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의 하루와 한 해는 농밀하다. 점과 점의 틈새에서 다시 무수한 점이 빽빽하게 차있을 만큼 밀도가 높고, 정상적인 시간이 착실한 속도로 착착 진행된다. 어린 아이는 순응성이 뛰어나고 후회를 알지 못하는 생활을 보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간 일은 냉혹할 만큼 싹둑 잘라내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광채나 변화에 지조라고는 없을 만큼 대담하게 전진하고 변화해 간다.
그들에게는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시간' 같은 건 없다.
어른의 하루와 한 해는 덤덤하다. 단선 선로처럼 앞뒤로 오락가락하다가 떠민 것처럼 휩쓸려간다. 전진인지 후퇴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모양새로 슬로모션을 '빨리 감기'한 듯한 시간이 달리가 그린 시계처럼 움직인다.
순응성은 떨어지고 뒤를 자꾸 돌아보고 과거를 좀체 끊지 못하고 광채를 추구하는 눈동자는 흐려지고 변화는 좋아하지 않고 멈춰서고 변화의 빛이라고는 없다.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시간'이 덧없이 흘러간다."
-릴리 프랭크, 도쿄가족 중-
-Salvador Dali, the persistence of memory 1931, MoMA, New York.-
시간이란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면서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것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지만, 이미 인간은 4차원의 시공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본능적으로 시간이 누구에게나 같은 것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달리가 이 그림을 그린 것이 1931년이니 그가 과학쪽에 조예는 깊지 않았을지라도 당시에 이미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아인슈타인이나 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해 조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그림에서 그러한 영향을 받았다고는 단정할 수 없게지만 말이다.
어른이 되어서는 아이처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항상 자신을 되돌아보고 부단히 의식적인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그래도 하루해가 지고 저녁이 되어서 칠흙같은 어둠이 세상을 덮기라도 하면 조금은 초조해지고 조금은 미안해지는 이 희미한 우울함만은 어쩔수가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