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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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연작)
포근한 솜이불 속에서 엄마의 가슴팍에 안겨 자고 있는 아기의 볼을
살살 건드려보고 싶기도 하고,
꽃샘추위에 아직은 냉기가 가시지 않은 처녀의 방에서 새어나오는
이른 봄향기에 취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이 밤이 쉬이 감에, 나는 안타까와..
더 새빨갛게 타버리지 못함이 못내 아쉬워 시뻐얼건 내 땀구녕을 한껏
열고 마지막 누런 한숨을 목놓아 쉬고 있다.
새벽 닭소리와 벌겋게 떠오르는 동녁하늘에 내 몸이 산산히 부서져가
재만 남아 고갯짓 겨우 하니 바싹 마른 몸에 내리우는 이슬 한방울에
밤새 먼지낀 얼굴을 닦이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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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35킬로를 넘어가면 소화기관에 축적된 에너지는 모두 연소되고,
이후는 내장과 근육에 축적된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점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이르면 보통의 사람은 극심한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피로로 인해 달리는 행위 자체에 회의가 들게 되어 결국은 더 이상의 달리기를 포기하는 이들이 속출하는 구간이라고 한다.
이 지점을 넘어서 말 그대로 극한의 고통속의 달리는 마라토너들의 얼굴을 자세하게 볼 기회는 별로 없다. 우연히도 황영조 선수가 우승한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대회 영상을 보면서 골인점을 통과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았다.
고통을 참으며 무엇을 위해 한순간 한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짜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일그러진 얼굴이 이렇게 아름다운질 새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