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성적으로는 반동反動적이다.

역사는 문명에로의 진보와 본능에로의 퇴보 사이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현재까지는 앞으로 나아간듯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진보의 궤적의 경향성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아무리 많은 수의 하얀 백조가 있어왔다 하더라도, 검은 백조 한마리의 존재만으로도 시스템은 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성에 의해 원시적 본능을 뛰어넘어오며, 사랑, 평화, 박애, 연대와 같은 우리 안의 선한 본성이 결국 승리하리라고 하는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우리의 능력을 넘어서는 파멸의 공포앞에서 과연 의연함을 견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역사는 진보한다는 명제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어떤 희생을 치루고라도 과연 결연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의지가 과연 인류라는 집단내에서 발현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상황에 닥쳤을 때만이 증명 가능한 것으로, 오직 그 순간에만 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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