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어린 딸을 데리고 개인택시 운전을 하면서 살아가는 택시운전사 김만섭.
날씨 화창한 5월의 봄날 서울시내를 달리는 택시의 라디오에서는 흥겨웁게 80년 최고의 히트곡
조용필의 단발머리가 흘러나온다.
(조용필은 1972년 돌아와요 부산항의 히트로 중년층 이상에게 당시에 어느 정도 이름은 알려졌지만
그링 유명한 상태는 아니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1976년 대마관리법이 생기면서 가수들에게
유행하다시피 했던 대마초 흡연이 소급적용되면서 구속되어 지금으로 봐선 억울한 시기를 보냈으나
그 시기에 노래에 정진(?)을 했다는 설이 있다. 하여간 1979년 홀연히 창밖의 여자라는 희대의
명곡으로 컴백하여 2번째 노래 단발머리로 이후 거의 10년간 대한민국 가요 = 조용필이라는
유일무이한 시대를 열었다.)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오프닝곡으로 쓴 감독의 의도는 사실 알길이 없지만, 전두환이 10.26의 혼란을
틈타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그러한 정국의 타개책으로 사용한 3S-Sex, Sport, Screen-정책으로
인해 한국의 연예(엔터테인먼트)산업이 활황기를 맞이하게 된 측면이 있고, 조용필은 그러한 정책 기조에서
본의는 아니겠지만 최대의 수혜자의 한 사람이 된 측면이 있다.
이 영화는 1980년 5월18일에서 27일의 열흘간 광주에서 벌어진 민주항쟁을 배경으로 한다.
조용필의 단발머리가 80년대 전두환 정권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것을 상징한다면, 80년 5월의 광주는
가장 처참한 피해를 받은 지역을 상징한다.
1980년의 5월의 광주는 수 많은 광주 시민들의 피로 물들었으며, 그 피는 아직까지도 광주인들의 가슴에서
씻기지 않은 채로 흘러내리고 있고 그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되어 타오르고 있다.
당시 광주로 내려가 계엄군에 의해 시민에게 행해진 잔인무도한 폭력을 촬영하여 전세계에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를 태우고 광주로 간 택시운전사(김사복으로 알려진)의 눈을 통해 바라본
광주는 4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더욱더 눈물겨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유시민씨가 어느 프로에선가 이야기 한것처럼, 자신은 광주사람들에게 광주항쟁에 대한
빚을 마음 한켠에 가지고 그것에 대해 갚는다는 기분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했다.
그 당시를 살아가면서 광주에 대해 어렴풋이는 알았지만 젊은 나이여서 그 심각성을 실감하지 못했었다.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대학가요제에 나가고 싶었던 구재식이 바로 나일수도 내 친구일수도 있다는
실감을 갖고 살아간다.
영화를 보면서 흐르는 눈물은 그러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하고싶은 내 이기심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부분, 계엄군이 시민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장면은 내가 대학시절 봤던 광주항쟁 필름
(이 기록이 주로 이 영화의 모티브인 위르겐 힌츠페터가 촬영해서 독일방송을 통해 세계에 방영되었던 영상이다.)
에 비해서는 많이 순화된(당연하다, 아무리 영화지만 15세 관람가 영화에 내장이 쏟아지고, 얼굴이 난자되고,
임산부의 배를 대검으로 쑤신 영상을 보여줄 순 없을 것이다) 그 장면들을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참을 길이 없었다.
또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시 명령에 의해서 총을 쏜 그 계엄군들(아마 지금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중반이 될
나이들일 것이다.)은 영화관에서 이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으면 좋겠다라고. 그래서 죽을때까지 그때의
일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서 괴롭게 살다 죽었으면 좋겠다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괜히 당시의 죄책감에
양심선언 같은 알량한 짓일랑 하지 말고 혼자 가슴에 고이고이 품고 그대로 죽어서 지옥불에 빠졌으면 좋겠다.
평점 1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