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초기 3연작의 마지막 작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과 이어지는 작품이다. 연작이긴 하지만 개별 작품마다 완결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번이 재독인데 작품의 길이에 비해서 무언가 어정쩡하게 끝나는 느낌이 있다. 내가 읽은 작품은 개정판 이전의 단권으로 나온 책(1995년 출판)인데 2009년 개정판은 무엇이 바뀐 게 있을지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하루키 자신도 양을 쫓는 모험이 나중에 좀 미흡한 느낌이었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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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7

 "어쨌든 그는 그 돈으로 정당과 광고를 장악했고, 그 구조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지. 그가 표면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야. 광고업계와 집권 정당의 중추를 장악하고 있으면, 그야말로 불가능한 일이 없거든. 광고를 장악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자네는 알겠나?"

 "아니."

 "광고를 장악한다는 건  출판과 방송의 대부분을 장악한 게 되는 거야. 광고가 없는 곳에는 출판과 방송이 존재할 수 없지. 물이 없는 수족관과 같다고나 할까. 자네가 보게 되는 정보의 95퍼센트까지가 이미 돈으로 매수되어서 선별된 것이라구."

 "아직 잘 모르겠어"라고 나는 말했다.

 "그 인물이 정보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는 데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어덯게 그가 생명 보험 회사의 PR지에까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지? 그건 대형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직접 맺은 계약이잖아."

 내 친구는 헛기침을 하고 나서 완전히 식어 버린 보리차를 마셨다.

 "주식이야. 놈의 자금원은 주식이거든. 주식 조작, 매점매석, 탈취, 뭐 그런 거지. 그를 위한 정보를 그의 정보 기관이 수집하고, 그것을 그가 취사 선택하는 거야. 그중 매스컴에 흘러 나오는 것은 극히 일부고, 나머지는 선생꼐서 자신을 위해서 쥐고 있는 거지. 물론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협박 비슷한 짓도 하지. 협박이 통하지 않을 경우에 그 정보는 매치 펌프용으로 정치가에게 흘리는 거야."

 "어느 회사든 약점 한두 가지쯤은 있다 이거군."

 "어떤 회사든 주주 총회에서 폭탄 선언 같은 걸 듣는 건 원치 않거든. 그러니 대개는 하라는 대로 하게 돼 있지. 다시 말해서 선생께서는 정치가와 정보 산업과 주식이라는 삼위 일체 위에 군림하고 있는 셈이지. 이젠 이해하겠지만 PR지 하나쯤 뭉개버린다든지 우리를 실업자로 만드는 일쯤은 그에겐 삶은 달걀 껍질 까기보다도 간단한 일이라구."

 

p101

 우리는 우연의 대지를 정처 없이 방황할 수도 있다. 마치 어떤 식물의 날개 달린 종자가 변덕스런 봄바람에 날려오듯이.

 그러나 그와 동시에 우연성 같은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다. 이미 일어나 버린 일은 명확하게 일어나 버린 일이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아직 명확하게 일어나 버린 일이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아직 명확하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배후의 '모든 것'과 눈앞의 '제로' 사이에 끼인 순간적인 존재고, 거기에는 우연도 없고 가능성도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 두 가지 견해 사이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것은(대개의 대립되는 견해가 그렇듯이)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우는 똑같은 요리 같은 것이다.

 

p157

 나는 두 잔째 위스키를 제일 좋아한다. 첫 잔째의 위스키로 한숨 돌린 기분이 되고, 두 잔째의 위스키로 머리가 정상이 된다. 석 잔째부터는 맛 따위는 없다. 그저 위(胃) 속에 들어부을 뿐이다.

 

p165

 그러나 정직하게 이야기하는 것과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네. 정직과 진실의 관계는 선두(船頭)와 선미(船尾)의 관계와 비슷하지. 먼저 정직함이 나타나고, 마지막에 진실이 나타나는 거야. 그 시간적인 차이는 배의 규모에 정비례하고, 거대한 사물의 진실은 드러나기 어려운 법일세. 우리가 생애를 마친 다음에야 겨우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 그러니까 만약에 내가 당신에게 진실을 드러내지 않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내 책임도 당신의 책임도 아니네."

 

p184

 '의지 부분'은 아무도 욕심을 내지 않아. 아무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지. 이것이 내가 말하고 있는 분열의 의미야. 의지는 분열될 수 없네. 100퍼센트 계승되거나 100퍼센트 소멸되는 것들 중 하날세.

 

p259

 "맞아요. 나는 지금 당신과 이렇게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고, 만족스러울 때에는 메시지는 오지 않죠. 그러니까 우리는 스스로 양을 찾을 수밖에 없어요."

 

p284

 "근대 일본의 본질을 이루는 어리석음은, 우리가 아시아의 다른 민족과의 교류에서 무엇 하나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는 거라네. 양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지. 일본에서의 면양 사육이 실패한 이유는 그것이 단지 양모 · 식육의 자급 자족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되었기 때문이고, 생활에서의 사상이라는 것이 결여되어 있었던 거네. 시간을 따로 떼어 결론만을 효율적으로 훔쳐내려고 한 거야. 모든 일이 그래. 다시 말해서 발이 땅에 닿아 있지 않은 거지. 전쟁에 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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