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의 2번째 작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시기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이어진다.

아마도 무라카미 자신의 2가지의 반대적인 성향을 의미하는 주인공과 적은

이 소설에선 거의 접점 없이 각자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내용은 중편에 가깝다. 어렵진 않지만 그 내용의 구체성이 아직까진 내 마음속에 정리가 되지 않는다.


한 번 쯤 더 읽어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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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


눈을 떴을 때 양 옆에 쌍둥이 자매가 누워 있었다.

=> 태엽감는 새에 쌍둥이 자매가 나온다. 그 자매의 원형일까?


아다치식의 동문서답의 형태. 일본 문학의 특징?


쌍둥이는 타인이 믿거나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존재의 진실. 자신은 

솔직히 이야기하고 있지만 선입견, 사회적 편견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믿지 않는 뻔한 사실들.

마치 어머니도 한때는 방황하는 여자요 인간이라는 사실이 낯선 것처럼


p54.

그리고 여름 햇살이~빨려 들어갔다.

->

쥐의 특징. 여름이라는 청춘의 시기를 지나니 사라지는 신비한 광채. 나이 먹기를 거부하는 젊음의 패기가 사라진

아집과 욕망만이 남은 추한 모습. 혹은 젊음의 빛이 사라지고 그 빛을 다른 무언가로 채우지 못한 폐허의 스산함.


p58. 

전화국에서 배전반을 교체하러 온 사람


=> 주인공과 쌍둥이를 발견.

이해 관계와 선입견이 없는 완전히 낯선 타인이 나의 진실에 더 가깝게 접근이 가능.


p72. 

소년 시절 쥐는 ~ 아무 데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

성장기, 미래가 불안한 시기. 가장 위안이 되는 광경을 보기 위해 찾아간 등대. 다시 현실 세상으로 돌아올 때의 슬픔, 막막함, 두려움.


배전반의 장례식.

=> 세상의 알맹이가 업어진 형식만 남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조종을 울리다? 










원제인 風の歌を聴け를 그대로 직역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작품이다.


이 책의 서문에도 밝히고 있고, 여기저기 무라카미 하루키에 관련된 에피소드에서 단골로 등장하듯이 그가 29살때 메이지 진구구장에서 맥주를 마시며, 프로야구 경기를 보고 있을 때 문득 나를 위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라, 그때부터 당시 경영하던 카페가 문을 닫은 후 새벽시간에 카페에 앉아서 소설을 썼고, 그것을 군조에 응모하여 신인상을 받았던 바로 그 소설이다.


첫 작품인 만큼 그 후에 그가 선보인 여러가지 작품에 비해서 구성, 내용등에 있어서 빈약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장속에서 드문드문 그만의 언어들이 드러나 보이는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29살의 작가가 21살의 자기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그린 작품이라고 해석된다.


주인공은 21살의 나(책의 딱 한 부분에서 주인공의 이름이 나온다. 제로라고). 그리고 그의 친구 쥐.

나는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며 생물학을 전공하고 있고, 그의 친구는 대학을 다니다 자퇴를 한 상태다.


이 소설의 배경은 이 둘의 고향인 바닷가 마을로 나오는데, 무라카미의 고향은  芦屋市(아시야시)라고 고베와 오사카의 중간쯤에 위치한 바닷가 마을이다.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한 여름 조용한 바닷가 마을의 고즈넉함과 열기, 간혹 내리는 소나기같은 것들이 어우러진 싱그러움을 품고 있지만, 젊은 청춘의 주인공들의 대사는 젊음의 현실에 대한 알수 없는 짜증과 번뇌를 드러내고 있다.


주인공이 나와 친구 쥐는 사실상 무라카미 하루키 자신의 2가지 양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현실이 어느정도 짜증나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지만 그런데로 그 토대위에서 자신의 힘으로 서려고 하는 젊음을 의미하고,

쥐는 그런 현실에서 완전히 도피해서 이상향을 찾고자 하는 나약한 이상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추정은 책의 내용으로부터 추측되는 것으로, 대표적으로 쥐가 쓰는 소설은 섹스가 등장하지 않고 사람이 죽지 않는 2가지 큰 특징을 계속 유지한다는 묘사가 있는데, 이것은 바꿔 말하면 현실처럼 시간이 흐르는 것을 거부하고, 인간의 원초적 욕망으로서의 섹스를 거부하는 이상주의 혹은 부적응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쥐의 아버지에 대한 묘사에서는 전후 일본을 부흥시킨 기성세대에 대해 경제적 부흥을 일으켰을진 모르나, 그 경제적 부흥의 이면에 숨어있는 부도덕성과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같은 것들에 대한 멸시에 대한 것을 통해 기성세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사실 이건 젊은 시절의 하나의 특질이기도 하다)


그의 첫소설이니만큼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고심이랄까, 젊은 시절의 고민같은 부분이 많이 묻어난다.


1. 

그러나 정직하게 얘기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정직해지려고 하면 할수록 정확한 언어는 어둠 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버린다.

=> 언어의 한계라고 할까, 아니면 사유의 한계라고 할까. 이러한 느낌은 글을 쓰면 쓸수록 더욱더 답답해지는 그런 주제중 하나이다. 무언가 내게 확실하다고 생각되었던 것들, 계시와 같이 명징한 사항들을 글로 표현하려고 하면 도리어 그 광채와 확실성을 잃고 언어의 모호성에 사로잡히고 마는 그러한 경험들..



잘만 되면 먼 훗날에, 몇 년이나 몇십 년 뒤에 구원받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말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코끼리는 평원으로 돌아가고, 나는 더 아름다운 말로 세계를 이야기하기 시작할 것이다.

=> 그가 단편집 회전목마위에서 데드히트에서 이야기했듯이, 초기에 이런 나이브한 생각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부정적인 견해로 바뀐 듯 하다.


만약 당신이 진정한 예술이나 문학을 원한다면 그리스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면 된다. 참다운 예술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노예 제도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노예가 밭을 갈고 식사를 준비하고 배를 젓는 동안, 시민은 지중해의 태양 아래서 시작(詩作)에 전념하고 수학과 씨름했다.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모두가 잠든 새벽 세 시에 부엌의 냉장고를 뒤지는 사람은 이 정도의 글밖에는 쓸 수 없다. 

 그게 바로 나다.

=> 약간은 비틀은 듯한데, 그리스의 문학, 이상적인 내용 그리고 사회적인 계몽을 위해서 쓴 그런 내용따위엔 관심없다. 나는 찌질한 나의 현실의 기반위에서 찌질하더라도 나의 글을 쓸거다라는 그런 느낌이다.


7. 

"옛날 옛날에 아주 마음씨 착한 산양이 살고 있었단다."

 멋진 첫마디였다. 나는 눈을 감고 마음씨가 착한 산양을 상상해 보았다.

 "산양은 항상 무거운 금시계를 목에 걸고 헉헉거리며 돌아다녔지. 그런데 그 시계는 너무 무거운 데다가 고장이 나서 움직이지도 않았어. 그래서 친구인 토끼는 이렇게 물었지. '이봐, 산양. 왜 자네는 자기도 않는 시계를 늘 목에 매달고 다니는 건가? 무겁기만 하고 아무 쓸모도 없는 걸 말이야." 산양은 '그야 물론 무겁지. 하지만 익숙해졌거든. 시계가 무거운 것에도, 움직이지 않는 것에도 말이야' 하고 대답했지"

=> 산양이란 존재는 시지푸스를 생각나게 한다. 올려도 올려도 다시 내려오는 돌을 영원히 다시 굴러올리는 영원한 허무의 챗바퀴를 도는.


"네가 산양이고 내가 토끼, 그리고 시계는 네 마음이란다."

=> 주인공은 시지푸스, 의사는 약삭빠른 세상, 시계는 허무함으로 가득찬 마음.


30.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나는 마음속의 생각을 절반만 입 밖으로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유는 잊어버렸지만 나는 몇 년 동안 그 결심을 실행했다. 이유는 잊어버렸지만 나는 몇 년 동안 그 결심을 실행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는 나 자신이 생각한 것을 절반밖에 얘기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버린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이 쿨한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1년 내내 서리제거제를 넣어주어야 하는 구식 냉장고를 쿨하다고 부슬 수 있다면, 나 또한 그렇다.

=>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자기의 의지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환경의 제약을 받는 나약한 인간.


31.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지. 매미나 개구리, 거미, 그리고 여름 풀이나 바람을 위해서 뭔가를 쓸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고 말이야.

=> 세상에 있는 가장 구체적인 것, 그러나 우리의 눈에 잘 띄지 않는 하찮은 것.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 우리가 잃어버린 파라다이스에 대해 쓰고 싶다는 욕망을 표현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감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라구. 조건은 모두 같아. 고장난 비행기에 함께 탄 것처럼 말이야. 물론 운이 좋은 녀석도 있고 나쁜 녀석도 있겠지. 터프한 녀석이 있는가 하면 나약한 녀석도 있을 테고, 부자고 있고 가난뱅이도 있을 거야. 하지만 남들보다 월등히 강한 녀석은 아무 데도 없다구. 모두 같은 거야.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자는 언젠가는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겁을 집어먹고 있고, 아무것도 갖지 못한 자는 영원히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게 아닐까 걱정하고 있지. 모두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빨리 그걸 깨달은 사람은 아주 조금이라도 강해지려고 노력해야 해. 시늉만이라도 좋아. 안 그래? 강한 인간 따윈 어디에도 없다고. 강한 척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 뿐이야.

=> 어차피 다 죽는 인간. 그 냉혹한 진리위에서 그래도 발버둥이라도 치고 가야지. 안그래? 인터스텔라에서 나왔던 딜런 토마스의 시와 일맥상통한다.




34.

그러나 만일 우기가 1년 내내 쉴 새 없이 지껄여대면서 그것도 진실만 말한다며, 진실의 가치는 없어져 버릴지도 모른다.

=> 이 문장을 보고 든 생각은, 진실이 그 자체로 가치나 의미가 없거나 적을때 우리는 그것을 감추거나 부풀리기 위해 거짓으로 진실을 포장하기도 한다라는 것이다.


진실의 과잉. 세상에 가치가 있는 것은 그것이 진정 소중한 것이거나 희귀해서이다. 결국 가치가 있다는 의미는 희귀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35.

"사람은 왜 죽는걸까?"


"진화하기 때문이지. 개체는 진화의 에너지를 견뎌낼 수 없어서 세대교체를 하거든. 물론, 이건 하나의 가설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야."

=>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지 않았다면 신도 인류도 없었을 것이다. 아직도 이 지구에는 아담과 이브만이 아무런 수치심도 욕망도 그리고 의지도 없이 순수함만을 간직한 채 충실감만이 가득한 아름다운 세상에서 영원을 향유하며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말 그대로 그것은 영원한 순수의 시대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 문장은 젊음의 치기이긴 하나 그것이 항상 빛나는 이유를 드러내 준다고 보인다.


40.

그의 묘비에는 유언에 따라 다음과 같은 니체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한낮의 빛이 밤의 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과연 무라카미 답다고 해야 할까? 거장의 첫 작품으로서 모자람이 없다는 느낌이다.

총 2권으로 이루어져있으며, 1권 현현하는 이데아, 2권 전이하는 메타포 모두

굉장히 직접적인 부제를 갖고 있다.


전작인 해변의 카프카, 태엽감는새, 1Q84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면서도 차별화되는 부분은

주인공이 하나이며, 1인칭 시점으로 소설이 진행되는 점이다. 

그의 대부분의 전작이 2인(때로는 3인)의 복수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개별적으로 병렬 진행하다가,

그 스토리가 어떤 순간에 이어지는 구성을 사용하기 때문에 보통 소설을 1번만 읽어서는 그 구조와 스토리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소설은 화자인 주인공 한 명이 스토리를 이끌고 가므로 그러한 병렬구조상에서 이야기가 이어지기 전까지는

그 흐름을 놓치기 쉬운 세부적 스토리때문에 재독이 필요한 부분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그래도 이 소설도 

2번 정도 봐야 명확해지는 부분이 역시 있다.)


또한 그의 특징인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세부묘사가 더욱 명징해진 탓에(또한 소설의 이야기가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진행되는 부분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전작에 비해 쉬우며

그리 꼬인부분이 없어서 쉽게쉽게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이데아로 표현되는 기사단장, 그리고 이어서 2권에 이어지는 긴얼굴이라 불리우는 메타포는 

무라카미 소설의 특징인 환상적인 상징을 표현하는 하나의 양식인데 그 치환되는 의미는 매우 다중적이긴 하지만

이번 소설에서는 몇 가지의 카테고리로 압축된다.


인상적인 부분은 1Q84에서 아오마메(실질적인 주인공)가 아기를 임신한 상태로 허구의 세계를 덴고와 탈출하는데,

이번편에서는 축복의 의미로 주인공의 아내인 유즈가 무로라는 아이를 출산하는 결말이다.


이 소설은 국내 발매전에 일본 현지에서 소설속에 묘사했던 난징 대학살과 관련된 이야기때문에 이슈가 되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그리 이슈될 게 없다고 보이는 면도 있지만, 군국주의 시대 일본이 타국민들뿐 아니라 군국주의에

동조하지 않는 자국민들까지도 얼마나 차별하고 괴롭혔나하는 야만의 모습이 생생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일본의 과거

치부를 드러낸 면이 물론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대동아전쟁(2차 대전)이후, 그 내부적으로 몰락을 자초하는 리스크가 존재해 왔다. 그 리스크는 다름 아닌

과거에 대한 부정과 역사에 대한 왜곡이다. 

과거를 잊은 민족(개인)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인간은 실수를 통해서 발전한다. 실수와 잘못에 대한 반성을 통해서

인간은 성숙해지고, 발전하며 개인이 아닌 사회와 국가 세계의 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나가게 된다.

일본은 그러한 사회적, 국가적 성숙이 없이 2차 대전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패전시킨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과 주변국들의

상황(6.25 전쟁,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미국간의 냉전)의 틈바구니속에서 수 십년간 경제부흥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며 그로 인해

한때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무역대국으로 오르기도 했다.(지금도 일본은 세계 3,4위의 무역대국이다.)

하지만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왜곡과 부정 그리고 세계 속에서 그만한 경제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는 세계 사회에서의

기여도를 보여주지 못해서 경제적 동물(economic animal)이라는 멸시적 용어까지 들어야만 했다.

(이 소설에 대한 감상에서 더 이상 이 곁다리로 나가기는 어려우니 그만하고)


또한, 이 소설의 말미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려는 작가의 따스함이 말미에 어느 정도 드러난다.

(전작인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에서 고베 대지진에 대한 작가의 위로가 포함되어 있는 것과 비슷한 뉘앙스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기대했던 작품이었던 탓인지, 전작과의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미 그도 세계적인 거장으로서 나이가 든 탓이리라. 그래도 작품속에 녹아든 노작가의 따스함은 더욱 상냥해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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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요약)

주인공인 나(주인공의 이름은 소설 전체를 통해서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는 미대 출신으로 초상화를 그리며 살아간다. 

조그마한 사무실을 다니는 아내인 유즈와는 6년전에 결혼을 해서 도쿄 시내의 맨션에서 살고 있다.

초상화를 그리는 것은 직업이지만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갉아먹으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언젠가는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봄비가 내리던 3월말의 일요일 아침, 아내인 유즈는 그에게 더 이상 당신과 살 수 없다는 말을 한다.

나는 잠시 유즈와 대화를 나눈 후 그대로 차에 몇 가지 짐을 싣고 집을 나온다. 그후 도쿄 시내를 하루 종일 방황하다가,

그대로 일본 동북부와 훗카이도 지역을 2달여에 걸쳐 방랑을 하는 생활을 한다.

방랑을 마치고 도쿄로 돌아와 미대 동기인 아마다 마사히코를 만나서 지금의 사정을 이야기한다.(마사히코는 아내인 유즈와도 아는 사이이다)

마사히코의 아버지인 아마다 도모히코는 유명한 일본의 화가로서 오다와라의 산속의 저택에 거주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는 부인을 여의고 혼자 살고 있으며, 치매 증상이 나타나 이즈의 고급요양원에 입소한 상태이다.

그래서 비게 된 오다와라의 주택에 살지 않겠느냐는 마사히코의 제안에 나는 오다와라의 도모히코 저택에서 지내게 된다.

도모히코의 저택은 산속에 위치해 있어서 차가 없으면 접근하기가 어려우며, 도모히코의 저택이 있는 산등성이와 건너편에는

고급관료와 자산가들의 오래된 고급 저택과 별장들이 드문드문 있는 지역이며, 산과 산 사이로 드러난 남쪽의 좁은 틈으로는

태평양이 보이기도 한다.


오다와라에 살게 되면서, 마사히코의 부탁으로 시내 미술학원의 강사를 맡게 되어 일주일에 두 번 시내의 미술학원에 출강을 하게 된다.

어느날 저녁 집안 천장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천장을 올라가는 문을 발견하게 된 나는, 천장에 올라가 

하얀 수리부엉이와 하얀 천에 쌓여진 체 천장 구석에 놓여있던 캔버스를 발견하게 된다. 그 캔버스에는 오래된 색바랜 라벨이 하나

붙어있었고, 거기엔 기사단장 죽이기(騎士団長殺し)라는 제목이 붙어있었다. 그림의 내용은 모짜르트이 오페라 돈지오반니의

초반부의 내용으로 기사단장이 딸인 안나의 애인에게 칼로 찔리는 장면을 모티브로 한 것이었으며, 도모히코는 그 내용을 일본 아스카

시대를 배경으로 일본화시켜 놓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는 돈지오반니의 내용대로 기사단장, 딸인 안나, 그의 애인이자 기사단장을

칼로 찌르는 젊은이, 그리고 젊은이의 시종(하인)의 4인이 등장하는데, 이상하게도 그림 구석에서 땅밑에서 뚜껑을 열고 머리를 내밀어

이 장면을 몰래 쳐다보는 존재도 그려져 있었다. 나는 이 그림을 보면서 감탄하면서도 모종의 호기심-이 훌륭한 그림을 왜 도모히코씨는

천장에 숨겨뒀을까? 그리고 이 그림이 의미하는 바는 무얼까?-을 느끼게 된다. 


오다와라에서 지낸지 1달여가 지난 어느날 예전 초상화를 그리던 시기, 작업의뢰를 하던 도쿄의 에이전시로부터 연락이 왔다.

누군가 나에게 초상화 의뢰를 해왔던 것이다. 유즈와의 결별 이후 방랑을 시작하던 초기에 이미 초상화를 더 이상 그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에이전시에 밝혔기에 다시 정중하게 거절을 하려 했지만, 초상화를 의뢰했던 이는 상상할 수 없는 거액을 제시했다는 

사실을 알고, 경제적 이유와 호기심(누가 왜 그리 큰 돈을 들여서 나에게 초상화를 그리려 하는 것일까?)때문에 그 의뢰를 수락하게

된다. 


의뢰를 수락한 다음날 도모히코의 저택을 어느 남자가 재규어 세단을 타고 방문한다. 그의 이름은 멘시키(免色, 색을 면하다. 이 캐릭터에 

대한 느낌은 마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츠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에서 다자키 츠쿠루가 순례를 떠나지 않고 그대로 나이를 먹었을 때를

연상케 한다.)

IT관련 사업으로 큰 돈을 벌고, 지금은 오다와라의 숲속 저택(도모히코의 저택에서 마주보는 반대편 산등성이에 하얀 대저택)에서 홀로

살고 있는 50대 중반의 남성이다. 그는 내 초상화 작품을 우연히 보게 됐고, 그 이후 내가 그린 초상화 몇점을 수소문해서 보고 난 후

나에게 초상화를 의뢰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후 몇 번에 걸쳐 멘시키씨를 만나면서 나는 그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다.


멘시키씨를 만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새벽녁에 정체 불명의 방울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게 된다. 그 이튿날 새벽에도 같은 시각

방울소리가 나고, 난 집밖으로 나가서 그 방울소리의 근원을 찾아간다. 방울소리는 저택 뒤 공터에 있는 자그마한 사당의 뒷편 돌무더기

아래에서 나고있었다. 그 다음날 나는 이 사실을 멘시키씨에게 상담하게 되고, 그는 방울소리가 나는 새벽시간에 맞춰 우리집으로 

오겠다고 한다.

멘시키씨는 12시 조금 넘어서 우리집으로 왔고, 같이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새벽 2시가 되자 다시 방울소리가 들린다.

멘시키씨 역시 방울소리를 듣고, 그와 함께 사당뒷편의 소리가 나는 위치를 재확인한다. 멘시키씨는 주변에 아는 조경업자에게 의뢰하여

중기계와 인부들을 불러서 소리가 나는 사당뒷편의 돌무더기를 치우고 난후 지름 1미터 정도의 깊이 3미터가 되는 동그란 구멍을 발견한다.

구멍속에는 아무도 없었고, 오직 방울만이 발견된다.


사당뒤 구멍속에서 방울을 가져온 후, 더 이상 방울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공인 나에게 간혹 무슨 사람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간혹 들리는가 싶더니 토모히코의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칼에 찔린 기사단장(피는 흘리지 않고 칼도 찔리지 않은)을 한 형상이

눈앞에 나타나게 되었다. 기사단장은 자기를 이데아라고 소개하며 사당뒷편에 돌무더기를 치워준 덕분에 자신이 해방되었다고 한다. 

기사단장은 하루에 1시간 정도로 형체화할 수 있으며, 그 후로 간혹 가다가 내 앞에 나타나곤 했다. 나는 이 사실을 멘시키씨 뿐 아니라 그 누구에

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얼마 있지 않아서 나는 멘시키씨의 초상화를 완성하는데 그것은 여태까지 내가 그렸던 일반적인 초상화와는 다른 매우 추상적인 작품이었다.

하지만 멘시키는 그 그림에 대해 매우 만족해하며 그것을 자기 집으로 가져가서 자신의 서재에 걸어두게 된다.


어느날 멘시키는 자기의 30대 시절 만나다가 헤어진 여자의 이야기를 해주었고, 그 여자는 자신과 헤어진 후 멘시키의 딸일지도 모르는 

아이를 나았다는 이야기를 해주며, 그 여자아이가 바로 현재 미술학원에서 내가 가르키는 아키가와 마리라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그러면서 멘시키는 나에게 마리의 초상화를 그려줄 것을 부탁하게 된다. 이후 학원에서 스케치 실습을 핑계로 마리를 모델로 칠판에

스케치를 하게 된 나는 그녀의 내면에서 어떤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하고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마리가 실종되고, 마리의 실종이 기사단장과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예감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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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적다보니 확실히 느끼는 것은 무라카미 소설의(아마도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겠지만) 힘은 디테일에 있는것이 아닐까 한다.

내가 스토리를 적다보면서 느끼는 것은 정말 이야기가 밋밋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이 소설을 읽어보면 이렇게 스토리가 밋밋하지는

않다. 아주 조용한 가운데서도 긴장감이 있는 곳은 긴장감이 있고, 무언가 나올것 같은 예감이 들고,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라는 기대감이

있다. 그러한 것은 역시 작가의 문체와 디테일의 힘일 것이다.


(감상) - 당연히 스포일러 포함.

전작 1Q84에서 서문은 소설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작품 역시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명확히 드러내는 장치로서 서문이 존재하는 듯 하다. 프롤로그의 마지막 구절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이 작품은 마지막 구절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잠든 딸 무로(室)를 보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기사단장은 정말로 있었어." 나는 옆에서 곤히 잠든 무로를 향해 말했다. "너는 그걸 믿는게 좋아"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올린 핵심적인 개념은 "희생"이다. 기사단장으로 표현되는 이데아, 아리스토텔레스적 표현에

의하면 순수한 이상으로서의 기사단장과 현실에 발을 딛고 육신을 통해 실제의 삶을 사는 현실의 2 개체의 "희생"과

긴 얼굴의 메타포가 안내하는 지난하고 위험한 길을 통과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노력"의 의해서만 인간은 구원에 이를 수 있다라는

주제를 드러내려는 것이 작가의 주된 의도가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다.

무라카미는 소설 내에서도 이것은 무엇도 무엇도 아니다 라던가와 같은 불명확한 비유를 통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막연한 느낌을 어떤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서 드러내려는 의도를 소설에서 많이 드러낸다. 이것은 사실상 작가 개인의 내밀한 경험들의

축적에 의해 어느 순간 팟하고 떠오르는 계시와 성찰같은 것이기 때문에 독자로서는 그것을 100% 명확히 파악하기란 불가능한것이다.

(아마 그것은 작가 자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도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성찰과 계시를 경험하지만 그것을

쉽게 몇 마디 말로는 표현하기 불가능한 것 처럼)

그래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읽어나가면서 그의 스타일과 그간의 경험을 어느 정도 공유하게 되면 생기는 상호주관적 경험이 축적되면서

그게 무엇인지는 명확하진 않지만, 해변의 카프카, 태엽감는 새, 1Q84로 이어지는 무언가 그만의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은 아마

그의 애독자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 듯 하다.


소설의 프롤로그의 마지막 구절에서는 여러가지 다양한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내가 파악하는 바는 이렇다.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부분은 일반적인 자연법칙과 같은 의미이다. 어떠한 일이든 당연히 과정에서 결과에 이르는 시간은 필요하다.

그 뒷 문장인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시간의 흐름에 인간인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당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다는 것은 능동적으로 무엇을 한다는 의미이며 시간의 경과를 따르기는 하지만 그 경과속에 무언가

자신의 흐름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그것은 끊임없는 노력에 대한 표현일 것이다.

자신의 어린 딸을 보면서 말하는 주인공의 대사는 맥락적으로 쉽게 표현하자면 이런 것과 같다.

"산타클로스는 정말로 있었어. 너는 그걸 믿는게 좋아.", 여기에 산타클로스는 그 다음의 그 무엇도 좋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팅커벨, 루돌프 사슴코.. 등등. 우리는 찬란한 꿈들과 신비한 동화 그리고 사랑과 모험으로 가득찬 동심의

꿈나라로부터 시기와 질투, 경쟁과 탐욕, 권태와 이기로 가득찬 세상으로 내동댕이치는 거대한 폭력을 경험하면서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그 삶의 장면장면을 거치면서 우리는 삶의 진실을 알아간다고 여기지만 실상 남는 것은 끝간데 없는 암흑과

그 암흑을 끝없이 직시할 수 밖에 없는 공포스러운 현실속에서 점점 육신과 영혼을 갈아먹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그러한 어른으로서의 보기에는 평화롭지만 그 내면에는 여러가지의 허무와 권태등의 보이지 않는 악덕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결혼생활 6년차의 어느날, 아내의 예기치 않은 외도로 인해 급작스럽게 아내로부터 결별통보를 받는 주인공은

약 1년간의 별거생활을 하게 된된다. 이 별거생활동안 생긴 에피소드를 통해 주인공이 깨달은 삶의 중요한 메시지를 그는

어린 딸에게 몇 년후에 "기사단장은 정말로 있었다."라는 말로 전해준 것이다. 


전작 1Q84에서 작가는 이상(ideal)혹은 꿈에 대해서 인간의 의지적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부분 역시 1Q84의 서문으로 쓰인 paper moon의 가사일부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여기는 구경거리의 세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꾸며낸 것/ 하지만 네가 나를 믿어준다면/ 모두 다 진짜가 될 거야.’

즉, 이것이 실제든 허상이든 상관없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본인의 의지와 믿음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여기서는 한발 더 나아가서, 그것을 믿는 것이 더 좋다라는 작가의 의견을 피력했다고 본다. 

일단 소설은 전작에 비해서 훨씬 읽기 쉽고 재밋다. 아마도 그것은 단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단선적 구조인 탓이 클 것이다. 해변의 카프카 이후로 주로 2명의 이야기가 평행하게 나아가면서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 병렬적 구조인 탓에 줄거리나 은유등에 대해 앞의 내용을 다시 참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비해 이번 편은 거의 한번만에 줄거리가 확실히 정리가 되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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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세계가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자유도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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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은 나치독일에 의해 흡수되어 멸망하는 오스트리아, 그리고 돈 조반니는 나치, 안나는 도모히코의 오스트리아 애인 정도로

치환해서 보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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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에 본 소설.

요즘 유행하는 좀비물인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췌장암(스티븐 잡스가 죽은 이후 핫(?)해진 암.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드라마도 그렇고 실제로도 그렇고 췌장암이 많이 등장한다)

고등학교때의 풋사랑 그리고 시한부. 너무나 통속적인 클리셰이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설정이다.

풋풋한 한때의 사랑(?) 이야기인만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다.

다만 너무 기대할 필요는 없다. 그저 하나의 하이틴 소설일뿐이니까.


후반부 남주인 시가 하루키와 여주인 아야우치 사쿠라가 개인적 인간과 사회적 인간을 대변하면서, 대비되는 인간관은

꽤 좋았다. 

뻔한 결말을 배제하기 위한 급작스러운 사건 전개는 약간 당혹스럽기도 하고, 꼭 그래야만 했니?라는 생각도 든다.

쏘쏘한 소설이다. 


동명의 드라마의 대인기 이후에 편승하여 나온 소설. 

거의 드라마와 100% 싱크로하기 때문에 드라마를 본 사람은 굳이 볼 필요가 없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감동을 받은 사람들외에는 굳이 이걸 보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소설을 통해서 보는 내용이 더욱 낯간지럽고 오글거리며 재수없을 경우도 많은 것에서,

공유와 김고은이 얼마나 이 작품의 인물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갔는지를 알 수 있다.

소설을 읽어보니, 이 소설보다도 드라마의 퀄리티가 압도적으로 높다.

실질적으로 소설 자체로 본다면 삼류 조차도 되지 않을 스토리다.

드라마나 영화라는 쟝르가 종합예술이라고 불릴만하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이다




약 2년만에 재독(정확히 얘기하면 3번째, 이 아래 감상문을 쓸때가 재독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재독은 첫번째 읽고나서 시간 틈이 없이 바로 재독에 들어갔기 때문에 내용 파악이 위주였다)을 하니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이 많이 보이고 특히 한 문장, 한 문장을 제대로 음미하는 계기가 됐다.(3권째에 들어가서는 흡입력에 이끌려 너무 빨리 읽어버리긴 했다. 1,2권을 일주일 정도 읽은데 비해, 3권은 이틀 정도 걸렸다.)

아래에선 사랑이야기지만 재미없고, 지루하며, 전혀 감동적이지 않다고 적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흥미진진하며, 박진감이 넘치고, 덴고와 아오마메의 재회와 고양이 마을을 떠나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면서 나누는 대화는 눈물겹다.

덴고, 아오마메뿐 아니라 다마루, 노부인, 아오마메의 2명의 여자친구, 우시카와의 주요한 인물들과의 인터랙션도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무라카미가 소설을 쓸 때, 뼈를 박박 갈아넣는 고통을 느낀다고 했는데 이 작품은 말 그대로 뼈를 갈아넣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웬지 무더운 여름날에 읽어서 그런지 더욱 뜨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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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이야기가 병행하여 진행되는 구조로, 하루키 소설에서 자주 쓰인다.

주인공은 여자인 아오마메(靑豆)와 남자인 덴고(天吾)로 두 이름 모두 일본에서 자주 쓰이는 이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1장은 아오마메, 2장은 덴고, 3장은 다시 아오마메의 이야기로 번갈아 진행된다.

처음에는 이 두 남녀는 이야기 자체에 전혀 접점이 없기때문에 별개의 이야기로 진행되다가 1권 말미쯤에 가서 이 둘의 관계가 드러난다.

첫권의 색깔을 빨강, 두번째 권은 파랑, 세번째 권은 보라.

빨강은 아오마메를 상징, 파랑은 덴고, 보라는 아오마메+덴고의 상징인듯.


(감상) 

이 소설을 분명한 두 남녀의 사랑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사랑은 10살의 어린 아이들의 풋사랑으로 시작되고, 그 사랑을 이루는 과정은 재미없고, 지루하며, 전혀 감동적이지도 않다.

두 개의 달로 시작되는 서론의 이상한 세계는 '리틀피플', '공기번데기', '선구'와 같은 스토리상의 주요한 맥락을 가지는 장치들이 서서히 나타나는 구조와, 쉽게 풀리지 않는 은유와 복선들로 인해 뒤로 갈수록 스토리 자체는 이해가 되나, 이것이 과연 무엇을 의도하는 것인가 하는(어떤 면에서는 과연 작가는 의도라는 것이 있긴 한 것인가?) 생각을 하게 되는 면도 있다.

그런 편 치고는 거의 20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읽히는 측면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두개의 달, 혹은 1Q84, 아니면 고양이 마을은 모두 영화 매트릭스에서와 같이 현실과 대비되는 다른 구조의 세계를 의미한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작가의 친절함? 같은 것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현실에서도 개개인은 서로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각자가 가진 세계의 확장성을 통해서 서로의 의식을 공유할 뿐이다. 점과 점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개개인의 의식의 개별성은 언어와, 육체적 접촉, 사회적 관계를 통해 확장되지만, 핵심(Core)에 존재하는 우리의 개별자의 생각,느낌과 같은 의식은 완벽히 공유되지 않는다. 그러한 투명한 벽에 의해 이루어진 우리의 세상은 이미 완벽히 독립된 개인이라는 사유속에서는 각자 매트릭스에 갖힌 것과도 같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극단적 사유의 엄격함을 언어적으로만 풀어내는 소설에서 일반적 상황으로 나타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무라카미는 1Q84, 고양이 마을과 같은 은유와 2개의 달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이야기를 끌어나가려고 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에소의 호랑이의 옆얼굴이 1Q84년과 1984년에서 서로 거울을 마주보는 것과 같은 거울대칭(mirror Symmetry)일지도 모른다는 아오마메의 기억은 어찌 보면 하루키의 조크? 아니면 마지막까지 헷갈리는 독자에 대한 배려?.. 일지도 모르나, 개인적으로는 없는게 더 좋은 사족같은 것이라 느껴진다.(1개의 달로 돌아왔다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논리적으로 어떨때는 논리적인 모습이다가, 어떨때는 의식의 흐름을 그냥 가지고 가면서 논리가 무너지는 것같은 느낌을 가질 때도 있었다.

이번이 재독이라 스토리는 어느 정도 감이 오는데, 이 구조를 완전히 이해하고 그 속에 든 은유나 복선들을 조금 더 자세하게 이어나가려면 1번은 더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6월쯤에 그의 신작 기사단장살인이 나오기 전에 기회가 나기는 힘들겠지만.

이 책은 최소한 제대로 이해하는데만 3번은 봐야 할 듯 하다.


1권의 줄거리.

(아오마메)

여주인공 아오마메는 시부야로 이동하는 택시안에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들으며 "이곡은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이다라는 것을 즉각 깨닫는다.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곡인데 첫소절을 듣자마자 이 곡이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라는 걸 아는 자신을 놀라워하면서. 언뜻 신포니에타를 들으며 묘한 비틀림을 감지하는 아오마메. 평일 오후지만 목적지에 도착하기 직전에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교통정체를 만나게 된다. 약속시간에 쫓긴 아오마메에게 택시 운전사는 고속도로 대피공간에 마련된 비상구를 알려주고, 아오마메는 그 비상구를 이용하여 고속도로 밑으로 내려와 전철을 타고 시부야로 이동한다. 

그녀는 시부야의 어떤 호텔에 들러서 40대 초반정도의 미야마라는 남자를 특별한 방법으로 암살한다. 

아오마메의 직업은 마샬아트 인스트럭터이다. 그녀는 중학교 때부터 소프트볼 선수생활을 시작했으며, 소프트볼 특기생으로 체육대학을 갔으며, 대학졸업 후에도 스포츠드링크 및 건강식품 제조회사의 소프트볼부의 중심선수(에이스 투수이자 4번타자)로 4년간 활약하였다. 그러나 중학교때부터 단짝이던 오쓰카 다마키의 죽음 이후, 회사를 관두고 히로오의 스포츠클럽 인스트럭터로 취직한 상태이다. 그녀는 대학때 근육 마사지를 익혔으며 왠지 그녀는 인체에 대한 것들을 남들보다 잘 익힐 수 있었다. 대학졸업후는 개인적인 흥미로 침술도 익혔다. 

그녀의 단짝인 오쓰가 다마키는 결혼후 남편의 학대에 의해 서서히 우울증과 무력감에 빠져들었으며, 결국 결혼 3년만에 그의 단짝 친구인 아오마메에게 편지 한통을 남기고 자살하게 된다. 이후 3년동안 그녀는 인체와 침술에 대해 연구하여 침으로 사람을 흔적없이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게 되고, 이를 이용하여 다마키의 남편을 심장마비로 위장하여 죽게 만든다. 아오마메는 첫번째 살인 이후 때때로 참을 수 없을만큼 남자와의 섹스를 원하게 될때가 있으며, 그때마다 롯뽄기등의 고급 바에서 남자를 물색하여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곤 한다.

그녀는 스포츠 클럽에서 어떤 노부인을 만나게 되고, 그 노부인의 요청으로 개인 교사를 하게 된다. 그 노부인은 일본 오래된 귀족가문의 일원으로 대단한 재력을 갖고 있다. 그 노부인 또한 딸이 결혼이후에 사위에게 학대를 당한 끝에 자살을 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으며, 딸이 죽은 이후 그 사위를 사회적으로 파멸시킨 과거를 가지고 있다. 이후 노부인은 학대받는 여성들을 위한 쉼터를 운영함과 동시에 그런 여성이 남자로부터 독립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노부인의 집사를 맡고 있는 다루마라는 인물은 이러한 노부인의 활동상 물리력이 필요한 경우 해결사 역할도 하고 있는 인물이다. 아오마메와 노부인은 서로간의 이러한 비밀을 어느 계기를 통해 서로 털어놓게 되고, 아오마메의 특별한 암살능력으로 노부인을 위해 몇 번인가 도움을 주게 된다.

어느날 그녀는 밤 하늘에 2개의 달이 뜬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녀가 자신이 아는 1984년과는 다른 세계에 와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자기가 현재 속해 있는 이 세계를 1Q84(Q는 question의 Q)라 하고, 자신이 알던바와는 미묘하게 다른 것들이 있음을 발견하고는 그것들을 차근차근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어릴적 증인회(여호와의 증인등과 같은 교리를 그래도 믿는 컬트, 수혈X, 어디서나 때가 되면 기도 등)인 부모에 의해 증인회 신자가 되어, 같은 반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한다. 하지만 10살이 되던 해 자신의 의지로 부모에게 증인회 신자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하곤, 자신의 친척집으로 가출한다. 고등학교 졸업까지는 친척에게 신세를 졌으나 고등학교부터는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든 꾸려나가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현재에 이른 상태이다.

어느날 아오마메는 남자를 물색하러 바에 들렀다가 아유미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우수한 성적으로 경찰대학을 졸업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경찰로서는 교통경찰 이외에 업무를 하지 못한다., 남성우월주의의 일본경찰 사회에 불만을 갖고 있지만 집안의 오빠가 경찰이고, 삼촌도 경찰인 집안 출신으로 어느 정도는 그러한 경찰시스템에 체념한채 경찰일을 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어릴적10살 정도였을때 오빠와 삼촌에게 성희롱을 당했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남자에 대한 성적 충동이 생길때 바에 와서 원나잇 스탠드 상태를 찾고는 있지만, 제대로 된 사랑을 하는데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아오마메는 노부인을 통해 세이프하우스에서 10살된 여자아이를 쓰바사를 알게 된다. 쓰바사는 지독한 성폭행 흔적을 몸에 갖고 있으며, 그녀가 구출된 곳은 야마나시 현의 '선구'라는 종교집단이다. '선구'는 3년전 '선구'로부터 떨어져 나온 무장파 혁명집단 '여명'이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것으로 유명해진 종교집단이지만, 당시 '여명'과의 관계는 없는 것으로 판명이 되어서 이후 더 이상의 자세한 수사가 종결된 곳이다. 또한 아오마메가 있던 1984에서는 그런 일이 없던 사실이기도 하다. 즉, '선구', '여명'과 같은 사회 과격집단 혹은 종교집단은 1Q84년이 되면서 새로 생긴 일인 것이다. 

아오마메는 자신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 대한 실마리를 잡기 위해서 '선구'라는 집단의 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며, 경찰인 아유미에게 도움을 받게 된다.

(덴고)

남자주인공인 덴고는 수학과를 나오고 현재는 학원에서 수학강사를 하고 있다. 그는 소설가 지망생으로 정규직보다는 수학강사를 하며 남는 시간을 사용해서 소설을 쓰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그닥 신통한 소설은 쓰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신춘문예에 3번 정도를 응모했으나 번번히 낙방했다.

덴고는 남녀의 관계에서 오는 책임등에 버거워하는 성격으로, 그보다는 10년 연상인 유부녀와 일주일에 한 번 주기적인 성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덴고는 10살때 증인회 부모를 둔 여자아이 아오마메가 왕따당하는 것을 구해준 적이 있다. 그런 인연으로 아오마메는 덴고를 사랑하게 되고, 덴고는 그 사실을 미처 눈치채지 못한채 서로가 헤어진다.

신춘문예를 응모하면서 알게 된 고마쓰라는 편집자를 통해, 잡지의 칼럼같은 저자가 나오지 않는 삵일을 해오던 덴고는, 어느날 고마쓰로부터 신춘문예 응모작들을 1차 검토하는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고는 그 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후카에리라는 17살 소녀가 쓴 '공기번데기'라는 작품이 예사롭지 않다는 감을 갖게 되고 그 소녀가 쓴 작품을 고마쓰에게 이야기한다.

'공기번데기'는 굉장히 파격적이고 신선한 느낌의 내용이나, 후카에리라는 소녀는 난독증을 갖고 있고 그 글 또한 아자미라는 그녀의 친구를 통해 구술로 작성한 글이다. 그래서 그 글 그대로는 신춘문예에 응모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버리기는 아깝고 그 작품의 내용에서 무언가 가능성을 본 고마쓰는 덴고에게 이 글을 리라이팅(Re-writing)해달라는 의뢰를 하고 덴고는 고민끝에 받아들인다.

재작업을 한 후카에리의 글에 고마쓰는 매우 만족하고 그것은 바로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곧바로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덴고는 재작업을 하면서 후카에리의 후견인인 에비스노 선생을 만나게 되고(아자미는 에비스노 선생의 딸), 에비스노 선생으로부터 그녀의 아버지가 에비스노 선생과 함께 20여년전 일본 비평가 협회의 유명한 사상가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그녀의 부모는 70년대 일본 대학가의 과격시위 이후에 야마나시로 들어가 '선구'라는 조직을 만들었으며, 그 이후 몇 년간 '선구'라는 조직은 변질되기 시작했으며, 급기야는 외부와의 관계를 끊고 단절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또한 후카에리는 '선구'가 폐쇄된 조직이 된 이후 거기서부터 탈출해왔으며, 그 이후로 자기가 보호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후카에리의 소설 '공기번데기'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몇 달이 지나서 후카에리는 행방불명이 된다. 

몇 주 후 후카에리는 아자미를 통해 덴고의 집에 직접 메시지를 전하고, '공기번데기'에 나온 리틀 피플을 조심하라는 말을 남긴다.  

덴고는 후카에리의 '공기번데기'의 고스트라이팅후에 자신의 소설을 쓰고 싶어지며, 그의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의 새로운 소설의 배경은 '공기번데기'에서와 같히 2개의 달이 있는 세상이었다.



2권 줄거리.

(아오마메)

노부인은 아오마메에게 어린이 성폭행 사건에 연루되어있는 '선구'의 리더를 '말살'해달라는 부탁을 받고는 그 제안을 수락한다. '선구'의 리더를 '말살'하는 일은 그동안 아오마메가 수 차례 암살했던 다른 남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노부인은 아오마메가 이 일을 처리하고 나면 완전히 신분을 바꾸고 살아갈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해두었다. 

아오마메는 노부인의 비서인 다마루의 충고와 도움을 받아 '선구'의 리더를 처리하는 마지막 임무를 끝으로 자신의 신분세탁(성형 및 이름까지 변경하며 앞으로 위장된 신분으로 살 거주지까지)을 준비한다. 그리고 아오마메는 다마루에게 이번 임무의 위험성을 감안하여 권총을 하나 구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이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기 전까지 기존의 직장과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는 아오마메.

임무를 앞둔 어느날, 신문에서 나카노 아유미의 사망기사를 발견한다. 우연히 롯뽄기 바에서 만나 어울리면서 친해졌던 그녀. 하지만 은밀한 킬러의 일을 하는 그녀로서는 경찰인 아유미와의 관계를 지속시킬 수는 없었기에, 마음이 끌리는 아유미였지만,  거리를 유지할 수 밖에는 없었다. 아유미의 죽음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마저 느끼는 아오마메.

아유미의 죽음이 있은지 몇 일후, 다마루는 아오마메에게 연락하여 그날 밤 저녁 7시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선구'의 리더와의 미팅을 잡아놓았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아오마메는 시간에 맞춰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고, 리더를 모시는 2명의 에스코트를 받아 호텔 스위트룸에서 리더를 만나게 된다.

아오마메가 리더의 방에 들어가면서부터 천둥이 치기 시작한다. 이는 아오마메가 리더를 '말살'하러 왔다는 것을 아는 '리틀피플'들의 분노때문이었다.

리더는 신체에 문제가 있어서 여러가지 치료법을 탐색중인 상태로, 아오마메의 근육 마사지를 받는다는 명목으로 미팅을 성사된 것이다. 그녀는 일단 '선구'의 리더(나중에 3권에서 밝혀지는데, 이 사람은 공기번데기의 저자 후카에리의 아버지이다)의 몸 구석구석을 마사지하면서 스트레칭을 시켜준다. 그러는 와중에 리더가 이미 육체에 큰 손상을 입은 상태이며 오래지 않아 죽으리라는 예감을 하게 된다. 하지만, 리더 역시 아오마메가 진짜로 자신을 만나러 온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으며, 리더는 자신을 죽이는데 망설이는 아오마메에게 덴고의 존재에 대해 알려주고, 그가 지금 아오마메와 같은 세계(1Q84의 세계)에 와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또한 덴고가 후카에리와의 연대를 통해 '공기번데기'를 집필했으며 그로 인해 '리틀피플'의 힘이 약해졌다는 사실과 함께 그로 인해 덴고가 '선구'의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그리고 만일 아오마메가 리더 자신을 죽여준다면 그 댓가(?)로 자신의 힘(여기서 힘이란 물리적이 아닌 초자연적인 힘을 의미)으로 덴고를 지켜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대신에 아오마메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아오마메는 결국 그녀의 방법으로 리더를 죽이고, 호텔에서 빠져나온다. 호텔에서 빠져 나온후, 다마루의 지시를 받고는 고엔지 근처의 어느 맨션으로 도피하게 되고 거기서 다음연락이 있을때까지 보름정도 대기할 것을 다마루로부터 듣게 된다.

아오마메는 고엔지의 맨션에서 지내던 중, 생리주기의 변화를 느끼고 이에 임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고엔지 맨션은 보름에 한번씩 다마루로부터 정기적인 보급이 있으며, 그 보급품 배달시 임신검사 키트를 부탁하여 받는다. 2번의 검사에서 모두 임신 양성판정이 나오게 되며, 아오마메는 그 임신이 말이 안된다는 것은 알지만, 어쩐지 덴고의 아이일거라고 확신하게 된다.

아오마메는 자신때문에 덴고가 위험해 처해있다고 생각하게 되며, 자신이 1Q84의 세계로 넘어왔던 것으로 추정되는 수도고속도로 3호선의 비상대피장소의 맨홀뚜껑을 생각한다. 거기서 다시 자기가 왔던 1984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 그녀는 다마루로부터 받은 권총을 들고는 당시 자신이 입었던 옷을 입은체, 택시를 타고 수도고속도로의 그 장소로 향한다.

하지만, 도착한 곳에 맨홀뚜껑은 보이지 않고, 절망한 그녀는 헤권총을 입에 물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는다.


(덴고)

후카에리의 '공기번데기' 대필, 그리고 '공기번데기'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로 덴고는 별다른 일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덴고가 일하는 회사로 우시카와라는 인물이 찾아온다. 

우시카와는 키가 작고 사십대 중반쯤의 남자로 중년의 군살이 붙은 상당히 기괴하고 기분나쁜 인상이었다. 그는 전직 변호사로 이쁜 아내와 아내를 달믄 2명의 딸과 함께 괜찮은 단독주택에서 행복한 인생을 살던 사람이었다. 그는 일반적인 변호사와는 달리 야쿠자와 같은 비합법적인 개인 혹은 집단의 변호를 해오다가 미묘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변호사 자격증을 박탈당하고 가정까지 깨진 과거가 있는 남자이다.

종교집단 '선구'는 후카에리가 '공기번데기'를 발표한 이후 '리틀피플'의 힘이 약해지면서 그들의 예언을 듣지 못하여 '선구'의 체제에 위협을 주게 된다.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덴고의 존재를 알게된 그들은 덴고의 처리를 고심하면서 일단은 외부인인 '우시카와'에게 그가 현재 의식은 하지 못하지만 '선구'에는 위협이 되는 일을 하지 못하게 혹은 방해하도록 의뢰를 한다.

이에 우시카와는 그럴듯한 명목으로 덴고에게 접근하고 하나의 제안을 하지만, 덴고는 그 제안을 거절한다. 

어느날, 그동안 덴고가 일주일에 한번 섹스파트너로서 만났던 중년 여인(덴고가 30살이고 10살 연상이므로 40살 정도)의 남편으로부터 한밤중에 전화가 걸려온다. 그녀의 이름은 야스다 교코이며, 야스다는 남편의 성이다. 교코는 2,3주전부터 덴고와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전화는 그녀가 덴고에게 하는 관계였기때문에 덴고는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 교코의 남편은 덴고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가 상실되었기 때문에 이젠 다신 그곳에 가지 않을겁니다.'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우시카와는 다시 덴고를 찾아와, 그와 후카에리가 쓴 '공기번데기'로 인해 모종의 문제가 발생했으며, 그것은 덴고와 후카에리가 쓴 '공기번데기'가 바이러스의 매개체와 같은 역할을 했다는 아리송한 이야기를 전한다.

덴고는 문득 어린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NHK수금원인 아버지를 따라 주말마다 주택가를 돌며 시청료 수금을 하던 기억. 그리고 그때 '증인회' 신자인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역시 주말마다 선교를 하러 다니던 아오마메의 기억. 그리고 어느날 교실에서 둘만이 남았을때 갑자기 아오마메가 자기에게 다가와 자기의 손을 꼭 잡고 자기를 쳐다보던 기억을 떠올린다. 

아오마메가 덴고의 손을 잡던 10살때의 기억은 강렬했으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되었다. 

덴고는 시골마을(지바현의 지쿠라)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를 중학교 이후 20년만에 만나기로 결심하고 기차를 타고 지쿠라로 향한다. 지쿠라로 가는 기차에서 덴고는 우연히 고양이 마을로 가게 된 사내에 대한 단편소설을 읽는다.

 지쿠라 요양원에 있는 덴고의 아버지는 치매가 진행중인 상태로 덴고를 알아보지 못한다. 덴고는 20년만에 만난 아버지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진짜로 아버지의 생물학적 아들인지에 대해서 항상 의심해왔다고 이야기한다. 이미 덴고를 알아보지 못하는 아버지는, 덴고에게 "당신은 내 아들이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한다. 덴고는 아버지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다시 도쿄로 올라온다. 

고엔지의 아파트로 돌아와보니, 덴고의 집에는 후카에리가 와있었다. 후카에리는 그동안 에비스노 선생이 마련한 모처에서 숨어서 지내고 있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지쿠라에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온 이야기를 하면서 덴고는 자신이 고양이 마을에 다녀왔다고 후카에리에게 이야기하고, 후카에리는 덴고를 한참을 바라보다가 "당신은 고양이 마을에 다녀왔어요. 그 액막이를 해야 해요."라며 천둥둥과 번개가 몰아치기 시작한 밤에 덴고와 섹스를 하게 된다.(이 시간은 아마도 아오마메가 '선구'의 리더, 즉 후카에리의 아버지인 리더를 살해하는 때와 일치하는 시간일 것이며, 이때 어떤 특수한 힘에 의해 덴고와 아오마메가 연결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 아오마메는 덴고의 아이를 수태하고)

후카에리와의 섹스 직후, 갑자기 아오마메와가 자신의 손을 잡았던 순간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 덴고는 그녀를 찾기 위해 조사를 해보지만 그녀의 행방을 찾을 단서를 찾을 수가 없었다. 

어느날 밤, 자신의 아파트 근처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어린이 놀이터 하나를 찾게 되는 덴고. 덴고는 그 놀이터 미끄럼틀 위에 올라 밤하늘을 쳐다보다가 우연히 오랜만에 달을 보게 된다. 그러다가 문득 덴고는 자기가 알고 있는 달 근처에 또 하나의 작은 달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달은 소설 '공기번데기'에서 자신이 묘사했던 달과 바로 같은 2개의 달이었다. 덴고는 자신이 어느새엔가 자신이 소설속에 쓴 그 세계로 와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쿠라의 요양소에서 덴고의 아버지의 주치의에게 전화로 연락이 온다. 아버지가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아직 위독한건 아니나 점점 죽어가고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이에 덴고는 자기가 요양원에 내려가보겠다고 대답한다.

요양원에 내려가서 혼수상태의 아버지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덴고. 어느날 덴고의 아버지가 검사를 받으러 가서 덴고만 혼자 방에 남게 되었을 때, 덴고의 눈앞에 '공기번데기'가 나타나고 그 안에서 10살때의 아오마메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는 그 환영이 사라지게 되고, 덴고는 아오마메를 찾기로 결심한다.


3권 줄거리.

(우시카와)

'선구'의 리더가 아오마메에 의해 살해당한후, '선구'의 의뢰에 의해 아오마에의 신원을 조사했던 우시카와는 그 책임을 추궁당하고, 아오마메의 행방을 찾을 것을 '선구'로부터 의뢰(혹은 지시)받는다.

아오마메의 행적을 조사하던중, 아오마메가 10살때까지 이치카와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고 덴고와 3,4학년 2년간을 같은 반이었던 것을 알아낸다. 직감적으로 덴고와 아오마메가 어떤 관계가 있음을 감지한 우시카와는 덴고를 감시하기로 맘을 먹는다. 우시카와는 덴고가 사는 맨션(덴고는 3층 303호에 거주)의 1층으로 입주하고, 방 창문을 통해 카메라를 설치하여 맨션의 현관출입문을 드나드는 인물들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덴고는 아버지가 입원해있는 지쿠라의 요양원을 3번 방문한다. 그로 인해 우시카와는 덴고보다는 그의 집에 머물던 후카에리, 그리고 덴고의 맨션에 방문해서 NHK수금원으로 시청료를 독촉하는 덴고의 아버지의 유령(과 같은 존재) 그리고 아오마메를 보게 된다.)

그러던 중, 잠적해 있던 후카에리가 덴고의 집으로 찾아오면서 그녀를 감시 카메라를 통해 보게 된다. 후카에리는 웬일인지 감시카메라를 통해서 우시카와와 눈을 맞추게 되고, 이를 통해 우시카와는 무언가 마음 깊은 곳의 무언가가 건드려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우시카와는 이를 계기로 어린시절을 추억하고, 잠시나마 행복했던 아내와 두 명의 딸이 있던 자신의 결혼생활을 떠올린다.

어느날 덴고를 미행하던 중, 고엔지의 한적한 주택가의 한 구석에 있는 놀이터 미끄럼틀 위에서 밤하늘을 오랫동안 바라보던 덴고를 감시하던 우시카와는, 덴고가 떠난후, 그가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그 미끄럼틀위에 올라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곳에서 우시카와는 하늘에 떠있는 두 개의 달을 보게 된다. 이를 통해 자기가 소설 '공기번데기'에서 묘사한 세계로 들어오게 된 것을 깨닫게 된다.

그 다음날 다시 놀이터로 가서 두 개의 달을 재확인한 우시카와, 그리고 그를 목격한 근처의 맨션에 은신한 아오마메. 아오마메는 우시카와를 미행하여 그가 있는 맨션을 발견하고, 그 맨션에 가와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만, 그때 덴고는 아버지를 만나러 지쿠라에 있던 때이기 때문에 그를 만나진 못한다. 다시 은신처인 맨션으로 돌아온 아오마메는 자기가 우시카와를 봤고, 그를 미행해서 그가 있는 맨션을 발견했다는 것과, 거기에 덴고도 있는 것 같다는 것을 다마루에게 알린다.

또한 우시카와는 2개의 달을 재확인하고 맨션으로 돌아온 후에 카메라를 통해 아오마메가 나타난 것을 확인하고, 그가 덴고의 맨션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을 확인한다. 아오마메가 자신을 미행해서 이곳을 발견했다는 것은 까맣게 모른채, 그는 아오마메가 다시 이 아파트를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잠복을 계속한다.

아오마메의 제보를 통해 우시카와의 은신처를 알게 된 다마루는 우시카와를 감시하다가 그가 잠든 사이에 그의 방으로 잠입하여 우시카와를 제압한다. 다마루는 우시카와로부터 '선구'에 대한 정보와 덴고와 아오마메에 대해 그가 수집한 정보등을 알아낸 후, 고심끝에 우시카와를 제거한다.

다마루는 우시카와로부터 얻은 '선구'의 연락처를 통해 우시카와의 죽음을 알리고 그를 조용히 처리하라는 충고를 '선구'에게 전한다. '선구'의 2명의 행동대원을 통해 우시카와의 시체는 야마나시 현의 '선구'교단 본부로 옮겨지고 지도부의 토의를 통해, 시체의 경직이 풀리는 3일후에 소각을 하기로 결정된다. 

우시카와의 시체가 놓여있는 어느 통나무방, 달빛이 교교히 비치는 가운데 우시카와의 입을 통해 리틀피플이 나타나고, 그들은 우시키와의 시체를 둘러싸고 '공기번데기'를 만들기 시작한다.

(아오마메)

수도고속도로에서 1984년으로 돌아가는 출구가 없어진 것을 발견후, 다마루로부터 받은 헤클러&코흐 권총으로 자살하려 했던 아오마메는 그 순간 어디선가 자신의 이름을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환청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는) 살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자신이 임신한 것이 도터이며 그 작은 생명을 리틀 피플들이 노린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고엔지의 은신처인 맨션으로 돌아온 아오마메는 집에서 숨어지내면서도, 충실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녀는 '공기번데기'를 읽으며 자신이 들어온 1Q84라는 세상에 대해 이해하려 하고 어떻게 이 세상에서 원래의 자기가 있던 세상으로 돌아갈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맨션의 베란다 카우치에서 하늘에 떠 있는 2개의 달을 바라보던 그녀는, 우연히 집 앞에 있는 놀이터 미끄럼틀에서 같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남자를 보고는 그가 덴고라는 것을 깨닫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덴고는 떠난 후였고, 그녀는 다시 덴고를 볼 희망을 가지고 매일 저녁마다 베란다 카우치에서 그 놀이터를 감시한다. 

그렇게 저녁마다 놀이터를 감시하기를 몇 달째 하던 중, 그녀는 덴고가 아닌 머리가 기괴하게 삐뚫어진 키가 작은 중년 남자 한 사람이 그 놀이터 미끄럼틀 위에서 하늘을 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 사람은 다마루가 전화상으로 이야기했던 노부인의 거처에 나타나서 조사를 하고 갔던 조사원의 모습과 일치했고, 아오마메는 그가 자기를 찾기 위해 접점인 덴고를 미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시카와를 미행한 아오마메는 자기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맨션에 우시카와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 맨션으로 들어가서 그 맨션 3층에 가와나라는 덴고로 추정되는 남자의 문패를 발견한다.

그리고는 다시 자신의 은신처로 돌아와 다마루에게 그간의 사정을 알리고, 우시카와의 은신처를 알려주고는, 자신이 덴고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다마루는 우시카와를 처리한 후, 덴고에게 연락하여 고엔지의 놀이터 미끄럼틀로 나와달라는 아오마메의 부탁을 전달한다.

그날 저녁 덴고는 그 미끄럼틀에서 기다리고, 어느샌가 아오마메는 덴고에게 다가가 주머니속에 든 덴고의 손을 잡는다.

(덴고)

지쿠라의 요양원에서 공기번데기를 보고 그속에 든 10살때의 아오마메의 모습을 본 덴고. 일단 도쿄로 다시 돌아온다. 학원 일을 친구에게 맡기고, 장기 휴가를 얻어(3주정도) 지쿠라의 요양원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곳에서 치매가 진행중인 아버지와 지내며 이런 저런 혼자만의 대화를 해나가면서 덴고는 아버지와 마음으로 화해를 하게 된다. 

다시 도쿄로 돌아온 덴고는 고마쓰를 만나게 된다. 고마쓰는 그가 잠시 몸이 안좋아 휴가를 냈을 동안 사실은 '선구'에 의해 야나마시에 있는 '선구'본부에 잡혀갔었다는 이야기를 덴고에게 전한다. '선구'의 대리인을 통해 고마쓰는 '공기번데기'의 출판으로 인해 '리틀피플'들이 화가 났으며, '선구'의 활동에 중요한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그들로부터 듣게 되었고, '공기번데기'의 더 이상의 출판을 중지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선구'에서는 이 사건에 관련된 이들에게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겠다는 약속(혹은 협박)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로 인해 고마쓰는 고스트라이터 논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로 출판사 고위관계자들을 은근히 협박하여 '공기번데기'의 추가 출판을 중지시켰으며, 덴고에게도 더 이상 '공기번데기'와 관련된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준다.

덴고는 현재 자신이 쓰고 있는 새로운 소설이 '공기번데기'의 후속편적인 내용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시 고엔지 주택가의 놀이터를 찾아 미끄럼틀 위에서 달을 바라보는 덴고, 그 덴고를 미행한 우시카와도 덴고가 가고 빈 놀이터 미끄럼틀에서 2개의 달을 발견하고는 혼란에 빠진다.

그날 새벽 덴고는 지쿠라의 요양원에서 아다치 구미로부터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전해듣고는, 새벽기차를 타고 지쿠라로 향한다.

그날 저녁 우시카와는 다시 고엔지의 놀이터로 와서 2개의 달을 재확인하고, 그 순간을 아오마메가 목격한다. 우시카와를 미행하여 덴고의 집을 알아낸 아오마메는 다마루에게 도움을 청한다.

덴고는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다시 도쿄로 돌아오고, 다음날 아침 다마루로부터 아오마메의 메시지를 전해 듣고는, 그날 저녁 고엔지 놀이터 미끄럼틀에서 2개의 달 아래에서 20년만에 아오마메와 재회한다.

아오마메와의 대화를 통해 아오마메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후카에리와의 이상한 섹스가 있던 천둥치던 날을 떠올리는 덴고. 그도 그녀의 이야기를 믿으며, 그것이 나의 아이가 맞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아오마메에게 하고, 이 세계를 탈출하자는 아오마메의 이야기를 따르기로 한다.

(덴고와 아오마메 덴고)

재회한 덴고와 아오아메는 잠시 서로의 손을 잡고 해후의 기쁨을 나눈다. 아오마메는 자신이 1Q84년으로 넘어온 수도고속도로 밑의 출구로부터 역으로 수도고속도로의 비상구인 입구로 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질지는 아오마메도 확신하지 못했지만, 그녀로서는 덴고와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비상계단을 올라 수도고속도로의 비상대피장소로 올라온 둘은 하늘에 떠오른 단 하나의 달을 보게 된다. 그리고는 수도고속도로상에 있을 법하지 않은 빈 택시가 마침 그들 앞에 나타나서 그 차를 타고는 아카사카로 가서는 호텔방을 하나 잡는다. 달이 잘 보이는 고층으로. 그곳에서 그들은 20년간 보고 싶었던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본문 주요 내용 발췌, 향후 독후감 작성시 기본자료로 활용)

1권.

도입

여기는 구경거리의 세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꾸며낸 것
하지만 네가 나를 믿어준다면
모두 다 진짜가 될거야

It's a Barnum and Bailey world,
Just as phony as it can be,
But it wouldn't be make-believe
If you believed in me.

-E.Y.Harburg&Harold Arlen, It's only a Paper Moon-


1장. 아오마메, Q.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p17. "교통정보 같은 건 도움이 안 돼요." 운전기사는 어딘지 공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반쯤은 거짓말이에요. 도로공단이 자기들 편리한 대로 정보를 내보내는 것뿐이죠. 지금 여기서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내 눈으로 보고 내 머리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요."

p22. "아, 그리고." 운전기사는 룸미러를 보며 말했다.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 모든 일이 겉보기와는 다릅니다."

p23. "그래서 그런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나면 일상 풍경이, 무럴까,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현실은 언제든지 단 하나밖에 없어요." 책의 중요한 한 구절에 밑줄을 긋듯이 운전기사는 천천히 반복했다.

p28 <빌리 진>. 스트립쇼 무대에 오른 것 같네.

p29 관심과 무관심이, 부러움과 경멸이 뒤섞인 시선이 철책 너머에 선 아오마메에게로 쏟아졌다.

p30. 사람들은 영원히 다가오지 않을 계기를 그저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오마메는 턱을 스윽 당기고 아랫 입술을 깨물고 진초록 선글라스 너머로 그들을 훑어보았다.

 내가 누구인지, 지금 어디 가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당신들은 분명 상상도 못할거야. 아오마메는 입을 다문 채 그렇게 말을 건넸다. 당신들은 그곳에 발이 묶인 채 어디에도 갈 수 없어. 앞으로 나아가지도, 그렇다고 뒤로 물러서지도 못해.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 내게는 처리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 있어. 해치워야 할 사명이 있어. 그러니 나는 먼저 떠나주겠어.


2장. 덴고, Q. 조금 특별한 아이디어

p39. "흐음." 고마쓰는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별 흥미가 없다는 듯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입을 동그랗게 오므렸다. 하지만 덴고는 결코 짧지 않은 고마쓰와의 교제를 통해 겉으로 드러난 표정에 간단히 속지 않게 되었다. 이 사람은 왕왕 본심과는 관계없는, 혹은 전혀 반대되는 표정을 내보이는 일이 있다. 그래서 덴고는 상대가 입을 열기를 참을서 있게 기다렸다.

p58. 이건 덴고가 반드시 고쳐 써야 할 소설이다.

3장. 아오마메, Q. 변경된 몇 가지 사실

p68. 하지만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때의 정경이 그녀의 뇌리에 차례차례 떠올랐다. 몹시 선명하게. 여름 밤, 좁은 침대, 희미한 땀냄새. 입에 올렸던 말들. 말이 되어 나오지 않은 마음. 잊혀져버린 약속. 실현되지 못한 희망. 갈 곳을 잃은 동경.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그녀의 머리칼을 치켜들었다가 다시 그녀의 뺨에 내리쳤다. 그 아픔 때문에 그녀는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 뒤이어 불어온 바람이 그 눈물을 말려주었다.

지금은 1984년 4월. 내가 태어난 건, 그래, 1954년이다.(아오마메)

p74~75. 그녀는 경찰의 복장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에 익은 경찰 제복이 아니다. 같은 계열의 짙은 남색 상의지만 모양새가 미묘하게 달랐다. 좀더 캐주얼한 디자인이다. 이전처럼 몸에 착 붙지 않는다. 재질도 훨씬 부드러운 것으로 바뀌었다. 칼라가 작고 남색도 약간 연하다. 그리고 권총의 모델이 다르다. 그가 허리에 차고 있는 것은 대형 오토매틱이었다. 일본 경찰이 보통 지급받는 권총은 리볼보다. 총기범죄가 지극히 드문 일본에서 경찰이 총격전에 휘말릴 기회는 거의 없기 때문에 구식 6연발 리볼버로도 별로 부족할 게 없다. 리볼버가 구조도 단순하고 저렴한 가격에 고장도 적고 손질도 간단한다. 하지만 이 경찰은 왠지 세미오토매틱으로 발사할 수 있는 최신형 권총을 휴대하고 있었다. 9밀리 탄환 16발 정도를 장전할 수 있는 총이다. 글록 아니면 베레타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경찰 제복과 권총의 규격이 그녀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변경된 걸까.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아오마메는 신문기사라면 꼼꼼히 체크한다. 그런 변화가 있었다면 크게 보도되었을 터다. 또한 그녀는 경찰드들의 모습에 항상 주의를 기울였다. 오늘 아침까지. 바로 몇 시간 전까지도, 경찰들은 평소의 딱딱한 제복에 평소의 투박한 리볼버를 몸에 차고 있었다. 그녀는 그걸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기묘한 일이다.

4장. 덴고, Q. 당신이 그걸 원한다면

p104. 나에게 수학은 뭐랄까. 너무 지나치게 자연스러워. 그건 내게는 아름다운 풍경 같은거야. 그냥 그곳에 있는 것이야. 뭔가로 치환할 필요조차 없어. 그래서 수학 속에 있으면 내가 점점 투명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때가 있어. 이따금 그게 무서워져.

소설을 쓸 때, 나는 언어를 사용하여 내 주위의 풍경을 내게 보다 자연스러운 것으로 치환해나가. 즉 재구성을 해. 그렇게 하는 것으로 나라는 인간이 이 세계에 틀림없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그건 수학의 세계에 있을 때와는 상당히 다른 작업이야.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다." 후카에리는 말했다.

5장. 아오마메, Q. 전문적인 기능과 훈련이 필요한 직업

p140. 달에서는 항구적인 관측기지 건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미국과 소비에트가 웬일로 서로 협력하고 있었다 남극 관측기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근데, 월면기지라고? 아오마메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 대체 어떻게 된 거지?

6장. 덴고, Q. 우리는 꽤 먼 곳까지 가게 될까

p150. 고쳐 쓴 결과, 원고의 양은 대략 두 배 반 정도로 늘어났다. 지나치게 쓴 곳보다 보충해야 할 곳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앞뒤를 맞춰서 고쳐 쓰다보니 전체적인 분량은 아무래도 늘어났다. 어떻든 처음 원고가 구멍 숭숭인 것이다. 문장의 앞뒤가 맞아떨어지고 시점이 안정되고, 그만큼 읽기는 쉬운 글이 되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어딘지 모르게 뻑뻑하다. 논리가 지나치게 겉으로 드러나서 원래 원고가 갖고 있던 날카로운 맛이 약해졌다.

 다음에 할 일은 그 늘어난 원고에서 '없어도 무방한 부분'을 덜어내는 작업이다. 쓸데없는 군살을 모조리 쳐내갔다. 덜어내는 작업은 덧붙이는 작업보다 훨씬 간단하다. 이 작업으로 분량이 대략 70퍼센트까지 줄었다. 일종의 두뇌게임이다. 늘릴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늘리기 위한 시간대가 설정되고, 그 다음에는 깍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깍아내기 위한 시간대가 설정된다. 그 같은 작업을 번갈아가며 집요하게 거듭하는 사이에 진폭이 점점 작아져서 글의 분량은 자연스럽게 적적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더이상 늘릴 수 없고 더이상 깍아낼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한다. 자아가 지워지고 쓸데없는 수식이 떨어져나가고, 빤히 보이는 논리는 깊숙한 뒷방으로 물러나다. 그런 작업은 덴고의 천성적인 특기였다. 타고나기를 기술자로 나고난 것이다. 먹잇감을 찾아 하늘을 나는 새처럼 날카로운 집중력을 가졌고, 물을 운반하는 당나귀처럼 참을성이 강하며, 게임의 룰에는 한없이 충실했다.

7장. 아오마메, Q. 나비를 깨우지 않도록 아주 조용히

8장. 덴고, Q.모르는 곳에 가서 모르는 누군가를 만나다

"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후카에리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 리틀 피플을 지칭

9장. 아오마메, Q. 풍경이 변하고 룰이 바뀌었다.

p224, 종교 원리주의자들에게 대해서는 일관되게 강한 혐오감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자들의 편협한 세계관이나 잘난 척하는 우월감이나 타인에 대한 무신경한 강요는 생각만 해도 분노가 치밀었다. 그녀는 그 분노를 제대로 컨트롤하기가 어려웠다.

p225, 10월12일에는 도쿄 이타바시 구의 주택가에서 NHK 수금원(56세)이 수신료 지불을 거부한 대학생과 말다툼을 하다가 가방에 넣고 다니던 식칼로 상대의 복부를 찔러 중상을 입혔다. 수금원은 출동한 경찰에게 그 자리에서 체포되었다. 수금원은 피투성이의 식칼을 손에 들고 거의 망연자실한 상태로 현장에 우두커니 서 있었고, 체포당할 때에는 전혀 저항을 하지 않았다. 수금원은 6년 전부터 정식 직원으로 일했고 근무 태도는 극히 성실하고 실적도 우수했다고 한 동료가 말하고 있었다.

아오마메는 그런 사건이 일어났던 것을 알지 못했다. 아오마메는 요미우리 신문을 구독하고 있어서 날마다 구석구석 읽었다. 사회면 기사는-특히 범죄와 관련된 것은-되도록 꼼꼼하게 읽으려고 노력해왔다. 그리고 그 기사는 석간 사회면의 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대문짝만하게 실린 기사를 못보고 넘어간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물론 무슨 겨를엔가 놓쳤을 가능서도 없지는 않다.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지만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녀는 이마의 주름을 잡고 그 가능성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는 노트에 날짜와 사건의 개요를 메모했다.

 수금원의 이름은 아쿠타가와 신노스케였다. 멋진 이름이다. 대문호의 이름 같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패러디.

p230. 긴 시간이 흐른 다음, 아오마메는 문득 생각했다. 이를테면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문제가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나를 둘러싼 외부세계이다, 라고. 내 의식이나 정신에 이상이 발생한 게 아니라 이유를 알 수 없는 모종의 힘이 작용하여 내 주위의 세계 자체가 변경된 것이라고.

이상의 발생한 건 내가 아니라 이 세계다.

하지만 그러한 '변경된 부분'은 아마 앞으로 갈수록 더욱더 큰 차이를 내 주위에 만들어갈 것이다. 오차는 조금씩 불어난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그러한 오차는 내가 취하는 행동의 논리성을 손상시켜 자칫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게 할지도 모른다. 일이 그렇게 된다면, 그건 말 그대로 치명적이다.

p234. 아오마메는 정체에 휘말린 택시 안에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첫 소절을 들었을 때 경험했던, 그 이상한 감각을 떠올렸다. 그것은 몸의 뒤틀림 같은 감각, 몸의 구조가 걸레처럼 쥐어짜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운전기사가 수도고속도로에 비상계단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나는 하이힐을 벗고 그 위험한 계단을 내려왔다. 그 계단을 맨발로, 강한 바람을 맞으며 내려오는 동안에도 내내 <신포니에타> 도입부의 팡파르는 내 귓속에서 단속적으로 울려퍼졌다. 어쩌면 그것이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아오마메는 생각했다.

p235. 그런 일을 하고 나면 그다음의 일상 풍경이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p240. 1Q84년. 이 새로운 세계를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아오마메는 그렇게 정했다.

Q는 question mark의 Q다. 의문을 안고 있는 것.

p242. 변비는 아오마메가 이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것 중 하나였다.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비열한 사내들이나 편협한 정신을 가진 종교적 원리주의자들과 똑같이.

10장. 덴고, Q. 진짜 피가 흐르는 실제 혁명

11장. 아오마메, Q.육체야말로 인간의 신전이다.

p284. "나이 문제가 아닙니다." 아오마메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삶의 방식 자체의 문제에요. 항상 진지하게 자신의 몸을 지키려는 자세가 중요해요. 공격받는 걸 그저 감수하기만 해서는 어떻게도 해결이 안 되죠. 만성적인 무력감은 사람을 야금야금 갉아 먹고 손상시킵니다."

12장. 덴고, Q. 당신의 왕국이 우리에게 임하옵시며

13장. 아오마메, Q. 천부적인 피해자

p343. 하지만 아픔이 없는 곳에 해결은 없다.

p351. 그건 처녀성의 상실이니 뭐니 하는 표면적인 문젝가 아니다. 인간 영혼의 신성함의 문제이다. 그곳에 흙발로 짓밟고 들어올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그리고 무력감이라는 건 인간을 한없이 갉아먹는다.

p360. (오쓰카 다마키의 죽음 이후) 이 순간부터 나는 예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리라, 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p361. 아오마메가 주기적으로, 그리고 격렬히 남자의 몸을 원하게 된 것은 그 이후(다마키의 전남편을 살해한 이후)의 일이었다.

-> 섹스는 치료, 탄생의 의미. 살인을 하고 난 후 그 반대편의 행위를 통해 살인의 긴장을 해소.

14장. 덴고, Q. 대부분의 독자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것.

15장. 아오마메, Q.기구에 닻을 매달듯 단단하게

p408. (아오마메)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에는 구원이 있어. 그 사람과 함께하지 못한다 해도."

16장. 덴고, Q.마음에 든다니 정말 기뻐.

17장. 아오아메, Q.우리가 행복하든 불행하든

p460. (노부인) 당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만일 사후 심판이라는 것이 있다면, 나는 신의 심판을 받겠지요. 하지만 그런 건 조금도 두렵지 않아요. 나는 잘못된 일은 하지 않았어요. 누구 앞에서나 당당히 그 이유를 말할 수 있답니다.

18장. 덴고, Q.더이상 빅브라더가 나설 자리는 없다.

19장. 아오마메, Q. 비밀을 함께 나누는 여자들

20장. 덴고, Q.가엾은 길랴크 인

p543, (덴고) "그래, 올해가 정확히 그 1984년이지. 미래도 언젠가는 현실이 돼. 그리고 그건 또 금세 과거가 되지. 조지 오웰은 소설에서 미래를 전체주의의 지배를 받는 암울한 사회로 묘사했어. 사람들은 빅 브라더라는 독재자에 의해 엄격한 관리를 받아. 정보는 제한되고 역사는 쉴새없이 고쳐 쓰여. 주인공은 관청에 근무하는데, 아마 언어를 새로 바꾸는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일 거야.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면 예전의 역사는 모조리 폐기되고 말아. 그에 따라 언어도 바뀌어서 현재 사용하는 언어의 뜻도 바뀌게 돼. 역사가 너무 자주 바뀌는 바람에 나중에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아무도 알 수 없게 돼. 누가 적이고 누가 한편인지도 알 수 없는 거지. 그런 얘기야."

p544. (덴고) "우리의 기억은 개인적인 기억과 집단의 기억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거야." 덴고는 말했다. "그 두 가지 기억은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지. 그리고 역사라는 건 집단의 기억을 말하는 거야. 그것을 빼앗으면, 혹은 고쳐 쓰면 우리는 정당한 인격을 유지할 수 없어."

p559. 체호프는 말했다. '소설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일 뿐이다.'라고. 대단한 명언이다. 체호프는 작품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인생에도 똑같은 태도로 임했다. 그곳에 문제제기는 있었지만 해결은 없었다. 자신이 불치의 폐병을 앓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의사였으니 몰랐을 리 없다) 그 사실을 애써 무시했고, 자신이 죽어간다는 것을 실제로 죽음의 침상에 누울 때까지 믿지 않았다. 그는 심한 각혈을 하며 젊은 나이에 죽어갔다.

21장. 아오마메, Q.아무리 먼 곳으로 가려고 해도

22장. 덴고, Q.시간이 일그러진 모양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

23장. 아오마메, Q.이건 뭔가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p626. 아오마메는 말했다. "티베트의 번뇌의 수레바퀴와 같아. 수레바퀴가 회전하면 바퀴 테두리 쪽에 있는 가치나 감정은 오르락내리락 해. 빛나기도 하고 어둠에 잠기기도 하고. 하지만 참된 사랑은 바퀴 축에 붙어서 항상 그 자리 그대로야."

24장. 덴고. Q.여기가 아닌 세계라는 것의 의미는 어디 있을까.

p652. (덴고의 연상의 애인) "insane은 아마 천성적으로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게 바람직하다는 거야. 그에 비해 lunatic은 달에 의해, 즉 luna에 의해 일시적으로 정신을 빼앗긴 것. 19세기의 영국에서는 lunatic이라고 판정받은 사람은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그 죄를 한 등급 감해줬어. 그 사람의 책임이라기보다 달빛에 홀렸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법률이 실제로 존재했어. 즉 달이 인간의 정신을 어긋나게 한다는 걸 법률적으로도 인정했던 거야."


2권.

1장. 아오마메, Q.거긴 세상에서 가장 따분한 동네였어

p33.(다마루)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라. 나는 사할린에서 종전 전해에 태어났어. 사할린 남부는 일본 영토가 되어서 당시 가라후토라고 불렸지만, 1945년 여름에 소비에트 군이 점령하면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포로로 잡혔어. 아버지가 항만시설에서 일했던 모양이야. 일본 민간인 포로 대부분은 그 얼마 뒤에 일본으로 송환되었지만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노동자로 그쪽에 송출된 조선인이었기 때문에 일본으로 돌려보내주지 않았어. 일본 정부가 그 거래를 거부했거든. 종전과 함께 한반도 출신자는 더이상 대일본제국의 신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참 너무한 얘기지. 배려라는 게 전혀 없잖아. 희망하면 한반도 북쪽으로는 갈 수 있었지만 남쪽으로는 보내주질 않았어. 소비에트는 당시 한반도 남쪽으로는 보내주질 않았어. 소비에트는 당시 한반도 남쪽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으니까. 우리 부모님으 부산 근교의 어촌 출신이라서 북으로 갈 마음은 없었어. 북쪽에는 친척도 친구도 한 사람 없는데 거길 어떻게 가겠어. 아직 젖먹이였던 나는 일본인 귀환자의 손에 맡겨져서 훗카이도로 건너왔어. 당시 사할린의 식량 사정은 최악에 가까웠고 소비에트 군의 포로에 대한 대우도 지독했지. 부모에게는 나 말고도 몇 명이나 되는 어린 자식들이 있었으니까 나를 거기서 키우기는 어려웠을 거야. 나만 먼저 훗카이도에 보내놓으면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아니면 마침 잘됐다 하고 짐을 덜어낸 것인지도 모르고. 자세한 사정은 몰라. 어쨋거나 부모를 다시 만나지는 못했어. 아마 지금도 사할린에 남아 있을 거야. 아직 죽지 않았다면 그렇다는 얘기지만.

p36. "체호프가 말했어." 다마루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왔다면 그건 반드시 발사되어야하만 한다, 고."

(아오마메) "하지만 이건 이야기가 아니에요. 현실 세계의 일이지."
다마루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하고 아오마메의 얼굴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러고는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그걸 누가 알지?"

2장. 덴고, Q.영혼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3장. 아오마메, Q.어떻게 태어날지는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죽을지는 선택할 수 있다.

p86. (다마루) "도조 히데키는 전쟁이 끝난 뒤에 미군에 체포될 것 같으니까 자기 심장을 쏠 생각으로 총구를 가슴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어. 하지만 탄환이 빗나가 배에 맞는 바람에 죽지 못했지. 직업군인중에서도 톱이었던 사람이 권총 자살 하나 제대로 못 하다니 말이야. 도조는 곧바로 병원에 실려가서 미국 의료진의 극진한 치료를 받고 회복된 뒤에 재판을 받아 교수형에 처해졌어. 한심하게 죽었지. 인간에게 죽을 때라는 건 아주 중요한 거야. 어떻게 태어날지는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죽을지는 선택할 수 있어."

4장. 덴고, Q.그런 건 바라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p113. 죄의 슬픔은 참회의 마음을 천 갈래로 찢는구나 나의 눈물방울 고운 향유가 되어 참되신 예수여 그 몸에 부어지기를. 

지난번에 후카에리가 노래한 <마태수난곡>의 아리아 가사다.

P115. (덴고의 소설 집필장면) 해질녘 동쪽 하늘에 달이 두 개가 나란히 떠 있는 세계의 풍경을 그는 그려나갔다.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곳에 흐르는 시간을.

"세상 어디든 이 복음이 널리 전해지는 곳에는 이 여인이 행한 일도 알려져 그녀를 기념하게 되리라."

5장. 아오마메, Q.생쥐가 채식주의자 고양이를 만나다.

p133. 물론 덴고의 기억이 남는다. 그의 손의 감촉이 남는다. 마음의 거센 떨림이 남는다. 그에게 안기고 싶다는 갈망이 남는다. 가령 다른 사람이 된다 해도. 덴고에 대한 그리움이 내게서 뜯겨나가는 일은 없다. 그것이 나와 아유미의 가장 큰 차이다. 아오마메는 생각했다. 나라는 존재의 핵심에 있는 것은 무(無)가 아니다. 황폐하고 메마른 사막도 아니다. 나라는 존재의 중심에 있는 것은 사랑이다. 나는 변함없이 덴고라는 열 살 소년을 그리워한다. 그의 강함과 총명함과 다정함을 그리워한다. 그는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육체는 멸하지 않고, 서로 나누지 않은 약속은 깨지는 일이 없다.

p136. "안녕" 그녀는 작게 입 밖에 내어 말했다. 자신의 집에게가 아니라, 그곳에 있었던 자기 자신을 향한 작별인사였다.

6장. 덴고, Q.우리는 대단히 긴 팔을 갖고 있습니다.

p160. (우시카와) 일정 나이를 넘으면 인생이란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의 연속에 지나지 않아요. 당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이 빗살 빠지듯이 하나하나 당신 손에서 새어나갑니다. 그리고 그 대신 손에 들어오는 건 하잘없는 모조품뿐이지요. 육체적인 능력, 희망이며 꿈이며 이상, 확신이며 의미,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 그런 것이 하나 또 하나, 한 사람 또 한 사람, 당신에게서 떠나갑니다. 이별을 고하고 떠나기도 하고, 때로는 어느 날 예고 없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번 그렇게 잃어버리면 당신은 다시는 그것들을 되찾을 수 없어요. 괴로운 일이지요. 때로는 몸이 끊어질 듯이 안타까운 일이에요. 가와나 씨, 당신은 이제 곧 서른이 됩니다. 이제부터 조금씩 인생이 그런 저물녘으로 들어서려고 해요. 그것이, 예, 말하자면 나이를 먹는다는 겁니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이 고통스러운 감각을 당신도 슬슬 느끼고 있을 텐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p166. (우시카와)"전염병의 아날로지를 다시 한번 사용하자면, 실례지만 당신들은 메인 캐리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덴고) "당신들?" 덴고는 물었다. "그건 후카다 에리코와 나를 가리키는 건가요?"

 우시카와는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고전적으로 표현하자면, 당신들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고 할 수 있겠지요. 거기에서 온갖 것이 이 세계로 나와버렸어요. 내가 받은 인상을 종합하면 아무래도 내 클라이언트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당신들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긴 했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파워풀한 조합이었던 거지요.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서로 효과적으로 보완했어요."

 "하지만 그건 법률적인 의미에서 범죄는 아니에요."

 "그렇지요. 법률적인 의미에서는, 현세적인 의미에서는, 그야 물론 범죄가 아닙ㄴ디ㅏ. 하지만 조지 오웰의 위대한 고전, 혹은 위대한 인용원으로서의 픽션에서 굳이 인용을 하자면, 그건 그야말로 '사고(思考) 범죄'에 가까운 것입니다. 기이하게도 올해는 1984년입니다. 이건 정말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가와나 씨, 나는 오을 밤 약간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한 것 같군요. 그리고 내가 한 말의 대부분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졸렬한 추측에 지나지 않아요. 그냥 개인적인 짐작입니다. 확실한 근거가 있어서 한 말이 아니에요. 당신이 물어보니까 그저 내가 받은 느낌에 대해 대충 얘기해준 거에요."

7장. 아오마메, Q.당신이 이제부터 발을 들이려 하는 곳은

8장. 덴고, Q. 슬슬 고양이들이 올 시각이다.

9장. 아오마메, Q.은총의 대가로 주어지는 것

10장. 덴고, Q.제안은 거절당했다.

11장. 아오마메, Q.균형 그 자체가 선이다.

p276. (리더)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실증 가능한 진실 따위는 원하지 않아. 진실이란 대개의 경우, 자네가 말했듯이 강한 아픔이 따르는 것이야.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은 아픔이 따르는 진실 따윈 원치 않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건 자신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의미 있게 느끼게 해주는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이야기야. 그러니 종교가 성립되는 거지."

 남자는 몇 차례 목을 돌려본 뒤에 이야기를 계속했다.

 "A 라는 설이 그 남자 그 여자의 존재를 좀더 의미 있는 것으로 보이게 해준다면 A는 그들에게 진실인 거고, B라는 설이 그 남자 그 여자의 존재를 힘없고 왜소한 것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건 가짜가 돼. 아주 확실하지. 만일 B라는 설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있다면, 사람들은 아마도 그 인물을 증오하고 묵살하고 어떤 경우에는 공격까지 할 게야. 논리가 정연하다든가 실증 가능하다든가, 그런 건 그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힘없고 왜소한 존재라는 이미지를 부정하고 배제함으로써 가까스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지."

(아오마메)"하지만 인간의 육체는, 모든 육체는, 미미한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원래 힘없고 왜소한 것이에요. 그건 분명한 사실 아닌가요?" 아모마메는 말했다.

 "맞는 말이야." 남자는 말했다. "모든 육체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힘없고 왜소한 것이고, 어떻든 머지않아 붕괴하고 소실 되어버리는 것이지. 그건 틀림없는 진실이야. 하지만 그럼 인간의 정신은?"

 "정신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어째서지?"

 "딱히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에요."

 "어째서 정신에 대해 딱히 생각할 필요가 없을까? 스스로의 정신에 대해 생각하는 건, 그것이 실효성이 있건 없건 인간의 삶속에서 불가결한 일 아닌가?"

 "제게는 사랑이 있어요." 아오마메는 딱 잘라 말했다.

 어휴 진짜, 내가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아오마네는 생각했다. 이제부터 내 손으로 살해하려는 사람을 상대로 나는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용한 수면에 바람이 파문을 그리듯이 남자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 같은 것이 퍼졌다. 거기에는 자연스러운, 그리고 호의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담겨 있었다.

 "사랑이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건가?" 남자는 물었다.

 "그렇습니다."

 "자네가 말하는 그 사랑이란 누군가 특정한 개인을 대상으로 한 것인가?"

 "그래요." 아오마메는 말했다. "구체적인 한 남자를 향한 것이에요."

 "힘없고 왜소한 육체와, 이울어짐 없는 절대적인 사랑이라....."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잠시 틈을 두었다. "아무래도 자네는 종교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군."

 "필요로 하지 않을지도 모르죠."

 "왜냐하면 자네의 그런 모습 자체가 말하자면 종교 그 자체이기 때문이야."

 "당신은 좀전에 종교란 진실보다 오히려 아름다운 가설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당신이 주재하는 종교단체는 어떠세요?"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종교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아." 남자는 말했다. "내가 하는 건 그저 그곳에 있는 목소리를 듣고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야. 목소리는 나에게밖에는 들리지 않아. 그것이 들린다는 건 틀림없는 진실이야. 하지만 그 메시지가 진실이다, 라는 증명는 할 수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기에 따르는 몇 가지의 소소한 은총을 실체화하는 것 정도지."

P279. "어쨌든 자네는 매직 터치를 갖고 있어." 그는 말했다. 

 "매직 터치?"

 "비범한 능력을 발휘하는 손가락이야. 인간 신체의 특수한 포인트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는 날카로운 감각이지. 그건 특별한 능력이고 극히 한정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자격이야. 학습이나 훈련에 의해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지. 나도 종류는 다르지만 같은 성분의 특별한 감각을 갖고 있네. 하지만 모든 은총이 그렇듯이 인간은 자신이 받은 선물의 대가를 어딘가에서는 반드시 치러야만 해."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요." 아오마메는 말했다. "전 그저 공부를 하고 훈련을 거듭해서 기술을 익혔을 뿐이에요 누군가가 거저 내려주신 게 아녜요."

 "말씨름을 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기억해두는 게 좋아. 신은 부여해주고 신은 빼앗아가. 자네가 받았는 것을 알지 못해도 신은 주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그들은 아무것도 잊지 않아., 자네에게 주어진 재능을 가능한 한 소중하게 쓸 일이야."

 아오마메는 자신의 열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손가락을 남자의 목덜미에 얹었다. 손끝에 의식을 집중했다. 신은 부여해주고 신은 빼앗아간다.

 "이제 조금만 하면 끝나요. 이게 오늘의 마지막 마무리에요." 그녀는 마른 목소리로 남자의 등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멀리서 천둥 소리가 울린 것 같았다.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곳에는 어두운 하늘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한번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한 방안에 그것이 멍하니 울려퍼졌다.

 "이제 곧 비가 쏟아질 게야." 남자는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p289. "이 세상에는 절대적이 선도 없고 절대적인 악도 없어." 남자는 말했다. "선악이란 정지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항상 장소와 입장을 바꿔가는 것이지. 하나의 선이 다음 순간에 악으로 전환할지도 모르는 거야.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 도스토옙스키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묘사한 것도 그러한 세계의 양상이야. 중요한 것은 이리저리 움직이는 선과 악에 대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지.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면 현실적인 모럴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돼. 그래 균형 그 자체가 선인 게야. 내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죽이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하는 말이네."

p294. 남자는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군, 자네 생각은 잘 알겠네.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할까. 일종의 거래야. 만일 여기서 내 목숨을 앗아가준다면 그 대신 가나와 덴고의 목숨을 구해주도록 하지. 내게는 아직 그런 정도의 능력을 남아 있네."

 "덴고." 아오마메는 말했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당신이 그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

 "나는 자네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 그렇게 말했잖은가. 물론 정확하게는 거의 모든 것이라는 뜻이네만."

 "하지만 당신이 거기까지 파악했을 리는 없어. 덴고라는 이름은 내 마음속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니까."

 "아오마메." 남자는 말했다. 그리고 허허롭게 탄식했다. "마음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일 따위,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아. 그리고 가나와 덴고는 현재, 우연히라고 해야 할까, 우리에게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 존재가 되어 있지."

 아오마메는 할말을 잃었다.

 남자는 말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야. 자네들 두 사람의 운명이 아무 이유 없이 여기서 해후한 게 아니야. 자네들은 들어올 만했기 때문에 이 세계에 발을 들였어. 그리고 들어온 이상 좋든 싫든 자네들은 여기서 각각의 역할을 부여받게 돼.

 "이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렇지, 여기 1Q84년에."

 "1Q84년?" 아오마메는 말했다. 얼굴이 다시 한번 크게 일그러졌다. 그건 내가 만든 말이잖아.

 "그렇지, 자네가 만든 말이야." 남자는 아오마메의 마음속을 읽은 듯이 말했다. "나는 단지 자네의 말을 사용했을 뿐이야."

 1Q84년, 아오마메는 입 속에서 그 말을 되뇌어보았다.

 "마음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일 따위,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아." 리더는 조용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말했다.

12장. 덴고, Q.손가락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것.

p318. (후카에리)"당신은 고양이 마을에 갔어요." 그녀는 덴고를 나무라듯이 말했다.

 "내가?"

 "당신은 당신의 고양이 마을에 갔어요. 그리고 기차를 타고 돌아왔어요."

 "너는 그렇게 느꼈어?"

 후카에리는 여름용 이불을 턱 밑까지 당겨올린 채 꾸벅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네 말이 맞아." 덴고는 말했다. "나는 고양이 마을에 갔고, 기차를 타고 돌아왔어."

 "그 액막이는 했어요." 그녀는 물었다.

 "액막이?" 덴고는 말했다. 액막이를 했냐고? "아니, 아직 안 한거 같은데?"

 "그걸 하지 않으면 안 돼요."

 "이를테면 어떤 액막이를?"

 후카에리는 거기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고양이 마을에 갔다왔으면서 그대로 가만히 있으면 좋을 일이 없어요."

 하늘을 반으로 찢는 듯한 천둥 소리가 거세게 울렸다. 그 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져갔다. 후카에리가 침대 안에서 몸을 움츠렸다.

 "이리 와서 나를 안아요." 후카에리는 말했다. "둘이서 함께 고양이 마을에 가야 해요."

 "왜?"

 "리틀 피플이 입구를 찾아낼지도 몰라요."

 "액막이를 안 해서?"

 "우리는 둘이서 하나니까." 소녀가 말했다.

13장. 아오마메, Q.만일 너의 사랑이 없다면

p320. "1Q84년." 아오마메는 말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1Q84년이고 그건 진짜 1984년이 아니다. 그런 말인가요?"

 "무엇이 진짜 세게냐 하는 건 지극히 어려운 문제야." 리더라고 불리는 사내는 엎드려 누운 채 그렇게 말했다. "그건 결국 형이상학적인 명제가 되지. 하지만 이곳은 진짜 세계야. 그건 틀림없어. 이 세계에서 맛보는 고통은 진짜 고통이야. 이 세계에 찾아오는 죽음은 진짜 죽음이지. 흐르는 건 진짜 피야. 이곳은 가짜 세계가 아니야. 가상의 세계도 아니지. 형이상학적인 세계도 아니야. 그건 내가 보증하지. 하지만 이곳은 자네가 알고 있는 1984년이 아니야."

 "패러렐 월드 같은 것?"

 남자는 어깨를 슬그머니 흔들며 웃었다. "자네는 아무래도 사이언스 픽션을 너무 많이 읽은 모양이군. 아니. 그게 아니야. 이곳은 패러렐 월드 같은 게 아니야. 저쪽에 1984년이 있고, 이쪽으로 갈라진 가지에 1Q84년이 있고, 그것이 병렬적으로 나란히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야. 1984년은 이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자네에게도, 나에게도. 지금은 1Q84년이라는 시간 외에는 존재하지 않아."

 "우리는 그 시간성 속에 들어왔다는 말인가요?"

 "그렇지. 우리는 이곳에 들어왔어. 혹은 시간성이 우리 속에 들어왔거나. 그리고 내가 아는 한, 문은 한쪽 방향으로밖에는 열리지 않아. 돌아갈 길은 없어."

 "수도고속도로의 비상계단을 내려왔을 때., 그 일이 일어난 거군요." 아오마메는 말했다.

 "수도고속도로?"

 "산겐자야 근처에서." 아오마메는 말했다.

 "장소는 어디가 됐건 상관없어." 남자는 말했다. "자네에게는 그게 산겐자야였겠지. 하지만 구체적인 장소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야. 이곳에서는 어디까지나 시간이 문제지. 말하자면 레일 포인트가 그곳에서 전환되고, 세계는 1Q84년으로 변경되었어."

p322. "그리고 이 1Q84년에는 하늘에 달이 두 개가 떠 있는 거죠?"

 그녀는 물었다.

 "그렇지. 달이 두 개 떠 있어. 그것이 선로가 바뀌었다는 징표야. 그것으로 두 개의 세계를 구별할 수 있어. 하지만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두 개의 달이 보이는 건 아니지. 아니,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해. 말을 바꾸자면 지금이 1Q84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몇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얘기야."

 "이 세계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시간성이 전환된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구요."

 "그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곳은 이전과 하등 다를 바 없는 평소의 세계야. '이건 진짜 세계다'라고 내가 말하는 건 그런 의미에서야.

 "레일 포인트가 전환되었다." 아오마메는 말했다. "만일 그 포인트가 전환되지 않았다면 나와 당신이 여기서 이렇게 만날 일도 없었다. 그런 말인가요?"

 "그건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해. 개연성의 문제야. 하지만 아마도 그랬겠지."

 "당신이 말하는 건 엄정한 사실인가요. 아니면 그저 가설인가요?"

 "좋은 질문이야. 하지만 그 두 가지를 분간하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야. 오래된 노래가사에 이런 게 있지. Without your love, it's a honky-tonk parade." 남자는 그 멜로디를 조그많게 흥얼거렸다. "너의 사랑이 없다면 이건 그저 싸구려 연극에 지나지 않아. 이 노래를 알고 있나?"

 "It'a only a paper moon."

 "그래, 1984년도, 1Q84년도 근본적으로 같은 구성요소를 갖고 있어. 자네가 그 세계를 믿지 않는다면, 또한 그곳에 사랑이 없다면, 모든 건 가짜에 지나지 않아. 어느 세계에 있건, 어떠한 세계에 있건, 가설과 사실을 가르는 선은 대개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아. 그 선은 마음의 눈으로 보는 수밖에 없어."

14장. 덴고, Q.건네받은 패키지

: 후카에리와의 섹스. 이를 통해 덴고는 아오마메와 이어지고 아오마메는 임신을 하게 된다.

15장. 아오마메, Q.드디어 요괴의 시간이 시작된다.

16장. 덴고, Q. 마치 유령선처럼

17장. 아오마메, Q.쥐를 끄집어내다

p439. (다마루) "내가 말하려는 것 중 하나는 지금도 자주 그 녀석이 생각난다는 거야." 다마루는 말했다. "꼭 한 번 보고 싶다거나, 그런 게 아냐. 별로 만나고 싶진 않아. 이제 새삼 만나봤자 할말도 없고. 다만 녀석이 한눈 한번 팔지 않고 나무토막 속에서 쥐를 '끄집어내는' 광경은 내 머릿속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어. 그건 내게는 소중한 풍경 중 하나야. 항상 내게 뭔가를 가르쳐줘. 혹은 뭔가를 가르쳐주려고 해.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런 것이 필요해. 말로는 잘 설명이 안 되지만, 의미를 가진 그런 풍경. 우리는 그 뭔가에 제대로 설명을 달기 위해 살아가는 그런 면이 있어. 난 그렇게 생각해."

 "그게 우리가 살아가기 위한 근거 같은 게 된다는 얘기인가요?"

 "아마도."

 "내게도 그런 풍경이 있어요."

 "그걸 소중히 간직하는 게 좋아."

 "소중히 간직할게요." 아오마메는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할 게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한 너를 지켜주겠다는 거야. 때려눕혀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게 누구건 쫓아가서 때려눕힐 거야. 이기고 지는 건 상관없어. 중간에 너를 내버리거나 하진 않아."

18장. 덴고, Q.과묵한 외톨이 위성

-이 장에서 고엔지의 아오마메가 은신한 맨션 근처 놀이터 미끄럼틀에서 처음으로 달이 2개인 것을 뱔견한다.

19장. 아오마메, Q.도터가 깨어날 때는

p501. 아오마메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는 덴고가 만들어낸 이야기 속에 있는 거야. 아오마메는 생각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나는 그의 몸 안에 있어. 그녀는 그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의 신전 안에 있는 것이다.

20장. 덴고, Q.바다코끼리와 미치광이 모자 장수

21장. 아오마메, Q.어떡하지?

22장. 덴고, Q.두 개의 달이 하늘에 떠 있는 한

p540. (덴고의 아버지의 말을 회상) 설명해주지 않으면 모른다는 건 설명해줘도 모르는 거야.

23장. 아오마메, Q.타이거를 당신 차에

24장. 덴고, Q.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동안에

-아버지가 검사받으러 간 빈 병실에서 혼자 있는 동안 덴고앞에 공기번데기가 나타나고, 그 안에는 10살때의 아오마메의 모습이 있다. 그리곤 공기번데기는 사라지고 덴고는 아오마메를 찾기로 결심한다.


3권. - 3권부터는 우시카와의 이야기도 포함되서, 우시카와->아오마메->덴고의 순으로 이야기가 병렬 진행된다.

1장. 우시카와, Q.의식의 저 먼 가장자리를 걷어차는 것

2장. 아오마메, Q.외톨이지만 고독하지는 않아.

3장. 덴고, Q.다들 짐승이 옷을 차려입고

4장. 우시카와, Q.오컴의 면도날

5장. 아오마메, Q.아무리 숨을 죽이고 있어도

6장. 덴고, Q.엄지의 욱신거림으로 알게 되는 것

7장. 우시카와, Q.그쪽으로 걸어가는 중이야

8장. 아오마메, Q.이 문은 제법 나쁘지 않다.

9장. 덴고, Q.출구가 아직 닫히지 않은 동안에

p222. "재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덴고는 물었다.

 "재생에서 가장 큰 문제는 말이지." 자그마한 간호사는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듯이 말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재생 할 수 없다는 거야.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만 재생할 수 있어."

10장. 우시카와, Q.솔리드한 증거를 수집한다.

p249. "깊은 신앙심과 불관용은 항상 표리의 관계지요. 그건 우리 손으로는 좀체 감당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우시카와는 말했다.

11장. 아오마메, Q.이치가 통하지도 않고 친절한 마음도 부족하다.

p275. "직감에 대해 나는 경의를 표하지." 다마루는 말했다. "하지만 일단 자아가 이 세계에 태어난다면, 윤리의 주체로서 살아갈 수 밖에 없어. 잘 기억해두는 게 좋아."

 "누가 그런 말을 했죠?"

 "비트겐슈타인"

12장. 덴고, Q.세계의 룰이 느슨해지기 시작한다.

p285 "그런 문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아버지가 의식을 육체에서 분리하여 어딘가 다른 세계로 옮겨가고, 거기서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해도 딱히 이상할 건 없어요. 말하자면 우리 주위에서 세계의 룰이 느슨해지기 시작한거죠.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내게는 어떤 기묘한 느낌이 있어요. 아버지가 그것을 실제로 하고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이를테면 아버지는 고엔지의 내 아파트에 찾아가 문을 두드려요. 알죠? NHK 수금원이라면서 끈덕지게 문을 두드리고 위협하는 말을 큰 소리로 복도에서 떠드는 거. 우리가 예전에 이치카와 시의 수금 루트에서 곧잘 했었던 거 말이에요."

p287. "아버지를 나무라는 건 아니에요. 아버지는 자신의 의식을 자기 마음대로 보낼 권리가 있어요. 그건 아버지의 인생이고, 아버지의 의식이죠. 아버지에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가 있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거겠지요. 그걸 일일이 지적할 권리는 아마 내게 없을 거에요. 하지만 아버지는 더이상 NHK 수금원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더 이상 NHK 수금원 행세를 해서는 안 돼요. 그런 짓을 해봤자 구원은 없어요."

13장. 우시카와, Q.이것이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인가?

p305. 그리고 일반적으로 진리로 여겨지는 것들이 대부분의 경우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키워나갔다. 또한 그는 배웠다. 주관과 객관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명료하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만일 그 경계선이 애초에 명료하지 않다면 의도적으로 그것을 이동시키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p324. 이게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더이상 잃을 건 아무것도 없다. 내 목숨 외에는.

14장. 아오마메, Q.나의 이 작은 것

p330.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신이 아니다. 나의 신이다. 그것은 내가 인생을 희생하며 살이 찢지고, 살갗이 벗겨지고, 피를 발리고, 손톱을 뽑히고, 시간과 희망과 추억을 빼앗기고, 그 결과 내 몸에 밴 것이다. 형태를 가진 신이 아니다. 하얀 옷도 입지 않고 긴 수엽도 없다. 보상도 없거니와 처벌도 없다. 아무것도 주지 않고 아무것도 빼앗지 않는다. 올라갈 천국도 없고 떨어질 지옥도 없다. 더울 때나 추울 때나 신은 그저 그곳에 있다.

 '선구'의 리더가 죽음 직전에 입에 올렸던 말을 아오마메는 때때로 생각한다. 그 굵은 바리톤 음성을 그녀는 잊을 수가 없다. 그의 목 뒤편에 찔러넣은 바늘의 감촉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빛이 있는 곳에 그림자가 없어서는 안되고, 그림자가 있는 곳에 빛이 없어서는 안된다.
 빛이 없는 그림자는 없고, 또한 그림자가 없는 빛은 없다. 리틀 피플이 선인지 악인지, 그건
 알 수 없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이해나 정의를 뛰어넘는 존재다. 우리는 오랜
 옛날부터 그들과 함께 살아왔다. 아직 선악 따위가 제대로 존재하지 않았던 무렵부터.
 사람들의 의식이 아직 미명의 것이었던 시절부터.

p340. "사실을 말하자면, 나도 얼마 전까지는 그리 생각했답니다." 

 가만히 웃으며 노부인은 말한다. 윤기가 없는 웃음이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자부심도 있었어요. 하지만 세월은 모든 인간에게서 조금씩 생명을 앗아갑니다. 사람은 때가 되어서 죽는게 아니에요. 안에서부터 서서히 죽어가다가 이윽고 최종 결제 기일을 맞는 것이지요. 아무도 거기에서 도망칠 수 없답니다. 인간은 받은 것의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나는 이제야 그 진실을 배우고 있을 뿐이에요."

15장. 덴고, Q.그것을 말하는 건 허락되어 있지 않다.

16장. 우시카와, Q.유능하고 참을성 있고 무감각한 기계

17장. 아오마메, Q.한 쌍의 눈밖에는 갖고 있지 않다.

p411. 다마루가 말한다. "프로라는 건 사냥개와 같아. 보통사람은 맡지 못하는 냄새를 맡고, 보통사람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지. 보통사람과 똑같게 해서는 프로가 될 수 없어. 설령 프로가 되더라도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해. 그러니 주의하는 게 좋아. 너는 주의 깊은 사람이야. 그건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지금까지보다 한층 더 주의하는 게 좋아. 가장 중요한 일은 퍼센티지로 결정되는 게 아니니까."

18장. 덴고, Q.바늘로 찌르면 붉은 피가 나는 곳

19장. 우시카와, Q.그는 할 수 있고 보통사람들은 할 수 없는 것

p471. 그의 기억은 정확한 네 귀퉁이를 가진 순수한 빈 상자였다. 그 상자 안에 채워져 있는 건 공백뿐이다. 우시카와는 그 공백을 빙 둘러보았다. 하지만 잘 보니 그건 공백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슴푸레한 방 한 칸으로, 휑하니 썰렁하고 가구 하나 없었다. 눈에 익지 않은 장소다. 옆의 신문지 위에는 사과 속이 하나 놓여 있다. 우시카와의 머리는 혼란에 빠졌다. 내가 왜 이런 기묘한 곳에 와 있는 거지?

 그러고는 이윽고 자신이 덴고가 사는 아파트의 현관을 감시하고 있다는 게 생각났다. 그렇지, 저기 망원렌즈를 단 미놀타 일안 리플렉스가 있어. 혼자서 산책을 나간 백발의 긴귀 영감도 생각났다. 새들이 해가 저물면 숲에 돌아오듯이, 텅 빈 상자 안에 서서히 기억들이 돌아왔다. 두 가지의 솔리드한 사살이 그곳에 떠올랐다.

->이 장에서 우시카와는 덴고를 미행하다가 아오마메가 은신한 맨션 근처 놀이터를 찾은 덴고가 미끄럼틀에서 하늘을 한참 동안 바라본 것을 목격하고, 덴고가 떠난 후 그 미끄럼틀에 올라 덴고가 무엇을 본 것인지를 확인하다. 그 과정에서 달이 2개 떠 있는 세상에 자기가 있음을 확인한다.

20장. 아오마메, Q.나의 변모의 일환으로

21장. 덴고, Q.머릿속에 있는 어딘가의 장소에서

22장. 우시카와, Q.그 눈은 오히려 가엾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p568. 어쨋든 이제 덴고는 천애고아의 신세가 된 셈이군. 우시카와는 생각했다. 원래 고독한 사내였지만 이걸로 더욱 고독해졌다. 완전한 외톨이다. 어머니는 그가 두 살이 되기 전에 나가노 현의 어느 온천 여관에서 교살당했다.살인을 저지른 남자는 결국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남편을 버리고, 젖먹이 덴고를 데리고 그 젊은 남자와 출분했다. '출분'이라니, 꽤 예스러운 말이다. 요즘은 아무도 그런 말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행위에는 썩 잘 어울리는 말이다. 어째서 그 남자가 여자를 죽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아니, 정말로 그 남자가 죽였는지도 아직 분명치 않다. 여관방에서 여자는 밤사이에 잠옷 끈으로 목이 졸려 살해되었고, 함께 있던 남자는 사라졌다. 그러니 어떻게 생각해봐도 그 남자가 수상하다. 그저 그뿐이다. 덴고의 아버지가 연락을 받고 이치카와에서 찾아와, 남겨진 젖먹이 아들을 데려갔다.

23장. 아오마메, Q.빛은 틀림없이 그곳에 있다.

24장. 덴고, Q.고양이 마을을 떠나다

p598, (아다치 구미)"아버님은 뭔가 비밀을 안고 그쪽으로 가버렸는지도 몰라. 그 일로 너는 약간 혼란스러운 것처럼 보여.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냐. 하지만 덴고 군은 어두운 입구를 더이상 들여다보지 않는 게 좋아. 그런 건 고양이들에게 맡겨두면 돼. 그런 걸 해봤자 너는 어디로도 갈 수 없어. 그보다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는 게 좋아."

25장. 우시카와, Q.차가워도, 차갑지 않아도, 신은 이곳에 있다. => 칼 융이 남긴 말이라고 책에 나옴. 이 장에서 다마루는 우시카와를 제거한다.

26장. 아오마메, Q.매우 로맨틱하다

27장. 덴고, Q.이 세계만으로는 부족할지 모른다.

28장. 우시카와, Q.그리고 그의 영혼의 일부는 -> 우시카와의 시체의 입을 통해 리틀피플이 나와서 공기번데기를 만들기 시작한다.

29장. 아오마메, Q.다시는 이 손을 놓지 않아

30장. 덴고, Q.만일 내가 틀리지 않다면

31장. 덴고와 아오마메, Q.콩깍지 안에 든 콩처럼



騎士団長殺し :第1部 顕れるイデア編

기사단장살인 : 제1부 드러난 이데아편.


『1Q84』から7年――、
待ちかねた書き下ろし本格長編


1Q84로부터 7년, 고대했던 신작 본격장편.

その年の五月から翌年の初めにかけて、私は狭い谷間の入り口近くの、山の上に住んでいた。夏には谷の奥の方でひっきりなしに雨が降ったが、谷の外側はだいたい晴れていた……それは孤独で静謐な日々であるはずだった。騎士団長が顕(あらわ)れるまでは。


그해 오월부터 다음해 초에 걸쳐서, 나는 좁은 골짜기의 입구 근처의, 산위에서 살고 있었다. 여름에는 골짜기 깊은곳에서 끊임없이 비가 왔지만, 골짜기의 바깥쪽은 거의 맑은 날씨였다.... 그것은 고독하고 정밀한 하루하루였을뿐이었다. 기사단장이 나타나기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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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나온 하루키의 신작. 난징대학살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일본인으로서 난징대학살이라는 주제를 다루기는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고, 그 자신의 생각의 레벨도 이미 일본을 넘어서 세계인이라는 자각을 하는 그로서는 마땅히 일본인의 가장 큰 치부중 하나를 건드려볼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태엽감는 새에 나왔던 노몬한 전투 에피소드에서 그는 일본이 일으킨 대동아전쟁에 대해 깊은 회의를 드러낸 적이 있다.

기대되는 신작이다.



"봐라, 네 안에는 물리학과 생물학뿐만 아니라 화학 천문학까지 들어 있지. 너는 지금까지 사람이 밝혀낸 한도 내에서 우주의 역사를 모두 알고 있을 것다.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을 조금 넘나 그렇다지. 그 우주 안의 콩알만 한 지구도 태어난 지 45억 년이나 되고. 그에 비하면 사람의 인생은 고작 푸른 세재 한 스푼이 물에 녹는 시간에 불과하단다. 그러니 자신이 이 세상에 어떻게 스며들 것인지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나면 이미 녹아 없어져 있지." (본문 일부 발췌)


이 소설을 보게 된 계기는 최근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때문이다. 

엔딩장면, 퀘벡의 언덕 묘비 옆에서 한낮의 태양을 받으며 책을 보고 있던 도깨비. 그리고 그 뒤에 민들레 씨앗을 불며 그를 바라보며 "찾았다"라고 하는 은탁의 환생. 

이 장면에서 도깨비인 공유가 읽고 있던 책이 바로 이 한 스푼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구병모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첫 작품으로 위저드 베이커리를 보고 두 번째로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이 작품의 대강의 줄거리는,

변두리의 허름한 주택가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명정. 그는 아내를 잃고 하나뿐인 아들도 외국여자와 결혼하여 타국에서 생활중 비행기 사고로 잃게 된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아들이 남긴 유품이 배달되는데, 그것은 외국의 어느 벤처기업에서 만든 A.I(인공지능) 휴머노이드였다. 휴머노이드에게 외아들의 남동생이 태어나면 지어주려 했던 '은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함께 세탁소에서 살게 된다.

'은결'은 17살의 외모로 디자인된 남성형 휴머노이드로, 거의 인간과 흡사한 피부조직등을 가진 최신형이었으나 해당 벤처기업이 파산하는 바람에 더 이상의 부품조달이나 A/S등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같은 골목에 살고 있는 이웃, 세주(은결의 초기 셋팅을 도와준 젊은 영어학원 강사), 시호와 준교(어릴때부터 이 골목에 살고 있는 소꿉친구이자 우여곡절 끝에 나중에 결혼한다)를 통해 은결은 세상과 소통을 하기 시작한다.

명정은 휴머노이드인 하지만 '은결'에게 자신의 아들과 같은 감정을 갖기 시작하고 이를 내색하진 않지만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여생을 은결에게 인간의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차츰 은결은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얻은 방대한 경험정보를 DB화하여 디지탈화된 정보들로부터 인간의 언어, 감정, 느낌, 맥락 등을 이해하기 시작하며, 자신조차도 이것이 무엇인지 분류하지 못하는 정보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인간의 희로애락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는 듯이 보이는 수준이 되었을때 명정은 인간으로서의 수명이 다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명정은 자신이 떠난 후의 '은결'의 남겨진 처지를 염려하여 이웃의 준교(대학생 졸업반이며, 군대말기, 그리고 대학원을 준비중인)와 의논하여 '은결'을 대학의 연구실에 양도하려 한다.

명정의 장례식이 끝난 후, 그의 유언장을 읽던 은결에게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작가의 전작인 위저드 베이커리도 SF(라기 보다는)나 환타지적인 요소가 있는 성장소설이다. 이 작품도 A.I인 은결의 입장에서 보자면 하나의 성장소설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하게 이야기의 촛점이 '은결'에게 맞춰져 있지는 않다. '은결'은 이야기의 주인공이긴 하지만 주로 관찰자 입장에서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느낌,반응등을 보면서 그가 인간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정보를 습득하는 장면이 훨씬 많다. 따라서 명정,세주,시호,준교등 주요한 주변 등장 인물들의 일상과 그들의 20여년간의 인생의 주요사건, 변화들을 '은결'의 눈을 통해 접하게 된다.

그 속에서 독자는 '은결'의 반응과 그에 따른 맥락을 자신(인간)의 생각,느낌등과 비교하게 된다. 처음에는 답답하기도 했던 '은결'의 배움의 더딘 과정을 지나서 어느덧 인간화되어가는 '은결'의 반응은 작가의 의도했던 부분 같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 소설은 '은결'이 인간의 언어를 배워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명정이 죽고 난 후, 은결의 반응은 과거 A.I의 주제를 다루었던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이미 A.I에 대한 주제는 1950년대 이후부터 미국의 SF작품에서 다루어졌던 익숙한 주제라 그리 새로울 건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알파고 신드롬 이후 재점화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속에서 나온 소설이다. 

그래도 한국적인 정서속에서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A.I가 과연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습득해갈 것인가를 맥락적 측면에서 이해하려 시도했던 부분은 꽤 참고가 될 만하다.

250페이지 분량 정도로 하루이틀이면 충분히 읽을만하며 내용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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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깨비와 연계해서 생각해보면, 불멸의 삶을 사는 도깨비와, A.I인 은결의 삶에는 무언가 매칭되는 부분이 있다. 과거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나 이 소설을 보면서 생각났던 바이센테니얼 맨-바이센테니얼 맨은 1999년에 개봉되었고, A.I는 2001년에 개봉되었다. A.I에도 바이센테니얼 맨의 주인공인 로빈 윌리엄스가 단연으로 나온다고 하는데 난 본 기억이 없다. A.I도 다시 한 번 봐야겠다.-에서처럼 A.I라는 존재도 휴머노이드를 구성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이루는 메모리반도체라는 부분은 영구적이라고까지 이야기하진 못하겠지만 적절한 A/S와 교체만 이루어지면 이론적으론 인간의 수명의 수배에서 수십배까지 생존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누구도 살아보지 못하는 영원의 삶, 원래 이것은 인간이 오랜 꿈의 궁극적인 형태가 아닐까 한다. 이승에서의 영생을 바라지 못하기에 우리는 종교 혹은 신이라는 이름을 빌려 이승 이후의 삶에서 영생과 구원이라는 형태의 희망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긴 하다.

도깨비, A.I. 이런 것들은 결국 모두 인간의 고대로부터 가져왔던 영원불멸의 삶에 대한 하나의 희망태, 혹은 실현 가능할 것 같은 근미래의 그럴듯한 현실태로서 점점 구체화되가는 것인 것 같기도 하다. 영원의 삶이 실제 우리의 현실로 들어올 때 과연 인간의 존재-인간의 존재의 의의는 삶과 죽음의 대비에서 파생되는 존재에 대한 비존재의 대비에 있다.-란 것은 어떻게 재정의 되어야 할 것인가?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국이 지상으로 내려온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것인가? 아니면 영원한 고통으로 인한 지옥의 재림으로 봐야 할 것인가? 인간이 과연 영원이라는 숙명,형벌,저주,축복,, 그 어떤 이름이 되었든 지난 수백만년간 어떤 생물도 극복하지 못했던 시간의 주술로부터 풀려난다면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실존은 항상 현실과 이상을 앞선다곤 하지만 이것은 너무나 무거운 질문인 반면, 이미 인간은 그 질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단계에 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냥 갑자기 문득 읽고 싶어져서 읽어봤다.


어쩌다 걸린게 이 책(푸른숲 주니어, 박상은 역)인데 청소년용으로 축약을 한건가 싶긴하다. 아마도 완역본이랑 내용의 차이는 없을 것 같다. 헤밍웨이의 하드보일드한 문체를 생각하면 완역과 거의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싶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고 내용이 잘 알려져있다 보니 이 책을 어릴때 읽었는지 아닌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노인 산티아고가 바다에 나가 거대한 청새치 한마리를 잡고 돌아오는 길에 상어떼에게 습격을 받아 뼈만 남은 청새치를 가지고 귀환한다는 지극히 단순하기 그지 없는 플롯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쉬이 여길 수 없는 이유는 당대의 대 문호인 헤밍웨이의 마지막 작품이며 또한 그에게 퓰리처와 노벨상을 안겨준 작품인 탓이다.


이 작품을 읽은 감상은 나이든 어부의 단 하루의 에피소드에 인생의 핵심을 압축했다는데 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을 어릴때 읽는 것은 아마도 별 감흥이 없을 것이다. 적어도 30대쯤에나 이르면 인생경험이 아주 풍부한 20대나 겨우 이 작품의 맛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이 작품의 백미는 누가 뭐라 해도 인생의 모든 산전수전을 겪은 산티아고가 이제껏 자기가 쉬이 가보지 않은 먼 바닷가로 이끌려, 이제껏 그 오랜 고기잡이를 하면서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5.5미터 길이의 대형 청새치가 낚시줄에 걸리면서 시작되는 물고기를 잡아 돌아오는 과정에서 겪는 것들-기다림, 고통, 배고픔, 피곤함, 보이지 않는 물고기와의 교감, 신에 대한 기도, 자신을 기다리는 유일한 존재인 소년 마놀린에 대한 그리움, 상어에 대한 분노, 공포, 체념,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무사히 귀환한데 대한 신에 대한 감사 - 에 대한 헤밍웨이의 잔인하리만치 무미건조한 1인칭 묘사이다.


헤밍웨이는 내내 눌러왔던 노인에 대한 감정을 마놀린을 통해서 간략히 표현한다.


"소년은 노인이 숨을 쉬는지 살펴보고 나서, 노인의 두 손을 보고는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소년은 커피를 가져 오기 위해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소년은 언덕길을 내려가는 내내 울었다."


노인과 바다는 말할 것도 없이 인간의 삶에 대한 메타포이다.


노인과 소년은 삶의 끝 그리고 시작에 대한 은유이자, 인간의 그 삶을 이어나가는 방식을 뜻한다. 소년은 노인의 상처난 두손과 구리빛으로 그을린 피부와 말라비틀어진 근육과 뼈가 드러난 등을 바라보며 인생의 고달픔을 그리고 사내의 의지를 마음으로 배우게 된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인생에 대해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작품을 읽는 아주 많은 사람들의 입장을 헤밍웨이는 마지막 부분에 주점을 찾은 여자 관광객을 통해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백사장에 버려져 파도에 흔들리는 거대한 꼬리와 기다랗고 하얀 물고기의 뼈를 바라보며 여자는 "저게 뭐죠?'라고 묻는다. 이에 술집의 종업원은 티뷰론이라는 상어의 일종이라는 대답을 한다.

여자는 "상어가 저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꼬리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네요."


술집의 종업원은 오고가는 선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산티아고 노인이 고기를 잡고 돌아오는 길에 일을 당해서 뼈만 남은 고기를 가져온 사실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뼈를 본 여자 관광객이 알고 싶은 것은 그 뼈에 얽힌 사연보다는 그 외연만이 궁금할 뿐이다. 


그저 한 인생 살다갈 뿐인 여행객인 우리에겐 한사람 한사람의 역사를 마주할 여유보다는 그저 슬쩍 보이는 외피에서 유추되는 얕은 호기심만 충족되면 그뿐, 노인과 물고기의 사연따위는 별로 알고싶지 않은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만약 마놀린과 같이 눈물을 흘려줄 수 있다면 그 따뜻한 가슴으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써 봐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동명의 영화가 작년에 개봉해서 상당히 재밋게 봤다. 영화를 본 것을 계기로 원작 소설을 찾아서 읽었는데, 소설은 뼈대는 비슷하지만 스토리가 상당히 다르다. 따라서 별개의 작품이라고 봐야 할 듯 하다. 해리포터의 영향때문이었는지 영화는 비쥬얼적으로 마법적 요소를 많이 강조했는데 소설은 사실상 마법적 요소는 아주 부수적이며 제이콥이 어려움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부각되어 있다.

영화는 와이트에게 납치된 페레그린을 되찾기 위해 영국에 설치된 루프를 찾아가서 와이트와 할로우들과 싸우는 내용과 페레그린을 되찾은 후, 제이콥이 다시 엠마가 있는 루프를 찾아간다는 결말로 되어 있는데 비해, 소설은 새로 변신한 체 부상당한 페레그린을 되찾은 후 섬의 루프가 파괴되어 이상한 아이들이 살아갈 다른 루프를 찾아떠나는 것으로 끝을 맺으며 다음편을 예고한다.

또한 영화는 주인공인 제이콥과 엠마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페레그린의 비중 역시 주인공 못지 않게 높았는데(에바 그린을 페레그린역으로 캐스팅했기때문에 시나리오를 바꾸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비해, 소설에선 페레그린의 비중 자체가 거의 없다.

2편인 할로우시티와 3편인 영혼의 도서관 모두를 봐야 완결되는 이야기라서 다 읽어봐야 전체적인 평가가 가능할 듯 하다.

해리포터보다는 재미라는 측면에선 덜한 면도 있지만, 성장소설이라는 틀에서 보면 해리포터와보다는 조금 현실적인 내용이라는 느낌도 있다.

일단은 작품에 대한 판단은 후속편을 읽고 내려야 할 듯 하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최근의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 때문이다.

도깨비의 마지막회의 엔딩부에서 공유가 무덤가에서 읽고 있던 책은 바로 이 작가의 최신작인 한스푼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구병모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를 유명하게 만든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성장소설이지만 우울한 이야기로 일관한다. 이 책을 읽는데는 삼일 정도, 그리고 시간으로는 3~4시간 남짓이 걸렸기때문에 미처 인식하진 못했지만 주인공인 남자 아이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유일하게 나오는 이름은 아마 주인공의 계모가 데리고 온 몇 살 아래의 여동생인 무희라는 이름뿐이다. 어두운 이야기라 익명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그랬는지 하여간 이름 없이 소설을 만든다는 것도 그리 쉽진 않았을텐데 끝까지 보면서도 별로 의식하지 못했으니 그것이 의도적이었다면 소설가의 의도는 성공했다고 해야 할까?

사업을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가진 주인공, 어머니는 바깥일에만 몰두하고 이해심이 전혀 없는 남편과의 불화(아마도 바람기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로 우울증에 걸린다. 주인공의 엄마는 주인공이 6살때 아이를 집에서 10정거장 떨어져 있는 청량리역에서 땅콩버터가 들어간 대보름빵 하나를 주머니에 넣어주곤 아이를 버려두고 간다. 아이가 아빠,엄마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틀이 지나서 경찰이 아이를 집에 데려다 주었으나 자신을 버린 엄마 역시 자살기도(? 소설엔 정확히 나오진 않고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기억만 나오는데 아마도 그렇게 예측된다.)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이다. 엄마는 퇴원 이후에도 아버지와 계속 싸우고 결국은 아버지의 허리띠로 자살하고 그 모습을 어린 주인공은 목격한다.

그 후에 친할머니의 중매로 배선생이라는 여자와 아버지는 재혼하게 되고, 배선생은 자기 딸인 무희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온다. 처음엔 남자 주인공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배선생은 아이가 계속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않자(이 부분이 좀 미묘한데, 아이가 마음을 열지 않았다기보다 배선생이라는 계모의 마음이 진심이 아니었기때문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아이를 구박하고 결국 남자 주인공은 후천적으로 말을 하지 않게 되고 집과 학교에서 왕따처럼 살아간다.

이후 집 근처에 있던 빵집을 자주 이용했던 주인공은 어떤 계기로 집을 나와서 그 빵집에서 몇 일을 기거하면서 그 빵집의 주인이 진짜 마법사(위자드)임을 알게 되며 그 이후로 몇 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이 소설의 결말은 2가지로 나뉘어진다. 그것은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빨간약을 먹을지 파란약을 먹을지의 선택과 비슷하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빨간약을 먹으면 지금 이 순간의 일은 모두 잊고 여태처럼 매트릭스에서 깨어나서 평소와 같은 평범한 생활을 하게 되는 것과, 파란약을 먹으면 진실을 알게 될테지만 그 진실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의 진실일뿐 그것이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라고는 보장할 수 없다고 한다.

작가도 마법으로 주인공이 겪었던 모든 괴로운 일들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버린 인생과, 현실을 그대로 이어나가는 2개의 인생의 길을 보여주면서 그 결론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짧은 내용이지만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마법이라는 비현실적인 양념을 통해 맛갈스럽게 표현해내어 독자의 이해와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좋은 소설이다.




  






주인공인 후쿠하라 케이코(古倉恵子)는 어린시절부터 남들과 다른 사고방식을 타고 났다.

소설의 내용으로 보면 유치원때 놀이터에서 새가 한마리 죽어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손에 들고 엄마에게 들고 가서 이거 집에 가서 먹자라고 얘기하던가, 초등학교때 남자아이 2명이 싸우는 것을 보고 친구들이 말리려고 애쓰는 것을 보자, 삽을 들고 싸우는 남자아이들 뒷통수를 후려갈긴다.

죽어있는 새를 보고 집에가서 먹자고 한 이유는 평소에 집에서 새구이를 즐겨먹었기 때문에 이걸 가족들이 함께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고, 남자아이들이 싸우자 삽으로 후려친것은 다른 아이들이 싸우는 남자아이들을 말리려 애쓰는 것을 보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소설에 구체적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여동생의 집에 찾아갔을 때에도 갓난아기인 조카를 달래는 여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하는 독백에, "그저 우는 것을 멈추게 할 뿐이라면 더 쉽게도 할 수 있을텐데."라는 서늘한 대목마저 있다.

그렇다고 사이코패스와 같은 극단적인 것은 아니고, 단지 자신의 행동이 반사회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그것이 남들과 다르다고는 느끼나 어찌 교정해야 할지에 대해선 잘 모른다 할 정도의 사회성 결함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으로 나온다.

일상적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이러한 결함을 안고 있는 주인공은 고등학교를 졸업후 우연한 기회에 동네에 생긴 편의점에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편의점은 업무준비, 매장의 메이크업, 상품의 준비, 입/출고, 고객응대, 계산등의 모든 업무를 매뉴얼대로 수행하는 형태이기때문에 자신의 생각보다는 매뉴얼을 숙지하여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별 문제 없이 적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묘사된다. 이 편의점에서 18년간 근무하며 주인공은 어느새 편의점에 최적화된 인간으로 육성된다. 중간에 사회적 낙오자이자 히키코모리인 시하라의 등장으로 갈등하게 되는 후쿠하라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시하라를 보고 답답함을 느낀다. 답답한 나머지 시하라와의 동거를 시작하고 이로 인해 편의점마저 관두게 된다.

편의점을 관둔후 아무런 규율도 없는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폐인처럼 살게 된 후쿠하라. 시하라의 권유(?)로 정규직이 되기 위한 면접을 준비하고 면접을 가기 위해 나간 외출길에서 편의점을 들른다.

다시 들른 편의점에서 후쿠하라는 자신이 편의점에서 최적화된 그리고 그곳에서만 자신의 잠재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소설이다. 소설의 내용은 매우 짧다. 거의 단편에 가까운 중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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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본 작품에 대한 인터뷰 동영상.

어째서 편의점을 무대로 작품을 쓰게 되었는지, 이전 작품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주인공과 작가 자신이 닮은부분이 있는지, 이 작품을 어떻게 읽으면 되는지와 같은 쓰레기 같은 질문이지만 혹 궁금할 수도 있으니 참고할 사람은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작가 자신이 현재 세븐일레븐에서 18년째 근무중이다. 어떤 면에선 자서전적인 작품일 수도 있는데 인터뷰 내용으로 보면 자신은 주인공과 그리 닮은 부분은 없다는 듯 하다.

수상을 하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편의점에서 근무한다고 하던데, 일본 가면 함 들러서 사인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2002년 작품으로 장편으로서는 10번째(내 기준으론) 작품에 해당한다.

그의 작품은 초기부터 양이라든가 어떤 매개체로서 의인화된 동물들이 등장하는 등 약간은 초현실적인 경향을 띄는 작품들이 있는데 아마도 이때까지의 작품중 가장 상징적이며 초현실적인 장치들이 많이 등장하는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작품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도 이전의 작품과는 확실히 대비되는 측면이 있다.

첫번째 읽었을때는 이 작품에 대해 거의 이해한 바가 없었는데(내용 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몇 년이 지난뒤 2번째 읽게되자 내용은 선명히 머리에 들어온다는 느낌이 있다.

일명 까마귀 소년과 동행하는 가명의 15살 소년 다무라 카프카의 가출로부터 시작되는 이 소설은 출생의 비밀과 그에 얽힌 저주로부터 도망치려는 소년과 함께, 60살이 넘은 고양이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일그러진 인상의 나카타라는 노인사이의 에피소드가 병행교차하면서(이런 구조는 무라카미 소설 구조에서 몇 몇 작품에 보이는 친숙한 구조) 이야기가 진행된다.

서로 완전히 상관이 없던 것 같은 2개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 같은 공간과 시간내로 이어지면서 독자의 몰입이 극대화되는 효과도 물론 있긴 하지만, 그 상징들간의 연관성을 명확히 이해하기란 사실상 그리 쉽지는 않은 일이다. 특히 이 소설의 경우는 그러한 장치,상징들간의 연관성이 소설에도 등장하는 말처럼 "그것은 말로서 설명되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말하지 않는 것이 나은 것이다." 과 같은 성질을 어느 정도는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독자마다의 개별성과의 작용에 의해 그것은 소설에 쓰여져 있는 활자로서의 공통적인 매개체를 통하긴 하지만, 공통적인 내용이 독자마다의 개별성과 작용하여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독자간의 교감에는 독자적인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듯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을 읽는 도중에는 전혀 이 소설의 내용에 대해 거부감이라든가 충격적이라 할 만한 부분은 없었는데, 영화화를 한다는 가정하에 보니 소설대로 영화를 만든다면 절대적으로 18세 관람불가가 될 수 밖에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문자로서 활자화된 매체에 의해 가려진건지 아니면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문체때문에 가려진건지는 사실상 확실친 않다.

한꺼번에 확 하고 읽혀지는 작품은 아닌 듯 하다. 적어도 1,2번은 더 읽어봐야 할 작품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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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14. 세번째 완독 후.


 이 작품의 표면적 주인공은 다무라 카프카라는 소년이지만, 현실의 이야기를 구동시킨다는 측면에서는 나카타 노인, 극후반부에서는 호시노 청년이 더욱 비중있게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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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p79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에 따르면, 먼 옛날의 신화 세계에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었어" 하고 오시마 상이 말한다. "그 이야기를 알고 있어?"

 "모릅니다" 하고 나는 대답한다.

 "옛날에는 세계가, 남자와 여자가 오늘날같이 따로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남자와 남자가 또는 남자와 여자가, 그 밖에도 여자와 여자가 한 몸으로 등이 맞붙어 있어서 마주 보지는 못하고, 서로 등짝이 딱 붙은 채 살아가는 세 종류의 인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거야. 그러니까 애당초 인간은 오늘날과는 달리, 두 사람이 한 몸으로 붙어 있게 만들어졌었다는 거지. 그래도 모두 만족하고 아무 말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는 거야. 그런데 하느님이 칼을 써서 그 모든 사람들을 반쪽씩 두 사람으로 갈라놓았어. 모든 살마을 두 조각 내 버렸다는 거지. 그 결과로 오늘날의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의 칼에 맞아 생긴 일직선으로 된 흔적이 등짝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야. 그래서 요행히 제대로 자기 짝을 찾게 되면 해피엔딩의 사랑이 되지만, 영영 찾지 못하거나 찾았다 싶어 결합했는데 아니다 싶으면 다시 영원한 이별이 된다는 그럴듯한 얘기지. 그 결과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만이 있게 되어서, 사람들은 원래 한 몸으로 붙어 있던 반쪽을 찾아 우왕좌왕하면서 인생을 보내게 되었대."


p163


 "나카타 상, 여기는 참으로 폭력적인 세계입니다. 아무도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습니다. 부디 그 사실을 잊지 마세요.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다고는 할 수 없지요. 고양이나 인간이나 말이에요."


p200

 아이들의 마음은 부드러워서 여러 형태로 삐뚤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단 삐뚤어지고 굳어진 것은 좀처럼 원상태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많은 경우, 두 번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p207

 "하지만 인간은 무엇인가에 스스로를 밀착해 살아가는 존재지" 하고 오시마 상이 말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거야. 너도 부지불식간에 그렇게 하고 있을 거야. 괴테가 말하듯, 세계의 만물은 메타포거든."


p215

 요컨대 어떤 종류의 불완전함을 지닌 작품은 불완전하다는 그 이유 때문에, 인간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p256

 사람들이 나를 비난하고,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모두 내 얼굴을 노려보고 손가락질을 해댄다. 기억에 없는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 없다, 고 나는 주장한다. 거기에서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것조차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말한다. "누가 그 꿈의 본래 소유자이든, 너는 그 꿈을 공유했다. 그러니까 꿈속에서 행해진 일에 대해 너는 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 그 꿈은 네 영혼의 어두운 통로를 통해서 숨어 들어온 것이니까."

 히틀러의 거대하게 일그러진 꿈속에, 어쩔 수 없이 말려 들어간 아돌프 아이히만 중령과 마찬가지로.


p258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다. "하지만 널 알다가도 모르겠어. 그런 건 잠자코 마음대로 상상하면 되잖아? 일일이 내 허락을 받지 않아도, 네가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지, 그런 걸 나는 어차피 알 수 없으니까 말야."

 아니, 그렇지 않다. 내가 무엇을 상상하는가는 이 세계에서 어쩌면 대단히 중요한 일인 것이다.


p285


 "눈을 감아서는 안 되네" 하고 조니 워커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도 규칙일세. 눈을 감아서는 안 되네. 눈을 감아도 사태는 조금도 좋아지지 않으니까. 눈을 감았다고 해서 무엇인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아니, 오히려 다음에 눈을 떴을 때, 사태는 더 악화되어 있을 거라네. 우리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는 걸세. 나카타 상. 눈을 똑바로 떠야 하네. 눈을 감는 것은 약자가 하는 짓이야.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것은 비겁한 자가 하는 짓이란 말일세. 자네가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가고 있단 말이야. 똑딱똑딱하고."


p346

 젠더라는 말은 애당초 문법상의 성별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저는 신체적인 성차性差를 가리킬 경우는 역시 섹스라고 표현하는 쪽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 '젠더'는 오용입니다. 

==> 페미니즘에 대한 무라카미의 냉소?


p384


 "거기에는 아이러니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지."

 "아이러니?"

 오시마 상은 내 눈을 들여다본다. "자, 내 말 잘 들어. 다무라 카프카 군. 네가 지금 느끼는 것은 수많은 그리스 비극의 동기가 되기도 한 거야. 인간이 운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이 인간을 선택한다. 그것이 그리스 비극의 근본을 이루는 세계관이지. 그리고 그 비극성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하고 있는 것이지만 -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사자의 결점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당사자의 장점을 지렛대로 해서 그 비극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는 거야. 내가 말하는 걸 알 수 있겠어? 다시 말하면 인간은 각자가 지닌 결점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질美質 즉, 타고난 장점이나 아름다운 성질에 의해서 더욱 커다란 비극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는 거야.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 그 뚜렷한 본보기라고 볼 수 있어. 오이디푸스 왕의 경우, 게으름이나 우둔한 때문이 아니라 그 용감성과 정직함 때문에 그의 비극은 초래되었거든. 거기에 불가피하게 아이러니가 생겨나는 거야."

 "그러나 구원은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고 오시마 상이 말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구원이 없을 수도 있어. 그러나 아이러니가 인간을 깊고 크게 만들거든. 그것이 더욱 높은 차원의 구원을 향한 입구가 되지. 거기에서 보편적인 희망을 발견할 수도 있어.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 비극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예술의 하나의 원형이 되고 있는 거야. 다시 되풀이하게 되지만, 세계의 만물은 은유라고 하든 메타포거든, 누구나 실제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육체적 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야.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는 메타포라는 장치를 통해서 아이러니를 받아들인다. ㅣ그리고 스스로를 깊게 그리고 넓게 다져나간다는 얘기야."


p389

 나는 말한다. "예언이라기보다는 저주에 가까울지도 몰라요. 아버지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 얘기를 되풀이해서 나한테 들려주었어요. 마치 내 의식에 끌로 한 글자 한 글자를 새겨 넣듯이 말이죠."


(하권)

p43


 나도 열다섯 살 무렵에는 어딘가 다른 세계에 가고 싶어했지" 하고 사에키 상은 미소 지으며 말한다. "어느 누구의 손도 미치지 않는 곳으로. 시간의 흐름이 없는 곳으로."

 "하지만 이 세계에 그런 장소는 없습니다."

 "그래, 맞아. 그래서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 거야. 사물이 계속 훼손되고, 마음이 계속 변하고, 시간이 쉬지 않고 흘러가는 세계에서." 그녀는 시간의 흐름을 암시하듯 한참 입을 다문다. 그리고 다시 계속한다. "그렇지만 나도 열다섯 살 때에는 그런 장소가 세계의 어딘가에 꼭 있을 것으로 생각했거든. 그런 다른 세계에 들어가기 위한 입구를, 어딘가에서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하고."

 "사에키 상은 고독했습니까, 열다섯 살 때에?"

 "어떤 의미에서는 그랬지. 나는 고독했어. 외톨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척 고독했어. 왜냐하면 내가 더 이상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었어. 그래서 그때의 모습을 간직한 채로 나는 시간의 흐름이 없는 장소에 들어가고 싶었던 거야.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나이를 먹고 싶습니다."

 사에키 상은 거리를 조금 두고 내 표정을 읽는다. "다무라 군은 틀림없이 나보다 강하고 독립심이 있는 거야. 그 무렵의 나는 다만 현실 도피의 환상을 품고 있을 뿐이었거든. 하지만 다무라 군은 현실에 맞서서 싸우고 있어 거기에는 큰 차이가 있지."


p91

 

 "자네도 참 답답한 인간이군. 계시란 그런 거란 말일세" 하고 샌더스는 혀를 차면서 말했다. "계시란 일상성의 테두리를 뛰어넘는 것일세. 계시 없는 인생이 무슨 인생이란 말인가! 다만 관찰하는 이성에서 행위하는 이성으로 뛰어 옮겨 가는 것, 그것이 중요하지. 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겠나, 이 얼간이 같은 친구야?"


p113


 "이보게, 호시노 짱, 신이라는 건 인간의 의식 속에서만 존재하는 거라네. 특히 이 일본에서는 좋건 나쁘건 간에 신은 어디까지나 융통무애融通無碍한 것이네. 그 증거로 제2차 세계대전 전에는 신이었던 천황이, 점령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으로부터, '이제 신 노릇은 그만두시오' 라는 지시를 받자, '네, 이제 나는 보통 인간입니다' 라고 하며, 1946년 이후부터는 신이 아니게 되었네. 일본의 신이라는 것은 그 정도로 조정이 가능한 것일세. 싸구려 파이프를 물고 선글라스를 낀 미국 군인의 몇 마디 지시에 존재 방식이 달라져버리거든. 그만큼 초포스트모던한 존재지. 있다고 생각하면 있고, 없다고 생각하면 없는 걸세.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 쓸 필요 없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관. 좁게는 일본의 천황이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


p168

 "다무라 카프카 군, 이 세상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유 같은 건 원하지 않아. 원하고 있다고 믿을 뿐이지. 모든 것은 환상이야. 만약 정말로 자유가 주어진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무척 난감해할걸. 잘 기억해 두라고. 사람들은 실제로는 부자유를 좋아한다는 것을 말이야."

 "오시마 상도요?"

 ""응. 나도 부자유를 좋아하지. 물론 정도껏이긴 하지만" 하고 오시마 상이 말한다. "장 자크 루소는 인류가 울타리를 만들었을 때 문명이 태어났다고 정의했지. 그야말로 예리한 관찰력이라고 할 수 있어. 그의 말대로 모든 문명은 울타리로 구획된 부자유의 산물이야. 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아보리지니(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만은 별개지. 그들은 울타리가 없는 문명을 17세기까지 유지하고 있었거든. 그들은 나면서부터 자유인이었어. 마음 내킬 때 마음 내키는 곳에 가서 마음 내키는 일을 할 수가 있었지. 그들은 인생은 문자 그대로 돌아다니는 것이었어. 걸어서 돌아다니는 것은 그들 삶의 깊은 메타포였지. 영국인이 건너와서 가축을 가두기 위한 울타리를 만들었을 때, 그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 그리고 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반사회적이고 위험한 존재로서 황야로 추방되었지. 그러니까 너도 가능한 한 주의하는 게 좋아, 다무라 카프카 군. 결국 이 세계에서는 높고 튼튼한 울타리를 만드는 인간이 유효하게 살아남게 되는 거야. 그것을 부정하면 넌 황야로 추방당하게 돼."


p207

 우리들이 모두 멸망하고 상실되어 가는 것은, 세계의 구조 자체가 멸망과 상실의 터전 위에 성립되어 있기 때문이지. 우리의 존재는 그 원리의 그림자놀이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아. 바람은 불지, 미친듯이 불어대는 강한 바람이 있고, 기분 좋은 산들바람이 잇어. 그러나 모든 바람은 언젠가는 없어지고 사라져.


p227

 "이봐요, 아저씨" 하고 청년이 말했다. "그 녀석들은 나카타 상이 그런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면, 그 내용은 다 빼버리고 적당히 공술서를 날조한다구. 즉 자기네들이 적당히 이야기를 만들어낸단 말이야. 예를 들면, 도둑질을 하러 집에 들어갔더니, 사람이 있어서 부엌칼을 집어 들고 찔러 죽였다느니 뭐니 하고 말야. 그렇게 누구나 알아듣기 쉬운 이야기로 만들어버리거든. 진실이 무엇인지, 정의가 무엇인지, 그 녀석들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거지. 자기들의 검거율을 높이기 위해 범인을 날조해 내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거든. 그리고 나카타 상은 교도소나 경비가 엄한 정신병원에 갇히게 될 거야. 둘 다 끔찍한 곳이지. 아마 거기서 평생 나올 수 없을 걸. 어차피 제대로 된 변호사를 고용할 돈도 없을 테니까, 형식적으로 별 볼일 없는 삼류 국선 변호사가 붙을 뿐이지. 그렇게 될 게 뻔해."

(

원제와 번역제목과는 약간은 틀리다. 별 문제는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약간 소설을 읽고나면 그 뉘앙스와 느낌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일본어 원서의 표지 디자인과  원제가 낫다는 느낌이 든다.


색채를 가지지 않은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 


이 소설은 확실한 성장소설이다. 아무래로 그의 소설 그것도 장편의 대부분이 그렇지만.


일단 주인공의 이름은 다자키 쓰쿠루, 한자로는 

多崎つくる :  多崎는 많을 다에 험할 기, 즉 인생의 많은 기복을 의미한다고 본다.


つくる는 일본어 발음으로 2가지의 한자가 가능하다. 創(창), 作(작)

소설에도 내용이 나오지만, 아버지가 이 이름을 지어주면서 쓰쿠루의 한자를 고민하다가 결국 作으로 지어졌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 내용에 이어서 볼테르의 창의력이란 사려 깊은 모방이다라는 말도 나오는데, 이 내용은 하루키의 창의력이 있는 사람과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에 있어서 자신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를 고백한 내용으로도 보인다. 그렇다고 창의력보다는 무엇을 만드는 위치에 있는 사람의 인생의 무게가 더 가볍다고도 볼 수 없다라는 이야기와 함께.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는 이름에서 보이듯이 많은 험한 기복을 겪으면서 무언가를 만들 운명을 타고 난 듯한 이름을 갖고 있는데 그건 결국 일반적인 인간의 운명과 다르지 않다.

나고야에서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쓰쿠루는 고등학교 시절 4명의 단짝 친구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4명의 친구는, 청소년기 뿐 아니라 다자키의 36년 인생을 통틀어서 거의 유일한 친구들이며 또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들이다. 또한 친구라는 설정으로 타자로서 위치하지만 그것은 다자키 내부에 위치한 4명의 친구의 개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2명의 남자친구는 아카마쓰 게이(赤松慶), 오우미 요시오(靑海悅夫)
2명의 여자친구는 시라네 유즈키(白根柚木), 구로노 에리(黑埜惠理)

각각 이름에 색이 들어가 있으며 이는 4명의 친구의 어떤 개성을 의미한다.
조금 더 들어가서 보면 아카마쓰 게이는 이름 자체에 그의 속성을 의미하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친구들도 그 이름 자체에 소설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의미들이 다 들어가 있다.

아카마쓰 게이는 적송과 같은 굳건함과 열정을 가슴에 품고 있고, 오우미 요시오는 시원한 여름바다와 같은 이미지와 삶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갖는 사내로, 구로노 에리는 거친 들판에서도 자신이 가진 운과 이성으로 잘 대처하나가는 용기를 가지고 있으며, 비운의 시라네 유즈키는 이상주의적인 성격에 자신의 뿌리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는 나무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물론 작가가 이런 설명을 한 건 아니지만 소설의 내용과 이름과의 관계를 보면 작가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이런 이름을 디자인한 것으로 강력히 유추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소설은 기존의 어떠한 하루키의 장편보다도 친절한 메타포와 전개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이 조금 어렵다거나 맞지 않는 사람들은 이 작품으로 먼저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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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10일 재독.

하이다와 사라의 내용이 좀 더 자세히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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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0.

 그의 이름은 하이다였다. 하이다 후미아키(灰田文紹).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여기에도 색이 있는 인간이 있다.'라고 쓰쿠루는 생각했다. 미스터 그레이. 회색은 물론 눈에 잘 안 띄는 색깔이기는 하지만.

p74.

 본명은 한자로 쓰면 '多崎作' 이지만 공식적인 문서가 아닌 한 '多崎つくる'라고 썼고 친구들도 그의 이름을 그렇게 알았다. 어머니와 두 누나만이 그를 '사코'나 '사쿠 짱'이라 불렀다. 그편이 일상적으로 부르기 쉬웠기 때문이다.

 이름을 지은 사람은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실제로 그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첫아들 이름을 '쓰쿠루'라 지어 둔 것 같았다. 이유는 모른다. 아버지는 오랜 세월 어떤 형태가 있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행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장소에서 살아온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는 어떤 계시 같은 것을 어떤 시점에 받았는지도 모른다. 소리 없는 천둥과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번개가 '쓰쿠루'라는 말을 그의 뇌리에 새겨 넣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한 번도 말해 주지 않았다. 쓰쿠루에게도 또는 다른 누구에게도.

 다만 '쓰쿠루'라는 이름에 해당하는 한자를 '創'으로 하느냐 '作'으로 하느냐에 대해서는 아버지도 많이 망설였던 것 같다. 읽을 때는 똑같은 발음이라도 글자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어머니는 '創'을 추천했지만 며칠이나 숙고를 거듭한 끝에 아버지는 보다 온건한 '作'을 선택했다.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난 다음 어머니는 그때 일을 떠올리고는 그에게 가르쳐 주었다. '創'이라는 글자가 이름에 들어가면 인생의 짐이 꽤 무거워질지도 모른다고 아버지가 그러시더라. 발음이 똑같이 '쓰쿠루'라도  '作'으로 하는 쪽이 본인에게 가볍지 않을까 하고. 어쨌든 네 이름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정말 신중하게 생각했어. 첫아들이라서 더욱 그랬을 거야.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친밀하게 지낸 기억은 거의 없었지만, 아버지의 견해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多崎創'보다는  '多崎作'가 분명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자신의 내면에서 독창적인 요소 따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므로. 그렇지만 그 덕분에 '인생의 짐'이 많이 가벼워졌느냐 하면, 쓰쿠루는 거기에 대한 판단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이름 덕분에 짊어져야 할 집의 형상이 약간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무게는 과연 어떨까?
 아무튼 그렇게 하여 그는 '다자키 쓰쿠루'라는 하나의 인격이 되었다. 그 이전의 그는 무이며 이름이 없는 미명의 혼돈에 지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겨우 숨을 몰아쉬며 울음을 터뜨리는 3킬로그램이 안 되는 분홍색 살덩어리였다. 먼저 이름이 주어졌다. 그다음에 의식과 기억이 생기고 이어서 자아가 형성되었다. 이름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었다.
 
 아버지의 이름은 '다자키 도시오'였다. 그야말로 그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多崎利男'. 온갖 곳에서 이익을 올리는 남자. 무일푼으로 우뚝 일어서서 부동산업에 몸을 던져 일본의 경제 발전과 더불어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폐암으로 고통받다가 예순네 살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것은 나중 이야기이다. 쓰쿠루가 하이다를 만났을 무렵, 아버지는 아직 건재했고 하루에 필터 없는 담배를 50개피나 피우면서 도심지의 고급 주택을 열정적이며 공격적으로 매매했다. 부동산 거품은 이미 꺼져 버렸지만 그는 그 리스크를 어느 정도 예상하여 이익을 분산해 확보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해 나갔기에 그 시점에서는 아직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았다. 폐에서도 불길한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p85.

 창의력이란 사려 깊은 모방말고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현실주의자 볼테르가 한 말이에요.

p104.

 미도리카와는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흠, 분명 재능이란 건 때때로 유쾌하기는 해. 폼도 나고 남의 눈을 끌기도 하고 잘만 하면 돈이 되기도 해. 여자도 붙어. 그야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지. 하지만 재능이란 말이야, 하이다. 육체와 의식의 강인한 집중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기능을 발휘해. 뇌의 어느 부분에서 나사가 하나만 빠지거나, 아니면 육체의 어딘가 연결선 하나만 툭 끊어지면, 집중 같은 건 새벽 안개처럼 사라져 버려. 예를 들어 어금니 하나가 욱신거리기만 해도, 어깨가 심하게 걸리기만 해도, 피아노는 제대로 칠 수가 없어. 사실이야. 난 실제로 그런 걸 체험했으니까. 고작 충치 하나 때문에, 뭉친 어깨 근육 때문에 모든 아름다운 비전과 울림이 휙 사라져 버려. 사람의 육체란 이렇게 나약하고 물러. 육체란 놈은 무섭게 복잡한 시스템으로 되어 있고, 사소한 것에도 자주 상처를 입어. 그리고 한번 고장이 나 버리면 대부분 회복이 어려워. 충치나 뭉친 근육쯤은 아마도 쉽게 고칠 수 있을 테지만, 못 고치는 것도 잔뜩 있지. 그렇게 한 치 앞도 모르는 허약한 기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재증에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의미가 있겠어?

 "물론 재능이란 덧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걸 최후의 순간까지 지탱하는 인간은 거의 없을지도 모르고요. 그러나 거기서 태어나는 것은 가끔씩 정신의 위대한 도약을 이루어냅니다. 개인을 넘어 보편적인, 거의 독립적인 현상으로서."
 미도리카와는 거기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그런 다음 말했다.
 
 "모짜르트와 슈베르트는 젊은 나이에 죽었지만 그 음악은 영원히 살아 있다. 하려는 말이 그런 건가?"
 
 "예를 들자면 그렇습니다."

 "그런 재능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거야. 그리고 많은 경우 그들은 생명을 갉아먹어서 너무 이른 죽음을 맞이하는 걸로 천재의 대가를 치르지. 그런 목숨을 건 거래 같은거야. 거래 상대가 신인지 악마인지, 거기까지는 몰라도."

p134.

 아카마스 게이(赤松慶)
 오우미 요시오(靑海悅夫) 
 시라네 유즈키(白根柚木)  
 구로노 에리(黒埜恵理)

p140.

 어디까지가 현실일까. 쓰쿠루는 생각했다. 이건 꿈이 아니다. 환영도 아니다. 분명 현실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현실이 가져야 할 무게가 없었다.

p238.

 "그런 시로를 앞에 두고 바라보아야 한다는 게 솔직히 말해 나에게는 꽤 괴로운 일이었어. 옛날에는 거기 있었던 뜨거운 뭔가를,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그 비범한 것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 결국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이 그것이 더는 내 마음을 떨리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

 재떨이 위에서 담배가 연기를 피워 올렸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때 시로는 이제 막 서른이 된 참이었어. 말할 것도 없이 아직은 늙을 나이가 아니야. 나를 만났을 때 그 애는 아주 소박한 차림새였어. 머리카락을 뒤에서 하나로 묶고 화장기도 거의 없었어. 아니 그런 건 크게 상관없어. 표면적이고 사소한 거야. 중요한 건 시로는 그때 벌써 생명력이 가져다주는 자연스러운 광채를 잃어버렸다는 거야. 그 애가 성격적으로는 내향적인 타입이었지만 중심에는 본인의 뜻과는 관계없이 활발히 움직이는 뭔가가 있었어. 그 빛과 열기가 여기저기 틈을 찾아서 마구 바깥으로 새어 나왔지.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렇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런 건 이미 사라지고 없었어. 마치 누군가가 뒤로 돌아 들어가서 플러그를 뽑아 버린 것처럼. 예전에 그 애를 반짝반짝 빛나게 하고 싱싱한 물기를 머금게 했던 특유의 겉모습이 그땐 오히려 애처롭게 보였던 거야. 나이 문제가 아니야. 나이를 먹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고. 시로가 누군가에게 목을 졸려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난 정말로 안타까웠고 진심으로 불쌍했어. 어떤 사정이 있었든 그런 식으로 죽기를 바라지 않았어. 그렇지만 동시에 이런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어. 그 애는 육체적으로 살해되기 전에 어떤 의미에서 생명을 빼앗긴 상태였다고."

 아카는 재떨이의 담배를 집어 들어 깊이 연기를 들이켜고 눈을 감았다.

 "그 애는 내 마음에 아주 깊은 구멍을 하나 뚫어 놓았고, 그 구멍은 아직도 메워지지 않았어."

p245

 "내가 신입 사원 연수 세미나에서 처음에 늘 내뱉는 말이야. 나는 먼저 세미나실 안을 휘익 둘러보고 적당히 한 수강생을 지목해서 일어서게 해. 그리고 이렇게 말하지. '자, 여기 자네한테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하나씩 잇어. 먼저 나쁜 뉴스. 지금 자네의 손톱 또는 발톱을 펜치로 뽑으려 한다. 안됐지만 이미 결정 난 일이다. 절대 뒤집을 수 없다.' 그런 다음 나는 가방에서 아주 무섭게 생긴 커다란 펜치를 꺼내 보여 줘.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그놈을 보여 주지. 그리고 말해. '다음은 좋은 뉴스. 좋은 뉴스란, 손톱을 뽑을 건지 발톱을 뽑을 건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거야. 자, 어느 쪽으로 할 텐가. 10초 내에 결정해야 해. 만일 스스로 어느 한쪽을 정하지 않으면 손과 발 두 쪽을 다 뽑아 버릴 거야.' 나는 펜치를 손에 든 채 10초를 카운터해. '발로 하겠습니다.' 거의 8초가 지나서 그 친구가 말해. '좋아, 그럼 발로 정해졌어. 지금부터 이놈으로 자네 발톱을 뽑도록 하지. 그 전에 한 가지 알고 싶은 게 있어. 왜 손톱이 아니라 발톱을 선택했지?' 내가 물어봐. 상대는 이렇게 대답해. '모르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아픈 건 마찬가지일 겁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니까 할 수 없이 발톱으로 한 겁니다.' 난 그 친구와 따스한 악수를 나누고 이렇게 말해. '진짜 인생에 온 걸 환영해.'라고. 웰컴 투 리얼 라이프(Welcome to real life)"

p363.

 그때 그는 비로소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영혼의 맨 밑바닥에서 다자키 쓰쿠루는 이해했다.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진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땅 위에서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그것이 진정한 조화의 근저에 있는 것이다.

p378.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았어. 나도 너도. 그리고 살아남은 인간에게는 살아남은 인간으로서 질 수밖에 없는 책무가 있어. 그건, 가능한 한 이대로 확고하게 여기에서 살아가는 거야. 설령 온갖 일들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해도."

p381.

 "혹시 네가 텅 빈 그릇이라 해도 그거면 충분하잖아. 만약에 그렇다 해도 넌 정말 멋진,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그릇이야. 자기 자신이 무엇인가. 그런 건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야. 그렇게 생각 안 해? 네 말대로라면, 정말 아름다운 그릇이 되면 되잖아. 누군가가 저도 모르게 그 안에 뭔가를 넣고 싶어지는 확실히 호감이 가는 그릇으로."

p388.

 포장도로에 나서자마자 갓길에 차를 대고 시동을 끄고 핸들에 엎드린 채 눈을 감았다. 심장의 고동을 진정시키기 위해 시간을 들여 천천히 심호흡을 해야만 했다. 그러는 사이에 몸의 중심 가까이에 차갑고 딱딱한 것이, 1년 내내 녹지 않는 동토의 중심부 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그것이 가슴의 통증과 숨 막힘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자기 안에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여태 그는 몰랐다.

 그렇지만 그것은 올바른 가슴 아픔이며 올바른 숨 막힘이었다. 그것은 그가 확실히 느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앞으로 그 차가운 중심부를 스스로의 힘으로 조금씩 녹여 내야 한다.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동토를 녹이기 위해서 쓰쿠루는 다른 누군가의 온기를 필요로 했다. 자신의 체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p428.
 
 낙원은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이다.


릴리 프랭키의 자서전적 소설이라곤 하지만, 거의 자서전에 가까울거라고 본다.


일본어 원제는 

東京タワー―オカンとボクと、時々、オトン 로서, 오깡(엄마)이나 오똥(아빠)는 큐슈쪽

사투리인듯하다. 영화도 순 사투리 투성이라 자막없인 알아듣기 힘들다.


이 소설은 아주 통속적이며, 다들 어디선가 들어봤을법한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그런데도 희안하게도 그 이야기에 울림이 있는 것은 통속적이지만 바로 우리 모두가 근원적으로 갖고 있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에 대한 향수가 이 소설속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상투적인 내용인 저자와 어머니와의 추억이 나와 어머니와의 추억으로 감정이입되면서 페이지를 넘기며 켜켜히 쌓여만가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조금만 건드려도 나오는 수도꼭지마냥 눈물이 한방울 한방울씩 눈가를 타고 흐른다.

도쿄로 대변되는 현대 메트로시티를 살아가는 고향을 잃은 대도시인으로서의 나와, 마음의 고향을 상징하는 어머니와의 따뜻한 일상, 그리고 그러한 따스함을 간직한채 죽음을 맞이하는 어머니와의 이별등이 치유의 눈물로서 가슴을 타고 흐른다.

사실상 이글을 소설로 냉정하게 따지자면 개인적으론 그리 높은 점수는 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잘난 어머니든 못난 어머니든 어머니는 모두 위대한 어머니인 점에선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잘났든 못났든 하나의 어머니와 같은 그런 책이다.


3개의 단편이 연작을 이룬 중편 소설의 형태를 갖고 있다.

1편인 채식주의자, 2편인 몽고반점은 극의 재미와 긴장이 계속 유지되지만

3부인 나무 불꽃은 이미 정신줄을 놓아버린 영혜를 대신해서 언니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 부분이 무언가 극의 긴장을 많이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원제는 태엽감는 새 크로니클(연대기)로서 일종의 대하소설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3개의 세대에 걸쳐서 언뜻 보기엔 전혀 상관이 없는 에피소드를 태엽감는 새라는 매개체를 통해하나의 주제로 엮으려는 의도를 저자는 가지고 있던 듯 하다.

몇 년전에 보고, 이번에 2번째로 이 소설을 읽었더니 그런 얼개가 조금 보인다.

개인적으로 보고 느낀바로는 이 책은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의 변주와 같다는 느낌(거의 확신에 가까운 느낌이랄까)이다. 

상실의 시대에 비해서는 비관적인 부분은 많이 순화되었으며, 낙관적인 부분은 보다 현실적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정말 재밋는 소설이다. 무언가 엄청나게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재밋다기보다는 그냥앞으로의 전개가 어찌될지에 대해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긴장감이 엔딩까지 꾸준히 유지된다고 할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읽을 수록 단순하게 무엇이라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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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는 3권으로 나왔음. 1권. 도둑까치,  2. 예언하는 새, 3권. 새 잡이 사내. 


이 책은 번역본으로 문학사상사의 윤성원 번역과 민음사의 김난주 번역이 있음.


내가 본 책은 1994년에 나온 문학사상사 윤성원 번역인데 4권짜리로 나왔다. 그런데 요즘 문학사상사에서 나온 양장판본과는 좀 차이가 난다.

요즘 나온 책은 1권, 도둑까치, 2권. 예언하는 새 3권,4권이 새 잡이 사내 1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994년 판본은 1권. 작은 삶, 큰 의미, 2권. 욕망의 뿌리, 3권. 나는 누구인가, 4권. 나는 누구인가/태엽감는 새라는 소제목이 붙어있다.


내용상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번역의 차이를 보기 위해 민음사 판본을 나중에 함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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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작은 삶, 큰 의미


p26

 하지만 나는 결국 그 사무소를 그만두었다. 그만두고 무엇을 하겠다는 뚜렷한 희망이나 전망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시 한 번 집에 처박혀서 사법 시험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귀찮은 일이었으며, 더군다나 지금에 와서 변호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다만 앞으로 그 사무소에서 그 일을 계속할 생각이 없었을 뿐이다. 그리고 만일 그만둔다면 지금밖에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오래 있게 되면 내 인생은 아마도 거기에서 어느결에 끝나 버리게 될 것이다. 여하튼 나는 벌써 서른이 된 것이다.


p94

 그것은 무의미한 고행과 잔인한 고문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행위였다. 식사를 하는 동안 나에게는 그들이 신주쿠 역 정도의 길이가 되는 식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p96

 「법률이라는 것은 요컨대 지구상의 사상을 지배하는 것이야. 음은 음이며, 양은 양이라는 세계지. 나는 나며, 그는 그라는 세계. '나는 나, 그는 그며, 늦가을.' 그러나 당신은 거기에 속해 있지 않아. 당신이 속해 있는 곳은 그 위 아니면 그 아래야.」


p97

 나를 버릴 때 나는 존재한다구. (무아, 노자적 사고)


p99

 「흐름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 하지만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려야 한다구. 그동안은 죽은 셈치면 돼.」


p217

 「그렇지만, 그러니까 무엇을 하고 싶냐고 하면, 아무것도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거야. 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그렇지만 이것을 꼭 하고 싶다 하는 생각은 없는 거야. 그것이 지금 나의 문제지. 생각을 가질 수 없다는 것 말이야.」


p294

 나는 한쪽 팔과 12년이라는 귀중한 세월을 잃고 일본으로 돌아왔소. 히로시마에 돌아왔을 때, 부모님과 여동생은 이미 없었소. 여동생은 징용으로 끌려가 히로시마 시내의 공장에서 일하다가 원폭 투하로 죽었소. 아버지도 그때 마침 동생을 만나러 가겼다가 역시 숨을 거두셨소. 어머니는 그 충격으로 몸져누워서 1947년에 돌아가셨소. 좀전에 이야기했듯이, 내가 내심 혼약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여성은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오. 묘지에는 내 묘가 있었소. 나에게는 이미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오. 나는 내가 정말 텅 빈 듯 느껴졌소. 여기로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소. 그후 후 지금까지, 나는 내가 어떤 식으로 살아왔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오. 나는 사회 과목 선생이 되어 고등학교에서 지리와 역사를 가르쳤소. 그러나 살아 있었다고는 할 수 없소. 나는 나에게 주어진 현실적인 역할을 하나 또 하나 해왔던 것뿐이오. 나에게는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학생들과의 사이에서도 인간적인 인연 같은 것은 없었고, 학생들과의 사이에서도 인간적인 인연 같은 것은 없었소.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소. 나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었던 것이오. 눈을 감으면 살아 있는 채로 가죽이 벗져겨 간 야마모토의 모습이 떠올랐소. 여러 번 꿈을 꾸었소. 야마모토는 내 꿈속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가죽이 벗겨지고 빨간 살덩어리로 변해 갔소. 그의 비통한 비명을 또렷이 들을 수 있었소. 그리고 나는 몇 번이고 내가 우물 바닥에서 살아 있는 채로 완전히 썩어 버리는 꿈을 꾸었소. 때로는 그것이 현실이고, 이러고 있는 내 인생이 꿈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소.


 혼다 씨가 하르하 강에서 내가 중국 대륙에서 죽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그 말을 듣고 나는 기뻣소. 믿고 믿지 않고는 둘째치고 그때의 나는 어떤 것에라도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오. 아마 혼다 씨는 그것을 알고 내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가르쳐 주었을 거요. 그러나 실제로 거기에는 기쁨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소. 일본에 돌아온 후 나는 계속 빈 껍질처럼 살았소. 그리고 빈 껍질처럼 아무리 오래 살아도 그것은 정말로 산 것이 아니오. 빈 껍질의 마음과 빈 껍질의 육체가 만들어 내는 것은, 빈 껍질의 인생에 불과하오. 내가 오카다 씨에게 이해받고 싶은 것은 실은 그것뿐이오.


 「그럼 미마야 선생님은 귀국하고 나서 한 번도 결혼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하고 나는 물어보았다.

 「물론입니다」 하고 마미야 중위는 말했다. 「아내도 없고, 친형제도 없소. 정말이지 나 혼자입니다.」

 

 나는 조금 망설이고 나서 어떻게 질문해 보았다. 「선생님은 혼다 씨의 예언 같은 것을 듣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마미야 중위는 잠깐 잠자코 있었다. 그리고 내 얼굴을 가만히 보았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오. 혼다 씨는 그것을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오. 나는 그것을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오. 혼다 씨가 그때 말했듯이, 운명이라는 것은 나중에 뒤돌아보는 것이지 미리 아는 것은 아닐 것이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지금에 와서는 어느 쪽이나 마찬가지요. 지금 나는 단지 살아간다는 책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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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욕망의 뿌리


p65

 그러나 사실이라든가 진실이라든가 하는 말 그 자체가 지금 나에게는 그렇게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의 편지 속에서 가장 강하게 마음을 끌었던 것은 문장 속에 담겨 있는 안타까움이었다. 제대로 묘사하지 못하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안타까움이었다.


p96

 "왜 그렇게 해파리를 좋아하죠?" 하고 나는 물어 보았다.

 "글쎄요, 그냥 귀엽기 때문이 아닐까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요, 아까 가만히 해파리를 보고 있는 동안 나는 문득 이렇게 생각했어요. 우리가 보고 있는 광경은 세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요. 우리는 습관적으로 이것이 세계다 하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진짜 세계는 더욱 어둡고 깊은 곳에 있고, 그 대부분은 해파리 같은 것으로 채워져 있죠. 우리가 그것을 잊어버리고 있을 뿐이에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지구 표면의 3분의 2가 바다고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해면이라는 단지 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죠. 그 피부 아래 정말로 무엇이 있는지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몰라요."


p110

 하지만 지하철을 타고 지바 현의 작은 도시에 갔다가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동안 나는 어떤 의미에서 다른 인간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집까지 바래다 주고 방으로 돌아와 혼자 바닥에 뒹굴며 천장을 바라보자 그 변화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있는 나는 '새로운 나'고 두 번 다시 원래의 장소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다. 여기에 있는 것은 내가 이제 순수하지 않다고 하는 인식이었다. 도덕적인 의미에서의 죄책감이라든가 자책감은 아니었다. 어딘가에서 잘못을 범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일로 자신을 질책할 생각은 없었다. 질책하거나 질책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그것은 내가 냉정하게 논리적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물리적인' 사실이었다.


p323

 어쩌면 나는 패배할지도 모른다. 나는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어디에도 이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있는 힘을 다했지만 이미 모든 것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잃어버린 후일지도 모른다. 나는 단지 폐허의 재를 허무하게 손에 쥐고 있고,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나 혼자뿐인지도 모른다. 내 편에 내기를 걸 사람은 이 주위에 아무도 없을지도 모른다. "상관없어" 하고 나는 작지만 단호한 소리로 거기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 말했다. "이것만은 분명해. 적어도 나에게는 기다려야 할 것이 있고, 찾아내야 할 것이 있어."

 그리고 나는 숨을 죽이고 줄곧 귀를 기울였다. 거기에 있을 작은 소리를 들으려고 했다. 물보라와 음악, 사람들의 웃음 소리 저편에 있는, 그 소리 없는 미미한 울림을 나의 귀는 듣는다. 거기에서는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고 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찾고 있다. 소리가 되지 않는 소리로, 말이 되지 않는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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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나는 누구인가


p41

 만일 돈에 이름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돈이 아니다. 돈이라는 것에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어두운 밤과도 같은 그 무명성이고 놀라워 숨을 죽일 만큼 압도적인 호환성인 것이다.


p178

 오히려 나는 그렇게 개미처럼 한눈도 팔지 않고 일을 함으로써 점점 '참다운 자신에게 가까이 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조차 드는 거예요. 뭐라고 할까요,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중심에 다가가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내가 '약간 이상'하다고 말한 것은 이런 점입니다.



그냥 우연히 도서관에서 1달전에 댄브라운의 로스트심벌이 눈에 띄어서 읽었고, 본 김에

댄브라운 작품을 다 보자는 마음으로 인페르노를 보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중 가장 흥미로운(마지막 반전이 거의 예상 가능하지 않고 임팩트가 강하다는 측면에서) 다빈치 코드가 역시 대중적으로 가장 재밋다는 평이고 그 다음이 악마와 천사 일 듯하다.

인페르노는 내용이 농밀하다고 해야 하나, 쉽게 읽혀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특히 베네치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복잡하기도 하고 무언가 조잡한 느낌도 든다. 클라이맥스로 가는 터키 이스탄블을 배경으로 하는 사건들은 전개도 빠르고 좀 더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후반부의 이스탄블 내용을 보면서 실제 이스탄불 여행을 갔다온 덕분에 아야소피아, 블루모스크, 톱카프, 보스포러서, 에레바탄 사라이, 갈라타 사라이 등 유명한 지명등이 익숙해서 더 쉽게 느껴진 부분도 있는 듯 하다.

후반부를 보면서 이것도 영화로 만들면 평균 이상은 되겠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올해 10월에 마침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톰 행크스도 이제 많이 늙어서 랭던으로서는 거의 마지막 출연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로스트 심볼은 아직 영화화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테의 신곡을 바탕으로 현대의 인구문제에 얽힌 환경오염 등과 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부분을 주제로 꽤 흥미롭게 이야기가 얽혀있긴 한데, 너무 반전에 치중해서 그런지 꼬다꼬다 마지막은 조금 맥이 빠지는 느낌도 있긴하다.

이태리의 피렌체, 터키의 이스탄불의 아름다운 배경만으로도 영화는 반쯤 먹고 들어갈 듯하다.


소설의 결말과 동일하게 끝날지도 의문시되긴 하고, 시에나 역으로 누가 나오는지도 궁금하다.

둘다 소설에선 엄청난 미남, 미녀로 나오는데.




천사와 악마, 다빈치 코드에 이은 로버트 랭던이 주인공인 시리즈의 3번째 작품

천사와 악마의 배경이 로마 교황청과 베드로 성당, 다빈치 코드가 루브르와 프랑스가 주 무대라면 이 작품은 미국 워싱턴이 주 무대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프리메이슨을 둘러싼 상징과 신화에 얽힌 수수께끼들은 미국 워싱턴의 오래된 건물들과 엮어서 풀어가는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다빈치 코드처럼 깔끔한 맛은 조금 떨어지지만 그래도 읽을만한 정도이다.

다빈치코드의 마지막 반전이랄까 마리아와 관련된 부분이 꽤 참신하고 기억에 남았는데,

이 작품은 그렇게 깔끔한 반전이 되진 않았다. 

한 여름 킬링타임용으론 무리가 없겠다.

 조르주 페렉의 데뷔작.

본인의 경험을 그대로 녹여낸 내용으로 20대 초반의 젊은 연인(부부?)인 실비아와 제롬이 사회로 나와 욕망에 휘둘리는 모습을 매우 객관적인 관찰자의 입장에서 묘사했다.

페렉은 1936년 폴란드 태생 유태인으로, 아버지는 4살때 전사하셨고, 어머니는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부유한 고모에게 입양되어 프랑스에서 자라났다.

사물들에 나오는 것처럼 튀니지 스팍에서 프랑스어 교사로도 지냈다고 한다.

페렉의 세대를 지배한 실존주의 사조는 칸트와 하이데거의 관념론에 대한 반발(이 관념론이 나치의 사상적 배경이 된 것에 반발하여)이었으며 그의 소설에도 이러한 실존적 사조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사물들을 읽다보면 상당히 세밀한 묘사가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의 만연체(연상하기가 힘들다)로 되어 있어 읽기가 힘든데, 그러한 부분은 그냥 지나쳐서 줄거리만을 따라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첨엔 통독, 나중에 정독하면 좋을 듯)


상당히 세밀하지만 감정이 배제된 건조한 묘사는 역으로 독자의 자유도를 넓혀주고 감정의 깊이를 객관화시켜줄 수 있는 역할을 한다.(주인공의 허영과 그 허영을 제한된 수입으로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찌질함을 쇼핑하는 모습에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채울 수 없는 세속에 대한 욕망하기에 지친 젊은이의 일탈과 그 일탈에서 해답을 못찾고 어쩔 수 없이 현실로 돌아오는 모습으로 답답한 결말일 수도 있다.


이 후속 작품에 해당하는 것이 잠자는 남자인데 사물들에서 다 해보지 못한 일탈을 좀 더 깊이 있게 한다는 느낌이긴 한데 이미 사물들에서 나온 결론에서 더 발전하지는 못한 것 같다.


읽을때는 재미가 없는데 생각해보면 무언가 자꾸 생각해볼 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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