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안타까운 작품.

 감독이 어떤 의도로 이 작품을 연출했는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의도를 드러내기에는 감독의 역량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 어떤 장면에서도 반짝이는 부분이 없었다. 1980년 5월 17일부터 약 열흘간 광주민주화 항쟁의 가슴아픈 역사는 영화의 스토리부터 연기자들의 연기까지 어느 한부분 어우러지지 않고 각기 따로따로 놀았다.

그나마 남주 역할인 둘째아들을 맡은 백성현이 혼신의 연기를 다했으나 영화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엔딩은 자칫하면 웃길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지만 역사의 무거움이 그나마 그런 참극을 막았다.

철수 엄마의 여동생역으로 나왔던 여배우(이름이 민서)와 백성현의 결혼상대였던 여배우 전수진(나이 해방일지에서 이민기 여친으로 나왔음)의 마스크가 기억에 남는다.

 엔딩은 어떤 면에선 고어하기까지 하다.

 감독은 1980의 광주의 역사적 비극과 한가족의 삶의 비극을 관통시키려 했던 것 같은데, 차라리 화평반점과 그 주변인들의 사소한 에피소드를 더 발굴하고 그것을 더 상세하게 엮어나가는 기초공사를 제대로 하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

그리고 그 에피소드의 기초공사가 다 지어지면 그 다음에 1980년 광주의 역사와 엮어서 발효시키는 시간도 더 필요했다.

영화적으로는 거의 볼만한 가치가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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