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기담집에 수록된 40페이지 정도 분량의 단편이다.

도쿄기담집이 약간은 기묘한 이야기를 수록했다는 느낌으로 지은 제목인 것 같긴 한데 그렇게 기묘하지는 않다.

그리고 읽고 나서 그렇게 기억이 나는 작품도 없다. 그 중에서 그래도 가장 기묘한 작품으로 기억나는 것은 시나가와 원숭이편인데 주인공이 어느 지방 산속(후지산이 있는 야마나시인가?)에 있는 여관에 묵었다가 시나가와에서 온 원숭이가 시중을 든 경험을 기록한 형식의 작품이다. 이 단편은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에 한번 나와도 괜찮을 듯 싶다.

 

하루키 원작의 하나레이베이와 구성과 스토리는 거의 동일하지만 영화쪽이 훨씬 풍성하며 디테일이 살아있다.

원작소설에서는 그리 큰 주제의식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데, 영화에선 아들과의 애증, 그리고 아들이 하와이 하나레이 베이에서 사고로 죽은 후 그 애증이 해소되는 10년간의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특히 죽은 아들(이름이 타카시)의 갈등해소의 모티브로 등장하는 또 다른 젊은 청년 타카하시(원작에선 뚱보라고 이름도 없다)의 비중이 원작보다 크며 이 장치로 인해 극의 설득력이 높아진다.

하루키의 작품은 읽고나도 선뜻 이 작품의 의도나 주제를 캐치하기가 어려운데 그것은 그의 작품이 물과 같은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모호함 속에서 작품을 읽어나가다 보면 무언가 드러나는 듯 하다가도 다 읽고 나면 그것이 무엇인지 여전히 애매한 그런 안개속을 걷는 기분을 느끼는데 이 영화도 역시 그런 하루키의 느낌을 잘(?) 살려냈다.

그래도 하루키의 작품보다는 감독의 손길이 훨씬 세밀하며 친절하다.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바닷가에 서있던 사치가 뒤돌아보면서 눈물을 머금은 얼굴로 환하게 미소를 짓는 장면은 감독의 친절한 마음을 대변한다.

 

원작을 읽고 나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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