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비구역 JSA의 모티브가 언뜻 보이며, 웰컴투 동막골의 분위기도 간혹 느낄 수 있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킬링 타임용 영화. 여주인공이 이쁘게 나왔는데 어디선가 본 얼굴이라서 찾아보니
영화 도굴에서 나왔던 배우로 이름은 박세완이다. 그리고 도깨비에서 단역으로 나온 고시원 귀신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이쁘다는 생각을 못해봤는데 프로필 등 사진을 보니 상당히 귀엽고 이쁜 인상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고경표와 박세완은 인상에 남고 조연급의 연기자들의 호흡도 괜찮았다.
감독은 달마야 놀자의 각본을 썼던 사람인데 감독으론 그렇게 많은 작품을 찍은 것 같진 않다. 이 작품으로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이긴 했는데 아마도 다음 작품 정도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나이드신 분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좀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많았는데 어떤 할머니 한분이 영화 보다가 전화를 받으셔서 좀 거시기했다. 영화 시작 전에 스마트폰은 좀 끄라고 그렇게 안내를 해도 영화 3편 보면 꼭 한번은 전화를 받는 몰상식을 경험한다. 제발 좀 전화기 좀 끄자.
모든 것이 완벽했다. 개인적으론 엔딩곡으로 베를린의 <Take my breath away>가 나왔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추가) 남양주 메가박스 돌비에서 2회차로 봤는데 일반관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영화다. 아이맥스나 돌비시네마로 꼭 보라고 하고 싶다. 난 개인적으론 용아맥에서 아이맥스 영화를 보고 만족한 경우가 없어서 이 영화도 아이맥스로는 그리 관람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돌비에선 다시 한번 더 꼭 보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지옥의 핵심 주제는 구원은 '신'으로부터가 아니라 '인간의 사랑과 희생 그리고 연대'를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새진리회의 1대 의장 정진수는 세상의 정의는 '신의 심판'을 통해서 죄지은 인간이 처형받음으로서 실현된다는 믿음을 설파하지만, 정작 자신조차도 '신의 심판'으로 처형을 받는 순간까지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정진수라는 캐릭터는 예수의 숨겨진 모습을 상징한다. 성경에는 예수가 자신의 피로써 인간의 죄를 정화하고 구원해주는 메시아로서 '신의 아들'로 승화시키지만, 인간 세상의 상식과 역사의 예수는 단지 죄인으로서 십자가에 매달린 인물일 뿐이다.
성경에 빌라도가 예수를 처형하기가 껄끄럽게 느껴져서 유월절에 죄수 한명을 사면하는 풍습을 이용하려 하지만, 대중은 예수 대신에 바라바를 사면해주기를 청한다. 바라바의 죄는 살인이었다.
예수와 같이 십자가형에 처해진 죄수들이 2명 더 있었는데 그들의 죄는 강도였다고 전해진다.
로마 시대에 십자가형은 주로 살인이나 반역과 같은 강력범죄자를 처형시키는 가장 강한 처벌이었다. 이런 정황을 보면 예수가 살인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반역에 해당하는 사상범으로 취급받았다고 예상이 가능하다.
즉, 성경의 기록을 후대에 쓰여진 예수의 신격화 작업의 결과로 보고, 인간의 관점에서 보자면 예수는 당대의 법으로 십자가형에 처할만큼 강력한 죄를 지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지옥에서 정진수도 '신의 심판'을 통해 '처형'당하지만 그는 2대 의장 그리고 형사와의 거래를 통해 그의 죽음의 진실을 감추고 새진리회를 부흥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이러한 플롯은 감독이 예수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다(정진수라는 이름도 상당히 의도적인 듯 싶다. Jesus=지저스, ㅈㅈㅅ => 정진수)
이 드라마의 결론 부분에서 처형을 고지 받은 '아기'가 그의 부모의 희생을 통해서 구원받고,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서 보호받으면서 새진리회의 손아귀를 탈출하는 장면을 통해 감독은 구원은 결국 '인간의 사랑, 희생 그리고 연대'를 통해서만 얻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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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1)
엔딩부에서 변호사가 아기를 데리고 택시를 타는 장면. 택시기사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저는 신이 어떤 놈인지도 잘 모르고, 관심도 없어요. 제가 확실히 아는 건 여긴 인간들의 세상이라는 겁니다. 인간들의 세상은 인간들이 알아서 해야죠. 안그렇습니까? 변호사님."
=> 감독의 주제의식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추가2)
엔딩부에서 심판을 받았던 죄인(노점상을 하는 두 아이의 엄마)의 부활은, 구원을 의미한다. 아기의 부모의 희생으로 구원받은 이는 아기 뿐 아니라 다른 죄인도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시즌2가 나온다면 정진수를 포함해서 심판 받았던 이들이 모두 부활했다는 설정도 포함될 수 있다.
이준익 감독의 작품에는 일관되게 흐르는 페이소스가 있는데, 개인적으론 이 작품에선 그것이 가장 강렬하게 드러났다고 보인다.
성리학의 나라인 조선, 그러나 조선후기 이미 성리학의 이상은 무너지고 부정과 부패는 하늘을 찌르고 백성의 삶은 피폐하다. 그러한 와중에 살아나가는 민초들과 성리학의 이상으로는 이제 무너져가는 나라를 붙들 수 없음을 통감하며 그 한계에 괴로워하는 지식인.
그러한 서사를 흑산도의 아름다운 풍광, 그리고 설경구, 변요한을 비롯한 주조연들의 눈부신 연기로 감동적으로 풀어나간다. 이준익 감독은 이미 마에스트로의 반열에 올랐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코로나 상황에서 이런 명작이 영화관에 걸린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극의 말미쯤에 나주목사 역에 배우 명계남이 나온다. 엔딩 크레딧에서 명계남 이름이 안나와서 내가 못봤나 했다.
특별출연, 우정출연등이 많아서 내가 지나쳤구나 생각했는데, 이 글을 쓰면서 영화 정보를 보니 나주 목사역 배우의 이름이 동방우라고 한다. 아 엄청 닮았네라고 생각하며 배우 정보를 보니 괄호치고 명계남이라고 정보가 나온다.
보니 2019년에 개명을 하셨다고 한다. 이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중요한 역할도 하시면서 이명박근혜 시절 1급(?) 블랙리스트에 오르셨고, 꼴통보수들에게 엄청난 온라인 테러를 당하셨다(현재 김제동에게도 이런 식의 꼴통보수들의 온라인 테러가 장난이 아니다).
개명의 이유로는 그저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서라고 인터뷰를 하셨는데 내가 볼때는 이러한 테러의 후유증 때문일거다. 앞으로 잘 되셨으면 좋겠다.
전작인 강철비가 나온지 2년 반 정도가 지났다. 전작과는 이어지지는 않는 독립적인 스토리의 속편이다.
재밋는 설정은 전작의 2명의 주연이 나오는데, 정우성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곽도원은 북한 호위총국장으로 나온다는 점으로 전작의 역할과 반대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론 전작이 조금 낫다고 본다. 하지만 클라이막스부의 긴장감에서는 우열을 가리긴 힘들다.
영화에서 한중일을 둘러싼 정치/군사적 암투를 카게무샤라는 코드명의 작전을 통해서 표현하는데(물론 이게 영화 줄거리의 핵심은 아니다), 카게무샤는 일본에서 주인을 은밀히 지키는 무사(방어하는 닌자를 생각하면 된다)를 의미하는데, 곽도원의 위치인 호위총국장은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호위하는 부대의 총책임자로 바로 카게무샤와 같은 의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곽도원이 쿠데타를 일으킨다.
플롯, 연출과 주연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 모두 전작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받았던 레벨을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의 재미를 위해서 그랬는진 모르겠는데, 미국 대통령이 너무 희화화되는 부분은 극의 긴장감을 좀 훼손한 감이 있다.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배역은 북한 잠수함 백두호의 부함장역을 맡은 신정근 배우이다(후반부 잠수함 액션씬에서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이 분이다).
전반적으론 극의 개연성은 전작에 비해선 좀 떨어진다. 그러나 이 극의 주제가 되는 남북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 얼마나 큰 것인가에 대한 느낌을 확실하게 준다.
아마도 결말(백두호의 운명)을 감독이 꽤 고민을 했을듯 한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영화와 반대의 결말로 갔어도 꽤 큰 묵직함을 던져줬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