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의 첫번째 싱글 히트곡 Like a virgin의 MTV VMA의 공연에 대한 이야기로 서두를 연다.
이 책의 주된 주제는 평균에 매몰되어 모든 이에게 잠재되어 있지만 사장되는 능력의 발현에 관한 이야기다.
주요한 줄거리는, 평균치라는 대표 데이터(집단)를 자세히 파고 들어 개별의 데이터(개인)에 집중해보니,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성공하는 이들에게 보이는 몇 가지 중요한 지점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설득력이 강한 사례들을 통해 저자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고 바로 그러한 지점에서 이 책의 가치가 있다.
마돈나, 키신저, 카라얀의 사례가 특히 인상적이며 인종, 태생등으로 부터 비롯되는 온갖 사회적 차별로부터 성공을 한 이들을 통해 부정적 신호들을 차단하고 긍정적인 계기를 통해 잠재력을 드러낼 수 있는 계기를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지침이 될 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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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5
요즘 야구선수들은 이렇게 정신 산만하게 만드는 수많은 요인에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스스로에 대해 잘 알기보다 주변의 반복되는 평가로 자신의 모습을 형성한다.
반면에 윌리엄스가 선수 생활을 하던 1940년대에는 비행기도 없었기 때문에 10시간 넘게 기차를 타는 일이 다반사였다. 기차 속에서 스마트폰도 없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던 선수들은 그 시간의 대부분 타격에 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눴는데, 그 열차 속에서 야구계의 전설적인 마지막 4할대 타자와 통산 타율 역대 2위 타자, 타격왕들이 쏟아져나왔다. 그중에서도 조 크로닌은 타자들에게서 최고의 감독으로 손꼽혔는데 그는 늘 선수들과 함께 타격에 대해 토론하며 깊은 생각을 유도해 타수로서의 자신을 정비하도록 했다.
"당시에는 텔레비전도 없었고, 따로 굴리거나 즐길 만큼의 큰돈을 벌지도 못했다. 오직 완벽히 야구에만 전념하게 만드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페드로이아는 윌리엄스의 교훈을 그대로 따랐다. 그는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들 중 경기장에 가장 먼저 나타나는 선수였으며, 금주는 물론 야구 외의 취미 생활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는 주변의 자신을 향한 잡음들을 놀라울 만큼 차단했다. 제임스는 말한다.
"다행스럽게도 페드로이아는 정말 대단한 자신감의 소유자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주눅이 들고 또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쉽게 듣는 성격이었다면, 그는 아마 스스로를 망치고 말았을 겁니다. 이 친구는 다른 사람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고집스럽게 한 우물을 파며 크고 강한 스윙을 계속한 거죠. 그러다 보니 마침내 새로운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겁니다.
평균적인 운동선수로 일관되게 평가될 때 그는 제임스의 성공 곡선을 그려보며 자신의 은퇴 나이와 합리적인 예상 통장 잔고를 정하느라 분주하지 않았고, 평균적인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고민할 시즌 우승 하나당 얼마를 더 벌게 된 것인가도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오히려 페드로이아는 업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당황시키는 행동을 보였는데 MVP 수상 직후 4,050만 달러 계약서에 대충 사인을 하고는 연습을 마저 하러 경기장으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훗날 테오엡스타인 단장은 이 계약에 대해 '너무 적은 돈'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수천만 달러를 두고 장기간의 밀고 당기는 연봉 협상은 오히려 그의 정신을 산만하게 만들 뿐이었다.
한번은 그의 동료인 데이비드 오티스가 새벽 동틀 때 훈련을 나갔는데 경기장에는 페드로이아가 먼저 도착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오티스는 결국 인정했다.
"페드로이아만큼 야구에 완전히 빠져 있는 선수는 제 선수 경력을 통틀어서 본 적이 없습니다."
잡음을 차단하면 완전하게 전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전념은 모두가 '재능 없다'고 단정 지은 것에도 돌을 던질 수 있다. 이것이 윌리엄스의 교훈이다. 페드로이아가 MVP에 오른 뒤 기자들이 뒤늦게 슈퍼스타 탄생의 비결이 뭐냐고 물었을 때 페드로이아는 말했다.
"당신이 뭘 압니까? 나는 숫자니 통계니 하는 것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내가 신경 쓰는 건 승리의 'W'와 패배의 'L' 뿐입니다. 이것 말고는 나한테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페드로이아의 어조는 상당히 직설적이고 공격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의 상처가 엿보이는 인터뷰를 이해할 수가 있다. 페드로이아가 모두의 예상을 꺾고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 그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자신의 재능을 별 것 아닌 것으로 분류했던 그의 고향 캘리포니아의 우드랜드를 '쓰레기장'으로 표현해버린 사건이었다.
"내 말은 내가 책임집니다. 나는 정말 신경 안 써요."
한편 우드랜드로부터 페드로이아의 재능을 놓쳤던 한 스카우터는 익명을 요구하면서 자신이 놓친 1억 달러의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내가 내렸던 평가는 이거다. 페드로이아는 분명 체인지업 기술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고, 그의 경기 능력은 잘 봐주면 평균, 제대로 말하자면 평균 이하인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내가 페드로이아를 1회전으로 선발해서 내세운다면, 사람들이 누가 나를 스카우터로서 제정신이라고 생각하겠는가? 내가 페드로이아를 놓친 것은 정말 아쉽지만 페드로이아는 평균 이하였다."
과연 그럴까? 스카우터는 솔직하게 인정해야 했다. "그래, 이것이 내가 내린 평가였고 그 친구는 해냈단 말이지. 젠장, 그는 해냈다고."
중요한 지점은 페드로이아가 전문가들의 가혹했던 평가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의 이러한 차단은 새로운 성공 곡선을 만들었다. 페드로이아는 MVP로 당당하게 성공했고 스카우터들의 당황한 표정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는 야구공과 배트만이 보였고 그 단순한 집중이 모든 그래프를 뛰어넘어 새로운 그를 만들었다.
그리고 1억 달러를 거머쥔 다음 날에는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모두가 잠든 새벽 다섯 시에 혼자서 연습용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p44
성공하는 사람들은 연구할수록 노력하려는 개인의 소박한 의지보다는 그들을 둘러싼 긍정적 환경의 신호들이 그들을 순환적으로 더 노력하게 만들었다는 점에 있다.
p45
만약 이 부정적인 신호들을 차단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면 어떨까? 스틸과 그의 동료들은 학교로 가서 성적이 중간 정도 되는 학생들을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학생들을 세 분류로 나눠서 아주 간단한 '환경의 신호'를 던졌다.
첫 번째 그룹엔 '상위권 학생과 경쟁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고, 두 번째 그룹의 경우 상위권과 비교당하던 부정적인 환경 신호들을 차단시켰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그룹엔 부정적인 환경 신호를 차단하면서 공부는 '자신의 힘을 키우는 의미 있는 경험'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과연 이 간단한 신호들이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스틸의 주장대로 눈으로 바뀐 것은 없다. 학교 선생님은 여전히 같았고, 교과서도 바뀌지 않았으며, 시험지 또한 언제나처럼 객관적이다. 게다가 우리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열등감을 이야기하는 것을 핑계라고 여긴다.
그러나 스틸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얻었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로부터 '공부를 못한다'는 주변 신호를 차단하자 전 세계 심리학자들의 눈길을 집중시켰는데, 그들의 성적이 두 배가량 확연하게 뛰어오른 것이다. 특히 마지막 세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 이러한 반전의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졌다. 변변찮은 주립대학이나 갔을 학생들에게 아이비리그이 입학장이 보였던 것이다. 이 놀라운 연구에서 외형적으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모든 변화는 온전히 학생의 내면에서 일어났다.
스틸이 최초로 발견한 이 현상에서 더 인상적인 지점은 이러한 변화를 위해 당신의 유전자와 부모님이 어떤 사람인지, 또는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해왔는지 따위를 꼬치꼬치 캐묻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다. 바로 지금 환경의 신호를 차단하고 목표에 온전히 집중한다면 변화가 일어난다.
"환경의 신호를 차단하는 것은 가난이나 유전자 등을 바꾸는 것보다 더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이점을 가진다."
스틸의 이 연구 결론대로,, 부정적인 신호를 차단하는 것은 개인의 내면적 힘에 다가가게 한다. 그리고 하버드대학 심리학자인 헤더 그레이 교수는 스틸의 연구에 이어 긍정적인 환경 신호에도 의문을 품었다.
열등생들이 부정적 신호 때문에 성적이 떨어진다면 '1등급 학생', '상위 1%'와 같이 긍정적인 환경 신호를 계속 받는 상위권 학생들에게서 이 신호를 차단하면 어떻게 될까?
하버드대학의 마가렛 쉬 교수는 실험을 통해 상위권 학생들을 향한 성적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꺼버렸다. 그러자 자신의 우월함을 더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상위권 학생들이 고난이도 문제를 풀때의 성적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러나 다시 중위권 학생들과 경쟁을 치르게 하자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은 눈에 띄게 올라갔다.
쉬의 연구에서 우리가 놀라게 되는 부분은 중위권 학생들이 가지는 열등감이 상위권 학생에게는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연료로 쓰여진다는 점이다. 특히 그 우월감에 대한 신호가 노골적일 때보다 은근하게 배여 있을 때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마치 자신의 특권을 즐기는 듯이 성적이 올라갔지만 정작 그 연료가 사라지면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은 다시 뚝 떨어졌다.
이 효과는 너무 분명해서 심리학자들의 여러 분야 실험을 통해서도 반복해 증명이 되었다. 누군가의 낮은 위치와 무너진 열등감은 반대의 사람에게는 조용한 우월감과 성취감이 된다. 심리학자들이 관찰하면 할수록 이 환경의 신호가 누군가에게는 선순환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 목격되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거대한 차이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던 걸까? 예일대학 심리학 교수인 리처스 니스벳은 우리가 어렸을 때의 아주 사소했지만 결정적이었던 '인지 문화' 에서부터 답을 찾고 있다.
심리학자들의 관찰 결과 전문직 부모는 시간당 2,000개의 단어를 아이들에게 구사하지만 노동 계층의 부모는 고작 1,300개의 단어를 사용한다. 이것이 세 살만 되어도 전문직 가정의 아이는 3,000만 개의 단어를 듣게 되지만, 노동 계층에서는 2,000만 개 이상은 듣지 못한다. 아이들은 여기서부터 이미 학습량의 상당한 차이를 겪게 된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처음으로 부모님의 품을 떠나 교실 문을 밟을 때 교사의 눈에는 3,000만 개의 단어를 접한 미래의 명문대생과 2,000만 개 이하의 단어를 접한 공장에 있을 아이들이 구분된다. 그리고 파리 우에스트낭테르대학의 패트릭 고슬링은 교사들이 제자들의 성적을 어떤 식으로 해명하는지 연구했다. 연구 결과 교사들은 성적 부진의 이유를 주로 가정 환경에서 찾은 반면 우수한 아이의 성적은 하나같이 교육진의 뛰어난 능력 때문이라고 여겼다.
결국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재능은 상당 부분 무시되고 긍정적 환경의 신호가 사라진다. 그리고 대부분이 중위권 성적의 학생으로 눌러앉게 된다. 그러나 한 번 상위권에 진입한 아이들의 성적은 로즌솔의 손가락으로 '누적'되고 '강화'된다.
스틸이 바꾼 것은 이렇게 파괴적인 신호들에 대한 차단이었다. 사회심리학자 로랑 베그의 지적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은 상당 부분 타인의 판단"에서 온다. 스틸은 그 잘못된 판단을 차단시키는 중요성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우리의 의지보다 의지를 만드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학생들이 똑같이 연필을 잡아도 왜 어떤 학생들은 끝까지 버티는 반면에 어떤 학생들은 포기해버릴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제 풀렸다. 그것은 각자의 신호가 다르기 때문이다. 당신이 1등이라면 1등처럼 행동할 것이다. 그러나 꼴찌라면 결코 1등처럼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예일대학 교수인 윌리엄 데레저위츠는 이 부분을 한 하버드대 학생의 논문을 통해 지적한다.
"하버드대학에 대해 논문을 쓴 4학년 여학생이 있었다. 그 여학생은 논문에서, 모교인 하버드대학이 학생들에게 자기 효능감을 주입하는 데 아주 뛰어나다고 기술했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 중에는 시험에서 A학점을 받고 '문제가 너무 쉬워서'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내가 똑똑하니까'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고 했다. 잘난 척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 여학생이 말하고자 한 바는 하버드대학이 이 중에서 후자처럼 말하는 유형의 학생들을 길러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과 반대로 대부분의 평범한 학생들은 평범해지는 신호를 받는다. 평범한 신호를 받는 학생들은 아무도 "내가 똑똑하니까"라고 말하지 않는다. 반대로 "나는 평범하니까"라고 말하는 데 익숙해진다. 주변의 신호가 1등의 신호가 아니라면 이제 우리는 그 신호부터 차단해야 한다.
심리학자인 앤크리스틴 포스텐은 환경의 신호는 우리가 그것을 신뢰해야 영향력이 생긴다는 사실을 연구 결과로 밝혀냈다.
"모든 환경적 신호는 받아들이는 대상이 자기 신호라고 생각해야만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환경의 신호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 신호의 효과는 적어도 개인에게는 분명하게 차단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그 어떤 사람이라도 자신을 만드는 환경적 신호를 인정하거나 거부할 수 있고, 그 영향력은 대단하는 것이 연구 결과로 밝혀지고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 체계를 신뢰하도록 성장해왔기에 개인을 향한 부정적인 환경의 신호도 신뢰하도록 진화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것을 거절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게 밝혀졌다."
내가 만약 교실에 가서 "너는 외계인" 이라고 학생들에게 말한다면 아무도 나의 말에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중위권 학생들을 불러내어 "너의 인지 사고력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한다면 그 학생들의 성적은 현저하게 더 떨어진다. 이것이 바로 사회심리학자들이 발견한 사실이다. 학생들이 내가 던지는 신호를 자신의 것으로 흡수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신호를 차단하는 것도 자신의 선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학생들의 성적은 떨어지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위치가 자신의 전부가 아니라고 믿는 것은 스틸이 선물한 차단의 막과 같다. 열등감을 가진 학생들이 감정을 끊고 객관적으로 공부의 의미를 다시 새기며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은, 교실 뒷자리에 앉아 있었던 키신저가 하버드에 오로라를 풍겼던 것과 같다. 다시 그에게로 돌아가 똑같은 차단의 법칙이 적용되었는지를 확인해보자.
p54
심리학자 게리 맥퍼슨은 한 악기를 배우던 아이들에게 "여러분이 새 악기를 얼마나 오래 연주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라고 물어봤다. 그리고 관찰 결과 장기적인 결의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단기간만 악기를 다루겠다고 한 아이들보다 무려 네 배나 우수한 연주 실력을 가지는 것이 발견되었다. 여기서 아이들의 재능 차이도 고려해야 되지 않을까? 아니,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재능이 낮아도 장기간의 결의를 가진 아이들이, 재능이 훨씬 많지만 단기간을 예측한 아이들보다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높은 연주 실력을 얻게 된 것이다. 맥퍼슨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아주 이른 어떤 시점에 아이들은 자신이 음악가라는 생각을 내면화하는 결정적인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최근의 신경과학 연구 또한 '결의를 가지고 하는 연습'이 생리적인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뇌는 유연하고 그 결의는 연습으로 바뀌는 것이다.
p118
"엘리트 학생들의 평온함, 뛰어난 달성이라는 그 허울 뒤에 숨겨진 것은 분명 두려움이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입학 과정과 살벌하기 그지없는 경쟁 속에서 명문대에 들어간 아이들은 말 그대로 성곡 이외에는 경험한 것이 없다.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예감은 이 아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방향을 잃게 만들며, 좌절시킨다."
데레저위츠는 말을 이어나간다.
"설령 일시적인 경험이라 할지라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의 좌절은 단순히 현실적인 문제가 아닌 존재론적인 문제가 되어버린다."
p121
첼시가 소식지 일을 맡았을 때를 경영자 입장에서 판단한다면 더 그러하다. 완벽한 소시지를 만들기 위해 첼시는 모든 글자 하나하나를 꼼꼼히 검토하는 열정을 쏟아부었고 고객들과 동료들 그리고 상사조차도 처음으로 마음에 들게 했다. 하지만 첼시는 중요한 실수를 저질렀다. 극비 사항인 회사 내부용 지방채 평가기준 자료 하나를 실수로 소식지에 실어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첼시가 방어하는 대화를 살펴보자.
"그건 회사 기밀이야. 이런 내부 기밀은 어떤 경우에도 고객 상대로 내보내면 안 돼. 외부 유출 자체가 큰 골칫거리라고!"
"전 그런 줄 몰랐어요. 소식지에 같이 포함시켜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뭐가 어쨌건 간에 포함시켜선 안 되는 거였어!"
최고 책임자의 호통 앞에서 첼시는 상사가 자신을 옹호해주길 바랐다. 어쨌거나 상사가 자신이 만든 소식지를 최종 확인해야 할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첼시에게 상사는 자신을 책임져야 할 선생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그 선생이 입을 다물었다. 사회는 실전이었다. 자신의 실수 앞에서 아무도 그녀를 변호해주지 않았다.
"이 사람들은 내가 뭔 짓거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 거야? 난 아무런 실권이 없다고! 난 그저 다른 사람들이 시키는 것만 하고 있을 뿐이야!"
첼시가 방금 경험한 것은 회사에서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실패다. 누구나 회사에서 이 정도 치욕은 쉽게 경험한다. 하지만 설령 일시적인 경험이라 할지라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존재론적인 문제가 되어버릴 정도로 성공의 신호만 받았던 엘리트들에게는 큰 실패로 인실될 수 있는 것이다. 그 뒤로 첼시는 평균적인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그 일을 겪은 지 며칠 뒤 첼시는 일에서 완전히 거리를 뒀다. 점심 시간을 길게 가졌고 낮 시간에도 미드타운 근처를 오래 걸었다. 비는 시간이면 공책을 꺼내 창업 구상을 하면서 회사 로고를 그려보기도 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술 한잔ㅇ로 털어버릴 일에, 회사 자체를 그만두려는 모습은 한편으로 지질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첼시에게는 존재론적인 문제를 흔드는 일이기에 충분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처음으로 집단에서 평균 이하의 취급을 당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첼시는 근본적으로 집단에서 자신이 별 것 아니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레그 스미스는 월스트리트의 날카로움을 이렇게 기록했다.
"SAT 1,600점을 맞고 하버드대학을 1등으로 졸업한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도 골드만삭스에서는 완전한 재앙이 되어 입사한 지 1년 안에 해고되었다. 이런 일은 번번하게 일어났다. 판단력은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여름에 최고의 대학을 나온 학생들이 차례대로 쫓겨나기 시작했다."
하버드대학을 1등으로 졸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자신의 분야를 향한 '차단된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였다. 그리고 첼시가 확인한 이 분야에서 가장 밝게 빛나던 빛은 블랙 다이아몬드였다. 자신의 빛은 없었다.
첼시는 결국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뭐 대단한 반역자처럼 굴려는 건 아니지만, 난 여기 남고 싶지 않아."
p160
그리고 편지를 다시 읽어보자. 편지에는 익숙한 이름이 등장했었다. 자신의 경력을 박살내려 한 푸르트벵글러의 연주회를 관람했다고? 더 인상적인 지점은 카라얀이 베를린 국립가극장의 지휘자가 되고 푸르트벵글러가 본격적으로 경계를 하기 시작할 때도 푸르트벵글러의 음악회에 변장을 하고 찾아가 들었다는 사실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그는 카라얀의 인새을 망치려 들었다. 이 의문에 카라얀은 보통 사람들의 감정과는 동떨어진 답을 한다.
"토스카니니와 푸르트벵글러는 지휘에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고, 그 둘의 장점을 하나로 융합하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였으니까요."
푸르트벵글러는 즉흥적으로 주관적인 영감을 자유로이 해석했다면, 토스카니니는 '지휘자는 작곡가가 창조한 음악의 단순 전달자'라는 생각에 악보에 충실한 음악을 선사했다. 그 두 거장의 뒤를 조용히 밟았던 카라얀은 이들의 중간 접점을 유지하면서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잡았다.
카라얀이 이 음악적 세계관을 생각했을 때 무언가 무릎이 탁 쳐지는 것이 없는가? 1954년 푸르트벵글러가 죽고, 1955년 그의 뒤를 카라얀이 이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푸르트벵글러의 다음 차세대 지휘자를 찾던 스카우터들에게 유일한 답안지는 카라얀이었다. 카라얀의 오두막에는 푸르트벵글러라는 들소가 있었던 것이다. 그 들소가 성난 표정으로 자신을 위협하려 들어도 가장 소중한 들소를 바라보던 카라얀의 표정에는 깊은 기다림이 있었다. 성공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개인의 재능에 맞는 때가 도래해야 한다. 그 들소가 더는 힘을 쓰지 못하자 카라얀은 조용히 오두막을 나왔다. 결국 그는 때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것은 어느 정도의 경지였는가? 카라얀이 지휘를 하던 도중에 한 오케스트라 단원이 음이 틀려 카라얀에게 사과를 한 적이 있었다.
"미안해요, 카라얀. 파리 한 마리가 제 악보 위를 돌아다니는군요. 그것 때문에 신경 쓰여서 음이 틀려버렸지 뭐예요."
그때 카라얀은 모두가 놀랄 한마디를 남겼다.
"신경 쓰지 말아요. 그 파리도 함께 연주하게 하세요."
완벽한 환경 신호의 차단과 분명한 집중,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오두막의 힘은 강려가다. 누구나 모든 환경 신호를 차단할 수 있는 오두막을 지을 수 있다. 그리고 남들이 권하는 '장미' 대신에 자신만의 가장 소중한 '들소'를 떠올리는 것, 그것에는 이전과 다른 특별한 힘이 있다.
p207
혁신은 하버드나 세계적인 기업의 연구소에서만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하버드와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은 산업혁명의 거대한 혁신을 유지하기 위한 평범한 엘리트들을 대량 양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학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가장 영향력 있는 교육학자 켄 로빈슨의 지적을 들어보자.
"19세기 이전에는 세계 어디에도 공교육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어요. 산업사회의 수요에 의해서 생긴 것들이지요. 그리고 이 숫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에 의하면, 역대 대학 졸업생 숫자보다 앞으로 30년 동안의 졸업생 숫자가 더 많을 거라고 합니다. 전에는 학사를 필요로 한 직업이 이제는 석사학위를 필요로 하게 되었고, 석사학위를 요구했던 직업들은 이제 박사학위를 요구합니다. 학위 인플레이션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걸 보면 교육 제도의 전체적인 구조가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저희는 지성을 보는 관점을 많이 바꿔야 됩니다.
p222
세계적인 심리학 권위자인 해리 바릭은 십여 년간의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단어 학습의 지속과 간격 효과>를 발표했다. 바릭은 두 그룹으로 학생을 나눴다. 첫 번째 그룹은 사회가 흔히 학생들을 테스트하는 방식대로 1년 정도의 시험 기간을 잡고, 2주마다 26회에 걸쳐서 학습한 것을 암기하게 시켰다. 그리고 두 번째 그룹에서 바릭은 모험을 시도했는데, 무려 4년 동안 두 달에 한 번씩 첫 번째 그룹과 똑같이 26회에 걸쳐 암기하게 시켰다.
바릭이 이 장시간의 연구에서 풀고자 한 질문은 이것이다.
"한 분야에 대한 오랜 기간의 학습이 집중 학습을 이겨낼 수 있을까?"
우리가 바릭의 십 년 연구의 결과를 보기 전에, 첫 번째와 두 번째 그룹이 학습한 총 시간은 완전히 똑같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만 두 번째 그룹이 더 길게 한 분야를 잡고 있었을 뿐이다. 게다가 첫 번째 그룹이 2주에 한 번 적절한 시기에 학습했다는 것을 다시 상기해보자면, 겨우 두 달에 한 번씩 학습을 이어나가는 집단에 대한 연구는 무모해 보인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바릭이 발견한 것은 보통 사람들의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2주 간격으로 26회, 딱 평균적인 시험공부에 익숙했던 첫 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5년의 시간이 지났을 때 그들이 학습한 것에 겨우 절반 수준인 56%만 기억했고, 두 달에 한 번씩 그러나 학습 기간을 늘린 학생들은 무려 76%를 기억하고 있었다. 모두의 허를 찌른 연구 결과에 가장 당황한 것을 정작 바릭 본인이었다.
"누가 예상했겠는가? 정작 이 연구에 십 년을 쏟아부은 나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두 달이 지나면 다 까먹을 줄 알았다."
바릭의 연구 결과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얼마나 한 분야를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는가가 노력의 총 시간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초반에 최고의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사회가 만들어주는 배지에 취해 있을 때, 적당한 곳에 흘러들어간 학생이 끝까지 시동을 끄지 않는다면 누가 더 최고의 자리에 오를지를 쉽게 단정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버드의 가장 빛나는 지식들도 졸업하고 뒤돌아보지 않으면 절반은 사라져버리는 현상이 발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