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레이 베이(Hanalei Bay), 즉 하나레이 만(灣)은 하와이의 섬중의 가장 오래된 카우아이(Kauai)의 북쪽 해변에 있는 만이다.
 
이 동명의 이름은 또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인 도쿄기담집에 포함된 단편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소설이 최근 일본에서 영화화되어 개봉되었다.(아마도 우리나라엔 들어올려면 꽤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안들어 올 수 도 있을 듯)
 
이 소식을 듣고 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가버린 도쿄 기담집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무라카미의 소설은 기저에 아스라한 우수같은 것이 깔려있다. 그의 작품의 주요한 모티브는 인간의 심연에 내재된 본능적 우수(憂愁)에 대한 
탐구 같은 것이다. 우울과 상실의 계기를 만들고 그 계기를 통해 느끼는 주인공의 본원적인 슬픔이나 우울에 대한 심연의 상태를 서서히 해체해 나간다.
그런 해체과정을 통해 독자는 안타까움과 이유 모를 우울함의 감정이입을 느끼며, 소설의 진행(시간의 진행)을 통해 갈등은 고조되어가면서도 서서히
자연스러운 스러짐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하지만 이런 갈등의 해소가 쌈박한 것이 아니라 상처입은 자리에서 뚝뚝 흘러나오는 핏물을 냅둬서, 그것이
서서히 응고되면서 딱지가 앉게 되고 그것을 그대로 놔둔 채로 결말을 지어버리는 여운-좋게 말하면 여운이고, 나쁘게 말하면 개운하지 않은 뒷맛이다-
이 그의 작품의 특징이기에 좋아하는 사람만큼이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 된다.)
 
이 소설도 아들의 죽음과 그 죽음을 통해 느끼는 초중년의 어머니(주인공)의 심리상태를 통해 상실과 고통의 치유과정을 담담히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로 읽으면 꽤 매력적이지만 무라카미의 작품은 영화라는 매체로 구상화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우수가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여태까지 그의 많은 작품 중에서 영화화 된 작품이 적고, 그나마 영화화 된 것들이 성공적이었던 적은 없다.
 
그래서 이 영화도 아마도 무라카미의 팬 정도나 볼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국내에 개봉이라도 해 줬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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