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마스크 배급제가 실시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재 1일 마스크 생산 능력은 800만장. 마스크가 필요한 활동인구는 4,000만명.  정확히 수요의 1/5의 공급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래서 개성공단을 이용해서 마스크 생산 능력을 늘리는 등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궁여지책 끝에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했던 대만식 배급제를 실시했다.

즉, 마스크 5부제로, 생일 뒷자리를 이용해서 오늘은 1일, 6일, 내일은 2일, 7일 식으로 5일씩 돌아가면서 마스크 장당 1천5백원 정도에 1인당 2개씩 배급(팔고)하고 있다.

그러자 조중동은 또 공산주의식 배급제를 하고 있다고 지랄들이다(조중동의 이 쌩지랄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니 더 이상 말을 말자)

당연히 사용할 마스크가 부족하니 어느 약국에서 배급을 한다는 정보만 들리면 사람들이 가서 줄을 선다. 그래도 인당 2개씩 밖에는 못사는데 직장을 가느라 못사는 아들,손주를 위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서 줄을 서서 그걸 사는 광경은 눈물겹다.

그래도 여전히 마스크는 부족하다.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마스크를 구하려 하고, 그러다 보니 마스크를 쟁여놓은 이들이 은밀하게 거래를 하는 웃돈이 붙은 마스크도 사람들이 알게 되면 불티나게 팔린다.

좀전에 MBC 뉴스를 보니, 이런 마스크 밀매 현장을 기자가 잠입 취재를 한 내용이 나왔다.

시내 어느 약국에 공적 마스크는 이미 재고가 동이 났지만, 공적 마스크와 동일한 규격의 KF94 마스크(포장만 좀 틀리다)는 구입이 가능하다. 다만 가격은 공적 마스크의 2.5배 정도인 4천원에 판매중이며, 100장이든 200장이든 원하는 수량을 살 수 있다.

그 배경에는 이미 이런 사태가 올 것을 미리 예상한 똑똑한(혹은 약삭빠른) 마스크 판매업자들이 미리 매점해놓은 수 백만장의 마스크를 매입가격(1,000원 수준)의 2배 정도에 중간상에게 넘기고 중간상은 여기에 다시 1,000원 정도의 마진을 붙인다.

소매상(약국, 편의점)에서는 여기에 다시 소매 마진 1,000원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이것은 일견 보기엔 악덕 상술이다. 하지만 이런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바로 자유시장 경제의 대원칙이자 작동원리이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의 초반부에 나오는 자유시장 경제와 도덕적 정의에 대한 딜레마에 대한 예가 이와 똑같다.

미시시피주에 허리케인으로 엄청난 자연재해가 닥쳤다. 이로 인해 미시시피 전역에 홍수가 발생했고, 허리케인이 물러간 이후에도 고인 물을 뺄 수 있는 펌프의 숫자가 턱도 없이 모자랐다.

이에 미시시피의 주민들은 펌프를 사기 위해 온라인 펌프 판매처에서 펌프를 미친듯이 구매하기 시작했고, 펌프의 공급이 딸리자 펌프의 가격은 허리케인 발생 이전 가격의 2배, 3배,.. 결국에는 10배, 20배까지 뛰기 시작했다.

여기서 딜레마는 현대 경제 체제의 가장 근간이 되는 벤덤의 공리주의적 철학-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과 도덕적 판단의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있다.

과거 소련의 붕괴, 그리고 중공이 흑묘백묘를 내세워 사회주의를 포기했을 때, 자본주의자들은 자유경제야 말로 인류가 발명해낸 최상의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자유경제 지상주의에 취한 서구의 오만은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을 만들어내어 세계 경제를 붕괴 직전까지 몰아넣은 전력도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가 최고다, 사회주의가 최고다라는 이념 싸움의 틈바구니 속에 살고 있지만, 실제 이 세계의 균형을 이루는 것은 어떤 주의나 ism이 아니라 그 속에서 우리의 삶이 어떻게 하면 더 윤택해질까라는 실용적 관점을 우리의 시스템 속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녹여내는가에 달려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다.

공적 마스크로 하루에 2개씩의 마스크를 구할 수 있다. 보통 4인 가족으로 계산하고 일주일에 5일만 외부 생활을 한다고 하면, 4인*5일=20개의 마스크가 필요하다.

공적 마스크를 통해 8개의 마스크를 확보할 수 있다.
나머지 12개의 마스크는 윗돈이 붙든 뭐가 됐든 구할 수 있다면 구해야된다(안그랬다간 나중에 약값이 더 들어간다).

북한도 식량 위기가 해소된 계기는 식량 생산량의 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식량의 거래를 묵인한 암시장의 존재때문이었다.

자본주의의 총아인 미국에서도 현재 강력하게 단속하는 상품이 있다. 마약이다. 마약은 보통 원가가 gram당 100원 미만이다. 하지만 아주 싼 마약도 gram당 1~2만원이 넘어간다.

또한 과거 1920년대 미국은 금주법을 실시한 적이 있다. 미국은 금주법을 통해 술의 생산과 소비가 사라진게 아니라 반대로 밀주 유통이 음성적으로 성장하여 마피아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도 성매매를 금지한 이후에 성매매가 사라진게 아니라 도리어 음성화되면서 술집, 클럽, 호텔과 함게 깡패 조직의 주요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어 깡패들이 조직을 키워서 기업형 깡패가 되는 요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 해로운 마약과 성매매도 제대로 못 잡고 있다.

과연 마스크 암거래를 막을 수 있겠는가?

되지도 않을 짓은 안하는게 낫다. 차라리 양성화시켜서 공적 마스크의 2배 정도로 가격을 허용하는게 나을 것이라고 본다.

어차피 코로나19는 언젠가 갈것이고, 마스크 생산능력은 더 늘어날 것이다. 언젠가는 마스크를 길거리에 쌓아놔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그런 날이 조만간 올 것이다.

쓸데 없는 데 힘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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