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시냇가 건너 동구밖에는 과일이 주렁 걸린 나무들이 있고,  

오후 햇살이 익어가는 갈대밭 뒤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철길이 있던 시절, 

동네 구멍가게의 낡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지루한 노래에 장단 맞춰 흥얼거리는 아지메.

다방구와 술래잡기로 먼지를 뽀얗게 쓴 어린 얼굴들에는 땀방울이 흘러 뗏국물 자욱을 내고,

이윽고 붉은 노을이 먼 산에 걸릴라치면, 골목에는 한줄기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 이에 땀을 식히고

재잘대던 아이들은 하나둘 병아리 마냥 각자 집으로 쪼르르 돌아가버렸다. 

집 마당에 들어서면 흰 솜뭉치같은 강아지가 방방거리고 꼬리를 흔들고,

엄마의 몸에서는 고소한 밥 내음이 살랑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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