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2020년 현재까지의 부동산 시장의 상황에 대한 인사이트와 함께, 부동산에 대한 일반적 이해를 돕는 책이다.
부동산에 대한 내용이긴 하지만 조금만 그 내용을 음미해보면 주식 등 일반적인 투자의 기본에 대한 인사이트에도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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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
이제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규제하는 거라는 얘기다. 그럼 대한민국 최초의 부동산 규제책은 언제 나왔을까? 박정희 정부 때인 1967년이다. 보수 정권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정부다. 그때 발표한 정책이 '부동산 투기 억제에 관한 특별 조치법'이었다. 양도 차익의 50%를 세금으로 걷어가는 정책이었다.
그때 박정희 정부는 이런 선언을 한다. "이제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 그 정책으로 인한 시장의 결과는 어땠을까? 매도자들은 매물을 모두 수거했고 부동산 시세는 1년 동안 80% 폭등했다.
p109
부동산 상품 중에 실수요만으로도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은 거의 없다. 임대 주택 정도를 제외하면, 사적 재산이라고 판단되는 물건은 모두 가수요가 있다. 그래서 시세 전망을 하려면 가수요의 규모를 항상 눈여겨봐야 한다.
가수요가 실수요보다 많으면 가격이 더 많이 오른다. 가격을 올리는 거래 빈도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p124
먼저 대량 입주로 일어날 만한 문제를 정리해 보자. 특정 지역에 신규 아파트 공급이 많아지면 지역 수요만으로 입주 물량을 소화하기 어렵다. 그럼 준공 후 미분양, 장기간 미입주 물량이 쌓이게 되고 신규 아파트 가격이 내려간다. 이어 주변 구축 아파트 가격도 내려간다. 결국 시장 전체의 주택 가격이 폭락한다. 이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렇다면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매우 간단하다. 가격이 폭락한 준공 후 미분양, 미입주 물량 중 입지가 좋은 곳을 선별한다. 폭락 혹은 하락한 가격으로 매매한다. 입주 대란에 대한 전략으로 이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하지만 시장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시장 참여자 모두 똑똑한 소비자다. 좋은 물건을 시장에 방치한 채 내버려 둘 리가 만무하다. 헛된 기대를 하기보다는 좀 더 구체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
입지를 구체적으로 구분해 보자. 주택 보급률이 200%라 해도 공급이 늘 부족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주택 보급률이 50%밖에 되지 않아도 신규 입주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는 지역이 있다. 기존 아파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입지가 있고, 구축 아파트 수요는 없고 신규 아파트 수요만 있는 입지도 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사를 하는데, 어떤 조건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입지 조건만으로 거주지를 선택할 수 있는지, 상품 조건까지 고려해야 하는지 반드시 판단해야 한다.
이렇게 지역별, 입지별로 입주 대응 전략을 짜는 게 부동산 입지를 공부하는 이유다. 입지 공부를 하다 보면 그 입지에서 필요로 하는 상품까지 알 수 있다. 상품에 대한 적정 가격도 이해된다. 입지, 상품, 가격 모두 중요하다는 의미다.
미래를 모두 예측하고 대응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되는 미래에는 대응할 수 있다. 우려되는 리스크는 낮추고 희망하는 확률은 높일 수 있다. 공급 과잉은 우리가 활용해야 할 부동산 현상이지, 걱정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p172
매수 · 매도 타이밍에 절대 법칙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투자할 때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은 언제나 적용된다. 어떤 경우라도 바닥 가격에 사서 머리 가격에 팔 수는 없다. 그건 투기고 욕심이다. 그런 기준으로 투자하면 백전백패한다.
부동산 차트를 활용하면 부동산 바닥을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당시에는 그게 바닥인지 아닌지 절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최소 2년 이상은 지나야 바닥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머리 시점은 파악하려는 시도 자체가 모순이다. 부동산 시세라는 것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겠지만, 결국 양호한 입지의 경쟁력 있는 상품이라면 우상향 곡선으로 가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는 한 그렇다. 머리 시점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결국 언제 매도할 것인가라는 판단의 문제가 관건이다. 그리고 정답은 없다. 적절한 타이밍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적절한 매수 · 매도 시점을 어떻게 선정해야 할까? 먼저 선호하는 입지와 실거주할 만한 상품 수준을 고려해 매수 대상 아파트 단지를 선정해 보자. 인플레이션만큼은 상승할 수 있는 양호한 입지 조건과 경쟁력 있는 상품이라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 아파트 단지의 시세를 정기적으로 체크해 보자. 가격이 오를 것이다. 내릴 것이다 등의 판단 자체는 금지다. 그저 주변 아파트 혹은 주변 시세 대비 조금 쌀 때 매수하고, 조금 비싸다는 인식이 생길 즈음에 매도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p175
주의할 점이 있다. 복기를 하면 바닥과 머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바닥에서 산 뒤 머리에서 매도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 모의 투자 시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금 싼 듯한 시점과 조금 비싸다고 판단되는 시점을 찾는 것이다. 바닥에서 사서 머리에서 팔 수 있다고 제안하는 사람이 있다면 경계해야 한다. 거래만 성사시키고 수수료만 챙기려는 업자일 가능성이 100%다.
매수 · 매도 시점에 대한 의사 결정은 무조건 본인이 해야 한다. 모든 투자의 기본은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파는 것이다. 이 원칙만 지킬 수 있다면 안전하고 확률 높은 매수 · 매도 시점의 선정 기준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
p177
2010년 이후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에는 신축이든 구축이든 대부분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다. 2010년 이후에는 재건축 가능 아파트를 제외하면 20년 차 미만 아파트만 올랐다. 2020년 이후에 10년 차 미만 아파트 위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로열티를 상승하고, 기축 아파트는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2000년 이전 부동산 시장처럼 지역별, 상품별 격차가 크지 않은 시장이라면 재건축 연한 연장이 고려해 볼 만한 정책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신축과 구축의 수요가 급격하게 벌어지는 시장에서는 신축 공급을 줄이면 신축 아파트는 물론 준선축 시세까지 폭등으로 이어진다.
'팩트 폭격'을 하나 더 한다면, 과거 공급 제한으로 2012~2014년 입주 물량이 급감했고 이후 서울 부동산 가격은 상승했다. 2017~2018년 서울 아파트 시세 폭등은 말 그대로 새 아파트 위주였다. 입지 좋은 곳에 새 아파트가 공급됐으니 시세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신축과 구축의 가격 차가 두 배 가까이 나는 시장에서 강남 신축 시세를 잡아 타 지역까지 공급을 축소하는 정책은 이후 시장 전개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역별 상한선은 존재한다. 현재 강남구는 3.3㎥ 당 5,100만 원 전후, 도봉구는 1,400만 원 전후다. 강남구가 1억 원이 되면 도봉구는 3,000만 원이 되리라는 예측은 현재의 시장을 너무 단순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지금은 질적인 시장이다. 입지, 상품, 지역 위상, 입주민에 따라 넘어갈 수 없는 가격대가 있다. 지역마다 지불할 수 있는 가격대가 다르다.
현재 시장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실수요층'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서울은 전년 대비 거래량이 4분의 1로 줄었다. 투자 수요가 아니라 실수요가 감소했다. 이건 시장에 문제가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여전히 서울 부동산 시장을 투자층이 주도한다고 판단한다. 지난 50년간 부동산 시장에서 성공한 정책은 실거주층을 위한 정책이었고, 실패한 정책은 대부분 투자자를 타깃으로 했다. 두 집단의 비율 자체가 비교가 안 될 정도다.
게다가 시장을 입지마다 세부적으로 쪼개 보지 않는다. 강남권을 제외하면 서울에서도 시세가 상승하는 지역보다 조정받는 지역이 더 많다. 지방은 상승하는 지역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정부의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재건축 연한을 연장하면 공급이 줄어든다. 기존 입주 물량이 많으니 괜찮다는 전문가도 있다. 그래 봤자 2022년까지다. 이후에는 분명 공급량이 급감한다. 세대수가 증가하는 만큼 공급이 늘지 않으면 공급 축소와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오해하는 게 있다. 단독주택, 다세대 빌라, 오피스텔도 주택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 주택까지 포함하면 절대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말한다. 국토교통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주거실태 조사 결과를 보라. 현재 거주 유형에 관계없이 아파트 선호가 압도적으로 높고, 특히 신규 아파트 선호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필요한 건 비아파트도, 구축 아파트도 아닌 신축 아파트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수요 대비 공급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를 부정하는 건 억지일 뿐이다. 그래서 서울 공급을 축소함으로써 서울에 몰린 수요를 비서울 지역으로 분산하려는 정책도 나온다. 하지만 서울 수요층 중에는 비서울 지역으로 절대 가지 않을 수요도 있다. 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격은 상승한다. 이게 서울 시세 상승의 이유다.
수요 · 공급 문제를 떠나, 강남 집값이 오른다고 그 자체를 없애겠다는 발상은 단기적인 전략이다. 재건축 가능 연한 연장은 궁여지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역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 예상된다.
재건축 가능 연한이 연장되면 신규 아파트 시세는 더욱 상승하고, 수요가 빠지면 조정장에 진입하던 서울의 기축 아파트까지 오를 수 있다. 아울러 이미 조정장이던 비서울 지역 중 입지 좋은 곳의 부동산도 뜬금없이 상승 전환될 수 있다. 서울의 핵심 지역 대비 시세가 낮은 부동산이 오르면 줄어든 소액 투자 수요가 다시 증가하게 된다.
2006~2007년과 2015년 전후의 투자, 투기, 거품 시장이 오버랩된다.
가격을 규제하기 위한 정책보다는 수요가 필요한 곳에 공급을 늘려 수요를 분산하고, 교통망을 확충하는 것이 정부의 진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p194
지금 서울 · 수도권에서 필요한 건 무엇일까? 상품 경쟁력이 있는 아파트다. 서울은 상품 경쟁력이 있는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을까? 그렇다. 몇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40년 전의 대규모 공급, 30년 전의 대규모 공급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공급되는 시장이다.
40년 전 서초구 반포동, 강남구 압구정동, 개포동, 대치동, 용산구 이촌동, 강동구 고덕동, 송파구 잠실동에 대량으로 공급되었던 상품들이 이제야 새 아파트로 변경되고 있다. 30년 전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에 대량으로 공급되었던 상품들이 이제야 새 아파트로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이라는 입지 좋은 지역에 걸맞은 좋은 상품을 희망하는 수요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서울에 질적인 상품이 없어서 20년 전 떠났던 수요들도 복귀하고 있다. 이제 1기 신도시가 상품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서울 아파트 시장은 실수요 시장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 시장은 말이다.
최근 준공된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실수요층, 건설 중인 새 아파트에 입주하게 될 실수요층, 향후 10년 동안 분양될 새 아파트를 기다리는 실수요층, 이것이 현재 서울이라는 부동산 시장의 주요 구성원이다.
이 서울이라는 지역의 새 아파트를 희망하는 수요들이 투기 세력인가? 적폐인가? 서울에 존재하고 있는 이 수요가 투자 수요일까, 실수요일까? 여러분이 직접 판단해 보기 바란다. 지금부터는 무조건 상품 경쟁력을 따져 봐야 한다.
p255
수요가 고정된 지역은 더 어렵다. 가격 상승은 공급 대비 수요가 많을 때 발생한다. 추가 실거주 수요가 유입되지 않는 상태에서 특별한 이슈 없이 가격이 상승하면 대체적으로 투자 수요층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실거주 수요층이 고정된 상태에서 투자 수요층이 유입되면 가격은 오른다. 절대 가격이 낮은 지역일수록 더 ㅋ큰 폭으로 오른다. 해당 지역의 적정 가격을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은 상승장 초기에 당황한다. 결국 상승장 후반에 불안한 심정으로 참여하게 된다. 소위 상투를 잡는 것이다.
아파트라는 상품은 실거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거주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어설픈 투자로 상투에서 매수한 투자자에게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투자 메인 지역인 서울 · 수도권의 투자 환경이 어려워지자 지방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꽤 많아졌다고 한다. 지방은 대기 수요가 적고, 실거주 수요도 감소하는 지역이 많아 투자 대상으로 부적합한 지역이 많다.
'묻지 마 투자'는 투자가 아니다. 투기꾼들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p259
규제 강도가 높은 투기지역은 수요가 차고 넘치는 곳으로 해석할 수 있고, 투기과열지구는 투기지역 다음으로 수요가 많은 곳으로 판단하면 된다. 조정대상지역은 수요가 많은 듯한데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곳이다. 기타 지역은 정부도 알수 없으니 개인 스스로 판단하라는 뜻이다.
투기지역은 다른 말로 하면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입지가 가장 좋다고 인정받는 곳이다. 수요가 차고 넘치기 때문에 공급으로 수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곳의 적정 가격은 소비자가 정할 수밖에 없다. 3.3㎡당 3,000만 원이든, 1억 원이든 거품 가격이라는 말을 쓰는 게 의미 없다. 소비자가 받아 주는 한 그 금액이 시장 가격이다. 구입할 만한 가격이라고 판단해 매수하는 것이다.
투기지역을 단순히 '가격이 높은 곳'으로 분석하면 해결책이 나오지 앟는다.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니 무작정 하락하리라 기대하는 건 난센스다. 3.3㎡당 1,000만 원 시장의 시각으로 5,000만 원 시장을 조정하려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 시장이 왜 5,000만 원이 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 다른 지역보다 비싼 지역이라고 인정하면 된다. 그게 오히려 투기지역 시장에 대한 전략을 짜는 데 유리하다.
p293. (6장. 정책 의 서문에 해당하는데 어찌 보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에 대한 필자의 가장 궁극적인 인사이트가 담겨있다라고 보인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주요 지역 아파트 시세가 다시 상승 기미를 보이자 또다른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대부분의 지방 시장 상황은 많이 어렵다. 가격 하락과 거래 감소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렇게 양극단의 모습을 보이는 시장과 관련해서 많은 언론사와 독자들에게 질문을 받는다. 다음 정부 정책은 어떤 방향일지... 그럼 그저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하다. 이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모두들 관심을 거두었으면 한다. 정부가 어떤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것인가에 신경 쓰지 말라는 얘기다. 이번 정부에서는 부동산 규제 위주의 정책만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완화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기 바란다.
이전의 어떤 정부와 비교해도 적어도 부동산 쪽으로 이번 정부만의 철학이 확실하다. 철학대로 정책을 만드는 경우 단기적인 시장은 보지 않는다. 결국 지금 시장의 가격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이번 정부는 아마도 그동안 생각해 왔던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펼쳐 놓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정책들에 대해 단기적인 의견을 이야기해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해 두고 싶다. 단기적으로 보면 시장이 모두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10년 동안 시세 상승만 놓고 보면 대체적으로 인플레이션 전후로 시세의 증감을 보였다.
다만 지역별로 상품별로 사이클이 조금 다르다. 2009년부터 상승했던 부산 시장은 2016년 조정장이 시작됐다. 경상남도 대부분의 지역이 같은 사이클을 보여주고 있다. 2015년 전국 대세 상승기 때도 움직이지 않던 대전 시장은 최근 들어 조금씩 상승 기운을 보이고 있다. 서울은 2014년 까지 조정장이었다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서울이라는 시장도 너무 많이 올랐다 싶으면 조정장이 시작될 것이다. 부산이 그랬고 울산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한다. 샀는데 내리면 어떡하느냐고, 안샀는데 다시 오르면 어떡하느냐고...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의 방향성과 시장의 움직임이 자꾸 엇박자가 나는 것 같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모두 다르다. 도대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이렇게 제안하고 싶다. 단기적인 시장을 보지 말고 장기적으로 생각해보자고 말이다. 단기적인 가격 상승과 하락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지금 매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아파트가 10년 후에도 수요가 있을지만 따져봐야 한다.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은 결국 주택 관련 고민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무주택자로서, 임차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주거 불안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다. 결국 내 집 마련을 하는 순간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의미다.
샀는데 부동산 시세가 빠지면 어떻게 할까 걱정이다. 빠질 것이 예상되면 매수하지 않으면 된다. 평생 임차로 살아도 된다. 안 샀는데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올라서 결국 또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다. 그러니 내 집 마련을 하라고 수없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입지 좋고, 상품 경쟁력 있고, 남들도 살 만한 가격이면 사도 된다.
부동산 정책 때문에 의사 결정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사람이 많다. 현재의 부동산 정책은 내 집 마련을 지금 하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집을 사지 못하게 하고 있는 동안 내 집 마련을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투자하는 사람들은 걱정이 없고 실수요 주택을 마련해야 하는 사람들이 걱정이 더 많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을 사람은 그냥 배우자의 의견에 따르면 된다.
만약 재테크를 하고 싶다면 차라리 예금을 하는 것이 좋다. 연금보험 나쁘지 않다. 손해는 절대 보지 않으니까 말이다. 무주택자가 거주용 집 한 채 사는 것도 투자다.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면 집을 살 이유가 없기 대문이다. 그저 전세나 월세 등의 임차 형태로 집을 선택하면 된다. 그러면 이런 부동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이 걱정하는 것은 집값이 빠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안 샀는데 집값이 더 오를까 봐 걱정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나는 안 사고 남은 샀는데 집값이 오르는 것처럼 속상한 일이 없다.
결국 내 집 마련도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투자이기 때문이다. 투자에 100% 확실한 것은 없다. 부동산을 매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집 한채를 매수할 때도 하락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다. 그런 리스크조차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아파트를 매수하면 안 된다. 아무리 소형 주택이라도 말이다.
정부는 공짜로 집을 마련해주지 않는다. 나의 보금자리는 나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활용의 대상이지, 경쟁의 대상, 의지의 대상이 아니다. 정책에 대한 확실한 인사이트를 가져야 한다.
p311
역대 정부들은 보수, 진보 의견을 모두 반영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 법인세를 낮추거나 종부세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보수 세력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모습이다. 그로 인해 부족해지는 세금을 보충하기 위해 다른 세율을 높이려고 한다. 공공주택을 끊임없이 공급하려고 하면서 민간임대주택도 활성화하려고 한다.
정치인들에게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과 각종 개발 계획이 필요한데, 그런 지원이 가능한 세력은 일반인이 아니다. 결국 대기업 등 특정 집단의 원조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정부가 친기업적인 정책을 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반면 기득권 세력에 반대하는 진보 집단이 많다. 이들은 서민층을 지지 기반으로 한다. 집을 가진 사람들보다 집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다. 그래서 이 계층에게 이익을 주고자 하는 정책을 많이 제안한다. 기초연금, 무상급식 등이 그런 예가 될 것이다.
진보의 한계는 부동산 정책에서 보수와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대 진보 정권도 결국 보수 정권과 같은 방법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실질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제안하기보다 보수 진영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진보 진영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을 하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 많다. 모든 신규 주택을 공공주택으로 제공한다든지, 저렴한 전세를 제공하기 위해 임대 보증금 인상을 억제한다든지 하는 식의 정책 말이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 정책들의 한계를 알 수 있다. 저렴한 전세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할까? 집주인의 사회복지 인식이 뛰어나 시세 차익을 볼 수 없는 집을 잔뜩 사서 저렴하게 전세로 공급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인가? 아니면 개인 재산권을 제한해 강제로 그렇게 하려는 것인가? 대부분 실현이 불가능한 제안이다.
매매든, 전세든, 월세든 당장 내 살 집을 구해야 하는 일반 국민에게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지 따져 봐야 한다. 양 진영의 대립은 부동산 문제를 더 어렵게 한다.
정부는 투표로 선출된 정치인들의 집단이다. 직접 투표로 선출되었던 선출된 사람이 임명했든 정치인들이다. 그들의 목적은 정권을 차지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그들은 투표로써 평가받아야 하므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선거철엔 정책이 남발된다. 대부분 실현되지 않지만,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투표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 뉴타운 정책이 그랬고, 공공임대주택, 행복주택 등의 공공주택 공약이 주요 공약을 차지했다. 선심성 정책은 추진이 잘 되지 않는다. 된다 하더라도 계획만큼 큰 규모로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부는 예산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부의 어쩔 수 없는 한계다. 국민이 바라는 것을 정부가 어떻게 해 줄 것이라 기대하지 마라. 정부는 만능이 아니다. 경제 생활은 우리 자신이 하는 것이다. 정부에 많은 제안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제안한 것이 이루어지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행위를 하는 것이 낫다.
정부에 요구하려면 구체적인 요구를 하자. 실현 가능한 내용을 요구하자. 그래야 정부도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허황된 주장만 하면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 추진 가능성이 높더라도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정책에 반영될 수 없다. 진보 정권이든 보수 정권이든 마찬가지다.
p316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경기 흐름에 선행하는 패턴을 보인다. 부동산 완화 정책이 지속되면 부동산 거래는 활성화되고, 부동산 규제 정책이 지속되면 부동산 거래는 축소된다. 정책이 처음 발표되고 추진되는 시기는 그 반대 문제가 발생했을 확률이 높다. 결국 정책을 통해 현재의 부동산 시장과 미래의 부동산 시장을 분석할 수 있다.
먼저 주택 소유자 또는 주택 구매 의향자의 정책 활용 포인트를 정리해 보자. 규제 정책이 나왔다면 부동산 시세는 상승하고 있을 것이다. 상승 추세를 추종해 부동산을 구매하면 '상투'를 잡을 확률이 높다. 주택을 구입할 바람직한 시기가 아니다. 반면 주택을 매도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완화 정책이 나왔다면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시장 주도권을 가질 확률이 높다. 따라서 실수요층이라면 급매로 구입하거나 매도자와 금액 할인의 협상을 주도할 여지가 크다. 적극적으로 구매하기에 좋은 기회다.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임차 계층의 경우, 부동산 급등 시기에 매매가는 상승하지만 전세가는 안정될 확률이 높다. 시세 하락기에는 역전세 현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집주인의 경제적 능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깡통주택' 수준의 대출이 많은 주택은 더 조심해야 한다.
임차 세대들은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를 노릴 필요가 있다. 택지개발 지구 내 주택이 한꺼번에 많이 공급될 경우, 초기 임대 시세가 낮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저렴한 가격에 새집에서 거주할 기회가 많다.
이렇듯 시장 판세, 특정 지역의 수요 · 공급에 관심을 가지면 여러모로 좋다. 임차 계층 중 주택 구매 의향이 있는 사람은 자기가 사는 지역의 주택 시세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시세 추이를 알면 가격이 싼지 비싼지 감이 생긴다. 그 감은 어떤 전문가의 판단보다 정확한 지침이 된다. 실거주 수요라면 어떤 시기라도 구매해도 좋다.
만약 투자자라면 위에서 설명한 규제 강화와 완화 시기를 구별해야 한다. 규제 판세가 장기간 지속되면 시세가 하락할 확률이 높다. 장기적인 완화 정책이 지속된다면 입지가 좋은 지역은 가격이 상승할 확률이 높다. 이렇듯 시장 예측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거나 매도를 하면 된다.
사실 투자자를 어떤 시기든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현재 투자 수익이 은행 금리보다 높고, 여러 공제금(세금, 부대 비용)을 제외하고도 예 · 적금보다 수익률이 높다면 언제든 구입해도 된다. 이는 실거주 세대와는 다른 투자자만의 방법이다. 그래서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지역과 금리에 관한 지식도 많이 쌓아야 한다.
부동산 정책을 활용하는 수준의 사람들은 여간해선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수준의 사람들이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지는 말자. 우리 부모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그 지역 부동산은 그 지역민들이 가장 잘 안다. 어떤 전문가도 그 지역 토박이만큼 알 수 없다. 특정 지역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그 이유는 현지 주민이 가장 잘 안다. 현지엣허 오래 산 우리 부모, 선배들이 정책을 잘 활용할 확률이 높다.
정책 방향대로 움직이는 사람들 중 이익을 본 사람과 손해를 본 사람,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정책은 부동산 경기에 선행한다'는 말에 정답이 담겨 있다.
박정희 정부 때 강남으로 진출한 사람들, 전두환 정부 때 목동 · 과천으로 진출한 사람들, 노태우 정부 때 분당으로 진출한 사람들, 김대중 정부 때 임대사업자가 된 사람들, 노무현 정부 때 지방에 투자했던 사람들,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주택을 매수했던 사람들, 박근혜 정부 때 신규 아파트에 투자했던 사람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정부 정책대로 실행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손해를 보지 않았다. 오히려 대부분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은 규제 쪽이다. 규제 정책이 지속되면 시세는 조정받는다. 과거 김영삼, 이명박 정부 때처럼 모든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수요가 업는 비인기 입지의 시세는 조정 폭이 클 것이다. 임대사업자 등록이 보편화될 것이다. 일반 매매 물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결국 실거주 매수든 임차 거주든 현실에 맞게 구입 여부, 임차 여부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모르는 건 미덕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은 알면 알수록 도움이 된다. 정보는 돈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부동산 관련 정보는 정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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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강력한 규제가 나온다 해도 원인 진단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처방이 잘못될 수밖에 없다. 더 올라갈 시세를 그나마 정책으로 저지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부분은 나의 지난 20년의 경험을 걸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아무리 조급해도, 가치 대비 너무 비싸다고 판단되면 매수하지 않는다. 시장과 소비자들을 너무 만만히 보면 안된다.
규제 정책이 투기 세력을 확실하게 억제하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2016년 11·3 대책 이후로 서울에 갭 투자 세력은 거의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이 전세 레버리지 투자를 할 만한 금액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제거 대상으로 지정했던 투기 세력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이었다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상대로 규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규제 정책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정말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인지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