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인육 지음.


 후레자식


고향집에서 더는 홀로 살지 못하게 된

여든 셋, 치매 앓는 노모를

집 가까운 요양원으로 보낸다


시설도 좋고, 친구들도 많고

거기가 외려 어머니 치료에도 도움이 돼요


1년도 못 가 두 손 든 아내는

빛 좋은 개살구들을 골라

여기저기 때깔 좋게 늘어놓는다, 실은

늙은이 냄새, 오줌 지린내가 역겨워서고

외며느리 병수발이 넌덜머리가 나서인데

버럭 고함을 질러보긴 하였지만, 나 역시 별수 없어

끝내 어머님 적소(適所)로 등 떠민다


애비야, 집에 가서 같이 살면 안 되나?

어머니, 이곳이 집보다 더 좋은 곳이에요

나는 껍질도 안 깐 거짓말을 어머니에게 생으로 먹이고는


언젠가 나까지 내다버릴지 모를

두려운 가족의 품속으로 허겁지겁 들어온다


고려장이 별거냐

제 자식 지척에 두고 늙고 병든 것끼리 쓸리어

못 죽고 사는 내 신세가 고려장이지


어머니의 정신 맑은 몇 가닥 말씀에, 폐부를 찔린 나는

병든 개처럼 허정거리며

21세기 막된 고려인의 집으로 돌아온다

천하에 몹쓸, 후레자식이 되어

퉤퉤, 돼먹지 못한 개살구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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