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개인적으로 진보적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게 뭐 그리 거창하진 않고 단순하게 2가지다. 

첫째, 국가라는 공동체의 최선의 운영을 위해서는 소위 노블리스 오블리제 -  정치/경제/사회적 상류층이 자신의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발로가 되어 공적으로 어렵고 힘든일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정신이라고 개인적으론 정의한다 - 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둘째, 북유럽의 복지정책과 같이 어렵고 힘든 이들이 최소한 이땅에서 밥은 굶지 않고 미래에 대한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을 정도의 의/식/주와 교육에 대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80년대의 젊은 시절부터 권력에 아부하고, 실제로 옳은 말을 해야하는 때에는 침묵했던 비겁한 언론들을 난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그런 이유에서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과 매일경제같은 기회주의 적 매체들을 그렇게 달가와 하진 않는다.(요즘은 그들과 대척점에 서있는 한겨레같은 진보에서 좌파적으로 변질된 언론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중도보수는 아니고 위에 써놓은 관점도 그렇고 사회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사회는 변화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늘자 매일경제의 1면 탑 기사를 보니 군대의 보직에 대한 금수저 논란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기사의 내용은 현실의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고 그리 논란거리가 될 것이 없는 것도 같다. 그런데 잠시 생각을 해보면 이런 일을 과연 뉴스로 해야 할 만큼 새로운 일인가?라는 부분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과연 언론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저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일까? 

여기서 뉴스가 되기 위한 기본적 요건을 찾아보면 

1. 이상성(異常性) : 정상적이지 않은 것

2. 사회성 : 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것

3. 새로운 것인가 : 이미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그럼 현재 군대에 가는 젊은이중 가족/친지중에서 소위 끗발이 좋은 이들은 군대를 면제받거나 좋은 보직에 가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힘든 보직을 받아 군 생활 내내 뺑이를 친다는 것은 과연 1면 탑 뉴스로 합당할까?

1. 이상성 : 이상한건 맞다. 그런데 웬지...

2. 사회성 :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가? 그렇다 많이 미친다. 소위 있는 집 자제들은 군대도 빠지고 군대를 가도 아주 꿀보직에 가서 탱자탱자하면서 군대에서 쉬었다 오는데 그렇지 않은 흑수저들은 있는 뺑이 없는 뺑이 다치고 오니 그런 불만들은 사회적으로 큰 갈등의 요인이 된다. 그래서 유승준이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입국이 금지되고, 발치몽은 10년이 다되가도록 티비는 커녕 음반도 제대로 못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3. 새로운것인가? 새로울게 전혀 없다. 아마도 최소 20년전부터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다. 이것에 의해서 1. 이상성 측면에서도 이상한 건 맞지만 이미 온 국민이 대한민국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세상이란 걸 알고 있는 이상하지만, 현실적으론 안 이상한 정상적 사건이다.

즉, 뉴스의 요소로 봐서 별로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는 쓰레기라는 이야기다. 

근데 왜 이런 쓰레기 기사를 우리나라의 유력 일간지, 그것도 경제뉴스를 전문으로 하는 매일경제가가 일면으로 실었을까?

내가 어린시절에 썬데이 서울이라는 성인잡지가 있었다. 그 잡지는 표지에 야한 언니들이 그 당시의 기준으론 야한 옷을 입고, 눈을 치켜뜨고, 입술은 반쯤 벌린 고혹적인 모습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는 모습으로 신문가판대에 꽂혀있었다. 난 중학시절 어쩌다 아버지나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보다가 놓고 간 썬데이 서울을 보면 내 방에다 숨겨놓고 몰래 보곤 한 기억이 있다. 

그 잡지에는 표지의 언니가 표지보다 훨 헐벗은 옷을 입고 찍은 대형브로마이드 사진이 한 장 있고 그 나머지 수백페이지는 말 그대로 가십기사로 채워져있었다. 어떤 유부남 연예인이 어떤 처녀 연예인이랑 바람이 났다는 둥, 강남의 제비는 어떻게 사모님들을 캬바레에서 꼬신다던지, 재벌의 총수가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에게 몸이 달아 수 많은 보석을 갖다 바치고, 집도 사줬다는 등, 그리고 재벌만을 터는 대도와의 인터뷰등 공중파나 일간지에서 다루지 않는 별의 별 흥미로운 뒷골목 이야기들이 그득해서, 그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 잡지에는 일단 이것이 사실(fact)인가는 별 문제가 아니었다. 누구도 그 잡지의 기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별로 심각한 내용도 아니었으며 그저 그렇게 소모되는 소위 선정성만을 가진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매일신문이 1면 탑기사로 실은 군대의 비리 문제가 바로 이런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미 온국민이 알고 있는 이상한 사회성 있는 기사를 선정적으로 실어본 것이다. 언론, 저널리즘의 주요 목적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새로운 비정상적 상황을 보도하여 그것이 가진 사회적 리스크를 줄여주는데 있다. 지금 이 군대의 문제에 대한 기사에서 사회적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은 이론적으론 3가지가 있다.

1. 이상성 을 해결한다. => 이상하지 않게 만든다

2. 사회성 을 해결한다. => 영향력이 없게 한다.

3. 새로운 것을 해결한다. => 새롭지 않게 만든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1번뿐이다. 금수저든 흑수저든 똑같이 군대 가면 뺑이치게 만들어야 하며 복불복으로 좋은 보직과 나쁜 보직에 공평하게 뽑히고, 군대에서 공평하게 같은 확률로 다치고 병신되고 하면 된다.

근데 대한민국 사회의 시스템이 워낙 거지같고 기득권이 가진 힘이 워낙 막강하여 1번이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기득권은 불문율처럼 이런 특권을 계속하여 누려왔으며 언론을 통제하여 이러한 치부가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하여 2. 사회성을 제거/축소시켜 왔으며, 이런 부정은 기득권이 가진 또 하나의 특권이 되어왔고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 이 이상한 군대비리가 이상한건 맞는데 대한민국에선 누구나 다 "세상이 뭐 그렇지"라고 받아들이는 정상인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면 지금 이 시점에서 1면 헤드에 이런 기사를 실은 매일의 프런트는 왜 이 기사를 실은걸까? 더 이상은 군대비리를 놔두면 안된다는 정의감이 생긴걸까? 

난 예전 썬데이 서울에서 봤던 그 이쁜 언니들 생각만 난다.  




조선일보를 보자.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황교안 국무총리 -현재에는 탄핵으로 업무중지중인 박근혜를 대신하여 대통령 대행을 하고 있는 - 와 만난 자리에서 누구도 한.미 관계를 이간할 수 없다라고 했다는 이 뉴스는 지금의 상황에서 얼마나 시의적절한가를 따져 보자.

1. 이상성 : 한국과 미국을 누구도 이간 할 수 없다라는 말 뒤에는 한국과 미국을 누군가 이간하고 있다라는 뉘앙스가 느껴진다. 누가? 중국,러시아,일본,북한... 최근에 누가 미국 대통령이라도 만나서 한국은 나쁜 나라이니 우리랑 친하게 지내자라고 했다는 말은 들은바가 없다. 정 따지자면 트럼프가 취임전 대통령 선거전에서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에 대해 언급한 것이 2가지다. 하나는 주한미군의 주둔에 따른 미국의 비용을 전액 한국에 부담시키겠다라는 것과, 단계적으로 주한미군을 한국에서 철수시키겠다라는 것이다. 즉, 현재 기존 한.미 관계의 가장 큰 위협은 바로 새로 취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러니 혹시 미국에선 한국이 불안해할까봐 미국방장관이 날라와서 립서비스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즉 별로 이상한 것 없다.

2. 사회성 : 영향력이 없진 않겠으나 뭐 현재까지와 같은 상황인데 뭔 사회성이 있겠나.

3. 새로움 : 별로.. 6.25 이후 미국은 우리의 변함없는(?) 우방이었다. 


차라리 커피숍서 자녀의 고교선생을 살해한 엄마가 1면 헤드로 오는게 맞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 주요 일간지의 1면도 같이 함 실어봤다. 나로선 어느 일간지나 1면 탑으로 그 무게감이나 사회적 영향력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이럴바엔 이쁜 언니들 사진이나 실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신문은 뉴스를 전달하는 매체이기도 하지만 각 신문마다의 논조라는 것도 있고 그 논조라는 것에 의해 같은 뉴스의 중요도 역시 다르게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논조라는 것이 뉴스의 색깔이나 성격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논조에 의해 파란 것을 빨갛다라고 하고 빨간 것을 파랗다라고 하면 그것은 이미 논조라기보다는 왜곡이며 날조인 것이다. 일단 빨간건 빨갛다 하고 파란건 파랗다 하는 사실을 전달하고 그 사실 위에서 이것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며, 정상에서 벗어난 것인가 그리고 새로운 것인가를 판단하여야 하고, 그 뉴스가 미치는 사회적 리스크는 무엇인가와 가능하다면 그러한 리스크를 제거하거나 줄일 수 있는 올바른 방법까지를 제시하는 것이 바로 언론이 해야 하는 기본적인 역할일 것이다.

언론은 사회를 살피는 X-ray, CT, 혹은 MRI와 같은 것이다. 어딘가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제대로 조명하고 밝히며 알려주어 국민들이 그것을 알고 고치려는 행동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런게 힘들면 그냥 썬데이 서울이나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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