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젼(Contagion, 감염)은 2011년에 나온 영화인데, 2020년 코로나19(Covid-19) 판데믹이 발생하면서 재차 주목을 받게 되었다. 영화의 내용을 보면 코로나19 진행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아서 많은 참고가 된다.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 직전에 약 1분간 페이션트제로(Patient Zero)인 베쓰(기네쓰 팰트로)가 어떤 경로로 감염이 되었는지가 나온다.
밀림의 나무들을 베고 있는 중장비가 나오고, 베어진 열대나무 위에 앉아 있던 박쥐가 날아오른다. 밀림에서 쫓겨나 사람이 운영하는 과수 농장 근처로 밀려나온 박쥐는 농장의 바나나 나무의 바나나를 따먹는다. 바나나를 입에 물고 주변의 돼지 농장으로 날라간 박쥐는 먹던 바나나의 일부를 돼지 사육장에 떨어뜨린다. 떨어진 바나나를 돼지 한마리가 주워먹는다. 그 돼지 농장에서 어떤 남자가 그 바나나를 주워먹은 돼지를 포함해서 몇 마리를 사간다.
그 남자는 호텔의 쉐프이다. 쉐프는 주방에서 요리를 위해 돼지를 손질하는데, 손에 소금을 묻혀 돼지의 입과 이빨 부분 을 닦아낸다. 바로 그 순간 쉐프에게 부하 요리사가 다가와 무슨 말을 전하고, 쉐프는 돼지를 손질하며 돼지의 피와 체액이 묻은 손을 앞치마에 슥슥 닦는다. 곧이어 쉐프는 식당 홀로 나가서 베쓰와 악수로 인사를 하고 서로 마주본 상태로 기념사진도 찍는다.
아마도 이 영화가 나온 2011년 당시에는 이런 엔딩의 설정이 꽤 작위적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판데믹으로 인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여러가지 전문가들의 견해들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면서 영화에서 보여진 감염경로는 상당히 개연성이 있다고 알려졌다.
우선 박쥐의 경우를 살펴보면, 원래 밀림 깊숙한 곳에 살던 박쥐는 주로 곤충이나 야생과일을 먹는다.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 박쥐가 많이 살던 지역, 국가의 밀림이 개발되면서 박쥐는 점점 인간세상과 가까와지게 된다. 영화에서처럼 인간세상과 가까운 농장등을 통해 가축과 접촉하게 된다.
(정승규, 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이야기에서 인용)
"박쥐에 있는 바이러스는 137종이나 된다. 그중 사람에게 감염되는 인수공통 바이러스는 61종이다. 사람과 대다수 동물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면역물질 인터페론을 생성해 대항하지만, 박쥐는 평소에도 인터페론을 만든다. 그래서 많은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감염되지 않는 특이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다. 밤에 최대 350km 이상 비행하며 거의 모든 에너지를 사용하는 박쥐는 체온이 40℃ 이상으로 다른 포유류에 비해 높다. 체온이 높으면 신진대사가 활발하고 면역력이 강해져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 박쥐는 바이러스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공존해 살아간다."
인용한 위에서처럼 박쥐는 상시 인터페론을 분비하고 있고, 체온이 40℃로 높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보균하는 상태에서도 병에 걸리지 않고 살아갈 수가 있다.
박쥐를 잇는 전염병의 고리는 닭이나 오리와 같은 가금류와 돼지가 대표적인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은 조류독감 등으로 집단폐사하기 때문에 인간까지의 전염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돼지는 금방 죽지 않고 오래 살아남는데, 돼지는 인간과도 접촉하기 때문에 인간의 바이러스도 전염된다.
(정승규, 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이야기에서 인용)
돼지는 상부 호흡기에 조류에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수용체와 사람에게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수용체 모두를 가지고 있다. 즉 조류 인플루엔자도 걸리고 사람 인플루엔자도 걸려 바이러스가 동시에 섞이면 새로운 변종이 만들어질 수 있다. 조류,돼지,사람 바이러스 유전자가 돼지 몸속에서 섞여서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드는데, 이런 과정을 유전자 재편성이라고 한다.
유전자 재편성이 된 바이러스는 박쥐나 조류의 바이러스가 가진 유전자와 인간의 바이러스가 가진 유전자가 조합되기 때문에 인간에게 전염이 가능하다. 유전자 재편성 된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독성과 전염성을 가지게 되면 인간에게 위협적인 바이러스들이 탄생하게 된다. 이렇게 탄생된 바이러스들이 AIDS를 일으키는 HIV, 에볼라, 메르스, 사스, 신종플루, 그리고 지금의 Covid-19 같은 바이러스들이다.
그 경로를 간략히 살펴본데서 알 수 있듯이 현대에 와서 갑자기 나타나 인류를 괴롭히는 바이러스들은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자연에 대한 인류의 개입이 가장 큰 원인임을 알 수 있다.
현상들을 거슬러 올라가 원인들을 보면, 판데믹은 인간이 현대문명을 만들면서 이룩한 모든 업적들의 어두운 면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분별한 개발 뒤에 감춰진, 인간의 교만, 탐욕, 무지들이 자연의 섭리와 함께 인간에게 그대로 되돌아와, 우리가 만든 죄악들에 우리가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우리의 이성을 발전시키고, 과학 기술의 진보를 이루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다 해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무분별한 개발을 지속하는 한 우리의 죄는 사라지지 않고, 그에 따른 벌도 계속될 것이다.
이미 늦은 듯도 하지만, 인류가 이런 거대한 위협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당위에 대한 절실한 자각은 필수불가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