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이 연결된 현대인들에겐 무한의 자유가 주어진 것 같지만, 도리어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 자유의 과잉으로 인해 개인의 소외는 알게 모르게 깊어져간다.

이러한 역설속에서 자신의 핵심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이 책의 가르침은 놀랍도록 명징하다.

몇가지의 사실적인 에피소드와 그 에피소드속에서 찾아야만 하는 핵심주제를 살짝 비틀어서 최대한 명확하게 보여주려는 저자의 글솜씨 역시 이 책의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이다.

자신을 잃어가고 항상 바쁘게 무엇에 쫓겨간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잠시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짧지만 지속되는 여유를 줄 수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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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찾아 또다시 떠나고 싶어지면 나는 다른 어디도 아닌 뒷마당을 돌아볼 거에요. 그곳에 없다면 애초에 잃어버린 적도 없을 테니까요.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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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너드 코언이 훗날 내게 힘주어 말했던 것처럼, 아무데도 가지 않는 행위는 세상에 등을 돌리고 집안에 틀어박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때로는 한 걸음 물러나서 세상을 좀더 명료하게 바라보고 더 깊이 사랑하려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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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도 더 전에 에픽테토스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말했다시피, 우리는 만드는 것은 우리의 경험이 아니라 그 경험에 반응하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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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익스피어는「햄릿」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 항상 좋거나 항상 나쁘기만 한 것은 없다네. 다 생각하기 나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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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면, 우리가 어디에 갔는지 보지 말고 세상을 보는 우리의 시각을 살펴보라.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그 경험이 의미를 획득하고 내 자아에 깊이 뿌리를 내리는 과정은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 일어난다. 집에 가만히 앉아, 내가 본 것들을 오래 지속되는 통찰력에 차곡차곡 담을 때 비로소 그 경험은 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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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신으 일지에 이렇게 썼다. "당신이 어디를 여행했는지, 얼마나 멀리 여행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실 멀리 갈수록 대개 더 나쁘다. 그보다는 당신이 얼마나 살아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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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靜)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 동(動)이야말로 가장 풍성한 감각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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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경험은, 가본 적은 없지만 존재한다고 알고 있던 곳에서 누군가 나를 소리쳐 보르는 것과 다소 비슷했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수도사들이 불쑥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진짜 삶의 느낌을, 다시 말해 쉽 없이 변하는 생각 뒤에서 변하지 않고 오롯이 버티는 것을 찾아내려면 발전하지 말고 기억을 더듬으라고. 정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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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언은 가장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한 가장 위대한 여행은 내면으로 떠나는 여행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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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바탕으로 쓴 『승려와 철학자』는 프랑스에서 50만 부가량 팔렸다. 아버지로터 물려받았음이 분명한 유려한 글솜씨와 데카르트적 명료함을 살려 불교의 '정신과학'을 전달한 데 힘입은 결과였다. 가령, 이 세상에 태어나 행복을 손에 넣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불구덩이에 뛰어들면서 화상을 입지 않으려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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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는 내부에서
 그 크기를 이끌어낸다
 중심의 분위기에 따라
 이것은 공작이거나 난쟁이.

 - 에밀리 디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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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미국 기업 중 3분의 1이 '스트레스 경감 프로그램'을 시행중이다. 그런 회사는 날마다 늘어나고 있다. 직원들이 정신의 혈관이 뻥 뚫리는 느낌이 얼마나 신나고 행복한지 깨달았다는 점이 이러한 증가의 원인이다. 대형 의료 서비스 기업인 애트나에서 이 프로그램에 가입한 직원들 가운데 30퍼센트가 넘는 사람들이, 일주일에 고작 한 시간 요가를 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수치가 3분의 1가량 떨어지는 효과를 체험했다. 컴퓨터 반도체 칩 제조사인 인텔은 '조용한 시간(Quiet Period)'이라는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회사는 엔지니어와 중간 관리자 300명을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마다 네 시간 동안 이메일 계정을 로그 아웃하고 휴대폰 전원을 끈 뒤, 사무실 문에 '방해하지 마시오' 팻말을 걸어두게 했다. 언플러그 상태가 되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취지였다. 직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이에 사측은 맑고 명료한 정신으로 사고하는 분위기를 장려하기 위해 정식으로 8주짜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제너럴밀스에서는 이와 비슷한 7주짜리 프로그램을 수행한 후 임원의 80퍼센트가 의사결정 능력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보고했다. 아울러 89퍼센트는 상대의 말을 더 잘 경청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로 미국 기업들은 연간 300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었다. '스트레스가 21세기의 유행병이 될 것'이라는 세계 보건기구의 발표가 널리 인용되는 세상에서, 이런 프로그램은 무엇보다 스트레스의 예방약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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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에 울림과 형태를 부여하는 요소는 다름 아닌 쉼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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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레스는 전염된다. 이것은 엄연한 연구 결과다.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과중한 부담을 떠안은 엄마가 남편이나 친정어머니나 친구에게 하루에 30분이라도 아이를 맡길 수 있다면, 그녀는 분명 그 30분 후 아이들을 돌보거나 일을 할 때 더 즐겁게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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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크스의 말처럼 이동과 연결과 공간의 시대가 되었지만, 정작 우리의 일상은 시간에 잡아먹혀버렸다. 물론 마르크스가 이 말을 한 맥락은 지금과 전혀 달랐지만 말이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어느 곳에나 연결될 수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지리적인 제한이 사라지자마자 시간이 점점 더 우리에게 횡포를 부리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이 어울릴수록 나 자신과 소통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 듯하다. 일본의 뒷골목에서 살기 위해 뉴욕을 떠날 때만 해도 나는 가진 돈은 물론 즐거움과 친목생활, 여러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 거라 각오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더욱 풍요로워졌다. 바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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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를 풍미한 위대한 유대 신학자였던 에이브러햄 죠수아 헤셸이 정의한 것처럼, 안식일은 "공간이 아닌, 시간에 세운 대성당"이다. 우리가 주중에서 비운 하루는 빛으로 가득찬 노트르담대성당의 통로처럼 아무 계획도 목적도 없이 서성거릴 수 있는 거대한 빈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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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를 보내는 시간의 양에는 관심을 기울였지만 시간의 질에는 소홀했다. 나는 비행기로 이동하는 시간을 일과 관련한 독서를 하거나, 극장에 걸려 있을 때는 그다지 끌리지 않았던 영화를 보거나, 일할 때처럼 미친듯이 나 자신을 준비하고 계획을 세울 기회로 삼았다. 리카르가 비행을 보내는 작은 안식일로 여길 수 있다고 했을 때, 나는 그런 일은 30년 동안 히말라야 산중에서 수행을 한 승려나 할 수 있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으리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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