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30일 전격적인 남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이루어졌다.

갖가지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와중에서 일부 중도 및 진보로 분류되는 언론에서조차 약간은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는 것을 봤다. 예를 들어 경향신문 같은 경우는 이번 판문점 회담이 북한과 미국의 정상간에만 무게가 실려 한국의 그간 촉진자 혹은 중재자로서의 입지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성의 논조가 드러난다.

현재 냉정하게 우리 대한민국의 처지가 어떤지 한번 생각해봤다.

현재의 대한민국의 입장을 보자면, 북한은 우리에게 결혼(통일)을 하고 싶은 신부와 같다.

왜 남한이 북한과 결혼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반대할 이유는 산더미와 같고, 동의할 이유는 오직 한가지 밖에 없다. 그 한가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남북한의 통일의 당위성을 설명할 길이 없다.(물론 이 문장에서 나의 워딩은 약간의 과장은 있긴 하지만, 박근혜가 얘기한 통일은 대박이란 나이브한 통일대박론과 같은 순진한 환상론도 위험한 일이다.)

남한은 결혼 이전에 승낙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많은데, 현재로선 가장 중요한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하지만 이 결혼에선 시어머니인 미국뿐 아니라, 장모인 중국과 장인인 러시아 그리고 시누이인 일본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그런데 이런 첩첩산중이 있는데다가, 최종적 결혼 상대인 북한은 까탈스럽기 그지 없다.

보통 남자가 여자에게 반해서 결혼을 하려는 이유는, 여자가 매우 이쁘거나 여자 집안이 돈이 많거나, 아니면 여자가 능력이 엄청나거나의 상황일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여자는 (앞으로 살도 빼고, 치장도 하고, 공부도 시켜 보면 마이 페어 레이디처럼 대박이 될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어설픈 시골촌뜨기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고, 집안에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여자 본인이 남자의 구애에 대해 조금 마음을 여는 듯은 하지만, 아직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남자의 주변 친지와 친구들은 남자에게, "네가 뭐가 모자라서 그런 촌뜨기랑 결혼을 하려고 이 난리를 피는게냐?"라며 연일 성화를 하고 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웬만큼 지각이 있고, 현실을 아는 남자는 여자에 대한 생각을 접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 남자는 이 모든 엿같은 어려움을 무릎쓰고 이 결혼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미친 결혼을 성공한 사례가 역사적으로 딱 한 번 있었다. 29년전 베를린에서 동독과 서독이 드라마틱한 여정을 거쳐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고, 향후 20여 년간 이 결혼으로 인한 휴유증으로 나라가 삐걱거리는 경험을 맛보았다.

이 결혼은 우리 세대가 좋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나올 우리의 자식 세대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이 결혼을 향해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마음은 눈물겨운 것이다.

그러니 이런 사정을 십분 이해하는 대한민국의 친척과 친지들은들은 웬만하면 딴지를 걸지 마라. 앞으로 우리가 꽃길로 가기 전에 넘어야 할 인고와 고난의 길이 여전히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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