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역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매뉴얼. 거짓앞에 그 거짓을 꾸짖고 욕하면서 진실을 알리는 국민 개개인의 용기가 결국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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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

 탈진실post-truth에 매뉴얼 같은 게 존재한다면 아마 이렇게 적혀 있지 않을까? "진실을 말하는 자를 공격하라. 무슨 화제든 거짓말로 둘러대라. 역정보를 꾸며내라. 불신과 양극화를 조장하라. 혼란과 냉소를 유발하라. 그리고 독재자의 말이 곧 진실이라고 주장하라. "그렇게 하는 목적은 단지 사람들이 거짓 주장을 믿도록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거짓을 홍수처럼 쏟아내 사람들의 사기를 꺽어버리려는 것이다. 거짓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정치적 맥락에서 자유로운 진실을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여겨 이를 포기하고 만다.

 

 20세기 전체주의를 다른 기념비적인 저서 《전체주의의 기원 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에서 홀로코스트 역사전문가인자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도 이렇게 지적한다. "전체주의 통치의 이상적인 신민은 확신에 찬 나치주의자나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사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을 더 이상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최근에 또 다른 홀로코스트 역사 전문가 티머시 스나이더는 같은 이야기를 단 한마디로 표현했다. "탈진실이 곧 파시즘이다."

 

p19

 진실이 사라지고 나면 민주주의의 종말은 순식간에 뒤따를 것이다. 러시아나 중국에서처럼 여전히 정장 차림의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척 가식을 떨고 선거도 더 자주 열릴지 모르지만 전부 별다른 의미는 없을 것이다. 만약 진실 도살자들이 현실 부정 전략을 이용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다면 바로 그다음 날 우리는 선거로 직접 뽑은 독재 정권하에 눈을 뜰 것이다.

 

p23

 현실 부정은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인 거짓말이다. 오정보misinformation와 역정보disinformation, 즉 평범한 오해에서 비롯된 정보와 선별적 조작을 거친 허위 정보는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언론, 정부, 교육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오늘날의 인식론적 위기를 사고나 재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모두가 알 만한 개인이나 집단이 조직적으로 꾸미는 작전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대중에게 역정보를 퍼뜨려 의심, 분열, 불신을 조장함으로써 부정론자 군대를 양성하고자 한다.

 진실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죽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p27

 진실은 나중에 석유 회사들의 내부 문건이 연달아 유출되고 나서야 드러났다. 그들은 무려 1977년부터 지구온난화에 관한 진실을 알고 있었다.

 

p41

 일반적인 사람들 입장에서 '현실(혹은 사실)을 부정하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접하면 그들의 행동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사실의 증거가 압도적으로 많은데도 어째서 증거를 받아들이기를 겁하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그건 부정론 신념이 애초에 사실엑 기반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신념은 정체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신념이 사회적 순응 현상에 종속되어 있거나 심지어 '부족주의' 성격을 띤다는 증거는 무궁무진하다. 

 경험적 믿음조차도 공동체, 신뢰, 가치관은 물론 주변 사람의 시선에 큰 영향을 받는다. 

 

p95

 ③ 거짓 콘텐츠 확산자 단속

 세 번째 방법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법이나 규제에 근거한 유인 없이도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바로 거짓 콘텐츠 자체만이 아니라 그런 콘텐츠를 가장 적극적으로 퍼뜨리는 것으로 파악된 개인을 좀 더 공격적으로 단속하는 것이다. 합동테러대책팀Joint terrorrism task force 출신 대테러 전문가이자 FBI 분석가 클린트 와츠Clint Watts는 최근 인터뷰에서 역정보에 맞서 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을 이렇게 소개했다.

 

 "모든 거짓 콘텐츠를 단속하려 애쓰기보다는 상위 1퍼센트의 역정보 공급자에게 집중하라. 그들이 누구인지 파악한 뒤 최악의 범죄자를 제거하거나 고의로 거짓 콘텐츠를 퍼뜨리는 행위를 제안한다면 사회에 가해지는 해악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범죄나 테러 같은 문제를 다룰 때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를 가장 많이 일으키는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 트위터에 올라온 백신 반대 선동 글 대부분이 '역정보 유포자 12명'에게서 나왔던 걸 기억하는가? 왜 그 12명을 플랫폼에서 아예 몰아내지 않는 걸까? 트위터를 비롯한 몇몇 플랫폼에서 트럼프를 쳐낸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선거 관련 역정보가 73퍼센트나 감소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자. 사실 너무 당연한 일이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포르노, 참수, 테러 관련 게시물을 칼같이 단속하듯이 주요 역정보 공급자들의 손에서 마이크를 뺏어버린다면 어마어마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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