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경제보복 조치로 촉발된 반일의 분위기에 어느 정도 편승한 책이라는 감이 있다.

저자의 일본 생활(어느 정도 살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책에서 찾을 수는 없다.)에서 경험한 일본의 표리부동한 면과 아베 정권 이후 극우로 흐르는 일본의 분위기를 전하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듯 싶다.

뒤로 갈수록 계속 하던 말을 반복적으로 하며 내용은 빈약해지는 감이 있다. 아마도 물들어 올 때 노젓는다는 심정으로 쓴게 아닐까 싶게 뒤로 갈수록 마무리가 아쉽다.

요즘 한일 갈등 국면에서는 그래도 일독의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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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 일본에게 대한민국은 철저한 을이다.

 일본이 다른 나라에게 절대 사과하지 않는 두 번째 이유, 이른바 '갑을 문화' 때문이다. 일본은 갑과 을로 관계를 명확히 가르는 성향이 있다. 말 그대로 갑은 을에게 어떤 행위를 해도 용납이 되는 이른바 '갑질'의 주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을은 갑의 의사에 반하는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된다. 설사 갑의 의견 혹은 요구가 틀린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처럼 일본에는 을에게 불합리한 선택과 행동을 강요하는 특유의 갑을 문화가 존재한다. 이는 세계에서 오직 일본인만이 갖고 있는 '종특', 다시 말해 종족 특성이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예를 들어보자. 일본인은 식당에서 나이에 상관없이 종업원에게 무조건 반말을 한다. 아주 어린 청년이 흰머리가 성성한 어르신에게 손가락으로 메뉴를 가리키며 거만한 태도로 "고레초다이(이거 저)"라고 외친다.

 우리로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지만 일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종업원도 그것에 대해서 전혀 불편해하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손님과 식당 종업원이라는 '갑을 관계'가 확실히 성립이 됐기 때문이다.

 손님, 즉 '갑'으로서 식당을 방문한 이들도 자신들의 일터에서는 '을'로 취급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식당에서 어르신에게 "초다이"를 외치던 청년들은 자신들이 일하는 식당에서 똑같이 대우를 받는 걸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다. 손님의 언사를 아니꼬워하거나 자신보다 어린 학생에게 '왜 반말을 하느냐'고 따져 묻지 않는다. 한국, 아니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일본만의 문화다.

 한 가지 더, 일본 남성은 부인 혹은 여자친구를 '오마에お前‘라고 부른다. '오마에'는 '너'라는 뜻으로 상대방을 하대할때 사용하는 단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앞 전 前'자를 써서 한국말로 하면 "어이, 거기 앞에 있는 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일본 남성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오마에'를 부인이나 여자친구를 부를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남자가 갑이고, 여자를 을로 취급한 일본 역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일본 남성과 여성은 오래 전부터 갑을 관계가 확실히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남성이 여성을 하대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는 '버블시대' 당시 잠시 페미니즘이 득세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잠깐일 뿐이었다. 여자들 역시 자신이 '오마에'라고 불린다고 해서 그것을 전혀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들도 자신이 을의 입장에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일본은 사장이 직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직원들은 별다른 불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시행하는 정책에 대해서 크게 반대하지 않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이다. 사장이든 정치인과 같은 '높으신 분'이든 그들 문화에서는 철저한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했을 때 한 미군 병사가 쓴 편지를 인터넷에서 읽은 적이 있다. 당시 일본은 가미가제 특공대를 필두로 끝까지 저항했기 때문에 미군 병사는 점령군으로서 일본에 상륙하면서도 굉장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혹시 누군가 폭탄을 품에 안고 미군 주둔지에 오지는 않을까 밤에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일본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너무나 예의 바르고 깍듯했다. 품 속 폭탄은커녕 자신들이 숨겨두 꿀단지까지 내놓을 만큼 납작 엎드린 태도를 보인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미군과 패망한 일본 사이에 '갑을 관계'가 형성된 까닭이다.

 만약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패했다면 미국은 우리의 철천지원수가 됐을 것이다. 우리나라 도시에 핵폭탄 두 방을 쏘는 바람에 죄 없는 수많은 시민들이 죽었다고 가정한다면 미국과는 평생 한 하늘을 이고 살지 못할 터다. 하지만 일본은 '찍소리'조차 하지 않는다. 전쟁에 이긴 미국은 갑이고 패배한 일본은 을이기 때문에 아무 말 없이 매우 친절하게 미군을 '받들어 모신 것'이다.

 이렇게 갑을 관계를 확실히 하는 일본인의 특성을 봤을 때, 일본이 우리에게 진정한 사죄를 하지 않는 서글픈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과거 제국주의를 표방한 일본은 강력한 나라, 즉 갑이었다. 일본이 식민지로 삼았던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은 약한 나라, 즉 을이었다. 일본인이 생각하는 갑을 관계에서 한국은 철저한 을이기 때문에 강력한 갑이었던 일본에게 불만을 얘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일본인이 다른 나라에 사죄를 하지 않는 것은 '섬'과 '갑을 문화'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두 가지야말로 근본적인 이유라고 확신한다. 일본인 기저에 깔린 가장 강한 본성이 바로 거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p31. 반려동물 살처분 세계 1위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모 동물권 단체 대표가 유기견을 무분별하게 안락사한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안긴 사건이 발생했다. 반려동물 1000만, 관련 시장 5조 원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물론 반려문화가 완벽하게 정착된 미국과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한 생명의 삶을 인위적으로 끝내는 안락사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그런데 일본은 안락사도 아닌 '살처분'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 나라로 악명이 높다. 일본에서는 한 해에 개 10만 마리, 고양이 20만 마리가 살처분된다. 매년 30만에 이르는 무고한 생명이 강제로 자신의 삶을 강탈당하는 것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수치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모든 동물을 합쳐 약 2만 마리, 영국은 7000여 마리, 독일은 놀랍게도 0마리라고 한다. 여담이지만 독일에 비교하면 아직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문화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p36. 농약사용량 세계 1위

 전 세계에서 농약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언뜻 중국이나 미국을 떠올리기 쉽지만 일본이 농약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미국의 20배에 달하는 농약을 살포한다. '농약범벅'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아이러니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렇듯 농약으로 키워 가공한 일본 식품의 안전성을 강하게 신뢰하려는 경향이 있다. 쉽게 말해 '일본산 제품은 품질이 좋은 것'이란 막무가내식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물론 농약을 사용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많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잠재적 위험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일본의 또다른 이중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p61.

 일본에서는 '탕 목욕 문화'가 일반적이다. 매일 탕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워 목욕을 하는 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과정이 복잡한 일본 탕 목욕 문화의 배경이 '청결함'에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본인은 생각보다 청결하지 않다. 지금까지 점심시간에 양치를 하는 일본인을 본 적이 없다. 한국인은 점심식사 후 너도나도 양치를 하는 데 반해 일본인은 곧바로 업무에 들어간다. 여름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땀으로 범벅이 돼 매캐한 체취를 풍기는 사람들 때문에 눈물이 날 정도다.

 일본에서 탕 목욕 문화가 발달한 이유는 바로 비효율적인 난방 시스템 때문이다. 전기세가 높고 난방 시설이 미흡해서 따뜻한 물은 채운 욕조에 몸을 담그는 문화가 일반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비싼 난방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선택한 궁여지책이다. 누군가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이제 몸이 따뜻해졌어?"라고 묻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고물가 나라 중 하나다. 물론 아주 저렴한 프랜차이즈 덮밥집 같은 곳도 있지만 괜찮은 일본 레스토랑에서 한 끼 식사를 하는 비용을 원화로 계산해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비싼 경우가 많다. 2019년 현재는 한국의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해 순위가 '떡락'했지만 지난해까지 '한국인이 선호하는 연휴 광광지 1위'에 선정된 오사카에서는 150그램도 안 되는 스테이크 한 덩이를 무려 4천 엔(약 4만 원)에 팔고 있을 정도다. "시간만 있으면 유럽을 가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주의를 체택하고 있는 나라는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일본은 특히 돈이 없으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유지하기 힘든 곳이다. 돈으로 생활의 질이 결정되는 일본인들이 새삼 안타까워지는 순간이다.

 p69.

 나는 일본 도박의 현재가 '제2차 세계대전'과 맞닿아있다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일본이 전쟁에서 패배하고 미국 맥아더 장군이 일본에 상륙하는 동시에 GHQ(General Headquarter)라는 이름의 연합군 최고 사령부가 설치되었다. 이후 GHQ에서는 일본의 우민화 정책으로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는데 그 중 '3S 정책'이 일본에 도박이 만연해진 역사와 관련이 있다.

 3S는 'Sex, Sports, Screen'을 의미하는데, 스크린에는 영화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그 외 모든 오락도 포함된다. 즉, 도박 역시 3S 정책의 핵심 중 하나였던  것이다.

 미국의 3S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자 일본인은 한층 더 국가에 순응하게 됐다. 도박을 유연하게 받아들인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패전 후 어떤 방식으로든 경제를 살려야 했기에 국가 차원에서도 도박을 장려할 수밖에 없었다. 이래저래 도박 산업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200조 원에 이르는 일본 파친코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게 바로 재일교포들이라는 사실이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로부터 역사가 시작된 재일교포는 직업을 선택할 때 제한을 받았다. 공무원은 물론이고 대기업은커녕 작은 기업에 취직하는 것도 낙타에게 바늘구멍처럼 극도로 힘들었다. 생존을 고심하던 재일교포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파친코 업계에 뛰어들었다. 소프트뱅ㅋ크 창업자인 손정의 집안도 파친코를 경영했다. 당시 대다수 재일교포들은 주로 직업 선택의 제한 때문에 파친코를 비롯해 대부업, 연예계, 스포츠 등 일반적이지 않은 직업을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당시 재일교포들의 불가항력적인 파친코 업종 선택은 현재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파친코 사업으로 막강한 재력을 거머쥔 일본 재일교포들은 새로운 종교단체인 창가학회를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이후 공명당 창당에까지 이른 것이다. 현재 공명당은 일본 보수정당인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세워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고 있다.

 일본 우익이 한국과 재일교포를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군의 우민화 정책과 재일교포의 불가피한 파친고 산업 투신이 비정상적인 현재로 이어진 모양이다.

 일본에서 도박 산업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독과 같은 위험성 여부를 떠나 일본 경제 자체를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인 까닭이다. 분명한 것은 일본의 도박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배울 점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p94.  여성이라는 이유로 야유받은 정치인의 눈물

 일본 도쿄도 의원인 시오무라 아야카는 위원회에서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 도중 남성 의원들에게 집중적인 야유 세례를 받았다. 다른 남성 도의원들이 "그렇게 남자가 좋으면 너나 결혼해라", "그 나이에 임신은 가능하냐?"와 같이 선을 넘은 야유를 퍼부은 것이다. 결국 시오무라 아야카는 자신이 준비한 것을 모두 풀어내지도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단상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보충)2014년 6월14일 일본 지방의회에서 야당 소속의 시오무라 아야카 의원의 발언 도중 자민당 측에서 나온 야유성 발언으로 이슈가 됨(하기 해당 동영상), 이후 자민당에서 공식 사과를 했음. 

시오무라 아야카(塩村 文夏), 1978년 7월6일생, 그라비아 아이돌 출신으로 탤런트, 방송작가를 거쳐 정치에 입문. 이 사건으로 아이러니하게 지명도를 얻었으며 올해(2019년) 참의원선거에서 입헌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됨.

  이후 시오무라 아야카는 자신의 트위터에 "여성으로서 안타까운 야유를 들었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 게시물에도 남성들의 무차별적인 비아냥이 이어졌다. 국민이 뽑은 도의원이지만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차이가 사회적 위치의 상하 가름으로 이어진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일본인의 이런 인권유린 사태는 비단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에서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처우는 '인권 최빈국'이라는 평가조차 아깝게 느껴진다. 일본에는 구 우생보호법旧 優生保護法(1948년 제정, 1996년 모체보호법이라는 명칭으로 바뀜.) 이라는 말도 안 되는 법률이 20여 년 전까지 존재했다. 구 우생보호법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베이비 붐으로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식량 및 각종 물자가 부족해짐에 따라 유전병과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강제로 불임이나 낙태를 시킬 수 있는 근거로 사용했다. 쉽게 말해 '장애인 출산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해 강제적으로 불임 및 낙태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는 국가의 인식이 반영된 최악의 인권유린 법안인 셈이다.

 이로 인해 1945년부터 1996년까지 약 2만 5000명이 불임수술이나 중절수술, 정관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특히 이 중 1만 6500명 이상은 본인 동의 없이 국가가 강제적으로 각종 수술을 시행했으며 여기에는 9살 어린이도 포함되었다.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법률이 시행됐다면 진즉 폭동 수준의 강렬한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났을 것이다. 하다못해 소송을 통한 거액의 피해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었을 터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지난해 여성 피해자 2명의 소송으로 불거진 구 우생보호법 관련 재판의 판결이 엉뚱하게 나왔다. 한 사람당 7천만 엔(약 7억 원)을 배상해달라는 소송에 대해 일본 법정은 "구 우생보호헙은 행복을 추구하는 권리 등을 정해놓은 헌법 13조를 위반한 위헌이지만 국가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일본의 사법체계를 그대로 따라온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개판인 이유)

P100

 현재 일본 취업시장이 호황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결코 아베노믹스 효과 때문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단카이 세대'라고 부르는 1945년 전후 출생자의 은퇴가 수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에 해당하며 매년 200만 명가량 은퇴를 하고 있다. 일할 사람이 물리적으로 부족해진 것이다.

 반면 매년 취업시장에 유입되는 젊은 층의 수는 10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은퇴하는 단카이 세대의 절반 수준이다. 기업에서는 당장 2명의 직원이 필요한데 뽑을 수 있는 후보자가 1명뿐이니 능력이나 인성과는 상관없이 일단 채용하고 보는 것이다. '구직 희망자'가 품귀현상을 보이는 현재 일본에서는 누구나 쉽게 취업할 수 있다. 통계의 허점을 아베 정부가 교묘하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일본의 인구는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월등히 많을 정도다. 인구 감소는 곧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는 일본의 경제력 또한 점차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수년 사이에 일본으로 입국하는 해외 노동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별다른 스펙이 필요하지도, 뛰어난 능력을 요구하지도 않는 현재 일본은 취업에 힘겨워하는 해외 젊은층이 훌륭한 차선책으로 여기고 있다. 내가 교수로 재직했던 사이타마현의 모 대학교에는 수년째 취업률 99%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중국, 베트남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내가 직접 가르친 유학생들 모두 예외 없이 취업에 성공했다. 성적표를 C로 도배해도 취직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정신적으로 문제만 없으면 무조건 취직이 된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다.

 한국에서는 목숨처럼 여기는 스펙도 필요치 않다. 내가 담당한 학생들은 토익시험을 본 적도 없다. 유학생은 JPT, JLPT 2급만 따도 취업이 되고, 1급을 따면 좋은 조건으로 회사가 '모셔가는' 수준으로 채용이 된다.

 일본의 취업 기준은 한국에 비해 굉장히 낮다. 일본 대학 중 수준이 낮은 곳의 토익 평균은 겨우 400점대다. 600점만 되면 대기업 취직이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800점은 넘어야 겨우 명함을 내민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800점을 넘으면 거의 미국인과 동급으로 대우받을 수 있다.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집에 컴퓨터가 없는 대학생도 흔할 정도다. 스마트폰으로 타이핑한 후 학교 컴퓨터로 프린트를 해서 과제를 제출하는 학생들도 많이 봤다.

 한국에서는 평균 스펙을 가진 대학생도 일본에 오면 엘리트로 인정받는다. 그만큼 대부분의 분야에서 수준이 매우 낮다.

 게다가 일본 청년들은 성공에 대한 의욕도 없고, 돈을 벌고 싶은 마음도 없다. 설사 대기업에 취직을 해도 해외 주재원이 되는걸 꺼린다. 적은 급여로 힘겨워도 자신만의 루틴으로 이뤄진 일상을 유지하면 된다는 '적당주의'가 팽배해 있는 까닭이다.

 물론 모든 직장이 대기업처럼 복지나 급여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일부 열악한 조건의 직장에 취업하는 경우도 꽤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취업 자체가 힘든 것은 아니다.

 문제는 취업 후에 직면한다. 일본 평균 초봉은 약 20만 엔 선, 우리나라 돈으로 200만 원 정도다. 세금을 제외하면 17만 엔 정도가 신입사원 손에 쥐어진다.

 만약 부자 부모 덕분에 자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달 일정 금액의 월세를 감당해야 하는 팍팍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 도쿄 시내에서는 정말 코딱지만 한 원룸도 월세가 최소 5~6만 엔이다. 세금과 월세를 빼면 12만 엔(약 120만 원) 정도가 통장에 남는 셈이다.

p152.

 그런데 왜 일본은 우리나라 영토를 대상으로 자꾸 분쟁을 일으키는 것일까? 꽤나 많은 부분을 정치적 이유가 차지하겠지만, 일본인 중에는 독도가 실제로 자기네 영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가 완벽하게 실효지배하고 있는 독도가 국내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왜 일본은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를 애써 만들어내는 것일까?

 숨겨진 속내는 국내 법적으로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독도를 분쟁지역화해서 국제적 문제로 키우고자 하는 것이다. 국제적 분쟁을 담당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에 소속된 전/현직 일본인 재판관은 이와사다 유지, 오다 시게루, 다나카 코타로, 오와다 히사시 등 무려 4명이다. 특히 마지막으로 언급한 오와다 히사시란 사람은 현재 일본 왕비인 마사코의 친아버지로, 2012년까지 국제사법재판소 소장을 역임했고 이후 2018년까지 재판관으로 재임했다. 이처럼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굉장히 크다.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에 많은 자금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아직까지 국제사법재판소의 재판관을 배출하지 못했다.

 바로 이것이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로 독도영유권 문제를 끌고 가려는 의도다. 일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독도를 분쟁지역화라혀는 다향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국내 법적으로 실효지배를 하고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영토분쟁의 상대 국가가 계속 이의를 제기하면 해당 지역이 '점유지'가 된다는 사실을 파고든 것이다. 일본이 지금처럼 끊임없이 독도에 관한 논란을 일으키면 '실효지배'가 아니라 '점유지'로 인식되기 때문에 국제사법재판속의 판단을 받아야 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국제사법재판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본이 독도를 자꾸 국제적 문제로 키우려고 하는 수작인데, 우리가 이에 반응하면 일본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일본의 독도 분쟁지역화 시도에 대해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p175.

 경제보족 조치는 종교적으로도 악영향을 끼쳤다. 앞서 '도박 천국 일본'에서 다룬, 아베 총리와 자민당과 함께 연립여당을 구성한 '공명당'의 모체는 창가학회(Soka Gakkai International)라는 종교단체다. 창가학회는 세계 평화를 기본 철학으로 삼는다. 특히 한일관계와 평화를 중시하는 창가학회는 '일한관계', '일한평화'와 같이 일본을 단어 앞에 놓는 다른 일본인들과 달리 '한일관계', '한일평화'처럼 한국을 우선한다. 한국을 존경해야 하는 형님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에 우호적인 이유는 창가학회의 기둥이 재일교포에 있기 때문이다. 창가학회는 재일교포의 재력과 노력으로 유지되고 있는 종교단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불매운동의 시작점인 '유니클로'의 야나이 회장은 대표적인 창가학회 신자다. 야나이 회장은 한국에 굉장한 호감을 가진 인물로 유명하다. 실제로 일본 본사에서 한국인 직원을 많이 뽑고 있으며 야나이 회장은 아베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고 있는 사람이다. 다이소 역시 창가학회 계열의 기업이다.

 물론 "유니클로나 다이소의 회장은 한국을 사랑하는 창가협회와 공명당의 회원이니까 불매운동을 하지 마라"라는 말을 하겠다는 게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한국이 불매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걸 분명히 밝힌다.

 다만 이들 기업이 한국에서 입는 경제적인 피해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대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공명당은 원래부터 자민당이 헌법을 개헌해 전쟁이 가능한 나라를 만드려는 시도를 극렬하게 반대한 정당이다. 공명당과의 연정 덕북에 자민당이 현재의 힘을 가졌지만, 반대로 공명당이란 존재 덕분에 자민당의 폭거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한국의 불매운동이 이들 기업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힌다면, 공명당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자민당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부가적으로 창가학회 회원들의 지지도 떨어져 나갈 게 뻔하다. 다시 말해 우리의 불매운동은 계속돼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에서는 재일교포의 힘이 매우 강하다. ABC 마트의 창업자 미키 마사히로도 재일교포로 본명이 강정호로 밝혀졌다. 이외에도 재일교포 자본의 일본계 회사는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소비자 금융(대부업), 도박산업, 서비스산업 등 일본에서 재일교포들의 경제력은 엄청나다. 일본의 돈줄을 쥐고 있다는 표현이 그리 틀리지 않다.

 이번 경제보복 조치로 인해 발동한 불매운동 탓에 재일교포들이 피해를 입게 됐고, 이들이 한목소리로 아베 정권에 불만을 내뱉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베의 현재 상황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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