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삼성의 이건희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모든 삼성의 임원진을 모아놓고, 처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화두로 삼성의 모든 것을 바꾸는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하였다. 그 덕분인지 20년이 지난 지금 삼성은 대한민국에서 부동의 1위이며, 세계적으로도 100대 기업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후 기업의 혁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거의 약방의 감초격으로 삼성의 이 에피소드가 나오곤 한다.
혁신이란 개인으로 이야기하면 다이어트와 비슷한 것이다. 운동선수가 살이 너무 찌면, 몸이 둔해져서 운동에서 제대로 된 퍼포먼스를 낼 수가 없다. 그래서 운동선수는 기술 이전에 경기의 모든 시간 내내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것이 기술습득 이전에 선결될 제1의 과제이다.
혁신이란, 가죽을 벗겨 몸을 새롭게 한다라는 그 의미처럼, 경쟁이 치열해져가는 환경에 기업의 대응속도를 높이고, 그러한 쉬임없는 대응을 유지하는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적/시스템적인 효율을 극대화하는 개선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에서도 혁신 또는 이노베이션(innovation)이라는 화두가 기업경영에 있어서 대중가요 히트곡의 후크처럼 되버린 것이 이미 20년정도 된 것 같다.
회사의 규모가 크고 작고를 떠나서, 모든 회사들은 연말과 연초가 되면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세우기 위해 혁신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그 방안에 대해 실천계획을 세우며, 그에 대한 관리를 최소한 분기에 한 번씩 실시하고 그 모니터링 결과를 구성원들에게 공유하며, 결과가 좋으면 더 좋게 하자고 더욱 분발을 촉구하고, 결과가 나쁘면 나쁜데 대한 책임을 묻고, 그것에 대해 반성하며 이를 만회하기 위한 비상계획까지 세우며 이미 숨이 턱 밑까지 차있는 구성원들에게 더 힘을 내자는 개소리를 지껄여댄다.
헬스대회를 나가는 보디빌더들도 대회 전 6개월 정도 극한의 운동과 식이요법을 시행하면서 그러한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한 멘탈 관리를 한다. 하지만 대회가 끝나고 나면 그러한 긴장상태를 해방시키기 위해서 일주일 정도는 운동도 쉬어가면서 푹 휴식을 취하는 기간을 가지며, 이러한 기간이 없으면 지속되는 스트레스에 정신적인 긴장감이 풀어지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끊어져서 심각한 멘탈 디스오더(예를 들어 burn-out)가 발생하기도 한다.
혁신을 끊임없이 한다는 말 자체가 개소리인게, 어떠한 조직과 인간도 1년 내내 유지되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그러한 과도한 스트레스는 도리어 퍼포먼스 향상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잘 노는 인간이 일도 잘한다라는 말도 있지만, 일의 스트레스가 끝나고 나면 그 스트레를 제대로 발산해서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
1년 내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보다는, 1년에 몇 일 날을 정해놓고 이날만은 내가 원하는데로 먹는다와 같은 중간의 휴식지점을 가져가는 사람의 퍼포먼스가 훨씬 난 것은 이런 연유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노는데서 효율이 나는 법이다.
머리가 좋은 이도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도 즐기는 이를 이길 수 없으며, 즐기는 이는 미친 이를 이길 수 없고, 미친놈도 결국은 운좋은 놈을 이길 수 없다고 하였다. 보통 운좋은 놈들은 보면 잘 노는 놈들이 많다. 잘 놀다보면 좋은 에너지가 발산되서 운도 좋아지는 법이다.
어떻게 하면 잘 놀까를 궁리하는 것, 이것이 가장 윗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