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최근의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 때문이다.
도깨비의 마지막회의 엔딩부에서 공유가 무덤가에서 읽고 있던 책은 바로 이 작가의 최신작인 한스푼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구병모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를 유명하게 만든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성장소설이지만 우울한 이야기로 일관한다. 이 책을 읽는데는 삼일 정도, 그리고 시간으로는 3~4시간 남짓이 걸렸기때문에 미처 인식하진 못했지만 주인공인 남자 아이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유일하게 나오는 이름은 아마 주인공의 계모가 데리고 온 몇 살 아래의 여동생인 무희라는 이름뿐이다. 어두운 이야기라 익명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그랬는지 하여간 이름 없이 소설을 만든다는 것도 그리 쉽진 않았을텐데 끝까지 보면서도 별로 의식하지 못했으니 그것이 의도적이었다면 소설가의 의도는 성공했다고 해야 할까?
사업을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가진 주인공, 어머니는 바깥일에만 몰두하고 이해심이 전혀 없는 남편과의 불화(아마도 바람기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로 우울증에 걸린다. 주인공의 엄마는 주인공이 6살때 아이를 집에서 10정거장 떨어져 있는 청량리역에서 땅콩버터가 들어간 대보름빵 하나를 주머니에 넣어주곤 아이를 버려두고 간다. 아이가 아빠,엄마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틀이 지나서 경찰이 아이를 집에 데려다 주었으나 자신을 버린 엄마 역시 자살기도(? 소설엔 정확히 나오진 않고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기억만 나오는데 아마도 그렇게 예측된다.)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이다. 엄마는 퇴원 이후에도 아버지와 계속 싸우고 결국은 아버지의 허리띠로 자살하고 그 모습을 어린 주인공은 목격한다.
그 후에 친할머니의 중매로 배선생이라는 여자와 아버지는 재혼하게 되고, 배선생은 자기 딸인 무희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온다. 처음엔 남자 주인공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배선생은 아이가 계속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않자(이 부분이 좀 미묘한데, 아이가 마음을 열지 않았다기보다 배선생이라는 계모의 마음이 진심이 아니었기때문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아이를 구박하고 결국 남자 주인공은 후천적으로 말을 하지 않게 되고 집과 학교에서 왕따처럼 살아간다.
이후 집 근처에 있던 빵집을 자주 이용했던 주인공은 어떤 계기로 집을 나와서 그 빵집에서 몇 일을 기거하면서 그 빵집의 주인이 진짜 마법사(위자드)임을 알게 되며 그 이후로 몇 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이 소설의 결말은 2가지로 나뉘어진다. 그것은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빨간약을 먹을지 파란약을 먹을지의 선택과 비슷하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빨간약을 먹으면 지금 이 순간의 일은 모두 잊고 여태처럼 매트릭스에서 깨어나서 평소와 같은 평범한 생활을 하게 되는 것과, 파란약을 먹으면 진실을 알게 될테지만 그 진실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의 진실일뿐 그것이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라고는 보장할 수 없다고 한다.
작가도 마법으로 주인공이 겪었던 모든 괴로운 일들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버린 인생과, 현실을 그대로 이어나가는 2개의 인생의 길을 보여주면서 그 결론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짧은 내용이지만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마법이라는 비현실적인 양념을 통해 맛갈스럽게 표현해내어 독자의 이해와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좋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