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사고타미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누군가를 따라 죽림정사에 설법을 들으러 왔으 때, 그녀는 초췌한 얼굴에 화장도 하지 않은 초라한 모습이었다. 몽롱한 눈동자에 눈두덩은 너무 울어서 통통 부어있었다. 등에 두 살 가량의 아기를 업고 있었는데, 그 아이는 이미 죽어 악취를 풍겼다.

 아기가 죽자 너무 슬픈 나머지 그만 미쳐버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 아이에게 약을 주세요"라면서 매달렸다. 미쳐버린 키사고타미는 두려움도 모르고 세존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이 아이에게 약을 주세요."

 세존께서는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시고 부드럽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여, 잘 왔다. 약을 주겠다. 시내에 나가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겨자씨를 받아 오너라. 단 죽은 사람이 없는 집에만 찾아가야 한다."

 "알겠습니다. 곧 다녀오겠습니다."

 그녀는 지금까지 어디를 가건 이런 소리만 들었다.

 "죽은 아이에게 줄 약이 어디 있단 말이냐. 어서 저리 가."

 냉담하게 쫓겨나기만 했던 키사고타미는 세존의 다정한 말씀과 태도에 용기를 얻어 자리를 박차고 달려갔다.

 이튿날 키사고타미는 다시 설법이 행해지는 정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더 이상 죽은 아이를 등에 업지도 않았고, 세수를 하고 머리도 깨끗이 빗은 모습이었다. 모습은 초라하지만 어제처럼 더럽지는 않았다.

 "오오, 키사고타미, 그래, 겨자씨를 얻어 왔느냐?"

 세존께서 다정한 말로 부르시자 그녀는 흐트러짐이 없는 걸음걸이로 세존 앞에 나아와 공손히 인사하고 입을 열었다.

 "어느 집이든 겨자씨를 주기는 했지만, 죽은 사람이 없는 집은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었습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죽음을 향해 걷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제 자식의 경우는 주어진 목숨이 짧았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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