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개청춘 中

 영혼을 배제한 경제학이 가르치는 건 '부자가 되는 방법'이고, 다른 말로 하면 '다른 사람을 가난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존 러스킨이 말하는 진짜 경제학은 항상 인간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떤 가치란 항시 노동의 결과다. 노동이란 "인간의 생명이 그 반대쪽 상대와 싸우는 것이다. 이 생명이라는 말에는 인간의 지력과 영혼과 체력이 포함되어 있고, 그것이 의문이나 곤란, 시련이나 물질력과 싸운다."

 그래서 어떤 가치에도 인간에 의해 생산된 것은 그만큼의 "생명이 소비되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경제학은그 소비된 노동량에 따라 가치를 결정하는 동시에, 쓸데없는 생산에 노동이 투입되지 않도록 가치판단을 내려주는 일까지해야 한다는 신선한 주장도 한다. 말하자면 사람을 먹여 살리는 이천 쌀과 사람을 죽이는 스커드 미사일의 생산가치를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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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세계 어린이의 인건비가 아무리 저렴해도 그곳에서 외투를 생산하는 건 러스킨의 경제학에선 옳지 않은 일인 것이다. 앞서 말한 루이비통 뱅글 같은 것들은 인간의 생명을 위한 의식주처럼 꼭 필요한 품목이 아니기에 무가치한 것인데, 그것의 생산에 일정한 노동, 즉 생명이 낭비되고 있으니 몰가치한 것이기도 하다. 더욱이 그것은 실제 가치에 비해 무척이나 높은 가격이 결정되어 있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사기 위해 노동이란 이름으로 자신의 신선한 생명을 소비하고 있으므로 생명파괴적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외투가 다가와서 "난 2명의 사람이었다"라고 말하는 것과 "난 70명의 사람이었다"라고 말하는 것은 정도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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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본 책에서 뜻하지 않은 깊이를 보는 것은 예전 우리의 조상이 과일이 떨어진 웅덩이에서 과실주를 발견한 기쁨과 비견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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