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스포)

지은지 30,40년 정도 되었을 듯 한 허름한 빨간 벽돌집의 반지하방.

아들 기우는 동냥질하던 윗집의 wifi에 암호가 걸리면서 사용할 수 없게되자 다른 wifi spot을 찾아 집안 여기저기를 헤매다가 목욕탕의 양변기(이 변기가 걸작이다. 목욕탕 안에 마치 장독대처럼 어깨 높이 정도에 단이 창문 아래 있는데 그 단에 양변기가 설치되어 있다. 반지하 자체도 찌질함의 장치이지만 그런 반지하 중에서도 더욱 찌질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목욕탕도 상당히 비정상적인 집을 구했다. 그런 집을 구한건지 아니면 세트적으로 설치한 건지 모르겠다.)에서 겨우 주변 커피샵의 wifi를 찾아낸다.

아내의 구박을 받으며 일어난 아버지 김기택(송강호)는 남아있는 식빵 쪼가리를 뜯어먹다가 식탁위에 있는 곱등이를 발견하고는 손가락으로 튕겨낸다.(죽이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론 아마 잡을 죽일텐데 감독의 의도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것을 보여주려 의도한 걸까? 라고도 생각할 순 있지만 그저 반지하면서도 집안도 제대로 치워놓고 살지 않는 빈곤함을 강조하기 위해 보여준 장치이지 싶다. 가난하고 찌질하고 더러우며 무력한...)

wifi를 찾아내자 기우의 엄마는 동네 피자집에 박스 접는 아르바이트에 대해 카톡으로 확인하라고 기우에게 이야기를 하고, 이어서 온 가족은 기우가 찾은 유튜브 동영상으로 피자박스 접는 방법을 보며 피자박스를 접기 시작한다.

곧이어 안방 창문(이 집이 반지하임을 잊지말자)으로 동네에 소독차가 지나가고 새하얀 소독가스가 열려진 창문으로 자욱하게 스며들며 가족들은 콜록거리며 피자박스를 접고, 그 와중에도 아버지 기택은 태연하게 유투브를 보아가며 박스를 접는다.

뒤이어 피자집에서 박스를 수거하러 오고, 피자집 주인(젊은 여자)이 검수과정에서 4개당 1개꼴의 불량(정황상 기택이 접은게 불량이라는 뉘앙스의 장면이 나온다. 여기까지의 정황으로 이 집의 상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고 가장인 기택의 무능력이 이 집안의 가난의 근원임을 관객들에게 각인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아래 사진이 그 장면임.)

불량때문에 원래 피자박스 갯수값에서 10%를 제한 금액을 보수로 받은 후, 그 돈으로 기우의 미납 핸드폰 요금을 내서 중지를 풀고, 초저녁에 치맥을 하며 오랜만에 소확행을 즐기는 기택의 가족. 

이 순간 기우의 친구(박서준)가 뜬금없이 수석(壽石) 한개를 들고 기택의 집을 방문한다. 수석은 친구 집을 방문하면서 선물로 들고 온 것인데 참 뜬금이 없지만, 이 수석은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도 하고 무언가 상징하는 듯 하다.(무언가 감독의 의도가 있는건 확실하다. 기우가 이 수석을 들고 꽤 중요한 대사도 한다.)

친구의 소개로 기우는 굉장한 부자집 여자 고딩의 영어과외를 맡게 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기우가 가짜 대학생으로 이 집에 소개되어 들어가게 되었듯이 누나(? 동생은 아닐 듯, 박소담)는 그 집의 남자아이의 미술심리치료사로, 아버지 기택은 운전기사로 모두 경력을 위조해서 들어가게 된다. 결국은 그 집에서 살림을 도맡던 가정부(일반적인 가정부다보다는 집사의 역할까지 하는)까지 내몰고 엄마까지 가정부로 들어오면서, 완벽하게 그 부잣집에 기생해서 먹고 사는 가족이 된다.

이 영화의 반전은 좀 상상하기 힘든 형태로 오기 때문에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라도 영화관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다 보고 나면 무언가 망치로 후드려맞은 듯한 멍함이 한동안 가슴에 먹먹하게 남는다. 그렇다고 그리 찝찝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즐겁지도 않고, 인생이 뭐 그럴 수도 있지 정도의 감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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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관객이 900만이 넘어서 1,000만을 향해 가고 있는 시점이다.(2019년 8월3일 현재, 1000만이 간당간당하게 넘었다.).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장면이 3개가 있다.

1. 부잣집 사람들이 캠핑을 갔다가 비가 많이 와서 급히 돌아오던 날, 기택의 가족들은 주인 없는 부잣집에서 일장춘몽과 같은 한바탕 숨막히는 난리를 겪은 후, 빗속을 걸어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도착하니 저지대(였던 듯?)인 동네가 침수되고 딸내미는 집안에 들어가서 물이 차올라 오물이 역류하는 변기뚜겅위에 앉아 담배를 한대 꼬나문다. 이 장면에서 무언가 인생의 밑바닥이 있다면 저런 모습이겠구나라는 비루함이 느껴졌다.

2. 집이 침수되어서 기택의 가족은 그날밤 동네 체육관같은 대피소에서 마을 사람들과 밤을 지새게 된다. 그곳에서 아들 기우는 아버지 기택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다. 그 질문에 무계획이 가장 좋은 계획이야라고 대답하는 기택.

세상 사람들이 실패를 하는 이유가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라며,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계획이라는 그의 말에서 절망의 끝에 다다른 그의 심리를 옅볼 수 있었고, 그러한 말에 아들 기우는 무언지 구체적이진 않지만 아버지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아버지 기택에게 "미안해요. 뭔지 모르지만 그냥 아버지에게 미안해요."라고 이야기한다.

3. 클라이막스 말미에 이선균은 차키를 던지라고 하고, 송강호는 머뭇거리다가 차키를 던지는데 그게 쇠꼬치에 찔려 쓰러진 남자밑에 깔리게 된다. 이선균은 그 남자 밑에서 차키를 줍는데 이때 이선균은 그 남자의 악취에 인상을 찌푸리고 코를 쥐면서 마치 더러운 물건을 마지 못해 짚는 듯 차키를 들어올린다. 이때, 송강호의 눈빛이 확 바뀌면서 이선균에게 다가간다.

이 전 장면에서도 몇 번 나오지만, 대저택의 사람들이 반지하방 사람들에게 나는 냄새에 반응하는 장면들이 있다.(아이가 첨에 송강호와 그 부인의 냄새가 같다는 걸 이야기하고, 두번째 조여정이 딸아이 생일파티를 위해 장을 보러 갔다 오면서 차안에서 운전기사인 송강호의 냄새에 질색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의문의 남자에게 나는 악취에 코를 막는 이선균)

이 영화에서 냄새(구체적으론 악취라고 하겠다.)는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 자를 구분하는 무형의 장치중 하나이며, 없는 자들이 생활의 곤궁함속에서 자신들도 모르게 풍기는 가난의 냄새와도 같다. 겉은 번지르르하게 꾸미지만 그들의 짠내나는 생활의 비루함으로부터 오는 그 냄새는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가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 가난의 컴플렉스와 함께 제멋대로 튀어나오는 낙인과 같다.

송강호는 코를 쥐어막는 이선균을 통해서 (그것이 비록 타인의 냄새에 대한 반응이지만, 그도 자신과 같은 지하에 사는 부류라서 좀 과장되게 말하면 동료의식 혹은 자신과 일부 동일시하는 마음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자신의 존재를 무시당하는 것 같은 분노를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나중에 dvd로 나오면 몇 번 더 보면서 내용과 미쟝센을 제대로 음미하면 좀 더 많은 생각거리와 이슈들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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