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군론(Group theory)을 전공한 옥스포드대 수학교수이다. 저자의 이력만 보면 수학에 관한 내용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물리학, 논리학 그리고 수학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특히 초반의 5개의 챕터는 상당한 깊이의 통찰로 양자론, 우주론, 상대성이론에 대한 수학적, 철학적 고찰을 보여준다.

초반 5개의 챕터만으로도 현대 물리학에 대한 상당히 알차고 수준높은 입문교양서가 될 수 있다.

그 이후에는 2개의 챕터에서는 논리학, 의식과 관련된 인공지능, 그리고 수학적 추론과 저자 본인의 수학적 연구테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수식적인 전개가 있지는 않고 서술적이지만, 내가 수학적 지식이 짧아서 완벽히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뒤에 집중력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 시간을 가지고 찬찬히 읽으면 이해할만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과학 교양서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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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

 내가 기자들과 가장 자주 나눴던 대화는 대충 다음과 같다.

 

 기자 : 교수님은 어떤 종교관을 가지고 계십니까?

 나 : 질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주세요.

 기자 :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나 : 그 질문에 대답하려면 '신'을 정확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당신이라면 어떤 정의를 내리시겠습니까?

 기자 : 그야 뭐...., 인간의 이해력을 초월한 존재겠지요.

 나 : 정말 황당하네요. 그런 초월적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저는 취급 가능한 대상의 존재 여부만을 알 수 있답니다!

 

p163. 최후의 단위 : 쿼크

 

 그 후 몇 명의 물리학자들이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SU(3)의 다차원 표현에 대응되는 패턴들을 여러 층으로 쌓았더니, 제일 꼭대기 층이 누락된 피라미드 형태가 된 것이다. 꼭대기에 간단한 삼각형이 놓이면 그림이 완성될 것 같았다. 삼각형은 3차원에 적용되는 SU(3) 대칭군의 가장 간단한 물리적 표현에 해당한다. 이 피라미드를 대칭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누락된 층으로부터 다른 층들을 순차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어떤 입자를 할당해야 하는지, 그것이 문제였다.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로버트 서버 Robert Seber 는 누락된 층에 해당하는 세 개의 입자들이 다른 층의 모든 입자를 구성하는 궁극적 기본 단위일 것으로 예측했다. 1963년의 어느 날, 그는 겔만과 점심 식사를 함께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했고 겔만은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졌다.

 "그 입장의 전하가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겔만은 냅킨을 탁자에 펼쳐놓고 몇 줄 끼적이더니 곧바로 답을 알아냈다. 그 입자의 전하는 양성자의 2/3이거나 -1/3이 되어야 했따. 겔만이 웃으면 말했다.

 "정말 희안한 입자인데요. That would be a funny quirk. "

 그도 그럴 것이 그때까지 발견된 그 어떤 입자도 전하가 분수인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기본적으로 모든 입자의 전하는 양성자나 전자의 전하의 정수 배여야 했다.

 당시의 상황은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를 연상시킨다. 피타고라스는 모든 만물이 정수로 표현된다고 하늘같이 믿었다가 정수가 아닌 분수를 발견했고, 정수와 분수가 전부라고 생각했다가 무리수와 마주치지 않았던가. 20세기의 물리학자들도 모든 입자의 전하가 어떤 기본 단위의 정수 배라고 믿었다가 '분수 전하'라는 복병과 마주친 것이다. 처음에 겔만은 분수 전하에 회의적이었으나 그날 저녁부터 생각이 서서히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몇 주 후에는 서버의 아이디어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자신이 진행 중인 연구를 '쿼크kworks'라고 불렀다. 이것은 그가 예전부터 '작고 흥미로운 것'을 칭할 때 즐겨 쓰던 그만의 은어였는데, 서버도 희안한 입자를 표현하는 데 적절한 용어라고 생각했다.

 얼마 후 겔만은 제임스 조이스의 실험적 소설 《피네간의 경야》를 읽다가 자신이 연구 중인 가상의 입자에 어울리는 이름을 발견했다. 이 책에는 트리스탄 신화의 바람둥이 마크 왕을 조롱하는 시가 등장하는데, 그중 한 구절이 눈에 띈 것이다.

 "마크 대왕에게 세번의 쿼크를! There quarks for Muster mark!"

 여기 나오는 '쿼크quark'는 자신이 만든 신조어 '쿼크kwork'와 발음도 비슷하고, 게다가 '3'이라는 숫자까지 명시되어 있으니 겔만에게는 더 없이 적절한 이름이었다.

 

p212

 관측 행위의 기이한 특성은 내 책상 위에서 붕괴되고 있는 우라늄에도 적용된다. 우라늄에서 복사(알파 입자)가 방출되는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 초미세 감지기를 짧은 간격으로 계속해서 들이대면 우라늄은 마치 얼어붙은 얼음처럼 붕괴를 멈추고 현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물이 담긴 주전자를 불 위에 올려놓고 계속 바라보면 절대로 끓지 않는다"는 속담에서 주전자를 우라늄으로 바꾼 양자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불안정한 입자를 계속 관찰하면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은 사람은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여 연합군을 승리로 이끌었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이었다. 이 현상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제논의 이름을 따서 '양자적 제논 효과'라 한다. 제논은 '날아가는 화살의 한순간을 포착한 스냅샷(정치영상)은 움직이지 않으므로, 화살은 움직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p310

 미래에는 우주 배경 복사처럼 은하에서 방출된 빛도 가시광선 영역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길이 없다.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는데 어떤 이론을 세울 수 있겠는가? 우리의 먼 후손들은 고대 그리스의 우주관을 다시 수용할지도 모른다. 우리 은하는 우주에 홀로 고립되어 있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우주의 특별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는 고대의 선민의식도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잘 보존하여 후대에 전해주고 싶지만, 수십억 년 후까지 온전하게 전달하기란 도저히 불가능하다. 안타깝지만 어쩌겠는가? 우주의 운명이 원래 그런 것을....

 

p347

 시간의 가장 작은 단위인 '초秒, second'는 현대에 이르러 극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1967년 이전까지는 지구의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를 통해 정의된 초 단위를 사용해왔는데, 값이 수시로 변하여 시간의 기본 단위로는 적절치 않았다. 예를 들어 6억 년 전에는 지구의 자전 주기가 22시간이었고 공전 주기는 거의 400일에 가까웠다. 그런데 바다의 조석 현상이 지구의 자전 에너지를 달에 전달하여 지구의 자전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달은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 지구의 공전 주기가 일정하지 않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던 도량형 학자들은 1967년에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시간의 척도를 우주에서 찾는 대신 운동이 한결같은 원자에서 찾기로 한 것이다. 이때 제정된 1초의 정의는 다음고 같다.

 

 절대 온도 0K에서 세슘 원자(Cs-133)가 바닥상태의 초미세 준위 사이에서 전이할 때 방출되는 복사(전자기파)의 주기의 9,192,631,770배를 1초로 정의한다.

 

p577

 "말할 수 없으면 침묵하라 Whereof one cannot speak, thereof one must be silent."

 비트겐슈타인의 저서 《논리-철학 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에 등장하는 명언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패배주의적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비트겐슈타인은 피해 의식에 빠져 불행한 말년을 보냈다. 이보다는 "알 수 없으면 상상력을 가동하라"는 말이 훨씬 생산적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배우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던가?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알 수 없는 것'을 탐구하기 위한 초석이다. 맥스웰은 "모든 과학의 발전은 완전한 무지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특히 수학을 연구하다 보면 이 말이 피부에 와 닿을 때가 많다. 문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답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믿으면서 끈기 있게 매달리면 결국 어떤 형태로든 보상이 돌아온다.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스티븐 호킹은 "지식의 최대 적은 무지가 아니라 자신이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환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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