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water)이 대부분의 물질에 대해 수용액으로 작용하는 이유를 파고들어가보면 분자구조상의 이유때문이다. 수소원자와 산소원자는 고등학교 화학시간에 배웠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공유결합(covalent bonding)이라는 것을 한다. 화학식으로 나타내자면 H-O-H의 결함을 이루는데 글에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실제의 결합구조를 보면 수소와 수소원자 104.5도(그림 참고)를 이루도록 되어 있다. 원자의 최외각을 도는 전자로 인해서 생기는 차이 때문이다.(양자역학적 표현으로는 전자는 확률분포로 이루어진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ㅋㅋㅋ -_-;;). CO2와 같이 카본계 공유결합은 구조상으로도 직선(linear)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전하의 balance가 공간적으로도 중성을 가지게 되지만, H2O는 굽은(bent)된 구조(+전자의 운동)에 의해 물분자 전체적으로 봤을때 (+)전하와 (-)전하가 국지화(localized)되어 쌍극자(dipole)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쌍극자에 의해 대부분의 (친수성)물질에 대해 O원자가 가지는 (-)전하는 물질의 (+)전하에, H원자가 가지는 (+)전하는 물질의 (-)전하를 끌어당김으로 인해서 소금(NaCl, 이온결합)과 같은 물질을 녹이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상식적이면서도 생명을 유지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메카니즘에는 이렇듯 가장 초미세한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근본원리가 담겨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인쉬타인은 그간 물리학에서 밝혀진 4개의 힘(강력,약력,전자기력,중력)에 대한 대통합 이론(GUT)를 위해 말년의 20여년간을 힘써왔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 이후 여러학자들의 노력으로 강력,약력,전자기력까지의 통합은 이루어졌지만 아직까지는 중력의 통합을 증명해내지 못한 상태이다.
아인쉬타인이 GUT에 매달린 이유중 하나는, 코펜하겐학회로부터 물리학계에서 인정된 미세세계의 양자역학적 해석(통계가 불가분 들어갈 수 밖에 없다)에 대해,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자신의 신념에 대한 학자적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는 우주상수를 도입하는 등 기존의 물리학적 체계(아이러니하게도 그 체계의 아주 중요한 일부를 그가 세웠는데도 불구하고)에 대한 사고를 넓히기 위해 씨름해왔지만 결국은 이에 실패하고는 말년을 꽤 우울하게 보냈던 것 같다.
노자에,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는 말이 있다. 하늘과 땅은 인자하지 않다. 그 뒤에 이어지는 글이 이만물위추구(以萬物爲芻狗)라 하여
만물을 대하는데 있어 똥강아지풀을 대하듯이 한다로 합쳐 풀어보면, 천지(신)는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인자한 구석이 없다. 모든 만물을 대하기를 다 풀강아지처럼 업신(혹은 꺼꾸로 다 공경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데, 개울가에 핀 똥강아지풀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문맥상 어색하니까 업신여긴다고 보는게 이해하기 편하다)여긴다는 것으로, 모든 만물의 귀천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최근에 종영된 '찬란하고 쓸쓸하神 도깨비'라는 드라마에서 도깨비가 되기 전 고려의 상장군인 김신(공유가 맡은 역)에게 이미 죽은 선왕(先王)이 자신의 병세가 깊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유언을 남긴다. 유언의 내용은, 자신의 이복동생이자 앞으로 왕위를 잊게 될 왕여(이동욱이 맡은 역)를 자신이 항상 홀대하였는데 그 뜻은 "내가 돌보지 않음으로 돌보았다 전하라"였다. 이 말은 그가 나의 이복동생이지만 내가 그를 마음으로는 사랑하였으나 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궁궐에서(왕인 본인도 결국은 오랜 시간동안 서서히 독살당해왔다.) 그 사랑하는 마음을 표했다가는 어떤 변을 당할지 염려스러워 부러 거리를 둔 것이다.
(도깨비의 상왕의 유언장면, 이 분 여기 한컷 나오신다. 묵념)
신이 만약 있다면, 이 세상을 움직이는 단 하나(혹은 몇개 정도의) 근본적인 원칙만을 세워두고 이 세상을 스스로 움직이게 놔뒀을 것이라는 것이 노자의 천지불인에 담겨진 사상이다. 서양은 하나님이라는 신의 존재를 인격신으로 주로 묘사하는 것에 익숙한 문화이다. 이런 배경속에서 자연스럽게 하나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인격신의 개념의 이야기들이 많다.
2003년 개봉한 짐캐리 주연의 '브루수 올마이티<Bruce Almighty>' 같은 영화에서 보면, 하나님(모건 프리먼)이 잠시 휴가를 간 사이 그의 업무를 대신 맡은 짐 캐리가 세상 모든 사람의 기도를 다 들어주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그로 인해 복권 1등 당첨된 사람이 부지기수로 등장해서 결국 복권1등 당첨이라는 것이 아무 소용없는 것이 되어버리게 된다.
(브루스 올마이티의 명장면, 커피로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장면을 패러디)
이미 니체가 근대에 와서 이야기했듯이 "신"은 너무나도 복잡해지고 다양해졌으며 발전한 세계에 관여하기에는 너무나 낡고 유약한 개념이 되어버린 것이다.
인간(혹은 만물)이 주인이 되는 세상에서 신이란 그 인간(혹은 만물)이 살아갈 세상이 존재할 단초만을 제공하는 어떤 씨앗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가장 신다운 행위라고 생각한다.
신은 있다, 없다의 문제에서 다툴 쟁점이 아니라, 이제는 그가 던진 단초로부터 파생된 문제들에 대해 만물이 수십억년간 이룩해온 결과와 업적만으로도 이 세상엔 너무나도 알아야하고, 해야할 일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