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예상외로 매우 좋으며, 깊게 생각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음.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이 영화를 본 후에 이 글을 다시 읽을 것을 강력히 권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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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개봉당시 컨택트(Contact)라는 제목을 달고 광고를 하는 바람에 칼 세이건 원작의 컨택트(1997년 작품으로 조디 포스터와 매튜 매커너히 주연)를 생각하면서 그 후속편인가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전혀 다른 내용이었고, 개봉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화제를 끌지 못하고 흥행에 참패했다.(한국 누적관객 63만명)

 영화의 내용은 갑자기 전세계의 12개 주요지역(덴마크, 흑해, 시베리아, 파키스탄, 시에라리, 일본, 미국, 수단, 중국, 베네주엘라, 영국, 호주)에 나타난 UFO로 인해 전세계는 혼란에 휩싸인다라는 지극히 SF적인 이슈로 시작한다. 


 이 12개 지역의 국가들은 UFO를 타고온 외계인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국제적 프로젝트로 공조한다는 설정이다.

 미국은 몬태나(실제 촬영지는 캐나다의 몬트리올과 퀘벡지역이다) 지역에 착륙한 UFO에서 외게인과 접촉하다가 언어교류의 벽에 부딪히고 이를 위해 언어학 전문가인 루이스 뱅크스 박사(에이미 아담스 분, 최근 수퍼맨 영화에서 루이스 레인역으로 유명)를 섭외한다. 역시 외계 과학수준에 대한 평가 및 컨설팅을 위해 로스알라모스 연구소에서 물리학 박사(물리학 박사는 SF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직업)인 이언 도넬리 박사(제레미 레너 분, 최근작은 어벤저스에서 호크아이로 유명)를 섭외하여 둘은 같이 군대에서 제공한 헬기로 몬태나로 오게 된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외계인과 접촉하면서 주인공인 루이스 뱅크스 박사가 외계인과 소통하며 그들의 언어를 파악하고 이 언어를 통해 외계인과 소통을 시도하는 이야기한다는 줄거리이다. SF영화치고는 매우 단조롭고도 재미없는 이야기라 보면서 이 영화는 SF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론 SF로 뭔가 보여주려는 영화가 아니군이라는 걸 곧 깨닫게 된다.

 실제 이 영화의 주요 주제는 외계인인 헵타포트(헵타포드라는 별칭으로 이 영화내에서 외계인을 부르는데 그 이유는 그들의 발-혹은 발같이 생긴-이 7개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어로 hepta는 7을 뜻한다. 말 나온 김에 그리스어로 1=mono, 2=di/duo, 3=tri, 4=tetra, 5=penta, 6=hexa, 7=hepta, 8=octa, 9=nona, 10=hexa로 쓰이며 보통 물리나 화학에서 이 수접두사를 접할 기회가 많다)의 언어를 습득하게 되면서 생기는 루이스 뱅크스 박사의 능력에 있다.

 영화 중간부분쯤에 루이스와 이언의 대화 내용중에 사피어-워프 가설(Sapir-Whorf Hypothesis)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사피어-워프 가설은 인간의 사고방식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 주도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으로 1930년대 에드워드 사피어가 언어라는 저작에서 주장하였고, 10년후에 그의 제자인 워프등에 의해 지지되었다. 이 가설은 1940년대 이후 사회언어학에 영향을 끼쳤으며 조지오웰의 작품 1984에도 영향을 주었다.



 루이스가 외계인과 소통을 거듭하면서 소리뿐 아니라 그들의 문자도 알게 되고, 그들의 문자는 지구의 문자처럼 음성과 결합되어 읽히는 문자가 아니라 상징에 의해 복잡한 뜻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문자(이러한 문자를 Semasiography라 한다. 예를 들어 수학과 같은 언어도 semasiography이다. 수학도 기본적인 단계에서는 +, -, x, /와 같은 사칙연산으로 시작하지만 차원이 확장되고 시간개념까지 들어가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몇개의 미적분 및 벡터,텐서기호로 나타내게 되는데 - 예를 들어 쉬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은 간단한 다음같은 식에 원자의 행태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 이 영화에서 나오는 외계인의 언어도 이와 같다는 설정이다.)라는 설정을 갖고 있다.

위대한 수학자인 라플라스(Pierre Simon Laplace)는 이러한 말을 남겼다.

"최고 지성은 우주에서 가장 큰 물체와 가장 가벼운 원자의 운동을 하나의 공식 안에 동시에 나타낼 것이다. 불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으며, 최고 지성의 눈에는 미래가 마치 과거처럼 나타날 것이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외계인의 언어를 습득해나가는 과정에서 루이스 박사가 갖게 되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후 강력스포)

 이 영화의 처음 시작시 루이스의 독백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I used to think this was the beginning of your story. 난 이 순간이 너의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었다.

 Memory is a strange thing. 기억이란 묘한 것이다.

 It doesn't work like I thought it did. 그것은 내가 생각했던 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We are so bound by time. 우리는 시간에 의해 구속된다.

 By its order. 시간의 순서에 의해


 이 영화에서 외계인의 언어를 배우게 되면서 루이스는 미래를 보는 능력이 생긴다. 이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반전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내내 루이스의 딸과 관련된 회상장면을 보여준다.(감독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편집을 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루이스가 외계언어를 습득하면서 얻게 되는 미래를 보는 능력과 연관시키고, 그의 남편이 바로 같이 일하던 동료인 이언 도넬리라는 장면이 나오면서 그 회상장면이 바로 미래를 보는 루이스의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외계인의 언어는 마치 우리가 고차원의 수학 방정식에 시간의 정보를 표현하듯, 그 언어 상징내에 수많은 정보를 포함하며, 그 언어는 그 외계인들이 시간의 차원을 정복한 내용까지 포함하여 그 언어를 이해하는 인간은 외계인처럼 시간을 인식할 수 있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그래서 중간에 사피어-워프 가설이라는 엉뚱해보이는 복선까지 깔아놨다.) 뭐 영화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고, 이제부터 이 영화의 주제로 다시 돌아가자.

 루이스에 대해 이언은 이번 외계인 프로젝트에서 일을 하면서 그녀의 지적능력 및 당찬 태도에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중간중간 슬쩍 작업성 멘트도 하고, 라스트 신에서는 확실한 확인을 위해 루이스가 알아들을 수 있는 멘트도 날린다.

 여기서 관객들은 루이스가 영화 내내 봐왔던 회상장면(사실은 미래를 보는 장면)을 통해 그와 결혼하고 이쁜 딸을 낳고, 그리고 이혼을 하며, 딸은 20살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불치병으로 죽게된다는 걸 알게 된다.

 루이스가 외계인의 언어를 완전히 습득해서 그들과의 소통이 가능해지고, 그녀가 미션을 완벽히 수행하자 외계인들은 지구를 떠난다.(그들이 지구로 와서 굳이 그들의 언어를 전수한 이유는 나와있긴 한데 영화에서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니 궁금하면 직접 보면 되다.)

 그리고 루이스의 나레이션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 해나와의 미래에 대한 회상신과 함께 흐른다.

 So, Hannah(딸의 이름), this is where your story begins. 그래 해나야, 지금이 너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야.

 The day they departed. 그들이 떠난 그날.

 Despite knowing the journey and where it leads, 그 여행의 이끄는 곳이 어딘질 알면서도

 I embrace it. 난 그걸 받아들여.

 and I welcome every moment of it.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난 반기게 되지.

 

 그리곤 현실에서 곁에 있는 이안에게 묻는다.

 Ian? If you could see your whole life from the start to finish, would you change things?

 이안?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인생을 안다면, 바꿀꺼야? 

 이안은 대답한다.

 Maybe I'd say what I feel more often, I.. I don't know. 끌쎄, 더 끌리는 쪽이려나. 잘 모르겠네. 

 You know, I've had my head tilted up to the stars for as long as  I can remeber. 꽤 오랜동안 별을 보며 쭉 고개를 들고 하늘만 봐왔는데.

 You know what surpirsed me the most? 나를 가장 놀라게 한게 뭔지 알아?

 It wasn't meeting them. It was meeting you. 그들을 만난게 아냐. 당신을 만나거야.

 (ㅋㅋ 달달하다 정말. 진짜 물리학자들은 이런말을 못할거라는데 500원을 걸겠다.)

 

 이 영화는 SF적인 내용을 기대하고 본다면 드럽게 재미가 없다. 그런데 이 반전을 이해하면 느끼게 되는 감동은 대단하다. 

 그런 감동과 재미를 당신도 느끼기를.


 이 영화의 감독은 드니 빌뇌브로, 시카리오(Sicario)와 블레이드 런너 2049를 감독했다. 이 영화를 포함해서 그의 최신작 3편 모두 훌륭하다.


 평점은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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