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과 핵무기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핵물리학에 대한 설명이 전반부, 후반부는 핵발전과 핵무기의 기술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다. 내용은 고등학교 수준 정도의 물리,화학적 기본지식만 가지고 있으면(아마도 그것도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이해할만한 내용이다.
그렇다고 내용이 가볍지만도 않다. 저자가 J-PARC(Japan Proton Accelerator Research Complex, 일본 양성자 가속기 연구 복합센터)라는 고에너지 가속기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내용을 쉽게 설명할 뿐이지 내용 자체는 일반인이 쉽게 알지 못할만한 내용이다.
원자력이라는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입문서로서 추천할만한 내용이다.
저자가 2019년에 핵병기(核兵器)라는 제목의 책을 내놨는데(아직 국내 미발매) 상당한 수준의 심화된 도서일 듯 해서 관심이 간다. 이것도 번역되서 나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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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7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났을 때 "아이오딘(요오드)를 마시시오!"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을 기억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아이오딘-131은 이 반응처럼 우라늄-235의 핵분열 반응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까닭에 일정 기간 이상 가동된 원자로 안에 많이 있습니다.
235U + n → (236U) → 103Y + 131I + 2n
그리고 이 아이오딘-131은 베타선이라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동위 원소(방사성 동위 원소)인데, 베타선은 알파선과 마찬가지로 내부 피폭의 영향이 큰 방사선입니다. 게다가 아이오딘은 화학적인 성질상 갑상선을 공격하기 때문에 위험하지요. 그런데 한편으로 천연에 존재하는 아이오딘의 대부분은 아이오딘-127이라는 방사선을 방출하지 않는 동위원소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미리 섭취해 갑상선에 충분히 축적되도록 만들면 방사성인 아이오딘-131을 흡입하더라도 갑상선에 쌓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아이오딘은 자원이 적은 나라로 알려진 일본의 귀중한 천연 자원입니다. 지하자원으로서는 세계 가채매장량(현재 확립된 기술을 사용해서 채산성을 확보하며 생산할 수 있는 양)의 3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매장량이지요. 산출량도 세계 2위로, 그중 80퍼센트가 지바 현에서 채굴되고 있습니다. 미나미간토南關東 가스전田이라는 일본 최대의 가스전에서 채굴되고 있지요. 미나미간토 가스전은 지바 현과 도쿄에 걸쳐 있는 가스전으로 일본 국내 천연가스 매장량의 무려 90퍼센트를 차지하는 곳입니다만, 이 천연가스를 본격적으로 채굴하면 도쿄의 지반이 침하되어 도쿄가 괴멸되기 때문에 채굴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p93
중성자의 속도가 느리면 원자핵이 쉽게 붙잡을 수 있지만 중성자의 속도가 빠르면 원자핵이 붙잡지 못해서 그냥 지나쳐 버리는 일이 많아지지요. 중성자를 잡지 못하면 핵분열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표5는 중성자의 대표적인 속도에 대한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기 쉬운 정도의 차이를 비교한 것입니다.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기 쉬운 정도는 '핵분열 단면적'이라고 부르는 값으로 표현됩니다. 이것은 중성자를 붙잡기 쉬운 정도뿐만 아니라 중성자를 붙잡았을 경우에 핵분열이 일어날 확률을 함께 나타내지요. 이 표를 보면 원자핵에 부딪히는 중성자의 속도에 따라 핵분열이 일어나는 비율이 상당히 달라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단순이 이 점만을 생각해서 핵분열 반응을 효율적으로 실시하려 한다면 중성자의 속도가 느린 편이 좋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표5. 핵분열 단면적
중성자의 속도 | 핵분열 단면적 |
[m/sec] | [x10^-28 m2] |
2,200 | 585 |
20,000,000 | 1.2 |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면 질량 결손으로 방대한 에너지가 생기며 이것이 반응 후 물질의 운동 에너지가 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중성자는 그 방대한 에너지를 받아 빠른 속도를 내지요. 그런데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할 때는 핵분열 반응으로 생겨난 이 중성자를 가지고 다시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는 식의 연쇄 반응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래서 연쇄 반응을 효율적으로 일으키기 위해서는 생겨난 중성자를 감속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