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나움(카파르나움)은 신약에서 자주 등장하는 지명이다. 
예수께서는 회개하지 않는 고을들을 이르시면서 저주를 하시는데 여기에도 카르파나움이 나온다.
 
 

그리고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루카 10:15)

 

이 영화는 기독교 뿐 아니라 그 어떤 종교와도 관련성은 없다. 레바논에서 촬영되고, 시리아 난민인 아이들이 주연을 맡았으니

관련이 있다면 이슬람 정도가 관계가 있을 듯 하지만 전혀 종교적 메시지나 제식의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가장 우선적인 감정은 이 세상은 참 엿같구나라는 점이다.

아이들을 돌보지도 않고(최소한의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아서 문명의 어떠한 혜택도 받지 못한다.) 아이들을 싸재끼기만 하는

최악의 인간을 부모로 둔 아이들. 그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 세상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런 참으로 눈으로 보기 힘든 참혹한 환경에 내동댕이친 12살의 아이가 세상의 모든 무게를 자기의 어깨에 짊어지면서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는 환경속에서 버려진 2살(아마도?)의 아기 요나스를 돌보기 위해 세상에 맡서는 용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러한 용기는 결국 생존을 보장할 능력이 없는 12살 아이에게는 무력한 포기로 이어지며 잔인하고 약삭빠른 어른들의 

먹이감이 될 뿐이다.

 

이 참으로 엿같은 영화에서는 이 어린아이에게 그 어떠한 구원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관객에게 헤아리기 힘든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느끼는 감정은 아마도 대부분 찝찝함일 것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진정한 구원따위는 없다. 그저 살아가야만 하는

부조리만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느끼는 감정은 어둡진 않다라는 양면적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그것은 아마도 세상의 무서움에 굴하지 않으려는

어린아이의 천진무구함으로부터 나오는 힘일 것이다.

 

엄청나게 재미는 없지만, 보고 나면 가슴에 꽤 묵직한 돌덩이 하나와 함께 부조리한 삶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애정이 느껴지는 이상한 영화이다.

그것은 스토리의 힘이기도 하지만, 현재 나를 둘러싼 세상과는 너무나 다른 날것 그대로의 중동지역의 척박한 삶의 모습을 본 탓이기도 할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영화는 별 생각 없이 그냥 흥미 정도로 볼만한 영화는 아니다. 재미로 따지면 그냥 먼산을 2시간 바라보는게 더 재밋다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그 지루함을 참고 나면 그럭저럭 귀여운 주인공의 얼굴과 그 얼굴을 통해 느껴지는 삶의 무참함의 기록들을 꽤 적나라하게 보게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