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죽음은 인생의 유일한 최고의 발명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인생의 변화의 대리인입니다. 젊은이를 위하여 노인은 사라집니다.
-스티븐 잡스, 스탠포드 졸업 연설중-
구글이 2013년 설립한 Calico라는 회사의 비젼은 '죽음(death)에 대한 모든 것'이며 목표는 '죽음의 극복'이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이런 목표는 만화나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나올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우린 이미 구글의 다른 자회사인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바둑의 최고수인 이세돌을 1년전 4:1로 이기고, 그 1년후인 올해 현재 인간계 랭킹 1위인 커제를 3:0으로 바르는 모습을 목격한 이후기 때문에 마냥 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진 회사의 설립을 비현실적인 하나의 해프닝만으로 간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회의적 사고와 그로부터 연역되는 서양의 사상체계가 그와는 또 다른 사상의 체계로서 평행하게 수천년을 이어온 동양의 지혜와의 자웅속에서 근대를 열어가는 질적인 우위를 점한 유일한 이유는 무지속에서 현상을 관찰하고 그로부터 의미를 추출하며 그 의미를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논리를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학적 방법론을 발견한데 있다.
그로부터 3천여년의 시간이 흘러 뉴톤과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그, 보어, 허블, 괴델, 비트겐슈타인 등 수 많은 세기의 천재들의 등장에 힘입어 21세기 인류의 지혜는 물리적으로 무한의 우주와 초미세의 쿼크들의 세계를 아우르게 되었고, 상상의 산물인 지적구조에 이르러서는 추상적으로는 이미 그 끝간데를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현실적으로 이용되기에는 이제 인간의 사고의 알고리즘을 벤치마킹하여 알파고와 같은 유사인간적 사고를 하는 결과물까지 내놓기에 이르렀다.
근대의 과학의 발전은 결국 신을 절대적 위치에서 끌어내렸으며, 과학과 인본주의의 결합을 통해 인간은 이 세상의 주인으로서 우뚝 서게 되었다. 하지만 신은 죽었다라고 외치는 오만해진 우리 인간들에게 유일한 진리중 하나인 죽음에 대한 인식은 인류가 지구상에서 자신을 인지하기 시작한 수십만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화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 사실이 깨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비쳐지는 사건이 한번이라도 인류에게 목격되는 날(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이긴 당일을 한번 되돌아보자)이 온다면, 그것은 인간세상에 어떤 의미에서 말세가 도래한 것과 같은 두려움과 당혹감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될 것이다.
Catastrophe 혹은 Armageddon이라 불리웠던 이벤트, 또는 현재 Singularity라 정의되어지는 것은 어쩌면 같은 사건에 대해 그 의미를 다르게 두는 용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