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국내에 1995년 9월30일에 출간되었다. 내가 사놓았던 이 책의 뒷표지를 보니 1판 18쇄, 1997년 4월10일에 출간된 책이다. 무려 20년간 내 서재에서 이리저리 뒹굴었다는 뜻이다.

내가 대학원 시절에 사놨으나, 몇 페이지 보지 않고 그냥 묶혀놓고 말았다. 젊은 시절은 역사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독서 자체도 그리 관심이 없었다. 나이가 들고보니 젊어서 후회되는 몇 가지중 하나가 좋은 책을 많이 읽지 못한 것이다. 

뒤늦게나마 책을 많이 읽으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서 자꾸 반성하게 된다.

이 책은 지금은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라있는 시오노나나미가 1992년 7월7일(7월7일은 시오노나나미의 생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름도 나나미-七生으로 지었다) 1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를 내놓으면서 2006년까지 매해 1권씩으로 15권으로 마무리 지을 것이라 공표한 책이며, 그 약속대로 마무리지어졌다.

1,000여년에 걸친 로마의 흥망성쇄를 다른 대작으로, 인구에 엄청 회자되어 왔으나 정작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20년전에 책 한권을 사놓은 인연으로 겨우 읽게 되었다. 읽고 난 뒤 느낌은 오랜동안 보물상자에 묶여놓았던 보석을 찾은 아주 고리타분한 표현대로의 감정이다.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하고 이후 400년간의 로마 건국 초기의 복잡한 시기를 다루고 있다. 

그녀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랄까? 혹은 로마인의 융성할 수 있었던 기본적인 요인을 책의 말미에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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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가 융성한 요인에 대해, 세 명의 그리스인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할리카르나소소의 디오니소스는 종교에 관한 로마인의 사고방식이 그 요인이라고 말했다. 인간을 계율로 다스리기보다는 인간을 수호하는 형태의 종교인 로마 종교에는 광신적인 경향이 전혀 없고, 그래서 다른 민족과도 대립관계보다는 내포관계로 나아가기가 쉬웠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종교를 인정한다는 것은 다른 민족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뜻이리라.

 정치 지도자이기도 했던 폴리비오스는 로마의 독특한 정치체제의 확립이 로마가 융성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각각 공동체 일부의 이익만을 대표하는 경향이 있는 왕정과 귀족정과 민주정이라는 정치제제를 고집하지 않고, 집정관 제도를 통해 왕정의 장점을 살리고, 원로원 제도를 통해 귀족정의 장점을 살리고, 민회를 통해 민주정의 장점을 살린 로마 공화정의 독자적인 정치제제에 융성의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 독자적인 정치제제를 확립함으로써, 로마는 국내의 대립관계를 해소하고 거국일치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플루타코스는 패자까지 포용하여 동화시키는 로마인의 생활방식이야말로 로마가 융성한 요인이라고 단언했다. 플루타르코스의 모국인 그리스에서는 그리스인이 아닌 민족을 바르바로이(야만인)라고 불렀을 뿐만 아니라, 같은 그리스인 사이에서도 스파르타 출신이 아테네 시민권을 취득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반면에 로마에서는 어떠했는가. 같은 라틴족에 대해서는 출신지를 따지지 않고 시민권을 부여했으며, 적국 출신인 경우는 일정 기간 로마에 거주하기만 하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었다. 다만, 로마인은 이기지 않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이기고 나서 관용을 베푸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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