신인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은 2017년 7월부터 박 시장의 미디어 특보(8개월), 비서실장(1년 2개월)으로 잔디와 함께 일했다. 그는 8월 13일 서울시경에서 3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피의자 조사에서 잔디를 이렇게 평가했다.

 "<오마이뉴스> 인터뷰에도 말했지만 '최고의 비서'다. 굉장히 자부심도 있었고 자기 일을 즐거워하면서 했다. 따로 내가 무언가를 지시하거나 주문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장이 외신 보도를 직접 챙기고 스크랩도 하는 등 자료 관리를 꼼꼼히 하는 편이었다. 시장이 그런 일을 할 때 나는 도와준 적이 없는데 잔디는 자기 일이 아닌데도 시장을 도와드리곤 했다.

 잔디는 내 비서 일도 했다. 내가 '직원들 격려 좀 해야겠다'고 하면 나에게 '어느 부서가 일을 잘해서 좋은 기사가 나갔다'는 식으로 팁을 줬다. 그러면 내가 시장 명의로 피자를 보내곤 했다. 비서실장인 내가 알아야 할 기사가 있으면 텔레그램으로 보내주기도 했다.

 경찰이 '비서실에서 잔디가 하는 일이 뭐냐'고 묻자 김 전 실장은 이렇게 답했다.

 "가장 핵심적인 일은 시장 일정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시장의 하루 일정이 20개가 넘는다. 10분 단위로 면담, 회의가 잡혀있다. 그런데 면담자들은 그 10분도 짧게 느껴서 가능한 한 오래 하려고 하는데 그때 누군가 들어가서 면담을 종료시켜야 한다. 저와 잔디, 그리고 같이 일하는 비서 3명이 그 역할을 했다. 그리고 시장 일정이 많으니까 하루에도 방문객들이 아주 많다. 그분들을 응대하는 일들이 저와 비서 2명이 주로 했던 일들이다."

 "박시장이 잔디를 대하는 태도는 어땠나?"

 "신뢰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일정을 중간에 자르는 게 쉽지가 않다. 그런데 그 일을 잘했다. 시장은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좋았고, 그런 사람을 좋아했다."

 

p104

 피해자가 선임으로 올라선 뒤 만난 3명과는 갈등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6층 동료 직원의 말이다.

 

 "데스크 여비서들과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피해자 스스로 '나는 젊은 꼰대다', '완벽주의자'라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윗분들이 그런 스타일을 좋아해도 옆 사람은 굉장히 피곤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후임 비서들이 '동기끼리 잘 부탁해요'라는 식으로 편하게 다가가면 피해자는 '내가 선임인데 동기 얘기가 왜 나오냐'고 받아쳤다. 피해자가 내게 '어떻게 선임인 나에게 감히 이런 식으로 대하지'라는 식의 불평을 종종 하곤 했다.

 데스크 비서들을 제외하곤 박 시장은 물론이고 여타 직원들과의 관계는 비교적 원만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2016년에 이어 2017년 2월 15일에도 시장에게 '생일 축하' 편지를 보냈다.

 

 

 반짝반짝 빛나는 박원순 시장님께

 

 시장님 안녕하세요. 저 잔디에요^^

 시장님을 모시면서 벌써 이렇게 두 번째로 생신을 축하드리게 되었어요.

 제가 2015년 7월에 처음 시장실에 왔으니, 기간은 2년이 채되지 않지만 벌써 세해째 시장님을 모시고 있네요.

 시장님, 항상 정신없고 바쁘신 일정 속에 힘드실텐데도 뵐 때마다 한번이라도 더 웃어주시고, 격려해주시고,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얼마나 기쁘고 힘이 나는지 몰라요. 시장님을 곁에서 지켜보면 참으로 힘이 납니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주시는 분이세요.

 아주 짧은 시간이 주어질지라도 모든 일에 집중하시는 능력과 매순간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에서 뜨거운 열정과 놀라운 능력을 느낍니다. 또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하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습니다.

 식사도 거르시고 화장실도 못가시며 지키고 계신 우리 서울과 꿈이라는 꽃봉오리. 긴 겨울 지난 곧 활짝 필 때까지 응원하겠습니다. 시장님 생신 축하드려요.

 2017. 2. 15 잔디 올림

 

(... 세상에서 사람이 가장 무섭다.)

 

p106

 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김문수, 안철수 두 경쟁자를 가볍게 제압한 박 시장은 7월 7일 세계도시정상회의 참석차 3박 4일 싱가포르 출장길에 나선다.

 오성규 전 비서실장이 2020년 12월 3일 국가인권위에 보낸 의견서에 싱가포르 현지의 A와 피해자가 7월 9일 오후에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했다.

 

피해자 : 저 한 번은 데리고 가셔야 하는 것 아니예요? 팀장님이 힘 써주세요... ㅋㅋㅋㅋ 시장님은 백퍼 데려간다고 하는데.. 에스파뇰 몰라~~

A : 국제과에 물어보니 이렇게 준비 중이야. 스페인 어때요?

피해자 : 짱좋 ㅠㅠㅠㅠ 제발 플리즈

A : 세뇨리따~~ 이건 아닌가? ㅋㅋ

피해자 : 승진이고 뭐고 순방 부심 한번 ㅋㅋㅋ

 

의견서 발표 다음날 <중앙일보> 온라인판에 피해자 측의 반박 기사가 실렸다. 김재련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자는 박 전 시장과 함께 해외 출장을 가게 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박 전 시장과 함께 해외 출장을 떠난 비서관 중 한 명이 출장 사진을 피해자에게 보내며 '너도 다음에 가게 해달라고 하라'라고 해 해외에 간 것에 대한 부러움을 표시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이 같은 대화 내용이 들어있는 메시지 내용 앞부분을 오히려 실장 측이 편집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이 편집 의혹을 제기한 만큼 둘의 대화가 어떤 맥락에서 시작됐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오성규는 "두 사람의 사적 대화이기 때문에 그걸 공개할 수는 없다. 둘이 다른 사람들 험담한 내용도 있는데 그런 걸 어떻게 다 보여주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말했다.

 

 "대화 내용을 다시 봐라. 부러운 마음에 그냥 한 얘기가 아니라 스페인이라는 목적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잖은가? 편집이라니 황당하다. 지원단체들은 그동안 피해자 측 주장을 내보내면서 자기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편집하지 않았나? 우리에게 편집 운운하는 것은 자기들이 그동안 해온 행동을 스스로 부정하는거다."

 어쨌든 A가 피해자에게 알려준 대로 박 시장은 9월 27일부터 9박 11일 동안 스페인이 포함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그러나 피해자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박 시장의 해외 출장에 여러 차례 동행했던 서울시 일반직 공무원의 말이다.

 "매년 서너 차례 시장의 해외 순방 일정이 잡히지만, 시장실 늘공 중에서는 수행비서관만 같이 갔다. 해외에서는 시장 일정이 훨씬 촘촘하게 짜이고 수행원들의 업무도 그만큼 세분되는데, 시장실에 배정된 인원은 1명이기 때문이다. 해외 출장은 시장실 아무개가 따라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게 아니고, 시장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박 시장이 유럽 출장에 앞서 한 달간 옥탑방살이를 할 때도 피해자는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삼양동에서 시장 부부와 숙식을 함께 하다시피 했던 L은 "2018년 8월 초순 잔디가 퇴근 후 서너 명의 직원들과 함께 작은 화분을 사 들고 찾아온 적이 있다. 삼양동이면 집도 먼 편인데 굳이 올 필요가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p115

 그러던 차에 나타난 사람이 일반직 공무원 B(여성)였다. 시장실에서 2년 9개월간 일했던 B는 공무원 선배이자 인생 선배로서 잔디와는 막역한 사이였다.

 시장실의 별정직들은 "우리 얘기보다는 잔디가 마음을 터놓고 얘기했던 일반직 공무원들 얘기를 들어보라"는 조언을 하곤 했다. B는 그런 조건에 부합한 사람이었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7월 18일 경찰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9월 11일 나는 "사건이 터지기 전 잔디가 카카오톡 프로파일에 박 시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고, 그걸 본 B가 '둘이 너무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해가 바뀌자 "박원순이 피해자에게 문자나 사진을 보낸 것이 확인됐다"는 발표가 계속 나왔다.

 

 2021년 1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 조성필 부장판사가 이른바 '4월 사건' 가해자 Z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박원순이 서울 시장 근무 1년 반 이후부터 야한 문자와 속옷 차림의 사진 등을 보냈고, (피해자는) '냄새가 맡고 싶다', '몸매가 멋있다', '사진 보내달라'는 등의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고, 같은 해 1월 25일 국가인권위도 "박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낸 것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인권위는 "피해자로부터 들었다거나 메시지를 직접 보았다는 참고인들의 진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발표로 박원순에게 실망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피해자로부터 피해 사실을 인지한 동료들은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나는 이들의 얘기가 중요하다고 보지만, 판사와 인권위 모두 이 부분은 입을 다물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목격자 B는 국가기관들의 발표가 나오기 전에 나의 의문점을 풀어준 사람이다.

 2020년 10월 13일 오전 나는 B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는 글'에서 나는 취재원 50명의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지만, 취재에 불응한 사람들은 뺀 수다. 그중에 여러 차례 설득 끝에 취재에 응하기로 해놓고 만나기로 한 날 인터뷰 장소에 나오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많은 취재원이 "아직도 그 사건 생각하면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당신이 믿을 만한 기자라는 것을 내가 어찌 알겠냐"는 등의 이유를 들어 사양했다.

 다행히도 기자와 면식이 전혀 없는 B는 "시장실에 대해 억측이 많은 상황에서 관련 기사를 꾸준히 쓰는 기자"로 나를 인지하고 있었다. B는 10일 간격으로 두 차례 전화 통화에서 자신의 경험을 얘기해줬다. 다음은 B와의 문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B : 박 시장이 3선 출마하려고 사퇴한다(2018년 5월 14일)는 얘기가 나와서 시장실이 어수선한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청 공무원드른 자체 행정포털망에 접속해서 사용하는 PC용 메신저와 텔레그램 둘 다 사용하는데, 피해자가 사내 메신저로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냐'고 말을 걸었다.

기자 : 잔디가 사내 메신저로 불렀을 때 특별한 얘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나?

B : 그런 건 아니다. 평소에도 고민 상담을 자주 했는데, 그날은 보안을 의식한다는 느낌은 들었다. 6층 접견실에서 얘기할 수도 있지만,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많은 공간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잘 안 오는 7층의 한적한 공간, 화장실 옆 벤치로 이동했다. 피해자가 내게 텔레그램을 보여주길래 그 내용을 얼핏 봤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하는 말이 '안희정 사건으로 시끄러운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오해할까 봐 걱정된다. 시장이 나를 손녀딸처럼 예쁘게 생각한다는 것을 나는 아니까 괜찮은데'라고 말했다. 시장의 스마트폰은 다른 사람들도 업무상 볼 수 있지 않냐는 뉘앙스였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박 시장의 3선 도전 때문에 시장이 의지하던 참모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었다. 그러나 잔디에 대한 (시장의) 의존 심리가 더 강해졌던 게 아닐까 싶다.

기자 : 다른 사람들이 보면 오해할 수 있는 메시지가 뭐였나?

B : 제일 마음에 걸렸던 표현은 '잔디 냄새 좋아 킁킁'. 또 하나는 업무지시 등의 별다른 이유 없이 밤에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 그 외 나머지는 친근감을 표현하는 메시지들이었다. 그러나 피해자와 시장이 허물없이 편하게 지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거슬리지는 않았다.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낸 다른 사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본 사진은 다른 지인들에게도 보낸 적 있는 러닝셔츠 입은 사진이었다.

기자 : 두 사람의 메시지 전송이 빈번했나?

B :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피해자가 '메시지를 빈번하게 보낸 날이 있는데, 이날은 시장님이 혹시 술을 드신 게 아닌가 싶어서 아무개 비서관에게 이날 술을 많이 드셨는지 물어봤다'고 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대해 내가 뭐라고 답했는지는 정확한 기억이 없다.

 답을 했다면 '시장실에 오래 근무를 하기도 했으니 부서를 이동하거나,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해보는 게 어떠냐'고 하지 않았나 싶다. 피해자 답변도 정확히는 기억하지 못하는데 '알겠다' 정도로 답하지 않았을까? 이런 대화가 10분 안팎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기자 : 이때의 대화 내용은 박 시장이 죽은 후 떠오른 거냐. 피해자의 지목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돼서 떠오른 거냐?

B : 그 전부터 마음 한 구석에 있었던 기억이지만, 크게 담아둔 것은 아니었다.

기자 : 이 문제로 나중에 얘기를 더 하지 않았나?

B : 그게 문제가 됐다면 피해자가 나에게 얘기를 했을 텐데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진로 문제 등 다른 주제로 나와 몇 차례 상담했고, 몇 번 식사도 했는데 그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내색하지 않았다. 시장이 3선하고 돌아온 후에는 시장실이 엄청나게 바빴다. 바로 옥탑방 한 달 살이 나가셨고, 돌아온 후에는 후속대책 내놓느라고.

 

 B는 시장실을 떠난 이후인 2019년 3월 28일에도 김주명, H 등과 함께 무교동에서 만찬을 한 적이 있다. B는 "우리는 떠난 상황이라 피해자가 시장실 분위기를 전해줬는데, 그때도 박 시장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B의 "둘의 관계는 두 사람만 아는 거지만 언론이 너무 편향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며 "이 사건이 권력에 의해 진실이 은폐됐다는 식으로 얘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한 얘기도 '잔디 냄새가 좋아 킁킁' 이런 식으로 제목을 달아주진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전화 통화가 끝난 뒤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피해자가 박 시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20명을 찾아 나선 후 석 달 동안 내가 만난 시장실 직원들은 "들은 바 없다"라는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시장에게 입은 피해로 추정되는 말을 실제로 들은 사람을 찾아낸 것이다. B가 전해준 2018년 잔디의 전언에도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해는 '미두'라는 성폭력 고발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던 시기였다. 박 시장이 타운홀 미팅에서 "추석 때 <82년생 김지영> 책을 읽고 눈물을 쏟았다"는 기사를 본 모 시인이 "2014년 박원순 캠프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2월 2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일이 있었다.

 같은 해 3월 5일 안희정 충남지사의 수행비서를 지낸 김지은 씨가 JTBC 인터뷰에서 안 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해 큰 파문이 일었다. 3월 10일 박 시장은 시인을 시장실로 불러 위로했고, 그는 이틀 뒤 페이스북에 "시장님을 뵙고 오니 그간 마음고생으로 얻은 상처가 많이 치유됐다"는 글을 올렸다.

 2018년 시장실 직원들 모두가 안희정 사건과 이 사건을 지켜봤고, 이 사건들이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했다. 만약 박 시장이 잔디에게 심각한 성폭력을 저질렀다면 그로서도 용기를 낼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잔디는 B에게 이렇게 말했다.

 "안희정 사건으로 시끄러운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오해할까 봐 걱정된다. 시장이 나를 손녀딸처럼 예쁘게 생각한다는 것을 나는 아니까 괜찮은데"

 박 시장과 잔디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당사자들만이 안다. 그러나 당시 잔디가 시장이 자신에게 한 행동이 안희정의 그것과는 다르다. 손녀딸처럼 생각한다고 인식했다는 점은 분명히 드러난다.

 그해 5월 14일은 박 시장의 직무가 정지되고 3선에 도전하기 위해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등록한 날이었다. 잔디는 이날 시장에게 이런 편지를 건넸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박원순 시장님께!

 

 시장님~~ 오랜만에 편지를 드리네요. 오늘은 정말 특별한 날이니까 시장님께 작게나마 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요~

 

 시장님 순방 기간이 길어봐야 8~9일 정도였는데... 이렇게 한달 동안이나 못 뵌다는 생각을 하니 참 마음이 뻥 뚫린 것같고 가끔은 울컥하는 느낌까지 드네요. 더 나은 서울,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러 나가시는데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시장님 몸과 마음의 건강을 가까이서 챙겨드리지 못하고, 또 시장님께서 재미있는 농담을 해주시는 것과 셀카 찍는 일들을 한달 도안 못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너무 아쉽고 슬퍼요 ㅜ.ㅜ

 그래도 시장님! 저는 소원이 있어요. 제 소원을 꼭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시장님께서 작년 초에 대선을 준비하실 때 하셨던 말씀이 참 기억에 남아요. 그때 말씀하시길 '5년 후 손주 손을 잡고 광화문광장을 거니는 삶을 살고싶다. 그런 대통령을 꿈꾼다고 하셨거든요.

 시장님. 저는 정말로 제 삶에 있어서 박원순이라는 '시대의 리더'와 함께 했다는 그 사실 하나로 너무 기쁘고 행복하고 감사해요. 그렇지만 제 소원은 여기가 끝이 아니라, 이 시대에 다시 없을 소중한 박원순이라는 존재가 이 세상을 바꾸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우리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누린 그 이후에.. 정말 역사에 길이 남을, 마지막까지 훌륭한 리더로 인전받고 모두가 존경받는 지도자로 칭송받는 그날을 꿈꿔요.

 시장님은 너무도 현명하고 지혜로우시며 새로운 생각과 놀라운 추진력으로 이미 저명하시잖아요~!! 꼭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

 더불어 시장님~ 제 소원 이뤄주시려면 건강도 잘 챙기셔야되는 거 아시지요??? 약 잘 드시고요 차에서 잠깐씩 쪽잠 꼭 주무시고~ 전화는 너무 많이 하지마세요 ㅋㅋㅋ

 시장님, 한달 뒤 옥수수랑 수박 잘 길러놓을게요. 힘내시고! 사랑합니다!

 2018. 5. 14 시장실 잔디 드림

 

민경국이 12월 23일 오후 2시 13분 이 편지를 공개하자 여성단체와 일부 언론은 피해자 이름을 공개했다며 '2차 가해' 공세를 가했다. 민경국은 같은 날 2시 14분에 나를 비롯해 몇몇 기자에게 카카오톡으로 자기 페이스북을 봐달라고 요청했고, 나는 공개된 편지에 이름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민경국이 "언론이 기초적인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사실과 다르게 내가 피해자의 실명을 노출한 것처럼 기사화하였고,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항의하자 <한겨레>의 경우 다음날 "피해자 지원단체의 문제제기에 타당한 점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반영했지만 사실관계에 틀린 점이 있었다"며 사과했다.

 이 편지가 논란이 되자 이런 반응도 나왔다.

 "최근 박원순 전 수일시장의 생일을 앞두고 만들었던 롤링페이저와 편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다. 모두가 똑같이 종이에 편지를 써서 고리에 한데 묶은 카드 모음, 그 뻔한 모양의 생일 축하 메시지조차 누군가에게는 특별해 보였나 보다."

 나는 시장실의 몇몇 직원들에게 "박 시장에게 보내는 롤링페이퍼를 쓴 적이 있냐"고 물었다.

 별정직 D는 "박 시장만이 아니라 시장실 떠나는 직원에게 남아 있는 사람들이 돌아가며 이별의 말을 적어주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고 말했고, 같은 별정직 M도 "2018년 말에서 2019년 새해로 넘어가는 시기에 한 번은 써 본 것 같다. 돌아가면서 한 줄 쓰는 거라서 큰 부담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시기에 근무했던 R은 "연말연시엔 신년사 작업하느라 그런 것에 응할 짬이 없었고, 시장 생일에는 써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 중 일부는 "누군가 시장 생일 축하 동영상을 찍자고 제안해서 카메라 앞에서 덕담을 건넨 기억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처럼 박 시장에게 손편지를 써서 전했다는 직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p148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6월 16일 노사모 총회에 보낸 영상메시지로 유명한 말을 남겼다.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곱씹어봐도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시민이 깨어있고, 조직화되어야 한다. 내가 만난 '박원순 시장실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깨어있는 시민들이었다.

 한편으로는 나날이 값이 뛰는 서울의 집은 언제 살 것이고, 자녀 교육은 어떻게 시킬 것이며, 이민 가서 살기 좋은 나라가 어디일까를 꿈꾸는 '소시민들'이었다.

 이들 모두는 "박원순 사건에 대해 부풀려진 얘기들을 바로잡고 싶다"는 대의명분과 "그러한 행동이 나에게 작게나마 불이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나 대신 누가 해줬으면..."이라는 도피심리 사이에서 번민했다.

 왜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느냐고 그들을 책망할 수도 없다. '20년 기자질' 하는 동안 나는 수많은 유형의 취재원들을 만났다. 각자에게 '소우주'라고 할 만한 사연들이 있었고, 나는 잘잘못을 가리는 판관이 아니었다. 다만, 그들을 관찰하고 기록을 남긴다는 소명을 거스르진 않았다.

 

p143

 박 시장 사건이 논란이 된 후 박 시장과 잔디의 생전 모습이 담긴 동영상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9월 17일 <열린공감TV>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생일 동영상1', 9월 18일 <고발뉴스TV>가 올린 '생일 동영상 2'와 '재래시장 동영상'이 그것이다.

(생일 동영상1)

 

'생일 동영상 1'에는 2019년 3월 26일 잔디가 시장실에서 박 시장과 함께 생일 케이크를 자르는 모습이 담겼다. 이때 시장 옆에 자리 잡은 잔디가 오성규 비서실장 등 다른 직원들에게도 같이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면서 박 시장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20여 명이 이 모습을 지켜봤다. 김우영 정무부시장은 이와 관련해 "내가 구청장을 8년 했지만, 부하 직원이 내 어깨에 손 올린 적이 한 번도 없다. 내가 아무리 편하게 대해도 대부분의 구청 직원들은 나와 거리를 뒀다"고 말했다.

 

(생일동영상2, 재래시장 동영상)

 

'생일 동영상 2'에서 잔디는 시장실 동료들과 함께 "저희는 시장님을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에요. 언제나 힘내시구요. 지금처럼 밝고 건강하게 행복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재래시장 동영상'에는 야외공간에 나란히 앉은 박 시장과 잔디가 카메라를 보며 포즈를 취한 모습이 담겨있다.

 C는 이날 현장에 우연히 동행했던 사람이다. 동영상이 촬영된 2018년 10월 29일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마지막 날이었다.

 "올해 국감 잘 마무리됐으니 남은 직원들끼리 오랜만에 밥이나 먹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우리 방에서는 나만 남아 있다가 시장 일행을 따라갔죠. 그날은 데스크 비서 두 명 포함해서 6~7명이 같이 움지였는데, 박 시장이 시장으로 걸어가면서 '일전에 고쳐놓으라고 했던 보도블록 아직도 안 해놨다'고 한마디 한 기억이 나요."

 C는 틈나는 대로 시장의 일상적인 모습을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 찍어서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하는 일을 맡았다. 여느 때와 같은 회식 자리였지만, 박 시장을 알아보는 시민들이 많았기 때문에 C는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시장에게 계속 인사를 걸었고, 나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뗄 수 없었어요. 그런데 잔디가 갑자기 '시장님, 저의 사진 찍어요'라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에게 안기는 포즈를 취했어요. 시장은 30분 정도 우리와 함께 있다가 다른 일정을 이유로 헤어졌습니다."

 

p219

이듬해 1월 14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Z는 징역 3년6개월(법정구속)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이라는 중형을 받았다. 이 사건의 성폭력 증거 채취를 위한 정액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 당일 깨어나 30분 동안 샤워를 한 점 등을 들어 "Z가 피해자와 강제로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Z는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최근 이 항소 2심의 결과가 나왔는데 1심과 동일한 형량을 확정한다. 이 재판결과가 좀 황당한게 성관계를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게 아니라,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한 점이다. 즉 피해 사실을 증명한게 아니라, 가해자가 가해를 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수 없다라는 논리다. 이런 논리가 통용되는 세상이라면 남자들은 여자를 데리고 모텔을 들어가려면 인생을 걸어야 될 수도 있다. 모텔 들어가기 전에 합의서라도 받아야 되고, 들어가선 동영상으로 증거라도 남겨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

 

p296

 박원순 사건 후 내가 하도 답답해서 여성단체연합 간부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게도 확인하는 절차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 간부가 말하길, 단체에서 마련한 성폭력 대응 매뉴얼에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에게 확인하지 않는다'고 되어있다고 답하더라. 나도 여성운동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그 말을 듣고 '그렇다면 그 매뉴얼이 이상하네'라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오더라."

 

 우리는 권위주의 정부 시절 검찰, 경찰, 그리고 국정원의 일방적 '주장'을 그래도 받아들여 간첩으로 확정한 사람들이 재심 끝에 혐의를 푸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피해자 얘기만 듣고 박원순의 혐의를 확정하기에는 논거가 너무 빈약하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시선으로 시작된 '피해자' 호칭은 어떤 식으로든 가해자를 만들어내고 이들을 응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는 혐의를 따져보기 전에 죄인의 낙인을 받는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언론계가 무책임한 담론을 확대 재생산해 결과적으로 대중의 혼란을 증폭시켰다는 점에서 박원순 사건을 '2020 언론 대참사'라고 명명해도 손색이 없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일부 기자들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온 페미니즘의 서사, '피해자 중심주의'와 '2차 가해', '피해자다움'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p312

 1990년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흥망성쇠를 멀찌감치서 목도한 뒤부터 어떠한 이념 세례도 나에게 특별한 감흥을 주지 못했다. 페미니즘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견이지만, 모든 운동 노선은 '마틴 루서 킹의 길'과 '맬컴 엑스의 길'이 있다고 본다.

 1960년대 미국 흑인들의 온전한 시민권을 회복하는 방안을 놓고 전자는 린드 존슨 대통령이라는 리버럴 성향의 백인들을 포섭해 민권법을 개정하는 길을, 후자는 '흑인 해방'을 위한 흑인 국가의 건설을 대안으로 각각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 사회의 실질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를 끌어 낸 것은 마틴 루서 킹의 온건 노선이었지, 맬컴 엑스[멜컴 액스라니가 좀 어색하네.  말콤 엑스로 워낙 많이 들어서]의 '사이다 해법'이 아니었다. "백인들은 죽어도 흑인을 이해하지 못해"라는 식의 언설은 운동의 주체들에게 자기 위안을 줬을지는 모르지만, 운동의 확장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데아'가 강한 분들에게는 유쾌하게 들리지 않을 얘기지만, 언젠가는 나의 진심이 전해지길 바란다.

 

(전기밥솥 쇼핑 한 이야기를 하며)

(미쿠리) 싼 물건은 엄청 싸더라구요. 너무 싼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카자미) 지금은 해외에서 싸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미쿠리) 그렇죠. 고용이 글로벌화되었다는 건, 국내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거죠. 그걸 생각하면 슬퍼져요.

(카자미) (국내에서)물건을 싸게 팔기 위해, 일자리를 해외에 파는 것 같은 거죠.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으며)

(미쿠리) 고용의 글로벌화로 국내의 산업이 쇠퇴하게 된다. 그러면 어찌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보니,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더라구요.

차라리 쇄국을 하면 어떨까요? 라며 농담을 주고 받았어요.

(밥상에서의 대화치고는 상당히 수준 높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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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에 따른 세계화의 바람이 그 정점에 이른 때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시절이다. 그 이후로 국내 제조업의 기반이 얼마나 중요한 사회적 안전망이었나를 깨달은 미국, 일본, 유럽이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의 싼 인건비를 보고 진출한 해외공장을 다시 국내로 복귀시키는 움직임을 시작한다. 

이것과 관련된 용어가 off-shoring(국내 공장의 해외이전)과 re-shoring(해외로 이전한 공장들이 다시 국내로 복귀함)이다.

https://news.yahoo.co.jp/articles/34d7870d380c8c1bde60ee071277ce5fbf37bcf7

 

星野源、新垣結衣の電撃婚を「逃げ恥」ファミリー祝福…真野恵里菜「胸がいっぱい」石田ゆ

 シンガー・ソングライターで俳優の星野源(40)と女優の新垣結衣(32)が近く結婚することを19日、双方の所属事務所を通じ発表した。  2人は2016年、TBS系連続ドラマ

news.yahoo.co.jp

 

오늘(5/19) 이 드라마의 두 주연인 호시노 겐과, 아라가키 유이가 전격적으로 결혼을 발표했다.

올해(2021) 1월, 5년만에 이 드라마의 스페셜(SP)이 방송되었는데, 4년만에 이 스페셜을 위해 다시 만나면서 둘이 가까워진 것 같다. 두 스타의 소속사가 결혼 소식을 발표했고, 호시노 겐이 인스타를 통해 둘의 결혼에 대한 글을 올리며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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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에서도 그렇지만, 초기 드라마의 배경지식을 시청자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미쿠리의 상상속의 인터뷰로 이루어진다.

이번에는 사실혼(정식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하는 것)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동거(사실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도 많고 제도적으로 미비되어 있다. 동거에 대해 가장 제도적으로 완벽하게 지원하는 나라는 프랑스가 가장 유명할 것이다.

일본은 지금 사실혼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는 중인 것 같다.

배우자 공제(연말정산 등에서)는 할 수 없지만, 연금이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 자격은 신청이 가능한 것 같다.

뉴스23이라는 프로에서 인터뷰 중(상상 속의 일)

츠자키 군과 계약결혼의 계약 조건에 대해서 합의 중인 미쿠리

계약결혼(미쿠리가 츠자키의 집에 동거하며 집안일을 해주는 고용인의 관계로 사는 것)에 대해선 양가 부모가 이해할 수 없을테니 보통의 결혼으로 집안에 설명하고 양가 상견례를 갖는 자리를 마련했다.

미쿠리의 이모인 유리 상.

이시다 유리코(石田 ゆり子),  1969년 생으로 이 당시 48이다. 주연으로는 나온 적이 거의 없는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일본 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1년에 무조건 한 편은 보게 될 정도로 꾸준히 조연급으로 출연하는 배우이다.

이 드라마처럼 거의 선한 역으로만 나온다. 

양가 상견례 자리에서 결혼식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2사람.

자료를 중시하는 츠자키는 통계 자료를 준비했다. 28.7%가 결혼식을 하지 않겠다는 데이터.

이모인 유리 짱이 편을 들어준다.

고마워하는 2사람.

미나토 미라이 지구의 야경. 대관람차가 이쁘다. 저걸 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아마 누군가 타긴 할테지만 본 적은 없다. 

이번 화에서 가슴이 찡했던 장면.

미쿠리와 엄마의 대화

아버지가 실망하셨어.

엣?

버진로드, 미쿠리와 걸을 수 있겠구나라고 기대했거든.

예행연습도 하더라, 새로 이사간 집의 복도에서.

 

츠자키와 아버지의 대화(츠자키와 아버지는 서로 무뚝뚝한 사이인 듯)

남자가 가정을 갖는다는 건, 모든걸 자신이 책임을 진다는 거다.

너에겐 힘든 걸까라고 포기했었다.

오늘 밤은 술맛이 좋을 듯 싶구나.

축하한다.

상견례 후에 미나토 미라이 지구의 고쿠사이바시를 거니는 2사람.

이 장면에서 이 드라마의 제목의 모티브가 나온다.

(미쿠리) 아빠도 엄마도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실망도 하고, 기뻐도 하는 모습을 보니,

결혼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무거운 거라는 걸 느끼네요.

(츠자키) 저는 오히려 안심이 되더군요. 어깨의 짐이 가벼워졌다고 할까.

아버지가 바라던 아들이 되지 못했는데, 가령 진실이 아니어도 기쁘게 해드려서 다행이다 싶어요.

부모님을 안심시켜드렸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일은 의미가 있었어요.

다행이네요.

츠자키 상이 후회라도 하면 어쩌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어서, 부담만 주는게 아닐까?

주변을 설득할 자신이 없어서, 평범한 결혼을 하는 척,

도망치는 것 같아서, 도망치는 게 좋지는 않잔아요.

도망쳐도 괜찮지 않나요?

예?

헝가리에 이런 속담이 있답니다.

"도망치는 건 수치, 그래도 도움이 된다"

도움이 된다?

좀 부끄러운 선택일지라도 괜찮지 않나요?

부끄럽게 도망치는 것이라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주위의 시선이나 의견은 무시해도.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예!

그래요. 도망치는거라도 꿋꿋이 살아가요.

미나토 미라이 지구가 참 배경이 이쁘긴 하다. 멀리 보이는 건 후지산이겠지? 에노시마에서도 보이니까 여기서도 잘 보이는 건 당연한데, 저리도 크게 보이나 싶다. 에노시마에서는 날씨 좋은 날 자그맣게 보인다.

 

번개가 자자작,, 제대로 치는 장면.

츠자키의 신혼집에 직장 동료 2사람이 찾아오는 에피소드에 쓰인 장치로 갑자기 큰 비가 오면서 동료들은 집에서 하룻밤을 신세지게 된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미쿠리와 츠자키의 관계에 약간의 변화가 일어난다.

드라마의 설정을 보면 로맨스 트렌디 드라마를 예상할 순 있지만 그런 느낌은 거의 없다. 무언가 잔잔하면서도 일본의 현실적인 면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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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引き(てんびき) (급료의 지급전 세금, 비용등의) 사전 공제

都度(つど) ~때마다, 매번

問(と)い詰(つ)める 캐묻다, 추궁하다

裏(うら)を返(かえ)せば 뒤집어 말하면, 반대로 말해서

舌打ち(したうち) 혀를 참(쯧)

テレますね 쑥스럽네요 → テレる 쑥스럽다, 수줍다

不束者(ふつつかもの) 불초자, 미치지 못하는 사람, 못난 사람(손 윗 사람에게 자기를 낮추는 말)

切り抜ける 1.(곤경에서) 벗어나다, 타개하다 2.뚫고 지나가다, 탈출하다

取り柄(とりえ) 쓸모, 장점

張(は)り切(き)る 긴장하다, 힘이 넘치다

試(こころ)みる 시험해보다, 시도해보다(=ためす)

訴(うった)える 1. 소송하다, 고소하다 2. 호소하다, 적용하다

ゴリ押(お)し 억지, 억지로 자기 생각대로 밀고나감

形式張(ば)った 격식을 차린, 형식만을 중시한

門出(かどで) 집을 떠남, 출발

当(あ)てにする 기대다, 의지하다, 믿다

おっしゃることは もっともです 말씀하신 것은 지당하십니다.

がっかり 1. 실망, 낙담하는 모양 2. 피곤해서 맥이 풀리는 모양

早速(さっそく)尻に敷(し)かれちょるんか 벌써 (여자에게) 휘둘리는거냐?

彼女(かのじょ)は夫(おっと)を尻に敷いている 그녀는 남편을 제멋대로 휘두르고 있다.

一つ 屋根(やね)の下で 한 지붕 아래서

弁(わきま)える 판별하다, 분별하다

ほとばしる(迸る) 세차게 내뿜다, 용솟음하다

まどう(纏う) 얽히다, 달라붙다, 감기다 / 감다, 걸치다, 입다

パッションを身(み)にまとっていたら 열정(passion)을 몸에 감고 있으면

極意(ごくい) 극의, 가장 심오한 경지 (=奥義 おうぎ, 奥の手 おくのて)

包丁(ほうちょう) 식칼, 요리(솜씨)

思い切る 단념하다, 결심하다

思い切った 과감한

行(ゆ)き届(とど)く 구석구석까지 미치다, 자상하다, 모든 면에서 빈틈이 없다

栄養(えいよう)が行き届いたおかげで肌艶(はだつや)までいい

영양이 골고루 미친 덕분에 피부 윤기마저 좋다.

費(つ)いやす 1. 쓰다, 소비하다 2. 낭비하다, 허비하다

クックパッド Cookpad, 일본 최대의 요리법 공유 사이트

煩(わずら)わしい 번거롭다, 귀찮다, 성가시다

全(まっと)うする 완수하다, 다하다

もう夜も更(ふ)けましたので 이제 밤도 깊었으니

お開(ひら)き (회합의) 끝, 폐회 ; 도망침

肩身(かたみ)が狭(せま)い 주눅이 들다, 떳떳하지 못하다, 부끄럽게 느껴지다

卑怯(ひきょう) 비겁

良(よ)からぬこと 못된 짓

育(はぐく)む 기르다, 키우다

目を配(くば)る 살펴보다, 두루 살피다

枕(まくら) 베개

されど 그러나, 그렇지만

この日に限(かぎ)って 이날 따라 (신경이 쓰이다, 일이 잘 안풀리다, ~하다)

아빠도 엄마도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실망도 하고, 기뻐도 하는 모습을 보니,

결혼이라는 것의 무거움을 마음 깊이 (느껴요), 이제야서지만.

저는 오히려 안심했습니다. 어깨의 짐이 가벼워졌다고 할까.

아버지가 바라던 아들이 되지 못했는데, 가령 진실이 아니라고 해도 기쁘게 해드려서 좋았다 싶네요.

부모님을 안심시켜드렸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일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다행이다.

츠자키 상이 후회라도 하면 어쩌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어서, 마음의 짐만 더하게 하는게 아닐까?

주변을 설득할 자신이 없어서, 평범한 결혼을 하는 척을 하는게.

도망치는 거라면 도망치는 것. 도망치는 게 좋은 건 아니니까.

도망쳐도 괜찮지 않습니까?

예?

헝가리에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도망치는 건 수치, 그래도 도움이 된다」

도움이 된다?

소극적인 선택일지라도 괜찮지 않습니까?

부끄럽게 도망치는 것이라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론도 반론도 무시해도.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예!

그렇네요.

도망치는거라도 꿋꿋이 살아봐요.

(상견례 자리에서 결혼식 없이 결혼하겠다는 자식들의 말을 듣곤)

아버지가 실망하셨어.

엣?

(결혼식의) 버진로드, 미쿠리와 걸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거든.

예행연습도 했어. 새로 이사간 집의 복도에서.

 

 

남자가 가정을 갖는다는 건, 모든 걸 걸머지고 책임을 진다는거다.

너에겐 불가능한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오늘은 기분 좋게 술 한잔 할 수 있을 듯 하구나.

축하한다.

2016년 4분기에 방송된 드라마로, 처음엔 그렇게 큰 기대를 못받았던 것 같다. 1회의 시청율이 10% 였는데, 꾸준히 시청율이 상승하면서 마지막인 11화는 무려 20%의 시청율을 기록했다. 회를 거듭하면서 재미가 더해지는 부분보다는 일본인들에게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됐다는 느낌이 있다.

드라마의 제목이 길어서 보통 일드팬들에게는 줄여서 '니게하지'로 통한다.

여주인공인 미쿠리 역에는 아라가키 유이(新垣結衣)가 히로인을 맡았다. 2016년 당시 일본 여배우 랭킹 1위로 리즈의 최정점의 시기이다.

1988년 오키나와 나하 출신. 2005년 드라마 드라곤자쿠라(2021년인 올해 드라곤자쿠라 시즌 2가 16년만에 제작되어 방송됨)에서 양키걸(지금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르다)로 나오면서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다.

포키(빼빼로) CF를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포키 CM은 3:45 부터.

2007년에 사고로 아빠와 딸의 몸이 뒤바뀐, 드라마 아빠와 딸의 7일간이 성공하면서 드라마에서도 히로인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후 의학드라마 코드블루, 사카이 마사토와 리갈하이의 연이은 성공으로 흥행 파워까지 인정받는다.  

현재까지 10년 이상 일본 탑티어 중에서도 가장 탑급의 여배우로 자리매김 중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심리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정직원으로 채용되지 못하고, 파견사원 임시직으로 1년간 일하다가 계약해지를 막 당한 참으로 나온다.

아버지의 거래처(?)로 아는 츠자키군이 가정대행사(가정부)를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마침 일자리를 찾는 중인 딸아이를 추천했다는 소리를 들은 미쿠리. 아버지에게 연락처를 건내받고는

잠깐만요.

제가요?

요코하마. 중심부인 미나토 미라이 지역. 깨끗한 이미지의 항구도시라고나 할까.

고급 빌라촌.

츠자키의 집을 찾아온 미쿠리.

츠자키.

일단 츠자키는 미쿠리에서 선불을 주고 하루 집일을 맡겨보고

요코하마 베이 전경.

미나토 미라이. 가장 높은 건물이 랜드마크 타워, 유람선 앞의 붉은 건물이 아카렌.

가정부로 취직됐다고 좋아하는 미쿠리.

다음주에도 계속 나와달라는 츠자키의 문자.

십자매 먹이로 베란다 탁자에 새모이를 올려놓았다.

그걸 지켜보는 두 사람.

츠자키는 POS를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실력있는 프로그래머이다. 초식남으로 결혼엔 관심이 없지만, 청소나 빨래는 너무 하기 싫어서 가정대행 회사에서 파견된 가정부를 쓰고 있지만, 파견된 가정부마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계속 바꾸는 중이었다.

마침 미꾸리의 아버지인 도치오상의 소개로 딸을 소개받게 되었고, 미꾸리가 집안일을 마음에 들게 해주서 계속 미꾸리에게 집안일을 부탁한다.

이 드라마는 젊은 청춘 남녀가 가정대행업이라는 매개를 통해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생기는 사랑 이야기라고 가볍게 볼 수도 있지만, 드라마 곳곳에 나오는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주제의식은 일본의 현재 사회문제들을 꽤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이것은 현재의 대한민국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 부분에도 관심을 두고 찬찬히 보면 좋을 드라마다.

1화에서 가장 가슴에 닿는 장면들.

누군가에게 선택받고 싶어

여기에 있어도 좋아라고 인정받고 싶어

그게 사치스러운걸까?

모두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아서

조금씩 조금씩 포기해가면서, 울고 싶은 마음을 애써 웃으며 감추고

그렇게 살아가는 건지도 몰라.

엔딩부의 이 춤은 드라마 방영 당시에 꽤 화제가 됐던 듯 하다. 이 드라마의 주제가는 츠자키역의 호시노 겐(1981년 생으로 아라가키보다 7살 위이다)이 부른다. 호시노 겐은 꽤 실력있는 일본의 싱어송 라이터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니 아라가키 유이의 상대역 배우로 나왔을테지만. 노래는 전혀 내 취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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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む(のぞむ) 1. 면하다, 향하다 2. (중요한 장면에) 임하다 3. 만나다, 당면하다, 즈음하다

のそむ(望む) 바라다, 바라보다, 따르다, 흠모하다

もめる(揉める) 1. 분쟁이 일어나다 2. 혼란하다 3. 근심되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励(はげ)みになる 자극이 되다. 격려가 되다.

ポロっと 똑, 쏙, (말을) 무심코 내뱉는 모양

大学院出てるって話 ポロっとしちゃったのが いけなかったんだよな

대학원 나왔잖아라는 이야기, 무심코 해버리는게, 나빳다구.

晴(は)れて 공공연하게, 정식으로

今日から晴れて無職です 오늘부터 정식으로 백수입니다.

抜(ぬ)け出(だ)す 빠져나가다, 도망치다, 빠지기 시작하다

阪急返上(はんきゅうへんじょう) 반일 휴가 반납

クール便(びん) 냉동식품 배달서비스

姪(めい) 조카딸 ↔ 甥(おい) 

おすそ分(わ)け 남에게 얻은 물건이나 이익 / 또는 그것을 남에게 다시 나누어 줌

押(お)し寄(よ)せる 몰려들다, 밀어닥치다 / 가까이 두다, 밀어놓다

侮(あなど)る 경시하다, 깔보다(=見くびる)

取(と)り寄(よ)せ 주문, 가까이 끌어당김.

突拍子(とっぴょうし)もなく 話もってくよね 

당치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군요,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군요.

おおざっぱ(大雑把) 1. 대략적임, 조잡함 2. 대충, 얼추 3. 대범함

ウチの娘は掃除にたけていると 熱心なプレゼンをお母様譲(ゆず)りだとか

우리 딸은 청소를 잘한다고, 열심히 얘기하시면서, 엄마에게 물려받았다던가.

なおさら(尚更) 그 귀에, 더욱, 한층

侘(わび)しい 쓸쓸하다, 외롭다, 울적하다

側はたから見たら新妻(にいづま)に見えるだろうか

옆에서 보면 새댁으로 보일까나

行(ゆ)き詰(づ)まる 막다르다, 막히다

甘(あま)んずる 받아들이다, 만족하다

部長代理に 甘んじたりもしている 

부장대리에 만족하고도 있다.

詮索(せんさく) 꼬치꼬치 캐물음 / 파고듬

あらかじめ(予め) 미리, 사전에

省く(はぶく) 1. 덜다 2. 생략하다, 줄이다 3. 없애다

網戸(あみど) 철망으로 된 창문

石鹼水(せっけんすい) 비눗물

伝線(でんせん) (옷, 스타킹의) 올이 풀리는 것

流儀(りゅうぎ) 유파의 독특한 격식, 방법

引き払(はら)う 퇴거하다, 걷어치우다

十姉妹(じゅうしまつ) 십자매

ひたすら 오로지, 오직, 한결같이

馳せる(はせる) 1. 달리다 2.(멍하게) 생각하다

あばすれ 닳고 닳은 여자, 또는 그런 태도

さらさら 술술, 졸졸 ; 바슬바슬, 보슬보슬 ; 삭삭, 사각사각

べたべた 끈적끈적 ; 처덕처덕

口ずさむ 읊조리다, 흥얼거리다(=くちずさぶ) 

勤め上げる(つとめあげる) 무사히 끝내다, 마치다

有終(ゆうしゅう)の美を飾(かざ)りたかった 유종의 미를 장식하고 싶었다.

有終の美を成(な)す 유종의 미를 거두다

麦茶(むぎちゃ) 보리차

引き取る 떠맡다 ; 물러가다, 물러나다

血(ち)は争(あらそ)えない 피와 다툴수는 없다 → 피는 못 속인다

杉(すぎ)こけし 삼나무 목각인형

ないものねだり(無い物強請り) (자기에게 없는 것을) 원하는 것(남의 떡이 커보인다의 뉘앙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무리하게 바라는 것.

置(お)いてきたの (놔)두고 왔어? (물건이나 사람을)

りちぎ / りつぎ (律義) 성실하고 정직함

ままならなくて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 되지 못하고

汗(あせ)びっしょりです 땀이 흠뻑이에요

せきこむ(咳き込む) 몹시 기침을 하다

萌える(もえる) 싹트다 / (속, 보통 이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상대에게 강한 애착을 느끼다.

待(ま)ちぼうけ 약속을 바람맞음, 기다림을 당함

差(さ)し引く 빼다, 공제하다

手取り(てどり) 수입에서 비용을 뺀 나머지

馬(うま)の骨(ほね) 말뼈다귀(우리의 개뼈다귀랑 같은 말)

紛(まぎ)らわしい 헷갈리기 쉽다, 혼동되기 쉽다

携(たずさ)える  1. 휴대하다, 지니다 2. 함께가다, 데리고 가다

3. 함께 손을 잡다, 제휴하다

누군가에게 선택받고 싶어

여기에 있어도 좋아라고 인정받고 싶어

그게 사치스러운걸까?

모두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아서

조금씩 조금씩 포기해가면서, 울고 싶은 마음을 애써 웃으며 감춰버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건지도 몰라.

나가노구 누마부쿠로

고객과의 미팅하기로 한 카페(지금은 없어졌다).

시간이 좀 남아서 동네 골목길 산보.

목욕탕 굴뚝.

목욕탕 앞에 있는 재떨이를 보고 기뻐하며 한대.

일본 목욕탕은 연합회라는게 있어서 전국 어디서나 가격이 동일하다(우리나라도 비슷). 우리의 목욕탕이라는 문화 자체가 일제시대에 들어온 것이라 한국의 대중탕과 놀랍도록 비슷해서 우리나라 사람은 일본 목욕탕에 가도 그리 낯설게 없다. 단지 때를 미는 것이 없을 뿐이다(일본사람들은 때미는 것 굉장히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목욕탕에서 혹시 때밀게 되면 사람 많을 때는 안하는게 좋다. 내색을 안해도 속으로 굉장히 싫어하고, 목욕탕 주인이 대놓고 뭐라 하는 경우도 있다). 목욕비가 일본이 요즘 470엔으로 5000원 쯤인데, 얼마전까진 일본이나 우리나 거의 비슷했는데,  최근 우리나라 목욕비가 6,000원 혹은 7,000원(비싼데는 찜질방이 기본으로 찜질복 더해서 1만원)으로 더 비싸졌다.

코로나로 일본 여행 뿐 아니라 목욕탕도 가기 힘들어졌지만, 백신의 접종율이 올라가면서 아마 연말쯤이면 우린 많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나마부쿠로의 와사비 갈비와 달걀에 비빈 밥.

알콜릭 카페. 오제. 뭔가 분위기 괜찮아 보이는 듯.

고객과의 미팅을 일찍 끝낸 후, 고로는 남아서 간식을 먹는다.

초콜렛바나나 크림 타르트와 홍차.

아주 맛이 달달해보인다. 위에 뿌려진 초코가루가 쓴맛이 난다는 걸 봐선 다크초코렛인듯.

두 번째 손님과의 미팅을 마치고, 배가 고파서 찾은 식당. 여긴 누마부쿠로 역에서 500미터 정도 거리에 있다.

https://www.google.com/maps/place/%ED%97%A4%EC%9D%B4%EC%99%80%EC%97%94/@35.7184468,139.657664,16.75z/data=!4m5!3m4!1s0x6018ed7d2e398093:0xda969f5b2d1966df!8m2!3d35.7187119!4d139.6601431

 

헤이와엔 · 3 Chome-23-2 Numabukuro, Nakano City, Tokyo 165-0025

★★★★☆ · 야키니쿠 전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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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리뷰를 보니 지금은 1인 손님은 안받는단다. 아마 장사 잘되면서 초심 잃은 듯. 주인 할머니가 갑질이 심하다는데 혼자 갈 생각인 사람은 같이 갈 사람 알아보는게 좋을 것 같다.   

메뉴의 가격대는 소고기 그것도 수입산이 아닌 와규(한우랑 비슷함)라는 걸 생각하면 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인기가 있었겠지.

와사비 갈비는 와사비 양념에 잰 갈비가 아니라 생갈비살을 숯불에 살짝 구워(타다끼처럼) 그 위에 와사비 간 것을 올려서 그대로 먹는다. 소갈비 살짝 구워서 와사비 올려먹는 방식의 식당은 지금 한국에도 있다(이 드라마 이후에 생긴건진 잘 모르겠다). 

갈비살 올려서 숯불에 한 5초 살짝 구운 다음,

뒤집어서 그대로 와사비 올려서,

쌈싸듯이 말아서 먹는다. 타다끼라고 봐야 할 듯.

삼각, 드라마에서는 가타바라(肩バラ)라고 나오는데 뭔진 모르겠다. 그냥 맛있는 부위.

이것 역시 살짝 익혀서 레몬즙 짜서 먹는다.

마루. 이건 엉치살 부분이라고 한다.

이 집의 대표 인기 메뉴인 듯. 양념갈비.

양념 갈비와 함께 먹으면 맛있다는 계란 비빔밥, 일본 사람들은 날계란에 밥 비벼먹는거 좋아한다. 특히 낫또랑.

원작자가 찾아와서 다시 먹어본 와사비 갈비.

소의 내장인 양. 내장이지만 신선해서 그런지 슬쩍 익혀먹든데, 아무래도 양이나 곱창은 질겨서 잘 익혀먹어야 하는데 여긴 좀 손질을 해뒀거나 재뒀던 것 같다.

사각 갈비. 고로상이 먹어보진 않은 메뉴. 예약필수.

우에르캄(Welcome을 가지고 말장난), 본격파 야끼니꾸라는 간판이 좀 장난스럽다.

맛은 있을 듯 싶은 집인데 도쿄 시내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접근성도 그렇고 주인 할머니의 불친절에 대한 리뷰가 많다.

특히 혼자오는 손님은 문전박대 당한다고 하니 고로처럼 혼자 갈 사람들은 계획을 바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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路地(ろじ) 골목(길), 대문 안이나 뜰의 통로

野良猫(のらねこ) 들고양이, 도둑고양이

湯冷め(ゆざめ) 목욕 뒤의 한기

気取る(きどる) 1. 젠체하다, 거드름 피우다, 점잔 빼다(=もったいぶる)

2. ~체하다, ~을 자처하다  3. 눈치채다, 깨닫다(=けどる, 感づく)

コサージュ(corsage) 코사지, 여성의 가슴,어깨에 다는 장식 꽃(=コーサージ)

飽(あ)きっぽい 싫증을 잘 내는, 쉽게 물리는

至(いた)らない娘 변변치 못한 딸(부모가 자기 딸을 남에게 부탁/소개할 때 쓰이는 말)

遠(とお)からず 멀지 않다. 머지 않아

腑(ふ)に落(お)ちない 납득이 안되다. 이해할 수 없다.

振り出し(ふりだし) 출발점

鞄(かばん) 가방

段取り(だんどり) 일을 진행시키는 순서, 방도, 절차

七輪(しちりん) (흙으로 만든) 풍로 (음식점 등에서 숯불을 넣어 고기 굽는데 쓰는)

とことん 철저하게

数多(あまた) 무수히, 허다하게(=たくさん)

ポトリ 뎅그렁, 퐁당

逃(に)げ切(き)る 1. 따라 붙을 수 없게 달아나버리다 

2. 따라 잡히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이기다.

어설픈 추리, 어설픈 개그, 어설픈 드리프트.

그렇지만 재미는 있다. 히로세 스즈가 나오는 드라마는 처음 봤는데, 연기가 나이에 비해 굉장히 안정적이다. 거물이라는 느낌이 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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ひっきりなし(引っ切り無し)  끊임없음, 계속됨

吠(ほ)える  1.(개,짐승등이) 짖다, 으르렁거리다(=うなる)

2. 사람이 큰 소리로 울다. 3. 고함 지르다

明星(あかぼし) 샛별

鬼(おに)ごっこ 술레잡기

つるむ(連む) (속) 같이 하다, 행동을 같이하다

半(はん)グレに染(そ)まってるって 건달들에 물들었다는데.

半(はん)グレ 폭력단에 소속 안된 채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 건달, 양아치

振(ふ)り込(こ)め詐欺 보이스 피싱

年超し(とこし)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음

解錠(かいじょう) 자물쇠를 열다

損(そこ)ねる 1. 손상하다(=そこなう) 2. (건강을) 해치다, 나쁘게 하다

3. (기분을) 상학 하다

機嫌(きげん)損ねないように気をつけろよ 기분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

いいかげん 적당히, 꽤

カマキリ 사마귀

トンボ 잠자리

パクる (속) 훔치다  パクられる 체포되다

素性(すじょう) 유래, 내력, 신원

トバシのケータイ 대포폰

踏み倒す(ふみたおす) 떼어먹다, 밟아 쓰러뜨리다.

前にトバシのケータイ 卸(おろ)したんだけど 踏み倒されて

전에 대포폰 장사(도매)를 했었는데 대금을 떼어먹혀서(관뒀다)

大家(おおや) 셋집주인(=やぬし), 본채, 안채(=おもや)

入居者(にゅうきょしゃ) 입주자点くがエス

示談(じだん) 합의

偽札(にせさつ) 위조지폐

マヌケ(間抜け) 얼간이, 멍청이 (=とんま)

立ち退く(たちのく) 퇴거하다, 떠나가

飛(と)び付(つ)く 달려들다, 덤벼들다

ブツブツ 중얼중얼, 투덜투덜

くつがえす [覆す] 뒤집(어 엎)다 = ひっくり返(かえ)す

土(つち) 땅, 토양, 흙

脅(おど)す 위협하다, 협박하다

一部始終(いちぶしじゅう) 자초지종, 처음부터 끝까지

冗談(じょうだん)キツイな 농담이 심하네

優(すぐ)れる 우수하다, 뛰어나다

いざというとき 일단 유사시, 만일의 경우

虎(とら)の子(こ) 몹시 아끼는 것, 비장의 금품

メソメソ 훌쩍훌쩍

抱(かか)え込(こ)む 껴안다, 떠맡다, 떠안다

能(のう)ある鷹(たか)は爪(つめ)を隠(かく)す

능력있는 매는 발톱을 숨긴다. 실력 있는 자는 함부로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まとまったお金 목돈, (한꺼번에 쓰이거나 들어오거나 하는) 비교적 액수가 많은 돈.

주오구 니혼바시 닌교쵸

명물 닌교야끼.  카스테라에 단팥소를 넣어서 만든 것으로 겉모양을 전통신이나 문양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안먹어봐도 무슨 맛인지 알만한 과자다. 괜히 사먹을 필욘 없다. 우리나라 호두과자가 더 싸고(요즘 호두과자가 그리 싸진 않지만) 맛있다.

 

지하철역도 있어서 접근성은 좋다. 스미다강 주변으로 한국으로 치자면 거의 종로통의 느낌의 상점가가 즐비하다.

오늘의 메뉴인 검은텐동(보통 튀김-덴푸라-은 튀김옷이 흰색인데 검은색 튀김옷이 입혀져있다)

일본은 지진이 많은 동네인지라, 이렇게 TV화면상에 드물지 않게 지진정보가 뜨는 경우가 많다.

이거 방송한 시각이 자정인 듯. 코우신에츠(甲信越) 지역은 니가타, 나가노, 야마나시에 이르는 지역이다.

코우신에츠라는 지역명은 니가타, 나가노, 야마나시의 옛날 지명인 「甲斐」、「信濃」、「越後」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마치 우리나라에서 옛날에 서울이 한양, 한성으로, 대전이 한밭, 부산이 동래, 대구가 달구벌, 경주가 서라벌로 불렸던 것과 비슷하다). 요즘은 모두 메이지 유신 이후의 변경된 지역이름이 공식적으로 쓰이지만 간혹 이렇게 지리적 구분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아마 일본지리등에선 배울테지만 일본의 신세대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필요한 사람만 알면 될 듯. 

지인의 선물을 고르기 위해 들르게 된 일본전통차 상점. 호우지차(일반 녹차보다 더 배전-덖은-한 것으로 쓴 맛이 나는 깔끔한 차로 일본에서 즐겨먹는다) 전문점이며 다이쇼 3년(1914년)에 창업했다고 써 있으니 이 드라마 방송 당시(2012년)에 이미 99년째 영업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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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노엔 · 2 Chome-4-9 Nihonbashiningyocho, Chuo City, Tokyo 103-0013

★★★★☆ · 차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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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간판에 써있듯이 호우지차가 주력 판매상품이지만 말차(가루 녹차)와 전차(우리나라 녹차)도 판매한다. 2층에는 카페가 있어서 차를 곁들인 다양한 간식도 즐길 수 있다. 가격은 그리 싸지 않지만 한 번쯤은 먹어볼만한 일본 디저트다.

마침 찾아보니 여길 방문한 유튭 영상을 찾을 수 있었다. 여자들은 꽤 좋아할 만한 디저트일듯 싶다.

 

계속 지진 방송 중. 하지만 쇼는 계속되어야겠지.

말차 젠자이. 원래 단팥죽(단팥죽보단 조금 더 묽다) 느낌의 팥색깔인데 말차가 들어가면서 녹색으로 나온다. 촬영 당시가 여름이라 그런지 찬 것으로 주문했다. 오이무침 같은게 같이 제공된다.

덴푸라를 먹고 싶어서 찾다가 발견한 가게. 나카야마. 간판에 주황색으로 쓰여진 카모쯔루(カモツル)는 유명 일본술 메이커의 하나이다.

https://www.google.com/maps/place/%EB%82%98%EC%B9%B4%EC%95%BC%EB%A7%88/@35.6840761,139.7805014,17z/data=!3m1!4b1!4m5!3m4!1s0x601889501b176ba7:0xfc112d41fd41729c!8m2!3d35.6840763!4d139.7826865

 

나카야마 · 1 Chome-10-8 Nihonbashiningyocho, Chuo City, Tokyo 103-0013

★★★★☆ · 튀김 전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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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의 리뷰가 있는 걸 봐선 여전히 잘 영업중.

일단 시킨 오싱코(오이, 순무, 호박)

덴푸라(양태라는 생선인데 뭔지 잘 모르겠다. 양파, 연근), 연근은 렌꼰(蓮根 れんこん)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잘라서 튀겨놓으면 연꽃같아서(?) 하스(はす)라고 부르나 싶다.

검은 텐동. 새우, 전갱이 튀김등이 들어간 것 같다.

원작자가 찾아와서 술한잔 하면서 시킨 튀김들. 튀김 값이 상당히 싼 편이다. 보통 일본의 튀김집은 고급음식점이 많고 가격은 튀김 개당 500엔 정도 하는 집들이 많아서 일반적으로 들어가기가 부담스러운 수준이 많다. 겉으로 딱 봐도 비쌀 듯한 집이 많다.

보리멸 튀김 200엔, 오징어 튀김 100엔.  보통 시장에서 파는 튀김의 감각으론 비싼거지만 음식점으로 치면 저렴한 편이다.

 

저녁에만 파는 카키아게(여러가지 재료를 갈아서 섞어 튀긴 것. 그날그날 재료가 바뀐다. 이날은 가리비, 새우, 삼엽초

튀김 요리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선택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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贔屓(ひいき) 편을 듬, 후원자, 단골, 후원함

日本贔屓 일본에 호의적인 사람, 친일파 韓国贔屓 한국에 호의적인 사람, 친한파

水天宮(すいてんぐう) 출산과 뱃사람의 안전을 기원하는 신을 모신 신사

腹帯(はらおび)  복대(스이텐구우에서 파는 복대는 산모의 안전한 출산을 기원하는 의미를 가짐)

初穂料(はつほりょう) 공물료(드라마에서는 스이텐구우에서 복대를 사면서 내는 돈을 의미)

ど素人(しろうと)が出る幕(まく)なしの世界だ 쌩초보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私などの出る幕じゃない 나 정도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急須(きゅうす) 손잡이가 달린 차기

唾(つば) 침(=つばき)

所帯(しょたい) 가정, 살림 じみ 수수함

葛籠(つづら) 덩굴로 만든 옷고리짝

惹(ひ)かれる 마음이 끌리다

お櫃(ひつ) (나무로 만든 일본의 옛날) 밥통 = めしびつ(飯櫃), おはち

掘(ほ)り当(あ)てる 발굴하다, 찾아내다

めごち (생선) 양태

はす 연꽃, (튀김집에서 연근튀김의 의미로도 쓰인다)

かぶ(蕪) 순무

白ウリ(しらうり) 호박

ふっくら 부드럽게 부풀어 있는 모양 =ふっくり

ずるい(狡い) 교활하다, 능글맞다, 뺀질거리다

千切れる(ちぎれる) 끊기어 떨어지다, 조각조각 찢어지다

しっぽが あったら ちぎれんばかりに 振っているところだ

꼬리가 있다면 끊어질 정도로 흔들어대고 있을 참이다.(드라마에서 고로상이 기다리던 텐동이 나오자 하는 대사)

虹色(にじいろ) 무지개 색

しじみ(蜆) 바지락, 가막조개

きす(鱚) 보리멸

絵札(えふだ) 트럼프에서 그림이 있는 패(J,Q,K)

粋 1)すい 가장 정도가 높은 부분(정수) 2) いき 세련되고 운치가 있음, 풍류에 통달함

立ち寄る 1. 다가서다 2. (지나가는 길에) 들르다

もたれる(靠れる) 1. 기대다, 의지하다 2.(속) 속이 더부룩하다, 체하다

もたれてない 속이 거북하지 않다(고로상이 식당에서 나오면서 튀김요리인데도 속이 거북하지 않다고 하는 대사)

河岸(かし) 1. 하안, 배를 대는 곳 2. 예전 배를 대는 강가에 어시장이 열리던 데서 유래,  요즘은 어시장을 부르는 말

大根(だいこん)おろし 무를 강판에 간 무즙

箸休め(はしやすめ) 간소한 찬, 입가심(=つまみもの)

www.google.com/maps/place/%EC%82%B0%EC%A7%B1+%EC%8B%9D%EB%8B%B9/@35.5808805,139.6590101,17z/data=!3m2!4b1!5s0x6018f56fc2d8a037:0x372d53cc3e2dc6fb!4m5!3m4!1s0x6018f56fdb5b95b7:0xa096e36b0a08962b!8m2!3d35.5808805!4d139.6611988

 

산짱 식당 · 733 Shinmarukomachi, Nakahara Ward, Kawasaki, Kanagawa 211-0005

★★★★☆ · 중국 음식점

www.google.com

여전히 잘 영업하는 중. 역 바로 앞에 있는 몫이 좋은 곳이고, 대낮부터 술손님이 끊이지 않는 동네라 주인이 장사할 마음만 있다면 계속 영업할 듯.

 

가나가와 현 가와사키 시, 신마루코

시즌2. 오프닝 장면이 조금 바뀌었다.

신마루코의 돼지고기 볶음

미팅이 연기되서 요기라도 할까 하던 중 찾은 찻집.

크림 안미츠(단팥과 과일에 아이스크림 얹은 디저트용 간식)

오늘 미팅 약속을 잡은 사이온지 상. 난 처음에 절 이름인 줄 알았다.

이 배우의 이름은 사토 아이코(佐藤藍子), 이 드라마의 배경인 가나가와 현 가와사키 출신이다(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조역이나 단역을 이런식으로 드라마의 배경 출신으로 뽑는 경우가 많다. 이 드라마만 그런게 아니라, 일본 드라마를 보다보면 종종 이런 경우를 발견한다). 

1977년 생으로, 1992년 제6회 전일본국민적미소녀 콘테스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상당히 촉망받았을 신예였고 주연급으로 출연했던 이력이 있지만 그리 성공하진 못했던 것 같다. 성공했다면 20년이나 지나서 이 드라마의 단역으로 출연하진 않았을 것이다.

현재까지도 tv드라마의 단역으로 꾸준히 활동은 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콘테스트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동기배우가 요네쿠라 료코(米倉涼子)로 독특한 매력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역시 사람 일이란 알 수가 없는 법이다.

오른쪽 위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해산물 춘권, 돼지고기 볶음, 양하 튀김, 치즈가 들어간 비엔나 꼬치.  

양하 튀김. 양하는 우리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그리 많이 먹는 채소는 아닌 듯. 주로 파처럼 향신재료로 쓰인다.

치즈가 들어간 비엔나.

12시에 문을 여는 식당인데 개점 부터 이렇게 술손님이 북적거린다고 한다.

돼지고기 볶음, 파와 양파가 그득.

해산물 춘권(새우,오징어,문어,게가 속으로 들어감)

원작자가 방문해서 먹은 안주. 우리의 돼지 불백쯤 될 듯.

숨겨진 안주라고 소개된 것.

밥을 빼고 고로케를 넣은 카레. 술꾼들이 오는 식당이라, 밥이 들어간 메뉴에 밥을 빼고 고로케나 새우튀김 등을 추가해서 술안주로 먹는다고.

고로상이 먹은 메뉴의 가격. 전부해서 1,550엔. 술집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 싼 가격이다.

가게 주인이 셋째인가? 아니면 얘가 셋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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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すぎず 騒がしすぎず 너무 조용하지도, 너무 시끄럽지도 않은

お湯割り(ゆわり) 술에 더운물을 타서 묽게 한것

光景(こうけい)

白日夢(はくじつむ) 백일몽

渋滞(じゅうたい)にはまってしまって 교통체증에 빠지고 말아서

はまる 1. 꼭 끼이다, 꼭 맞다, 적합하다 2. 빠지다 3. 속다 4.나쁜 일에 열중하다

あんみつ 단팥과 과일로 된 디저트

しっくり 1. 딱 들어맞는 모양, 잘 어울려 차분한 느낌의 모양

2. 마음이 맞아 사이 좋게 원만히 지내는 모양

勧誘(かんゆう) 권유

厚(あつ)かましい 낯이 두껍다, 뻔뻔스럽다(=ずうずうしい)

兼(か)ねる 1. 겸하다 2.(ます형에 붙어) ~하기 어렵다

承知(しょうち)し兼ねる 승낙하기 어렵다

ひととおり(一通り) 대강, 얼추, 대충

茗荷(みょうが) (식물) 양하

煽る(あおる) 1. 부채질하다 2. 부채로 붙이다

周りの活気にあおられ 주변의 활기에 휩쓸려

馬力(ばりき) 마력

くべる(焼べる) (장작, 석탄) 지피다

衣(ころも) 1.(아어) 옷, 의복(=きもの) 2. 승려의 옷, 법의 3. 과자/튀김 등의 옷

薬味(やくみ) 1. 음식에 곁들이는 향신료, 고명 2. 약품, 약의 원료/종류

引き立てる 북돋우다, 격려하다(=はげます)

繋がる(つながる) 1. 이어지다 2. 연결되다, 붙어있다 3. 연잇다, 계속되다

てらいのない (잘난)체하는 데가 없는 →  衒(てら)い 뽐내는 마음, 잘난체함

毎日毎日 立ちっぱなしで 鍋振ふってな 매일매일 선 채로 팬을 흔들어봐.

パシリ 1.(속)使いっパシリ - 심부름꾼-의 줄임말 2. 심부름, 잔심부름꾼

3. (학교 등에서) 빵셔틀 하는 것. 또는 빵셔틀 하는 사람 

ど直球(ちょっきゅう) 돌직구,    ど真ん中 한복판

脇役(わきやく) 조역, 보좌역

食(く)いっぷり 먹성

喧騒(けんそう) 떠들썩함

おじけづいて = 怖気づいて 겁을 먹고

大賑(おおにぎ)わい 심하게 북적거림, 대성황

上機嫌(じょうきげん) 매우 기분 좋음

豊富(ほうふ) 풍부

意地汚(いじきたな)い 게걸스럽다, 주접스럽다

嗜む(たしなむ) 1. 즐기다, 취미를 붙이다 2.조심하다, 조신하다(=つつしむ)

 

과학, 건축, 경제, 인문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최근 동향이라든가 현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대담 형식으로 진행한 유툽의 내용을 책으로 옮겼다.

 

개인적으론 유현준 교수과의 건축 및 부동산에 관한 내용이 새로웠다.

 

각 분야에 대한 수준높은 담론보다는 입문의 소양을 갖추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좋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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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만남 x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

 

p53

 

제동 : 그런데 그게 의도적인 것인지, 최선을 다했는지 실수한 건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상욱 :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라서 과학계에서도 아주 중요하게 다뤄지는 실수가 아니면 아예 검증에 안 들어갈 때가 많아요. 그래서 모든 과학자가 다 성실하게 과학의 방법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얀 헨드린 쇈(Jan Hendrik Schoen)이라는 과학자는 2000년부터 2001까지 불과 2년 사이에 유명한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연구 논문이 무려 16편이나 실렸어요. 보통 과학자라면 평생 논문 한 편 실리기도 쉽지 않은 저널인데 말이죠. 분자로 된 트랜지스터에 관한 논문이었는데,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곧 들통났죠. 가설에 실험 결과를 꿰맞춘 거였어요.

 그의 논문 수십 개가 다 취소됐어요. 논문에 "철회되었다(retracted)"라고 아주 확실하게 박아놨어요. 문제가 된 논문을 삭제한 게 아니라 그대로 놔두고서 논문이 연구 부정으로 쓰였다고 박제를 한 거에요. 이 사람에게 박사학위를 준 독일의 콘스탄츠 대학교에서는 학교의 수치라며 이 친구의 학위를 박탈했어요.

 연구 부정이 밝혀지면 그 당사자는 과학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요. 과학자 집단은 동료가 진행한 데이터를 믿고, 그 결과가 옳다는 것을 전제로 그 실험을 재현한 다음에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니까요. 동료의 어깨를 밟고 올라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면 그 한 사람 때문에 누군가는 소중한 시간과 자원을 허비학 되잖아요.

 지금도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백신 개발을 하고,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잖아요. 공유된 정보만 믿고 거기에 맞게 개발하고 있는데, "미안한데, 거짓말이었어." 이렇게 말한다면 인류의 노력이 그냥 물거품이 되는 거죠. 그래서 용서를 못 하는 거에요.

 

p55

상욱 : 민감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게 지적재산권이잖아요. 백신을 개발한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개발했을 거에요. 물론 지금 분위기에서는 과학자들도 선뜻 특허를 포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걸 강요할 수 있는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이번에 강요하는 전례가 만들어지면 또다른 바이러스가 생겼을 때 사람들이 백신을 개발하려고 할까요?

제동 : 사실 저는 당연히 적당한 보상 원칙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가 위급할 때를 대비해 얼마만큼의 기반 시설을 닦아 놓느냐의 측면에서 봐야 하는 것 같아요.

상욱 :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죠.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우리가 의사들, 간호사들, 질병관리청에 계신 분들에게 박수 보내면서 정말 훌륭한 분들이라고 칭찬하잖아요. 그런데 정작 그분들은 지난 몇 개월 동안 휴가도 못가고 아마 추가 근무까지 했을 텐데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 없이 말로만 훌륭하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p57

상욱 : 서로 논의를 하고 시스템을 구축해나가야 하는 거죠. 이때 시스템이란 완벽한 제도를 만든다는 뜻이 아니라 끊임없이 논쟁과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거에요.

 

p63

제동 : 다만 인간으로 살면서 자기 기준을 갖는다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 기준이 있어야 일관되게 살 확률이 커지고, 논리적 모순 없이 살기만 해도 다른 사람한테 예측 가능성을 주기 때문에 훨씬 더 믿을 만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쉬워질 거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이때 자기가 세워놓은 기준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거에요. 이 사실을 알면 자기 기준에 따라서 살다가 뭔가 좀 이상하면 '이게 틀렸나?' 하고 바꿔볼 수 있거든요. 인간의 문제는 오히려 답이 틀릴 수 있다는 것, 내가 항상 옳은 건 아니라는 것, 나아가 본래 절대적으로 옳거나 그른 것은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자기 기준을 만들어서 그 기준과 모순 없이 일관되게 살도록 노력하되 끊임없이 점검해나가는 것, 그게 최선이 아닐까 싶어요.

 

p65

제동 : 아, 그래요? 지금 상욱 쌤 얘기가 되게 인상 깊은게, 과학에서는 검증할 수 없다거나 그것은 우리 영역이 아니라고 말하지, 틀렸다고 얘기하지는 않는군요. 지금도 "그런 실험은 좋은데, 문제는 그 실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이렇게 얘기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도 사람 마음이 희안하게 "영혼의 무게 21 그램이 빠져나가면 어디로 가는 걸까? 이런 데 끌리긴 해요. 저는 그런 쪽에 마음이 더 가요.

 

p67

상욱 :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학문의 역사를 보면 그렇지 않았던 때가 있었어요. 서양의 근대과학이 1600년대쯤에 탄생했다고 믿어지는데, 그전까지는 철학과 신학이 과학의 역하로 담당했어요. 종교적 질문, 우주에 대한 질문,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온 학문은 철학과 신학이었어요. 중세에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서양 문화에서 철학과 신학의 공통점이자 특징은 모든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거죠.

제동 : 아, 무오류라고...

상욱 : 오늘날 우리의 감각으로 신학은 주로 인간의 도덕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지만 그 당시 신학자들이 별을 이야기하고, 천문 현상과 기상 현상을 이야기했거든요. 심지어 물질을 이루는 근원도 이야기 했잖아요. 누가 무엇을 묻든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성경에 있어." 이렇게 말해야지, 성경에도 답이 없는 게 있다고 하는 순간 이단이 되고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어요. 반면 과학은 시작부터 명확하게 무지를 인정해요. 그리고 객관적이고, 재현 가능한 물질적 근거를 기반으로 얻은 증거로만 이야기하거든요. 그걸 일반화시킨 게 귀납법이죠. 그렇게 해서 얻어진 것만 가지고 이야기하라는 건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입 다물라는 뜻이죠. 실제로 입 다물어요. 갈레리오는 한 번도 인간의 도덕에 관해 책을 쓴 적이 없어요. 뉴턴도 예술에 대해서 이론을 만든 적이 없고요. 자기가 진행한 실험을 통해 얻은 지식만 가지고 이야기하라는 뜻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하라는 의미에요. 그래서 우리 과학자들은 모르는 게 많아요.

 

p113

제동 : 저는 잘 이해가 안 되는 게, 양자컴퓨터로 뭘 할지도 모른다면서 왜 이렇게 많은 나라들이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거죠?

상욱 : 왜냐하면 군사적 장점이 있거든요.

제동 : 그럴 것 같더라. 그럴 것 같았어.

상욱 : 이게 기존의 암호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어요. 지금 가장 널리 쓰이는 암호체계는 RSA라고, 인터넷뱅킹 등에도 쓰이는 건데 이것을 무력화할 수 있어요. 처음에 그것 때문에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죠. 거꾸로 양자역학을 이용해 암호를 만들면 절대 안깨져요. 양자역학을 이용한 암호를 사용하면 절대로 도청당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앞서 얘기한 검색 알고리즘은 아직 갈 길이 멀어요. 데이터베이스가 커지면 너무 힘들어지거든요. 하지만 암호 관련한 것은 군사적 이점이 엄청나니까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거죠. 만약 어느 나라가 이것에 먼저 성공하더라도 얘기를 안 할 거에요.

제동 : 다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거네요. 마음만 먹으면 교란할 수도 있고. 혹시 통장에서 돈도 빼갈 수 있어요?

상욱 : 그럴 수도 있겠죠. 암호체계가 무력화될 테니까.

 

두번째 만남 x 건축가 유현준 교수

 

p122. 인구가 감소해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

 

제동 :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현준 :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보통 많은 분들이 인구론으로 부동산과 집값 문제에 접근하죠. "인구가 줄어드니까 집값이 내려갈 거다." 이런 얘기 많이 들어보셨죠?

제동 : 네. 일본처럼 집값 절벽이 다가올 거라고. 근데 제가 알기로는 일본도 도시 외곽의 집값은 떨어졌지만 도심은 오히려 올랐잖아요.

현준 : 맞아요. 인구가 도심으로 몰리면서 더 올랐죠. 물론 거품이 있던 시절만큼 회복되진 않았지만, 경제가 회복되었다고 하더라도 중심부의 얘기지, 주변은 별로 안 좋은 상태거든요. 그래서 주택 수요를 볼 때는 인구 중심으로 보면 안 돼요.

제동 : 아, 그래요?

현준 : 인구보다 세대를 고려해야 해요. 베이비붐 세대 언저리, 그러니까 인구가 많이 늘었던 세대는 대한민국 사회가 도시화와 핵가족화되는 것을 경험했어요. 시골에 살던 사람들이 도시로, 대부분 서울로 이사를 갔어요. 농업경제 시대에는 도시 인구가 15% 정도밖에 안 됐는데, 지금 대한민국은 전국민의 91%가 도시에 살고 있거든요.

제동 : 굉장히 높네요

현준 : 네, 90%가 넘는 도시화 비율은 전세계에서 딱 세 나라, 홍콩과 싱가포르, 대한민국밖에 없어요. 대단히 독특한 사례죠. 엄청난 인구가 도시로 이동을 했어요. 예전에는 집이 조부모, 부모, 자식 3대가 사는 공간이었다면, 도시로 이동하면서 이제 2대가 사는 공간으로 바뀐 거죠.

제동 : 예전 드라마 「전원일기」에 나오던 그런 구성이었다다가 4인 가족이 된거네요.

현준 : 네. 정부 정책도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방향으로 바뀌기 때문에 4인 가족이 대한민국 중산층의 전형이 된 거죠. 우리나라 5,000만 인구가 4인 가족으로 살려면 집이 1,250만 채가 필요해요. 실질적으로는 4인 가족만 있는 게 아니라, 2인 가족도 있고 7인 가족도 있으니까 대략 2,000만 채가 필요한데, 문제는 1990년대부터 1인 가구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거든요. 지금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30%는 1인 가구고요, 2인 가구까지 합하면 거의 60%에요. 그러니까 당연히 수요는 늘어나는데 집은 아직도 4인 가족이 기준이라고 생각하고 공급을 안 늘린 거에요.

제동 : 아, 주택 수요를 잘못 계산해서 공급에 오류가 생겼다는 얘긴가요?

현준 : 맞아요, 혹시 '쉐어링 하우스'라고 들어보셨어요?

제동 : 네, 같은 집에 살면서 방만 따로 쓰는 그런 주거 형태죠?

현준 : 맞아요. 집값이 너무 비싸니까 많은 젊은 세대들이 내 집을 소유하지 못하고, 오피스텔에서 함께 월세로 살든지, 방은 따로 쓰고 부엌은 같이 쓰는 형태가 나오는 거에요.

제동 : 요즘 1인 가구는 수요가 있잖아요. 그런데도 건설사에서 그런 집을 안짓는 이유는 뭘까요?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인가요?

현준 : 그렇죠. 아파는 짓는 분들이 청년들을 위한 주택, 그러니까 1,2인 가구를 위한 괜찮은 집을 안 짓는 이유 중 하나는 젊은 친구들이 돈이 없어서에요. 대신 방 3개까지 30평대 아파트를 짓는 거죠. 그래야 오래된 30평대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그 집을 파고 새 아파트로 이사 갈 테니까요.

 결국에는 지금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만 또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거죠. 그러다보니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고요. 공급이 필요한 곳에는 돈도 없고 공급도 없는데 특정 지역, 예를 들면 서울 중심부나 강남 일대의 부동산 가격은 기형적으로 계속 올라가고, 그 주변 지역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어요.

 어쨌든 좋은 의도로 집값을 잡기 위해서 15억 원을 초과하는 집을 살 대는 아예 대출을 막았잖아요. 그랬더니 대출을 받아서 16억, 17억 원짜리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15억 원 이하의 집을 살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기는 거에요. 결국 수요가 늘어나면서 15억 원 이하의 집값이 더 올라가게 됐어요. 한 7억, 8억 원 정도면 살 수 잇던 집이 10억 원이 넘어가기 시작하니까 집 없는 사람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지는 거죠.

제동 :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네요.

 

p132

현준 : 사람들이 자기 집을 갖게 되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좋은 점이 있어요. 바로 공동체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거에요. 1950년대에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프루이트아이고(Pruitt-igoe)라는 아파트 33개 동을 지은 후, 사람들을 이주시켰어요.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슬럼화가 된 거에요. 마약 밀매와 살인 같은 범죄의 온상이 돼서 지은 지 겨우 20년 만에 다이너마이트로 다 폭파해버렸어요.

제동 : 아니, 왜요?

현준 : 다큐멘타리에서 소개된 자료에 따르면 그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 대부분이 월세였던 거에요. 그러다보니 자기 집에 대한 애착이 없거나 적었던 거죠. '돈 벌면 여기서 나가야지' 하는 생각밖에 안 하니까 공동체가 형성이 안 되고 점점 더 슬럼화됐던 거에요. 그런데 똑같은 아파트 형식을 대한민국 강남에 적용했을 때는 부의 상징이 됐잖아요.

제동 : 그건 내 집을 소유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인가요?

현준 : 그렇죠. 칠레의 경우처럼 비록 절반만 완성된 집이라더라도 내 집이 되면 정착할 계획으로 주변을 꾸미게 되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학부모들과도 친해져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자긍심이 생기게 되겠죠. '돈 벌면 떠나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생활을 하게 되는 거에요.

 

제동 : 전세만 하더라도 2년 있다가 나가야 하니까 고치기도 그래요. 괜히 손 댔다가 원상복구 해놓으라고 할까봐 걱정도 되고요. 우리 촌에서도 석양이 뉘엿뉘엿 질 때까지는 논밭에 남아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주인이거든요. 이건 내 논이고, 내 밭이니까 그럴 수 있는 거죠. 내 소유의 공간을 가꾸는 건 재미가 있잖아요.

현준 : 그렇죠. 사실 그건 인간의 본능이죠. 저도 전에 월세로 살 때 집주인 아주머니가 그러셨어요. "나가라고 안 할 테니까 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사세요." 그런데 어떻게 월세를 내는 집이 내 집이겠어요? 그건 사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공유경제'라는 말을 싫어해요. 저는 그 말이 교묘하게 사람을 속이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을 소작농으로 만들어놓고서 "한 달에 몇십에서 몇백만 원만 내면 좋은 집에서 호텔 같은 서비스를 받고 사는데 굳이 네 집을 가질 이유가 뭐가 있니?"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해요.

제동 : 아, 그렇구나!

현준 : "이제는 회사 차릴 때 사무실 안 사도 돼. 사옥 없어도 돼. 그냥 월세만 내고 써. 그럼 적은 돈으로 어디서든지 창업할 수 있잖아. 좋지?" 이때 누가 돈 법니까? 공유 오피스 같은 회사만 돈 벌어요. 결국 공유경제는 내가 부동산 자산으로 돈 벌 기회를 포기하게 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프루이트아이고 사례처럼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제동 :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도 동물이니까 비슷할 것 같은데, 동물은 자신의 서식지가 안락하거나 먹고살 만큼 기본적인 것들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번식을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현준 : 네, 본능적인거요.

 

p138

제동 : 맞아요. 엄마나 아빠가 밥 먹으라고 부르기 전까지는 그 작은 사회 안에서 놀았던 공통의 추억 때문에 그렇게 전학 가기가 싫고 그랬죠. 지금은 아이 때부터 그런 공동체에 대한 경험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어른이 되면 더 불안해지는 것 같아요. 자기만의 좁은 공간에 점점 더 갇히게 되고 사회로 나가면 더 불안하고..

현준 : 그렇죠. 강 건너편 사람과 이쪽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할 수 있는 중간지대, 조금 어려운 말로 하면 '커먼그라운드(Common Ground)'가 필요해요. 제동 씨도 아침에 현관문 열고 나오면 알겠지만, 지금 우리 주변엔 계속 이동해야 하는 공간밖에 없거든요.

제동 : 맞아요. 멈추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없죠.

현준 : 인도를 걷든지 차를 타고 이동을 하든지 움직이는 공간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어디 가서 않으려면 돈을 내고 카페에 들어가야 해요. 대한민국 서울이 전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카페 수가 가장 많거든요. 공원도 적고, 벤치도 없고, 공짜로 않을 데가 없으니까요.

제동 : 유럽에 여행을 가보면 걷다가 아무 성당에나 들어가 앉아 있어도 참 좋잖아요. 반면 우리나라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은 편의점 앞에 있는 의자 정도인 것 같아요.

현준 : 그렇죠. 우리는 그런 공간이 없으니까 별다방에 가든, 빽다방에 가든, 자판기 커피를 마시든 이 사회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공간은 돈을 내야만 쓸 수 있잖아요. 거기서부터 문제가 생기는 거죠. 돈 많은 사람은 비싼 데로 가고, 돈 없는 사람은 싼 데로 가니까 서로 다른 경제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공통의 추억을 만들 수가 없는 거에요. 그러면 서로를 이해하기가 힘들어지거든요.

 

p141

현준 : 코로나가 이 사회의 기본 구조를 많은 부분 흔들어놓고 있거든요. 지금까지 해오던 관성이 깨진 거잖아요. 이 얘기는 공간 체계도 그동안 관성으로 해오던 것들이 어느 정도는 와해될 거라는 의미에요. 그러면 '헤쳐 모여'가 되겠죠.

제동 : 충격을 주는 거네요.

현준 : 그렇죠. 예를 들어 그전에도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지만 직장 상사가 싫어해서 안 했잖아요. 온라인 예배도 가능했지만 교회에서 별로 안 좋아하니까 계속 꼬였던 건데, 지금은 전염병 때문에 좋든 싫든 온란인으로 해야 하니까요. 그러면 공간을 통해 권력을 가졌던 사람들이 권력을 내려놓게 되고, 그 구조가 해체되면서 재배치가 될 거에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빨리 공통의 목표를 정하고, 그 꿈을 이루는 방향으로 사회 구조를 재구성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동 : 쉽사리 내려놓지 않았던 기득권을 어쩔 수 없이 내려놓게 되겠네요.

현준 : 그렇ㄹ죠. 유럽 같은 경우를 보더라도 흑사병이 돌았던 탓에 중세사회를 끝낼 수 있었다고 할 수 있죠. 흑사병이 없었다면 교회의 권력은 계속 유지됐을 거에요.

제동 : 마녀사냥 하고, 문자와 신을 독점하고...

현준 : 그렇죠. 1,000년 넘게 문자와 신을 독점해온 그 시스템을 종식한 게 흑사병이에요. 전염병 창궐에 무기력했던 교회의 권위가 흔들리면서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문명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죠. 코로나 사태 이후 어쨋든 우리의 생활방식이나 공간 구조를 바꿔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것을 어떻게 재배치 하느냐, 이것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인 거죠.

 

p147

제동 : 우리나라가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깨끗하고 의료체계도 잘 갖춰져 있잖아요.

현준 : 저는 해외에서도 오래 생활했지만,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에 상당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거든요. 정말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도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나라가 발전하려면 제대로 된 도시 모델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이번에 코로나 방역에 잘 대처했잖아요. 전염병에 강한 도시는 제대로 된 도시 모델이거든요. 도시 모델이라고 하면 복잡하게 많은 요소가 있을 것 같지만 제일 기본적인 게 물 공급이 잘 되고 전염병이 없는 거에요.

제동 : 아, 과거에 로마와 파리가 발전한 것처럼 상하수도 문제가 해결된 도시군요.

현준 : 그렇죠. 거기서 더 나아가 19세기부터는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전염병을 상당 부분 통제하기 시작했어요. 예방주사라든지 항생제가 없었다면 인구가 1,000만 명이나 되는 도시는 나올 수 없었을 거에요. 잉카문명이나 마야문명이 멸망한 것도 다 전염병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결국에는 전염병에 강한 도시 공간 구조를 만드는 것이 국가 경쟁력과도 연결돼요.

 

p148

제동 : 누구나 공기 좋고 물 좋은 데 살고 싶어하잖아요. 집 앞으로는 강이 흐르고 뒤로는 산이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 집을 고를 땐 주변에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을 찾게 되잖아요.

현준 : 그렇죠. 그런 곳으로 모이죠.

제동 : 수도권 집값이 너무 올라가니까 문제긴 하지만, 그렇다고 "도시는 복잡하니까 거기로 모이면 안 돼." 이렇게 접근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현준 쎔 얘기는 오히려 사람이 살고 싶은 곳에 더 많은 집을 공급하고,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건강한 공간을 늘려가야 한다는 거죠?

현준 : 맞아요. 거기서 꼭 필요한 것이 다양성이에요. 예를 들어 강남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렇다고 강남의 인구 밀도만 높이면 삶의 질이 높아질 거라고 보지는 않아요. 밀도가 어느 정도 이상 올라가면 오히려 매력이 떨어지겠죠. 그때쯤 누군가가 부산이나 목포처럼 바다가 보이는 어느 지역에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를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죠. 이때 사람들이 그곳을 보고 '저기에는 서울에서는 누릴 수 없는 것이 있어'라는 생각 들게 할 수 있다면 또 그쪽으로 이동해가겠죠.

 

p151

현준 : 지난 한 10년간의 도시 재생 사례를 보면 다양성 측면에서 가장 성공적인 곳이 어딘 줄 아세요? 바로 익선동이에요. 낙후돼서 사람들 발길이 뜸했던 동네가 젊은이들이 몰리는 활기찬 동네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중정(中庭)을 지붕으로 덮어 실내 공간으로 바꿨기 때문이에요.

 이게 원칙적으로는 불법 점유인데, 어차피 나중에 철거될 거니까 관청에서 벌금만 좀 받고 눈감아줬어요. 만약 법대로 건폐율(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 면적의 비율)을 적용하면 다 철거해야 하거든요. 그러면 돈 가진 사람만 새 건물을 지을 수 있겠죠. 그런데 중정에 지붕만 덮으면 공사비가 많이 안 들잖아요. 그러니까 자본이 많지 않은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창업할 수 있는 공간 구조가 된 거에요. 약간의 아이디어를 보태고 시스템을 조금 바꾸면 되는 거였어요.

제동 : 아,, 그래서 가보면 골목마다 개성이 살아 있고, 젊은이들이 많이 찾나봐요.

현준 : 앞서 제가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는 했는데, 다양성이 나오려면 핵심은 소자본 창업이 쉬워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바꿔야 해요. 지금 있는 규칙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창업하라고 하면 결국 대자본이 들어와 기존 건물을 다 밀고 쇼핑몰 거리를 만들겠죠. 그러면 소자본 창업 기회는 또 없어지는 거에요.

 

p153

제동 : 현준 쎔 얘기처럼 선택지가 많고 다양성이 있는 공간이 우리 주변에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게 안 되는 이유가, 사람들은 저마다 살고 싶은 곳들이 있고 꿈꾸는 데가 있는데 그 꿈마저 다 꺽여버린 세상이 됐기 때문이잖아요. 어디서 봤는데, 싱가포르는 원래 모든 국민이 자기 소유의 집을 갖는 1가구 1주택을 목표로 출발했다던데, 맞나요?

현준 : 네. 싱가포르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거의 다양성이에요. 싱가포르에서는 똑같이 생긴 아파트 단지를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똑같은 형태의 주거지를 만들지 않도록 하는 법적 장치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처럼 서울, 대전, 대구, 판교, 세종 할 것 없이 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가 있는 게 아니에요. 우리나라는 주거지부터 획일화가 되니까 점점 더 가치관이 정량화되는 것 같아요.

제동 : 선택지가 몇 개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의 가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네요.

현준 : 그렇죠. 그러니까 그다음부터는 가치를 부여할 데가 돈밖에 없는 거에요. 제동 씨 집이나 저희 집이나 거의 다 비슷하게 생겼잖아요. 그러면 자기만의 독특한 가치가 없어요. 내 집의 가치는 결국 집값밖에 안 남는 세상이 되는 거죠. 그리고 아파트를 똑같은 모양으로 지으면 물물교환이 쉬워지면서 아파트가 화폐 기능을 갖게 되요.

 우리나라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각 분야에서 생각해야겠지만, 건축가로서 제가 제안할 수 있는 부분은 이거에요. "집을 다양하게 만들어라. 도시도 다양하게 디자인해라. 다양성을 키워라."

제동 : 그래야 사람들이 한곳으로 몰리지 않고, 각자 원하는 게 다르니 나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도 행복해지겠네요.

현준 : 그렇죠. 만약 100명이 있는데 선택지가 딱 하나밖에 없으면 99명은 경쟁자가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반대로 다양성을 10배 늘리면 행복한 사람이 10배 늘어나는 거에요. 우리 주택 문제를 단순 공급으로만 해결하겠다고 하면..., 전 답이 없다고 봅니다. 공급도 당연히 늘려야 하고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도 물론 좋지만,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이 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고층 아파트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동 : 맞아요. 고층에서 내려다보는 한강뷰도 너무 오래 보고 있으면 지겨울 수 있거든요.

현준 : 서울이 엄청 넓잖아요. 그러면 정말 살고 싶은 동네가 100군데는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독특하고 좋은 동네가 100군데 정도 생기면 주택형태도 다양해지고 인구도 좀 분산되겠죠.

 

 

세번째 만남 x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

 

p244

채경 : 지금으로서는 우리나라에서 달 궤도선에 주어진 기회가 단 한 번뿐이거든요. 그 한 번의 기회를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죠.

제동 : 기회가 왜 한 번밖에 없나요?

채경 : 달 탐사 프로젝트에 돈이 많이 들어요. 제가 알기로는 예산이 2,000억 원 이상 되는데, 국민들의 세금으로 얻은 그 기회를 달 과학자들이 함부로 낭비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 이번에 실패 했는데 2,000억 원 한 번만 더 지원해주세요." 이렇게 말하기도 어려운 거죠. 누군가 "너희가 하고 있는 달 탐사 프로젝트가 그 정도의 부가가치를 만들고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거든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먹고사는 데 아무런 기여를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요. 당장 달 탐사 못 한다고 밥을 못 먹는 것도 아니고요.

제동 : 제가 물어보고 싶었는데 채경 쎔이 먼저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사실 '지금 당장 달에 가서 무슨 큰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도 있긴 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우리 국가 예산 500조 원 중에 2,000억 원 정도 들어가는 거잖아요? 물론 GDP 규모가 다르지만 다른 나라에서 투자하는 비용에 의하면 그렇게 높은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2,000억 원이면 그게 얼마야?" 싶은 거죠.

 

채경 : 예전에 미국과 구소련이 한창 우주 경쟁을 할 때는 2년 동안 달 탐사선을 20대씩 보냈어요. 그러면 그게 다 성공했느냐? 그렇지 않았거든요. 10대 보내면 2대 성공하던 시절이었죠.

제동 : 그때는 미국과 구소련이 누가 세계를 선도하느냐를 두고 자존심 대결을 하던 때니까요.

채경 : 네. 당시에는 열 번을 실패해도 계속해보라는 분위기였을 거에요. 그런데 우리나라 달 과학자들에게 60,70년이 뒤처진 상황에서 딱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 거에요. 우주 미션은 변수가 많아서 실패할 가능성이 크거든요. 그렇다고 실패해도 좀 봐달라고 합리화하려거나 밑밥을 까는 건 아니고요.

제동 : 밑밥 좀 까세요. 괜찮아요. 실패 경험도 쌓여야 성공 확률도 높아지고, 채경 쌤의 후배들도 그 실수를 토양 삼아서 또 도전할 수 있는 거잖아요.

채경 : 네. 그래야 다음 세대 친구들도 용기를 내서 '달 연구 재밌겠네. 달 탐사해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이 길에 뛰어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왜 그렇게밖에 못해? 왜 자꾸 지연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만큼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있구나!' 이런 애정어린 시선으로 봐주시면 큰 힘이 되고 감사하죠.

 

 

네번째 만남 x 경제전문가 이원재 대표

 

p375

제동 : 솔직히 저 같은 사람은 신호(기본 소득을 의미함) 안 받아도 삽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웃을 여유가 없으면 제 직업도 의미가 없거든요. 사람들이 분노해 있는데 코미디가 되겠어요? 오히려 어떤 재밋는 얘기를 해도 돌을 던질 가능성이 커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사람들과 웃으면서 얘기하는 거에요. 사실 돈 받지 않고 강연할 때가 제일 행복해요. 그럼 안 웃겨도 되거든요. 희한한 게 그렇게 할 때가 저도 재밋고, 사람들도 훨씬 재밌어하는 것 같아요. 원래 돈 받고 하면 다 노동이고, 돈 내고 하면 놀이잖아요. 하지만 요즘은 돈 받고 노동도 하고 싶네요.

 

p378

제동 : 우리 사회가 이렇게 갈등이 첨예한 이유 중엔 축제가 적다는 것도 있어요. 축제라고 하면 거창한 것 같지만, 마을의 크고 작은 경조사도 사람들이 모여 오해와 갈등을 푸는 축제 역할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마을의 자잘한 축제들이 모두 대규모 축제에 잠식당하고, 경조사가 다 기업화돼 버렸어요. 지금은 장례식도 다 상조회사에 맡기잖아요. 예전에는 누가 돌아가시면 동네 주민들이 다 함께 했거든요. 뭐가 더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그렇게 바뀌었다는 거죠.

 그때 사흘간 밤새워 음식 하고 상여 메고 하면서도 돈을 받지 않았어요. 그냥 남은 음식 싸 가고, 상여 메시는 분들에게 막걸리 대접하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섯 번째 만남  x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

 

재승 : 뇌과학적으로 보면 우리 뇌에 인슐라(insula)라는 영역이 있어요. 뇌섬이라고도 하는데, 역겨움을 표상하고 공정함을 측정하는 뇌 영역이에요.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받거나 그런 상황을 보면 분노 반응을 일으키는 곳이죠.

제동 : 아, 뇌섬이라는 곳에서 분노를 느끼게 하는군요?

재승 : 네, 시상하부와 함께요. 예를 들어 어렸을 때 부모님이 형이나 언니에게만 잘해주거나 막내만 예뻐해서 화가 날 때가 있잖아요. 그 분노의 반응을 만들어내는 뇌 영역이 바로 인슐라에요. 어미 새가 벌레를 물고 와서 딱 한 마리 새끼한테만 계속 벌레를 준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때 나머지 새끼 새들의 뇌섬은 난리가 나요. 어미가 첫째에게만 계속 먹이를 준다면 나머지 새들은 자기도 달라고 지저귀어야 하나라도 얻어먹을 수 있잖아요.

 만약 "제가 봐도 첫째가 예쁘니 첫째만 주세요." "먹이가 남거든 그때 주세요." "전 안주셔도 되요" 이렇게 쿨하게 반응하면 굶어죽어요. 불공정함에 대한 분노 반응은 원하는 것을 최대한 얻으려는 전략이기도 한 거죠. 안 그러면 굶어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차별과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사람이 내가 되었든 내 주변 사람이 되었든 그것에 분노하는 뇌가 있는 거에요.

제동 : 그게 생존과 관련된 아주 원초적인 욕구인 거네요.

재승 : 그렇죠. 그래서 부모는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딨어? 다 똑같이 대했어"해도 아이들은 다 기억하고 있는 거에요. 부모가 언제 나를 차별했고 상처를 줬는지를, 왜냐하면 아이들은 그걸 너무나 잘 기억하는 뇌 영역을 가졌기 때문이에요.

 

여섯 번째 만남 x 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

 

p497

정모 : 네, 처음에는 저도 과학자와 신앙인 사이에서 고민하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괜찮아졌어요. 복음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과학적인 사실을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거든요. 신앙인들이 과학적인 사실에 두려움을 갖는다면, 그건 성서에 대한 신뢰가 약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신뢰가 있으면 얼마든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바꿀 수도 있거든요.

제동 : 그래요? 좀더 자세히 말해줘봐요.

정모 : 예를 들면 옛날 사람들은 천동설을 믿었잖아요. 지동설로 바뀔 때 얼마나 혼란스러웠겠어요. 그런데 지금은 천동설, 지동설로 고민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제동 : 그렇죠.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같은 과학자들 덕분이죠.

정모 : 1992년 10월 31일이 아주 중요한 날이에요. 혹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제동 : 1992년이면 제가 대학교 1학년인데, 분명 술 먹고 있었을 거에요.

정모 : 그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갈릴레오와 후손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합니다. "360여 년 전 우리 로마 교황청이 당신들의 조상인 갈릴레오 갈릴레이 선생님을 부당하게 핍박했습니다. 알고봤더니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닌 태양계 변방의 작은 행성에 불과하더군요. 용서해주십시요. 그리고 전세계 만방의 카톨릭교도들에게 알려드리오니, 오늘부터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인정합니다."

제동 : 1992년에 그런 발표를 했군요.

정모 : 네, 물론 그전에도 알았지만 그들의 잘못을 고백하면 카톨릭과 교황청의 권위가 무너질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만약 교황청에서 아직도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주장했다면 누가 교황청의 권위를 인정했겠어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얼마나 훌륭한 분이었느냐면 지동설뿐 아니라 빅뱅이론과 진화론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자고 진지하게 권유를 하십니다.

 

p502

제동 : 앞에서 침팬지와 인간의 공통 조상이 있었다고 하셨잖아요.

정모 : 그렇죠. 그 공통 조상은 침팬지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에요. 그 조상의 자식 중 하나는 침팬지의 조상이 되고, 다른 자식 중 하나는 인간의 조상이 된 거죠.

제동 : 그러면 침팬지나 오랑우탄이 우리의 조상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네요? 저는 이게 항상 헷갈렸어요.

정모 : 전혀 없죠. 심지어 교과서에 그런 그림 있었잖아요. 네 발로 걷던 침팬지가 점점 두 발로 걷는 사람이 되는 그림이요. 그게 아주 큰 오류인 거에요. 지금이라도 교과서 내용을 바꾸면 후세가 공부하기 편할 텐데, 못 바꾸고 있어요.

 그 그림을 보면 침팬지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되고, 그게 호모에렉투스가 되고, 네안데르탈인이 된다고 그러는데, 우리는 그렇게 직선으로 진화한 게 아니라 계속 갈라서고, 갈라서고, 갈라선 거에요. 나무에서 가지들이 이쪽저쪽으로 갈라져 쫙 뻗어나간 것처럼 그 나뭇가지 끝에는 사람, 침팬지, 원숭이, 지렁이, 풍뎅이 들이 있는 거죠. 지금 살아 있는 생명체는 다 진화의 끄트머리에 있는 거에요. 이제까지 우리는 지렁이는 진화가 덜 된 하등한 생물이라고 생각했잖아요. 우리가 진화에 대한 개념이 없다보니까 다른 동물들을 하찮게 여기는데, 진화를 제대로 이해하면 다른 생명들이 우리와 함게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동반자라는 걸 알게 돼요.

제동 : 듣고보니까 정말로 겸손해지네요.

정모 : 그렇죠. 이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하나의 세포로부터 시작됐어요. 빅뱅의 순간에 수소가 생겨났어요. 또 별에서 다양한 원소가 생성되고,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이 원소들이 다 흩어졌는데 그중 어떤 건 단백질이 되고, 어떤 건 지방이 되면서 우리 몸에 들어와서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거죠.

제동 : 과학을 제대로 알면 차별하는 마음이 사라지겠네요. 특히 인종차별은 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정모 : 과학 논문에서는 'Race'라는 단어를 쓰면 안 돼요. 과학적인 단어가 아니에요. "인종(Race)은 없다. 인종주의(Racism)만 있을 뿐이다." 이런 말도 있죠.

제동 : 와, 좀 멋있는데요? 있어 보이고, 사실이어서 더 좋고요.

정모 : 생물학적으로는 모든 인간이 단일 종인 호모사피엔스에 속한다고 표현하면 되죠. 하지만 찰스 다윈도 'Race'란 단어를 썼어요. 물론 1800년대 얘기죠. 찰스 다윈도 어마어마한 인종차별주의자였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찰스 다윈을 비난하기는 힘들어요. 그 당시 과학 상식의 기준으로 용인됐던 부분이니까요. 당시의 본능과 지식의 한계였던 거죠. 그렇지만 지금은 그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그랬다고 나도 그런 태도를 가지면 안 되겠죠.

 

p520

정모 : 의심할 때 중요한 게 숫자에요. 숫자로 의심해야죠.

제동 : 숫자요?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정모 : 2017년에 '살충제 달걀 파동'이 있었잖아요. 일부 양계장에서 피프로닐(Fipronil)이라는 살충제를 막 뿌렸던 거에요. 피프로닐은 간, 신장, 갑상선을 손상시킬 수도 있는 독성 물질이에요. 그 당시 거의 모든 언론이 '달걀이 피프로닐에 오염돼서 큰일이다'라는 식의 보도를 했어요. 그리고 2018년 말에는 신생아들이 맞는 결핵 예방용 백신에서 비소 성분이 검출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전국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백신을 안 맞히려고 했던 일도 있었어요. 비소가 뭐냐면 사약의 주성분이에요. 그런데 따져봐야죠. 설마 멀쩡한 백신에 비소를 넣었을 리는 없잖아요.

 알고보니 전에도 비소가 있었는데 너무 적은 양이라 있는지도 몰랐다가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그것을 검출할 수 있게 된 거에요. 그만큼 적은 양이었어요. 우리가 매일 먹는 밥에도 비소가 들어 있거든요. 백신에는 밥 한 숟가락에 있는 양만큼의 비소가 들어 있었어요. 제가 지금 50대 중반이고 50년 동안 밥을 먹었지만 아직 비소에 중독되지 않았거든요.

제동 : 대신 밥에 중독되셨잖아요. 

정모 : 그렇죠. 밥에는 중독됐지만, 비소에는 중독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중요한 건 숫자인데, 피프로닐도 마찬가지였어요. 60g짜리 달걀에 0.002mg쯤 검출됐던 것 같은데, WHO가 정한 일일섭취허용량, 급성독성참고량에 따르면 체중이 60kg인 사람이 평생 매일 5.5개 먹어도 되는 양이에요.

제동 : 하루에 5.5개를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요?

정모 : 네, WHO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체중이 60kg인 사람이 하루에 246개를 먹으면 문제가 생겨요. 그러면 간이나 신장, 갑상선에 독성이 생긴다는 거에요. 그런데 실제로 하루에 달걀 246개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제동 : 배불러서 죽을 것 같아요.

정모 : 네, 해부학적인 문제가 생겨서 진짜 죽을 수도 있어요. 배 터져 죽는 거죠.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달걀이 오염돼도 괜찮다는 게 아니에요. 문제가 생기면 올바른 정보를 알려주고 얼른 조치하면 되지, 온 국민이 패닉에 빠져서 달걀값은 치솟고, 빵집이 망하고, 수십 개의 양계장이 파산해서 그걸 다시 살려내기 위해 어마어마한 세금을 쏟아부을 필요는 없었다는 거죠. 우리가 숫자로만 계산해보면 문제를 좀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불필요한 혼란을 줄일 수 있어요. 물론 돈도 절약할 수 있고요.

 이렇게 과학적 태도의 시작은 의심인데, 의심은 모두에게 해야해요. 좋은 사람도 의심하고 좋은 말도 의심하는 거에요. 이때 그 의심에 답해주는 과학자의 태도는 겸손함인 것 같아요.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정말 겸손하거든요.

 

p526

제동 : 그런데 호모사피엔스가 잘못하는 것도 많잖아요. 특히 요즘은 자연과 환경 분야에서 죄책감을 느껴야 할 것 같아요. 근데 저번에 관장님이 북극 빙하가 녹는 것과 해수면이 높아져서 도시가 물에 잠기는 건 상관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걸 얼핏 들은 것 같은데, 그건 확실한 겁니까?

정모 : 이런 거에요. 빙하는 해수면 위로 요만큼만 나와 있고, 그 아래 더 많은 부분은 물에 잠겨 있잖아요. 신기하게도 다른 물질은 고체가 되면 부피가 줄어드는데, 물은 고체가 되면 부피가 커져요.

제동 : 그래서 물을 꽉 채워서 얼리면 그릇이 터지죠?

정모 : 네, 터져요. 그러니까 생각해보세요. 대부분의 빙하는 물속에 잠겨 있잖아요. 얼음이 해수면을 높여놨는데 빙하가 녹으면 부피가 줄어들겠죠?

제동 : 그러면 오히려 해수면이 낮아진다는 얘기에요?

정모 : 낮아져야죠.

제동 : 그런데 왜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이 높아지면 저지대 국가들이 침수된다. 자연재해가 생긴다, 하는 말들이 나올까요?

정모 : 북극 바다에 있는 빙하가 다 녹으면 해수면은 낮아집니다. 문제는 빙하가 바다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육지에도 어마어마한 빙하가 있고 남극 빙하는 다 육지에 있어요. 그린란드나 캐나다도 마찬가지에요. 이게 녹으면 그대로 바다로 가는 거에요. 그러니까 남극 대륙에 있는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높아지고,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 오히려 해수면이 낮아지는 거에요.

 

일곱 번째 만남 x 대중문화평론가 김창남 교수

 

p595

창남 : 아, 쉽지 않은 질문이네요. 기본적으로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이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는 공간, 그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지 않나 싶어요. 학생들 역시도 대학에 다니는 기간을 그런 시간으로 인식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는 대학이 삶의 연습을 마음놓고 해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동 : 불안해하지 않으면서

창남 : 그렇지. 우리는 학생 때 만화책이나 소설을 읽고 있으면 "너 인마, 공부해야지, 왜 쓸데없는 짓 하고 있어?" 이런 얘기를 들어왔잖아요.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밥벌이 외에 다른 걸 할라치면 또 같은 얘기를 듣게 되요. "왜 일은 안 하고 쓸데없는 짓을 해?" 바로 그 쓸데없는 짓을 맘껏 해볼 수 있는 때가 대학시절인 거죠.

제동 : 그 쓸데없는 짓을 통해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삶의 방향을 새롭게 정할 수도 있잖아요.

창남 : 맞아요. 그런데 요즘 보면 많은 대학에서 총학생회도 구성되지 않고, 동아리 활동도 잘 안 돼요. 그런 것들이 당장 토익시험 보고 취업 면접 준비하고 자격증을 따야 하는, 그 도로의 논리에서 보면 쓸데없는 일이 돼버린 건데, 진짜 대학의 의미는 바로 그런 쓸데없는 일을 하는 데 있는 것 같아요. 대학에 있는 동안 비교적 자유롭게, 커리큘럼이나 세속적인 스펙이 요구하지 않는 일들을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질 수 있거든요.

제동 : 우리가 경쟁사회에서 살다보니까 '이러다 낙오되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알면서도 쉽게 시도를 못하는 것 같아요.

창남 : 사회 시스템 자체가 다 함께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쉽지 않죠. '어떻게 하면 두려움 없이 이것저것 도전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어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으로서의 대학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나도 이런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제동 :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은 지금 그렇지 않다는 말씀인데, 이것이 젊은이들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이 되면 또 안 되는 거잖아요.

창남 : 당연하죠. 한국 사회가 그렇게 몰고 간 거니까. 그래서 대학의 기능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거죠. 저는 가끔 캠퍼스에서 기타를 메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반가워요. 기타를 치고 노래 부르는 건 그 친구의 전공이나 스펙과 무관한, 소위 말하는 '쓸데없는 일'일 거에요. 그래도 그 친구는 그것을 하는 거죠.

 

 

 

제동 : 보통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캠퍼스에서 술 먹지 마시오!" 하잖아요. 그런 얘기 들으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캠퍼스의 낭만은?'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될라고...

창남 : 맞아요. 그러니까 요즘 대학생들을 탓할 수가 없는 거죠. 사회 전체가 그렇게 움직여왔고, 대학에 그런 기능을 강요했으니가. 2006년 서울대 입학식에서 신영복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대학시절에는 그릇을 채우려고 하기보다는 그릇 자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먼저 그릇을 비우고 그릇의 크기를 키우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제동 : 신영복 선생님 말씀이 당장 실천하기는 쉽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 맞는 말 같아요.

창남 : 내가 이만큼 살아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물론 내가 가지고 있던 그릇의 크기를 키우는 건 굉장히 힘들죠. 대학에서 그러한 과정을 만들어가고, 그 이후에 그릇을 채우면서 살아야 한다고 하신 건데, 요즘 내가 느끼는 안타까움은 학생들이 자기가 가진 그릇을 비우고 좀더 크고 새롭고 튼튼한 그릇으로 키우는 과정을 잘 경험하지 못하는 것 같은 데서 와요. 그냥 가지고 있는 그릇을 빨리 채우려고 드는 것이 요즘 대학생의 모습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요.

제동 : 사실 학생들이 그럴 수 있으려면 사회에 나갔을 때 어느 정도 안정적인 요건들이 갖춰져 있어야 하잖아요. 앞서 쌤이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이 사회에서 버림받지 않겠구나." 하는 확신이 있어야 불안이 해소되고 그릇을 키우는 그런 경험들을 해나갈 텐데, 또다시 패배주의적인 얘기가 되겠지만 우리가 그런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게 가능하다면,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은 많은데 왜 안 될까요?

창남 : 글쎄요. 내가 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동 씨가 말한 것처럼 이 사회와 국가가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사회구성원들에게 심어주는 게 핵심이겠죠. 그게 기본소득의 형태가 됐든 보편적 복지 형태가 됐든 어쨌거나 이 사회가 각자도생의 정글이라는 인식을 안 가져도 될 만큼의 최소한 신뢰라도 심어주는 거에요.

제동 : 이 사회가 정글이라는 생각을 '가지지 말라'는 게 아니고, '안 가져도 되게끔' 한다는 게 중요하네요.

창남 : 그렇죠. 불안한 사람에게 "불안해하지 마." 그래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제동 :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신호만 있어도 힘이 좀 될 텐데 그게 없으니까 더 불안한 거죠.

창남 : 예컨대 기본소득만 해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건 안 될 거야'하는 인식을 먼저 심어주잖아요. 언론의 문제일 수도 있고, 이 사회의 담론구조를 장악한 권력 집단,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끊임없이 패배주의적인 생각을 심어주는 건 아닌가. 내가 그래서 젊은 친구들에게 제일 하고 싶은 얘기가 그거였어요. "두려워하지 말자." 두려움은 나 혼자라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거잖아요.

제동 : 맞아요.

창남 : 내 친구가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같이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잖아요. 언젠가 우리 학생한테 들은 사례인데, 나 혼자 살면 월세 50만 원을 내야 하지만 친구와 같이 살면 절반만 내도 해결할 방법이 있는 거죠. 그런데 각자 해결하려다보니까 친구도 경쟁자가 되고 승부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죠. 신영복 선생님 말씀처럼 여럿이 함께 가면 길은 뒤에 생겨날 거예요. 그렇게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 또한 대학의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제동 : 저처럼 불안감이 많은 사람도 쌤과의 대화를 통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듯이 결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대학이 될 수 있겠네요.

창남 : "친구가 되지 못하는 스승은 좋은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되지 못하는 친구는 좋은 친구가 아니다." 신영복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해주신 말씀이에요. 명나라 때 이탁오라는 사상가가 했던 말을 현대식으로 말씀해주신 것인데, 저한테는 굉장히 깊이 남아 있어요. 거의 마지막에 해주신 말씀이거든요. 요즘 친구들을 만나거나 학생들과 대화할 때 이 얘기를 꼭 해요. 결국 가장 좋은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이자 스승이 되는 관계인 거죠.

 

p608

창남 : 신영복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부란 머리에서 가슴까지, 그리고 가슴에서 발까지로의 여행"이에요. 머리에서 가슴까지라고 하는 것은 대상을 타자화하고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걸 의미해요. 공감하는 거죠. 이해에서 공감으로, 이게 아주 힘든 과정이죠.

 

news.v.daum.net/v/20210510135804492

 

묘비 닦는 국민의힘 초선의원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10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 한 뒤 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묘지의 묘비를 닦고 있다. 참배에는 김미애·김형동· 박

news.v.daum.net

 

어제 광주 5.18 민주묘지에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가서 묘비를 닦았다고 한다.

 

"참배에는 김미애·김형동· 박형수·서정숙·윤주경·이영·이종성·조수진·조태용 의원과 김재섭(서울 도봉갑)·천하람(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아래 영상을 보면, 작년 12월에 국회를 통과한 5.18 왜곡 처벌법에 국힘은 반대 31표, 기권 20표를 던졌다.

어제 광주묘지를 참배하고 묘지를 닦았던 국민의힘 국회의원 9명 중, 5명이 반대, 1명이 기권, 찬성 1명, 불참 2명.

반대 5명 : 김미애, 박형수, 서정숙, 이종성, 조태용

기권 1명 : 김형동

찬성 1명 : 윤주경 

불참 2명 : 이영, 조수진 

 

이 잡넘들아. 너희가 무슨 낯짝으로 5.18묘비를 닦으러가니? 이 빌어먹을 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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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카봇카 · 〒153-0051 Tokyo, Meguro City, Kamimeguro, 2 Chome−7−11 2階

★★★★☆ · 이자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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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영업중, 최근 도쿄의 긴급사태 선포(2021. 04.25~)로 현재는 임시휴업중이라고 한다. 

 

나카메구로의 소키소바와 아구 돼지 소금구이.

점심 직후 미팅을 앞두고 카페같은 곳에서 급히 요기로 먹은 음식.

닭넓적다리 스테이크. 정말 게눈 감추듯이 빨리 먹는다.

오늘은 오키나와 요리로 결정하고 들어간 식당. 오키나와 액막이 시시(사자)

시시와 샤미센. 샤미센은 중국에서 오키나와로 전해져 일본 본토로 들어갔다.

파인애플 쥬스. 오키나와가 열대지역이라 파인애플이 난다고.

시즌 1의 마지막 회라 원작만화가 마사유키도 특별출연(이게 시즌의 거의 전통으로 자리잡는다).

주변 사람들이 먹는 걸 지켜보는 고로. 이건 고야참푸루라는 음식인데 오키나와 특산이 고야(우리도 이천 등에서 많이 나는 여주다)를 베이스로 한 오키나와식 사라다. 고야의 쌉쌀한 맛이 식욕을 돋군다.

역시 낮술을 즐기는 원작자.

라프티(라프테라고도 한다)동. 라프티는 돼지삼겹살을 간장, 술, 설탕으로 조린 오키나와 음식이다. 상당히 공이 많이 들어가는 요리(제대로 할 경우 한 4시간 쯤 걸리는 듯)음식인데 삼겹살의 기름이 쪽 빠지고 양념의 맛이 푹 베여서 부드럽고 맛난다. 일본 요리중에서 밥도둑의 대표 반찬 중 하나다.

여점원이 풀샷으로 나온다는 건 봐달라는 뜻.

2012년 이 당시 출연자로 나왔을 때의 이름은 富田理生(토미타 리오)라는 예명을 사용했다.

현재는 小池由(코이케 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데 이건 본명인 듯 하다.

1987년 나가노 출생이다. 2010년부터 2012년 까지 2년 정도 모델, 배우로 활동했는데 현재는 연예 활동은 거의 없는 듯 하다. 현재는 주로 요가 지도자로서 활동하는 듯 하다. 

흑돼지 소금구이.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흑돼지인 듯.

당근 볶음(?), 계란, 파, 스팸이 들어간 오키나와 풍의 음식. 오키나와에 미군부대가 들어간 이후로 한국의 부대찌개 같은 미군부대 음식이 들어간 퓨전 음식이 많이 개발되었다고. 

현재 오키나와에서 유명한 음식 중의 하나가 쇠고기 스테이크다. 보통 스테이크로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500g, 1kg 이렇게 판다는데 먹음직스럽긴 하다. 최근 오키나와의 가장 큰 문제가 비만이다. 전통적으로 해산물과 야채,과일 위주의 식단에서 미군부대에서 공급되는 싼 소고기의 영향으로 젊은층부터 소고기를 즐기다보니 비만인의 비율이 급격히 느는 중이라고 한다. 일본내의 미국이라고나 할까?

타코라이스. 난 먹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굳이 일부러 먹으러 갈 것 같지 않은 음식.

세판을 다 해치우고, 소키소바(제주도 고기국수랑 거의 비슷)를 주문.

돼지고기의 물렁뼈까지 붙은 부위를 푹 고아 만든 고기육수 베이스에 오키나와 특유의 두툼한 면발의 국수를 토렴.

오키나와의 대표간식 친스코우라는 과자에 아이스크림을 얹어먹는 디저트.

오키나와의 과자류 중 대표적인 2가지가 사타안다기라는 설탕 듬뿍의 도넛츠와 친스코우라는 이 과자다.

아 잘먹었다는 고로를 깜짝 놀라 쳐다보는 마사유키.

원작자가 재방문해서 술한잔 하면서 먹은 안주. 오키나와 락교.

 

촬영하면서 제대로 못먹었다며 다시 주분한 라프티 동.

도쿄에서 오키나와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꽤 장사가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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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間取(てまど)る (~하는데) 시간이 걸리다, 품이 들다

いかにも(如何にも)

1. 어떻게든, 어떻게 해서라도

2. 아무리 생각해도

3. 자못, 정말이지, 매우

当てにならない 믿을 수 없다, 불확실하다

かきたてる 1. 마구 저어서 거품이 일게 하다  2. (심지를) 돋우다

3. 북돋우다, 불러일으키다

出会(であ)い頭(がしら) 마주치는 순간, 만나자 마자

~がしら(頭) 1. ~자 마자, ~한 순간 2.가장 ~한 사람 3. (월일이나 시각의) 처음

出世(しゅっせ)頭 가장 출세한 사람

月頭(つきがしら)に 월초에

波頭(なみがしら) 물마루, 물결/파도의 앞단

次第(しだい) (동사 ます형에 접속하여) ~하는 즉시

見つかり次第 발견하는 즉시, 찾는 즉시

古着(ふるぎ) 헌옷, 낡은 옷

待ち遠(まちどお) 몹시 기다려짐

脇道(わきみち) 1. 본길에서 갈라져 나간길 2. 곁길, 옆길(=枝道 えだみち)

3. 못된 길, 주제에서 벗어남(=横道 よこみち)

水炊(みずた)き 하카타 닭전골(우리의 닭한마리랑 비슷)

炭火焼き(すみびやき) 숯불구이

もろ 1. 전면적으로, 정면으로 2.양쪽

順当(じゅんとう) 1. 당연함 2. 타당함 3.순조로움

はじき返(かえ)す 되받아치다

恐(おそ)れべし = 恐れべき 무서운, 두려운, 대단한

ほくほく 1.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모양 2. 갓 찐 고구마등이 먹음직스러운 모양(=ぼかぼか)

따끈따끈, 후끈후끈

崩(くず)れ落(お)ちる 무너져 내리다

常夏(とこなつ) 상하, 늘여름

ちんすこう 오키나와 과자로 샤브레와 식감이 비슷

サーターアンダギー 사타안다기, 오키나와 간식으로 도넛과 비슷.

친스코우와 사타안다기는 오키나와의 주요간식으로 요즘은 관광상품으로 많이 팔림.

感慨無量(かんがいむりょう) 감개무량

 

 

 

윤석열 曰曰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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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검사들이 깡패지 검사가 아니다. 윤석열이 임기중에 지껄인 얘기 중에 딱 저 한문장만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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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근처 주택가와 상가가 어우러진 위치의 자그마한 이자카야. 드라마 말미의 원작자가 찾아간 상황을 보니 미식가 지인의 아는 가게인 듯 하다.

술집이라 술마시는 사람에겐 좋을 듯. 메뉴 자체가 풍부하고, 주인아주머니가 손님이 주문하는 것도 되는대로 만들어주는 그런 스타일인 듯.

 

분쿄구 네즈, 카레라이스

참새가 방앗간을 스쳐가지 못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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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에선 꽤 이름있는 과자점인 듯. 

이 집의 명물인 카린토 만쥬(바삭한 느낌의 만쥬라고 함)

3년 만에 찾아온 후배(?)의 가게.

이 배우는 1977년생으로 이름은 오자와 마주(小沢真珠), 1993년 17살에 데뷔. 데뷔 당시는 서양 스타일의 시원시원하고 상당히 아름다운 외모였는데, 20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역변이 되었다고나 할까? 데뷔 초기에는 샴푸 모델을 할 정도로 촉망받는 신예였던 거 같다.

일단 이 드라마에서도 이미 10년차 연기자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시선처리라든가 대사가 어색하다. 

현재까지도 굉장히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단역으로 출연 중이긴 한데 크게 주목받는 역은 맡질 못하고 있는 생활형 연기자라고나 할까 싶다.

후배 집에서 나와서 식당을 찾는 도중에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진 고로상.

화장실을 보고 나서 무어라도 먹을까 하고 자리를 잡게 된다.

처음 시킨것이 닭껍질 조림. 닭껍질을 양념에 조린건데 닭껍데기 좋아하는 이들에겐 술안주로 좋을 듯.

후배 가게에 찾아갔을때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는데 그게 생각나서 샌드위치 되냐고 물어보자 샌드위치 대령.

원래 샌드위치가 있는 메뉴가 아니니, 술집에 있을법한 고등어를 구워서 빵에 끼워 낸 샌드위치.

뭐 이런 메뉴는 거의 없는 메뉴일 듯.

터키 이스탄불에 구도심과 신도심을 잇는 갈라타 브릿지를 지나다 보면 다리위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들통 같은 걸 두고서 낚은 고기를 거기다 담는데 대부분 고등어다.

이 고등어들은 다리 밑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고등어 케밥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우리 돈으로 케밥 한개에 삼천 원쯤 했는데(요즘은 터키 환율이 똥망이라 내가 갔을 당시보다 절반밖에 안한다. 그러니 요즘은 1500원이라는 소리), 생선의 비린 맛을 안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별로다. 특히 고등어의 퍽퍽함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완전 비추다. 워낙 관광객들에게 명물이라 많이 사먹긴 하는데 별로 만족하는 얼굴들은 아닌 듯 싶다.

고등어 케밥보단 고기로 만든 되네르 케밥(회전케밥, 통구이를 돌리면서 겉면의 고기들을 저며서 빵에 샌드위치 형태로 만들어주는)이 백배 추천할만하다. 

이 외에도 빵에 감자,버터,치즈에 토핑을 얹어주는 쿰피르라는 간식이 있는데 무진장 짜고 맛이 없다. 이것 역시 갈라타 브릿지 근처에서 저녁에 사먹었는데 당시 20터키 리라(당시 환율 6000원) 정도를 줬는데 너무 맛없어서 버렸다. 

감자,버터,치즈에 마요네즈만 넣어도 맛있을 음식을 그렇게 짜고 맛없게도 만들긴 어려웠을텐데 일부러 엿먹으라고 이따위로 만들어줬나 싶을 정도였다. 하여간 터키에서 길거리 음식으론 되네르 케밥 이외엔 추천 안한다.

단, 에크멕이라고 하는 바게뜨 빵은 어디서 사도 맛있다. 당시 어른 팔뚝만한 에크멕이 1개에 1터키 리라(300원)이었는데, 아침에 어느 가게에서도 파는 그 에크맥에 요구르트나 생치즈(시장에서 파는 두부랑 비슷하게 생긴)와 먹으면 꿀맛이다. 내 경험으로 터키보다 빵이 맛있는 나라는 아직 못가봤다.

특선 카레.

고로상이 카레를 먹고 있을때, 주정꾼이 하나 들어와서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는걸 고로상이 처리한다.

그 이후 고로상이 카레 먹는걸 뿌듯하게 쳐다보는 가게 여주인과 그 어머니.

여긴 술 좀 하는 사람들은 찾아가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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ウキウキ(浮き浮き) 두근두근, 마을이 들뜨는 모양

居心地(いごこち) 어떤 자리, 집에서 느끼는 기분

居心地がいい (있기에) 편하다 ↔ 居心地が悪い

紛(まぎ)れる 1.(뒤섞여) 헷갈리다, 분간 못하다, 혼동하다 2. 딴것에 마음을 빼앗겨 시름을 잊다

この雑多(ざつた)な雰囲気に紛れて歩くだけで俺は楽しいんだ

이 잡다한 분위기에 섞여서 걷는 것만으로 즐겁다.

一昔前(ひとむかしまえ) 예전

根(ね)っこ 뿌리, 나무의 그루터기

生(は)える 나다, 돋다

おかまいなく 신경쓰지 마세요, 괜찮습니다.

織物(おりもの)  직물

保つ(たもつ) 1.가지다, 지니다 2. 지키다

突(つ)き当(あ)たり 1. 충돌, 마주침 2. 막다른 곳

ざっかけない 거칠다, 상스럽다, 꼴불견이다

旨味(うまみ) 음식의 맛의 좋은 정도

挟(はさ)まる 틈새에 끼이다

めったにお目がかかれない 좀처럼 볼 수 없다/눈에 띄지 않는다

生臭(なまぐさ) 비린내가 남, 비린내

付(つ)け合(あ)わせ 1. 주되는 요리에 곁들이는 야채, 해초 2. 떨어지지 않게 한데 붙임

心憎い(こころにくい) 1. (훌륭해서) 얄미울 정도다 2. 그윽하다, 정취가 있다, 마음이 끌리다

しけた店 구린 가게 (보통 나쁜 의미)

指図(さしず) 지시, 지휘

しみったれる 몹시 쩨쩨하다, 인색하다

でけえ面(つら) = でかい面 잘난체 하는 얼굴.

もったいない 1. 황송하다, 2. 과분하다, 고맙다 3.죄스럽다.

이 식당은 현재 폐업했다. 드라마에서는 거리가 수수해보이는데 현재 구글맵으로 이 일대를 보면 새로운 건물들로 바뀌면서 오래된 식당들이 새로운 가게들도 바뀐 것 같다. 세키자와 식당이 있던 자리는 일반 가정집으로 바뀐 것 같고, 그 앞에 돈까스를 파는 식당이 생겼는데 그 집이 평이 좋다. 아마 고독한 미식가 보고 세키자와 찾아갔다가 그 집에서 돈까스 먹는 사람도 꽤 있을 듯.

 

원코인(500엔)이라는 이름의 매일 바뀌는 정식 메뉴. 오늘은 돈까스와 어묵, 달걀이 들어간 연근조림, 밥,된장국.

메뉴들이 다 싸다. 메뉴만 봐도 새로이 개발된 지역의 땅값과 임대료가 올랐을테니 이 가격으로는 버틸 수가 없을 듯 싶다. 이 가게의 주인부부는 연로하셔서 이 집을 폐점했고, 아들이 이바라키 지역에서 이 비슷한 식당을 열었다고 한다.

고로가 시킨 메뉴들. 고기감자조림, 비엔나 튀김(비엔나 소시지를 왜 튀겨?), 감자 사라다

돼지고기 생강구이와 계란후라이가 얹어진 덮밥. 특이한 조합이긴 하다. 이런 조합은 실제로 본적도 없다. 보통은 오야꼬동(닭양념구이와 계란후라이 조합)

9년전인데 꽤 수수한 거리의 모습이다. 여기가 지하철역에서 가까워서 개발이 됐나보다. 개발이 되면 땅주인들은 좋겠지만 사실 이런 지역의 가게세가 다 오르기 때문에 임대로 가게를 여는 자영업자나 손님들에겐 좋은 일이라고 하기 힘들다. 

원작자가 찾아서 먹은 우엉볶음.

이날의 원코인 정식. 탕수육 소스 같은 걸 얹은 닭튀김, 톳무침, 두부(히야얏꼬라고 부르고 보통 차게 나오는데 여긴 따뜻하게 나온 것 같다), 밥, 된장국. 이 조합은 우리 한식과 거의 비슷하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서 나도 일본 가면 주로 이런 식당을 자주 이용한다.

다해서 7800원.

 

다시 봐도 없어져서 아쉽네.

https://www.google.com/maps/place/Restaurant/@35.9779396,140.6405455,15.25z/data=!4m5!3m4!1s0x6022556d8aca9283:0x49ad15c247218475!8m2!3d35.976119!4d140.6483226

 

Restaurant · 199-11 Miyatsudai, Kashima, Ibaraki 314-0006

★★★★☆ · 음식점

www.google.com

 

이 집은 여기를 폐업하고, 주인장의 고향인 이바라키현 카시마시로 장소를 옮겨서, 키친 SALA라는 이름으로 재개업했다. 세키자와 식당에서 했던 메뉴도 대부분 그대로 하고 있다. 가격은 조금 오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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丸出し(まるだし) 감추는 것이 없이 드러냄, 티를 팍팍 냄

手土産(てみやげ) 간단한 선물, 손에 들고 가는 선물

いよかん 감귤

シュッとしてる 간사이벤으로 폭넓게 쓰는 말, 전라도 사투리 거시기와 비슷한 용례를 갖는다. 

주로 좋은 의미로 사용된다.

美打ち(みうち) 연예 용어, 스튜디오 세트등의 미술관계 협의

目に狂(くる)いはない 보는 눈이 있다 = 見る目がある

惹(ひ)かれる 1. (마음등이) 끌리다 2. 투기적 거래에서 손해를 보다

勇(いさ)み足(あし) 1. (스모용어)상대를 떠밀다가 자기가 나가서 지게 됨. 2. 지나치게 덤비다 실수함

欠片(かけら) (부서진)조각, 단편

お待ちどお = お待(ま)ち遠様(どおさま) 오래 기다리셨습니다.(식당에서 음식 내오면서 하는 상투어)

食べっぷり 복스럽게 먹는 모양, 식성, 먹성

こじゃれた(小洒落た) 조금 세련된, 조금 멋진 

洒落る(しゃれる) 1. 재치가 있다, 세련되다, 멋지다 2.똑똑한 체하다, 시건방지다

3. 익살을 부리다

気(き)が利(き)く 1. 생각이 사려깊다 2. 눈치가 빠르다, 재치가 있다 3. 멋이 있다, 세련되다.

뉴스공장 청취율 라디오 전체 1위. 청취율이 이전에 비해 더 올라갔음.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전해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거다.

뭐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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