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이인 홍춘욱의 프랑스 탐방기. 당시 중학생인 아들과 프랑스 여행을 하면서 아들의 질문 내용을 모티브로 쓴 책이다. 손쉽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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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유럽과 동양의 운면을 가른 요인은 '농업'이었습니다. 중세까지는 동아시아나 유럽이나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농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두 지역에서 재배되는 작물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유럽은 밀리 주로 재배된 반면 아시아는 벼가 일반적이었죠. 벼는 밀에 비해 훨씬 수확량이 많습니다. 따라서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시아의 벼는 몇 십년간 같은 땅에서 농사를 짓고 2모작이나 3모작이 가능하지만 유럽에서는 같은 땅에서 연이어 농사를 짓지 못합니다. 밀은 지력 고갈이 심한 작물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재배 작물의 생산성에 큰 차이가 발생하다 보니 유럽과 중국의 인구 격차가 끝없이 벌어집니다. 19세기 초반 영국의 인구는 1천 2백만 명 남짓했지만 청나라 인구는 4억을 돌파합니다. 토지가 아무리 넓다 하나 인구가 워낙 많으니 1인당 소득이 낮아집니다. 당연히 저축의 여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죠.

 물론 사회 전체의 소득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워낙 인건비가 싸니 사람을 투입함으로써 생산을 계속 늘려나갈 수 있거든요. 특히 유럽 사람들은 은을 들고 비단과 차, 면직물을 사러오니 가계 소득은 늘어납니다.

 중국이 아주 적은 생산량 증가를 위해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는 동안 영국에서는 전혀 다른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원래 인구가 적고 1인당 소득도 높으니 저축 수준도 높습니다. 왜냐하면 사람 몸값이 비싸니까 대신 기계를 써서 고용을 절약하는 게 남는 장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옥스퍼드 대학교 로버트 앨런 교수는 왜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는가를 설명하려면, 영국의 발명가들이 많은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하는 기계를 만드는 데 몰두했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증기기관을 비롯한 값비싼 기계는 노동을 절약할 수 있었죠. 워낙 영국의 인건비가 비쌌기에 기계는 충분히 값을 했습니다. 반면 베이징에서는 이익이 나지 않습니다.

 중국은 인건비가 싸고 사람도 넘치니까 웬만한 일은 그냥 사람을 쓰는 방향으로 갑니다. 반대로 영국은 사람도 적고 인건비도 비싼 편이니 인건비를 절약하는 종류의 기계를 사용하는 데 거침이 없죠. 특히 영국은 발명 특허권이 잘 발달되어 있어 발명가가 큰돈을 벌 수 있었다는 것도 한몫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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