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30년간 거주중인 50대 주부의 재테크와 인생 경험이 담긴 책. 책 제목은 원색적이라 할 수도 있지만, 저자가 강남에 집을 사고 싶었던 이유들을 이야기하면서, 현재 강남에 집을 사고 싶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강남과 신도시를 오가며 살아왔던 인생의 경험 - 주로 집 장만과 관련되는 - 이 주된 내용이다.
웬만한 부동산 투자 입문서보다 생생하다. 저자가 살아온 삶과 연결지어서 집을 투자라는 목적만이 아닌, 주거와 생활이라는 실질적인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접목한 부분이 다른 부동산 관련 도서와의 차이점이다.
그리고 중간중간 보이는 번득이는 비유에서 저자가 쌓아온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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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9. 다음 사람 먹을 것도 남겨둬야 한다
'안 팔리는 집은 없다.' 제가 늘 하는 말입니다. 주변에서 집이 안 팔린다고 울상인 분들 보면, 자신이 세운 기준에서 꼼짝도 안 하고, 상대가 와주길 기다리며, 버티느라 못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급지로 갈아타려고 할 때, 내 집은 비싸게 팔고 상급지는 싸게 사고 싶어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상승기에 팔아서 돈을 들고 있다가 하락기에 다시 사면 좋은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어서 집을 팔아서 돈을 들고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갈아타려고 하면, 상승기에 비싸게 팔고 비싸게 사거나, 하락기에 싸게 팔고 싸게 살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하락기에 싸고 팔고 싸게 사는 게 좋습니다. 상승기에는 매물을 거두어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서 돈을 들고 있어도 좋은 매물을 잡기가 어렵고, 상급지는 상승폭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집값 하락기에는 집이 팔리지 않아서 갈아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수자의 요구에 맞추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집값을 받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종양이 3센티면, 수술 부위는 더 넓게 4~5센티 이상 잘라야 안전하듯이, 집 파는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하락기에는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관망하는 매수자가 대부분이라 그들의 기대 수준에 맞춰서 적당히 타협을 해야 합니다.
부부싸움에서도, 아쉬운 사람이 먼저 다가서서 머리를 조아리며 비위 맞출 수밖에 없듯이, 집을 팔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버티다 보면 하락이 가속화되어 5000만원 싸게 팔면 될 것을, 1억을 낮춰도 안 팔리는 시기가 오게 됩니다. 결국 상승기까지 버텨야 원하는 가격에 근접해서 팔게 되지만, 이미 그때는 상급지가 더 빨리 더 많이 올라서 갈아타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집을 사는 시기는 내가 정할 수 있지만, 파는 시기는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집은 사는 것보다 파는 게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집을 사는 건 기술, 파는 건 예술'이라는 말이 생겨난 겁니다.
집을 팔 때는 인도주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악착같이 내가 다 먹고, 다음 사람에게는 빈 껍데기만 넘겨주려 하지 말고, '난 이만큼이면 됐다'는 마음으로 다음 사람에게도 먹을 걸 남겨줘야 합니다. 팔고 난 뒤에 자꾸 돌아보면, 이미 판 집 오르는 걸 아까워하면, 나에게 들어오던 복도 도로 나간답니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
'다음 사람 먹을 것도 남겨두어야 한다.'
부동산 고수였던 첫 직장의 선배 동료로부터 들은 말인데, 부동산 초보 시절 머릿속에 강하게 새겨넣었던 말이라, 나의 투자 마인드의 일부로 굳어진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집을 잘못 사서 고생한 적은 있지만, 집을 못 팔아서 고민한 적은 없습니다. 심지어 부동산 매매가 전혀 되지 않던 IMF 때, 인기 없는 수도권 임대주택용 아파트 3채도 원할 때 팔았습니다. 물론 손절매였습니다. 그것도 분양가의 -10%에 복비를 2배 주고 팔았습니다. 그러나 결코 손해가 아니었습니다. 손절매로 생긴 돈으로 몇 배 더 수익이 나는 곳에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정해 놓은 가격에 상대가 맞추길 바라는 대신, 상대가 원하는 가격으로 내 기준을 낮춰서 파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마음 고생에서 벗어나고, '시간'과 '기회비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을 사다 보면, 판단을 잘못해서 실수할 때가 있습니다. 부동산 초보뿐만 아니라, 투자 이력이 많은 부동산 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럴 때 중요한 건, 솔루션입니다.
내 기준만 고집하며 같은 자리를 뱅뱅 맴돌아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힘든 상황일수록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은 넓고 사야 할 부동산은 많다'는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잃었어도 다른 곳에서 만회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싸게 팔고,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야 합니다. 집을 팔 때도, 최선보다는 차선이 최선이라는 원칙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p62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은, '무계획이 계획'이라고 말합니다. 어차피 계획대로 안 될 거니까, 그리고 괜히 계획 세웠다가 또 다른 실망을 낳을까봐, 무계획으로 살아가는 게 최선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나 영화 마지막 장면, 희망이 없어 보이는 밀폐된 지하 공간에서 주인공은 끊임없이 밖을 향해 신호를 보냅니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고,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타전합니다.
p92
"사람들이 공포감에 빠져 있을 때 욕심을 부려라. 꺼꾸로 사람들이 탐욕을 부릴 때에는 공포를 느껴라. 그러나 자신이 시장보다 더 똑똑해 보인다는 오만함은 버려라." 워렌 버핏의 유명한 명언입니다.
p179. 세금 공부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
최근에 재건축 아파트 이주를 앞두고, 아파트를 매도하신 분이 양도세 폭탄을 맞았다고 합니다. 이유는, 새로운 주택의 매수 시점이 양도세 중과에 걸리는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매도한 아파트가 대형 평형이어서 1+1을 받는 거였는데, 이사 갈 집을 1년 전에 미리 사두고 이주 시점에 맞춰서 매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1+1은 관리처분 이후 2주택으로 봐서, 일시적 2주택의 비과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중과세가 적용된 경우입니다.
최근에 세금 정책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자칫 잘못해서 기존에 알고 있는 기준으로 집을 사고팔았다가는, 위와 같은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세금에 대해 관심 갖게 되는 건,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인데, 사실은 다주택자가 되기 전에 미리 공부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집을 사는 순서나 시기 및 지역에 따라 세금이 많이 차이나기 때문입니다.
다주택자 중에는 보유세 부담 때문에 팔고 싶지만, 중과세 때문에 팔지 못하고 진퇴양난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다주택자인데도 세금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세금 공부가 선행되어 그에 맞춰서 매매가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당장 집을 소유하거나 팔지 않더라도, 부동산에 관심 있는 분들은, 세금에 관련된 책을 쉬운 거로 두 권 정도 사서 읽으시길 권합니다. 반복해서 읽다 보면, 자신에게 적용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고, 그러면서 서서히 세금에 밝아지게 됩니다. 이것이 다주택자가 되기 위한 선행 과정입니다.
p258
학군 지역 대치동의 분위기를 잘 알려주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은마상가 2층에 있는 서점입니다. 거기에서 요즘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교재가 뭐냐고 물어보면, 그 시기에 가장 핫한 교재를 알 수 있습니다. 비슷하게 생긴 주인 몇 분이 목장갑을 낀 채 바쁘게 오가며, 손님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으면서 무심히 원하는 책을 쓱쓱 빼주는 데 단 10초도 안 걸리는 곳, 그곳이 바로 교육의 1번지 대치동입니다.
p348. 슈퍼 상승 사이클의 중심에 있는 강남 아파트
작은 규제, 내성이 생겨버렸다.
이번 정부 들어와서 집값 안정을 목표로, 특히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수많은 규제책을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올 4월만 해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정부 규제책을 이유로, 집값 하락을 점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강남 집값은 수년째 상승과 조정을 반복하며 '슈퍼 상승 사이클'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원래 뭐든 할 만큼 하면 싫증내거나 지치는 게 순리입니다. 집값 상승도 그렇습니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은 법입니다. 그러나 이번 상승기는 좀 다릅니다. 한창 정점을 향해 달려갈 만하면 정부 규제가 나와서, 아직 덜 오른 상태에서 집값이 조정되고, 그 집값에 적응하게 합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르기 시작해서 전고점을 가볍게 찍고, 거기서부터 다시 신고가를 찍습니다. 이렇게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수요자(투자자) 사이의 쫓고 쫓기는 게임이 수년째 되풀이되며 상승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부동산 그래프는 크게 보면 계단식으로 상승합니다. 즉, '상승'하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하락과 조정'이라는 '휴식기'를 갖고, 다시 '상승'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집값의 추이는 급상승해서 마치 직상승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추락을 전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근 몇 년간도 계단식 그래프를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텀이 다른 시기보다 빠르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급상승하다가 중간에 정부의 규제가 쉬어가는 타임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번 상승기는 급격하게 부풀어올랐다가 한순간 꺼지는 거품이 아니라, 규제를 받아가며 내성을 키운 단단한 상승기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길게 상승기를 이어가게 만드는 데에 정부의 규제가 한몫했다고 봅니다.
이렇게 해서 최근 몇 년간, 강남 아파트값은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예전처럼 2~3억에서 4~6억으로 오르던 것과는 달리, 18억짜리 아파트가 32억이 되고, 14억짜리 아파트가 28억이 되는 상황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고 납득하기가 힘듭니다. 이런 와중에 힘들고, 상실감과 허탈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바로, 이번 상승장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 중에 '영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혼을 끌어모아 집을 산다'라는 뜻으로, 돈을 모아서 사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최대한 융자를 받아서 집을 사는 것을 뜻합니다.
주택 수요자에게 '실수요자'와 '투자자', 두 부류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 둘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습니다. 실수요자라 할지라도, 영끌해서 산 집이 다른 집보다 더 오르기를 바라는 투자자의 성격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둘을 명확하게 나누고, 규제의 칼날을 투자자에게 겨누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영끌해서 집을 사야 할 실수요자도 각종 금융규제로 집 사는 데 제약이 많아서 집 사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부모가 돈을 보태주거나 빌려줄 수도 없는 흙수저들은 은행이 든든한 백이었는데, 이제는 그 사다리조차 걷어차인 상황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젊은 분들이 비조정지역 재개발이나 분양권 등의 소액투자를 하기 위해 수도권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겁니다.
p351. 왜 강남 집값만 오를까
이번 슈퍼 상승기의 가장 큰 특징은 양극화입니다. 예전의 대세상승기에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집값이 적절한 폭의 차이를 두고 함께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상승기는 집값 상승의 폭에서 차이가 큽니다.
서울 내에서도 강남과 비강남의 차이가 크고, 서울과 수도권의 차이가 크며, 신축과 구축의 차이가 큽니다. 올해만 해도, 강남 핵심지 아파트는 신축 구축 가릴 것 없이 대체로 3~5억 정도 올랐는데, 전혀 온기가 전달되지 않는 수도권 지역도 많습니다.
이렇게 지역적으로 상승폭의 차이가 나게 한 것도 정부의 규제가 또 한몫했습니다. 보통 상승 초기에는 강남 핵심지 아파트부터 오르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그 온기가 차차 외곽으로 퍼져나가면서 식어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강남 아파트에만 칼날의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강남 아파트값이 오르는 순간 규제를 쏟아냅니다. 그러면 퍼져나가려던 온기가 차단되어 외곽 지역은 집값이 오르지 않은 채로 정체되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강남 아파트값은 10이 오르고 2가 내리는 상태로 조정되고, 그 사이 외곽의 아파트는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즉, 온기는 전달되지 않아도 냉기는 그대로 전달되는 겁니다. 그러나 정부는 소폭 조정된 강남 아파트값을 두고 부동산 규제책 성공을 운운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서 사람들이 규제에 익숙해질 즈음이면, 다시 덜 오른 지역부터 상승이 시작되고, 그에 맞춰 강남은 더 빨리 전고점을 찍으며 신고가를 경신하게 됩니다.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강남 아파트가 주인 노릇하는 격입니다.
그러면 또다시 강남 아파트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규제가 시작되고 그러면 수도권 외곽으로 아직 온기가 퍼져나가지도 않았는데 상승은 멈추고 다시 조정이 시작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온기가 전달되지 않은 곳은 늘 발병 인자처럼 호시탐탐 상승 시기를 노리고 있고, 그것이 봉화처럼 상승 사인을 보내면, 강남은 더 빨리 뛰어가는 사이클을 반복합니다.
쉽게 말해, 강남 아파트는 동물의 왕국에서 빨리 뛰는 사나운 동물입니다. 먹잇감이 나타났다 하면 남보다 빨리 뛰어가서 재빨리 낚아채 사라지고, 뒤늦게 나타난 녀석들이 사냥꾼의 총에 맞는 형상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강남 집값은 잡지 못하고, 집값의 양극화만 부추겼습니다. 예를 들자면, 강남 고가주택 소유주들을 잡기 위해 주택수에 따라 종부세 요율을 조정했는데, 이게 오히려 외곽의 집값만 잡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2주택 이상인 경우, 하급지 주택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양도세 요건이 강화되면서 장기보유의 형태로 방향을 잡는 다주택자들이 많아서 강남 아파트는 매물이 귀해져 더욱 아파트값이 오르는 현상을 낳았습니다.
p354. 제2라운드 시작
이 같은 슈퍼 상승 사이클이 오래 지속되면서 더 큰 문제는, '심리적인 제2라운드'로 옮아갔다는 점입니다. 즉, 영끌해서라도 핵심지 가까운 곳으로 이동해야만 온기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급지로 갈아타려고 하는 겁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와 '정부의 규제'가 묘하게 박자를 맞추며, 상승곡선을 길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즉, 한 타임 놓친 사람들의 '좌절감과 불안감'이 '매수 에너지'로 바뀐 상태에서, 정부의 규제로 인한 '조정기'는 그들에게 시장참여자가 되게 하는 기회를 줍니다.
그래서 좀 늦게 참여해도 얻을 게 있다는 '학습효과'를 낳게 되었고, 여전히 망설이던 사람들도 다음 조정기에는 수요자로 바뀌게 됩니다. 이런 새로운 시장참여자들로 인해, 시장은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일으켜서,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대이동이 일어나고, 그 정점에 강남 아파트가 있는 겁니다.
게다가 시중에 유동자금이 많은 것도 아파트값이 오르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경기가 나쁘다 보니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계속 돈을 풀고 있고, 앞으로 제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도 풀리면 시중에 통화량이 증가해서, 그 돈들은 주식 아니면 부동산으로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주식시장이 좋지 않아서 안전자산인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는 상황이고, 특히 강남 아파트로 돈이 몰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쉽게 말해, 돈의 가치가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실물 가치를 반영하는 아파트값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요즘 주변의 주택 수요자들의 특징을 보면, 크게 세 가지 경우로 파악됩니다.
첫째는, 무주택자 중에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두려움을 느껴서, 집값이 떨어지면 사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영끌해서 집을 구입하려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최근 몇 년간의 경험을 통해 집값 상승폭이 지역마다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하고, 기회가 되면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세금을 낼 때 내더라도 집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다주택으로 입장을 전환해서 기회만 되면 집을 사려는 분들입니다.
그러나 금융규제 등으로 인해 소액 여유자금밖에 없다 보니 소액 투자 쪽에 너무 많은 투자자가 몰려 있고 과열 현상을 보여서, 상승분을 미리 당겨오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이번 상승장 초기에는 투자자들이 많이 움직였던 반면, 뒤로 갈수록 금융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무주택 실수요자나 갈아타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커져서, 금융규제에도 불구하고 도니모처럼 집값 상승이 들불처럼 번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p356. '이명래 고약'이 필요한 시기
어릴 때, '이명래 고약'이란 게 있었습니다. '이고약'은 까맣고 진득한 고무찰흙같이 생긴 건데, 몸에 종기가 나면 붙이는 연고였습니다. 적당한 크기로 떼어내서, 성냥불로 살짝 달군 후, 넓게 펴서 종기 환부에 붙이고 기름 종이 같은 것으로 덮는 겁니다.
이 연고의 역할은, 요즘 항생제와 치료 방법이 정반대입니다. 요즘 항생제는 강력한 힘으로 세균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고약'은 종기를 더욱 빨리 곪게 해서 터지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서 '곪아 터지게' 만드는 거지요.
'이고약'과 항생제는, 과정은 정반대인데 결과는 같습니다. 그러나 이 둘은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항생제는 복용하는 동안 종기를 생기게 하는 포도상균 외에 몸에 유익한 균도 한꺼번에 박멸해서 무균 상태를 만들고, 몸의 면역 환경을 바꿔버립니다. 그리고 위에도 부담을 줘서, 위염을 동반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내성'입니다. 잘 치료해서 나으면 되는데, 어설프게 치료해서 덧나면 강도를 높여서 처방해야 합니다. 그럴수록 몸의 세균도 더욱 강한 슈퍼 세균으로 변해 버리고요. 쉽게 말해, 자기면역체계를 망가뜨리는 거죠.
이에 비해 '이고약'은 좀 지저분하고, 곪아 터지는 과정이 고통스럽기는 해도, 종기 외에는 몸의 다른 부분에 미치는 영향은 없습니다.
제가 종교인은 아니지만, 우리의 몸을 보면 신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의 몸은 신비합니다. 어느 것 하나 불필요한 부분이 없고, 스스로를 지키는 힘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꾸 외부적인 힘에 의지하다 보면, 몸은 역기능이 나는 것 같습니다. 자기면역 능력을 더 이상 쓰지 않고, 외부적인 힘에만 의지하려다 보니 나약해지는 겁니다. 반면 세균은, 강하지만 단순한 항생제의 종류를 감별해서 그에 대응할 준비를 갖춥니다. 사실, 우리 몸이 어떤 세균과 바이러스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어린 시절, 넘어져서 상처가 난 아이 무릎에 처마 밑의 보드라운 흑을 약으로 뿌려주는 엄마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눈물 그렁그렁한 채 잠든 아이 무릎은, 며칠 후면 까맣게 딱지가 앉고 시간이 지나면 깨끗하게 낫곤 했습니다.
우리 몸이 이러하듯, 부동산시장도 자가며녁체계를 지니고 있는데, 어설픈 국가의 통제가 걷잡을 수 없다는 상황까지 이르게 만들었고, 이런 상태에서도 정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또 다른 부동산 규제책들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몇 년간 수없이 쏟아져나온 많은 부동산 대책들은 마치 약구에 즐비한 항생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생제를 쓰려면 정확한 처방으로 후유증까지 고려해서 깨끗하게 치료해야 하는데,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계속 덧나고, 약에도 내성이 생겨서 더 이상 듣지 않는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어설픈 규제가 환경을 교란시켜서 변종이 발생한 건 아닌가 우려가 됩니다. 고스톱 칠 때도 내 패만 보고 이기겠다고 하면 절대 이기지 못하듯이, 정부 정책도 역시, 가끔은 내 걸 버려야 이길 수 있다는 철학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p363
얼마 전 만난 한 분은, '은마아파트를 지금 팔아야 하는가' 고민하고 계셨습니다. 그분은, 2006년 최고점에 은마 34평을 최고가를 경신하며 샀다고 합니다. 당시는 대치동 광풍으로, 매물 잡기가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계약을 파기하려는 주인 때문에 힘들게 계약을 성사시켰답니다. 그래서 계약을 파기하려는 주인 때문에 힘들게 계약을 성사시켰답니다. 그런데 산 직후부터 가격이 주춤하더니 2010년 이후 긴 하락기를 겪다가 이제 겨우 전고점을 돌파하고 상승하고 있어서 고민이 된다는 겁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계약 파기를 원하는 매도인과 티격태격하며 무리수를 써서 계약을 강행했는데, 결론은 후회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서 얻은 교훈은, '순리가 진리다'입니다.
집착은 허탈감을 동반합니다. 결과까지 나쁠 경우엔 좌절감마저 듭니다. 그러나 이상하게 안 된다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고, 지금 놓치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싸늘하게 식은 욕망덩어리만 부끄럽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쇼핑하러 가기 전에, 반드시 밥을 먹고 가라고 합니다. 배고픈 상태에서 쇼핑을 하면 과소비를 하기 때문입니다. 집을 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을 사기 전에 마음의 관성을 제어하는 훈련부터 해야 합니다.
원할수록 원하지 않는 것처럼, 자기 자신과 밀당을 시작해야 합니다. 집과 나 사이에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순리대로 상황을 받아들일 여유를 지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