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0일 국힘 부산시당 당직자 간담회)

20분경부터

(한동훈) 저는 지난 민주당 정권(문재인 정부 시절을 의미)에서 할 일 했다는 이유로 4번 좌천을 당하고 압수수색도 2번 당했었는데요. 그 처음이 바로 이곳 부산이었습니다(2020년 추미애 법무장관 취임 이후, 한동훈은 부산검찰청 차장검사로 발령됨).

 

위의 대사를 하는 곳의 동영상을 잘보면, 송정.. 하고 원고를 한참 보고, 서면에서도 원고를 고쳐 보고, 사직에서도 다시 원고를 고쳐본다. 보통의 감각으로는 저런 내용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부분이라 굳이 원고를 확인 안해도 술술 나오기 마련인데, 세번이나 고쳐 보는 걸 보면 원고를 누가 써준건가 싶기도 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하 한동훈)은 부산검찰청에 2번 근무했다. 2007년 2월부터 2009년 1월까지 검사시절 2년간, 그리고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 차장검사 시절 6개월간.

서울이 근거지인 한동훈이 부산에서 검사생활 시절에는 일반적으론 전세를 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대개는 부산검찰청 부근에 집을 마련했을거다.

부산 지리를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부산검찰청 부근에서 바닷가로 산책을 간다고 하면 제일감은 광안리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좀 더 탁트인 바다갓 해변을 거닐고 싶다면 해운대로 갈 것이고.  아기자기한 송정을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굳이 찾아갈 수도 있긴하다(난 개인적으론 부산의 해변 중에서는 다대포를 좋아한다. 특히 낙조가 비치기 시작하는 몰운대는 전세계 어느 절경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쨋든 그건 그렇다 치자.

위 발언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직에서 롯데야구를 봤다는 내용이다. 발언의 맥락상 부산으로 좌천된 힘든 시기에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보며 스트레스도 풀고 그랬다는 얘긴데, 문제는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http://www.mediad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45438

 

2020 프로야구, 5월 5일 '무관중' 개막 - 미디어데일

2020 한국프로야구 정규시즌이 5월 5일 어린이날 '무관중'으로 막을 올린다.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인근 캠코 양재타워에서 제4차 이사회를 열고 올 시즌 개막일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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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코로나가 시작된 해로 이미 1월부터 전세계적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락다운(lock-down), 요식업소 폐쇄, 재택근무 등으로 오프라인이 마비가 된 상태였다. 원래 3월에 개막인 프로야구도 5월이 되서야 개막했고 그것도 무관중으로 개막했다.

https://m.khan.co.kr/sports/baseball/article/202007282259005#c2b

 

1루석에 팬 몰아넣은 롯데…‘거리 두기’ 무너진 사직구장

‘지상 최대 노래방’으로 불리는 부산 사직구장의 시즌 첫 팬 맞이가 도마에 올랐다. 롯데는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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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7월28일이 되서야 처음으로 관중을 받았는데 그것도 기사에서 보듯이 좌석을 한칸씩 띄어앉는 거리두기를 제한조건으로 한 조치였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논란이 있었다.

그러니 한동훈이 부산검찰청으로 내려온 2020년 1월부터 6월 사이에는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야구를 본다는 게 불가능했는데 왜 이런 얘기를 했을까이다.

이는 2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의도적인 거짓말이거나, 둘째는 이전 검사시절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 부산검찰청에 재직했던 시절의 추억이 오버랩되면서 실수 혹은 착각으로 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이른바 '한동훈 1992 논란'이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1083#home

 

온몸으로 '부산 사랑'…한동훈 입은 '1992 맨투맨' 무슨 뜻? | 중앙일보

이날 한 위원장은 자갈치시장과 남포동 비프(BIFF) 광장 등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맨투맨 셔츠엔 커다랗게 숫자 ‘1992’가 쓰여있었는데, 1992년은 부산 연고의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가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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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 부산 방문시 식사자리에서 윗옷을 탈의하자 1992가 씌여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게 신문에 보도되면서 그 뜻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언론의 해석은 1992년이 롯데가 우승한 해로 부산야구를 좋아하는 부산의 민심을 파고들려는 의도가 아니겠는가? 하는 해석이 있었다.

정치인으로서 첫 행보를 하는 한동훈이 생뚱맞게 1992년 로고가 있는 티셔츠를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입었을 리도 있지만, 그의 평소의 패션 코드를 감안하면 아무래도 의도적으로 입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정치인의 행동과 말은 모두는 아니라도 중요한 공개행사에서 이 정도 연관된 흐름을 보면 의도적으로 계산된 연출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1992 티셔츠를 입은 것과 부산 사직구장 야구관람 발언은 모두 의도된 하나의 정치 기획의 결과물이라고 본다.

여기서 목적하는 이미지 메이킹은 한동훈은 부산야구도 좋아할만큼 부산에 동화된 부산사나이라는 이미지를 부산사람들에게 주입하기 위한 의도적 정치연출이다.

난 이 부분에 대해 좋고 나쁘고를 따질 이유는 없다고 본다. 정치에서 상대방 비난하지 않고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에 어떤 연출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 한동훈이 부산 야구 좋아한다고 해서 누구에게 나쁠 것도 없다.

그런데 한동훈이 2020년 당시 부산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본 게 사실인가? 라는 게 이슈가 되자 오늘 이런 기사가 포탈에 도배가 됐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810336?cds=news_media_pc

 

“한동훈 롯데 응원, 거짓말” 野 주장에… 與, ‘쓰봉’ 쓴 韓 사진 공개

韓 측 “2008년 로이스터 ‘노 피어’ 시절 좋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구도’(球都·야구의 도시) 부산을 방문해 “부산 근무 시절 사직에서 야구를 봤다”고 발언해 부산

n.news.naver.com

 

한동훈이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야구를 본 사진을 증거로 기사가 온 포탈에 도배가 됐다.

이 사진은 2008년 그러니까 한동훈이 검사 시절 부산에서 일했던 당시에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봤던 때로 보인다.

문제는 이 해명이 제기됐던 논란에 대해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봤다고? 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2008년에 가서 봤어요라고 해명을 한거다.

 

여기서 난 한동훈이라는 인간의 깊이가 참으로 얕고 얄팍하구나라는 점을 느끼고 이런 인간이 또 보수의 차기 대선후보로 나서는구나라는 점에서 비애를 느낀다.

여기서 보통의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이렇게 대응하는게 맞다.

제가 2020년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본 걸로 착각했습니다. 사실은 2008년 무렵에 본 걸 그렇게 생각했나봅니다라고 얘기했다면 아무런 물의도 없이 그냥 해프닝으로 지나칠 내용이었다.

난 여기서 다시 한번 윤석열의 '바이든 날리면'이 생각난다.

윤석열이 작년에 '바이든 날리면' 논란이 터졌을 때, 그저 내 말실수였다.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들에게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면 그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났을 일이었다.

하지만 '바이든 날리면'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대한민국이 되버렸다.

 

난 이번 한동훈 사직구장 논란을 제2의 미니 '바이든 날리면' 사태로 본다.

 

(추가 1.15)

위 보도 중 이런 내용이 있다.

자신이 1월10일 입은 티셔츠가 오래전에 사서 입고 다니던 건데 부산 내려오면서 롯데자이언츠 승리 의미도 생각이 나서 일부러 입고 왔다는 거다. 92학번이라 꽤 오래전에 사서 입고 다니던 거라고 본인이 얘기했으니 맥락상 1992년 혹은 대학시절에 사서 입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거다.

그런데 1월10일 더 티셔츠를 입은게 이슈가 되면서 다음날 이런 기사가 나왔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4/0000086834?sid=101

 

화제의 한동훈 ‘1992’ 티셔츠 ... 누가 만들었나 봤더니?[신기방기 사업모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 출장 때 입었던 티셔츠가 화제다. ‘1992’라는 숫자가 선명히 박힌 회색 라운드 티셔츠인데 언론에 노출된 후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후문이다. 화제의

n.news.naver.com

기사의 내용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화제의 중심에 선 패션회사는 골든트리어패럴. 정재우 대표(42)가 10년 전에 만든 회사다. 원래는 의류제조회사로 시작했다가 2021년 3월 ‘라이크더모스트’를 출시하면서 브랜드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기사 내용대로라면 한동훈이 입은 저 티셔츠는 아무래도 2021년 3월 이후에 출시한 제품이 아닐까 싶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92학번이라 꽤 오래전이.. 물론 3년 전 일수도 있다.

https://www.musinsa.com/app/goods/3496150

 

라이크더모스트(LIKE THE MOST) 1992 오버핏 스웨트셔츠 화이트멜란지 - 사이즈 & 후기 | 무신사

제품분류 : 상의 > 맨투맨/스웨트셔츠 브랜드 : 라이크더모스트(LIKE THE MOST) 제품번호 : 5005601539 제품 : 1992 오버핏 스웨트셔츠 화이트멜란지 - 36,900 원산지 : KOREA

www.musinsa.com

현재 비슷한 제품을 무신사 홈페이지에서 36,900원에 판매 중이다. 한동훈 덕분에 좀 팔리려나?

 

이왕 여기까지 확인을 해보니 저녁마다 송정 바닷길을 산책하고, 서면 학원에서 기타를 배웠다는 것도 확인이 마렵긴 하다.

부산검찰청에서 송정까지 차로 1시간 거린데 보통 검사 관사는 검찰청 부근에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송정을 좋아해서 송정 근처에 전셋집이라도 얻어서 살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면 서면에서 송정까지도 꽤 거리가 되는데.. 

서면 학원도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면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라 오프라인은 안 열였을거고 온라인으로 배웠다는 얘긴가?

한동훈이 그리 실없이 거짓말을 했을까? 그럴리가 없지 않은가? 정말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미친놈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니 괜히 송정 바닷길 산책과 서면 학원 기타 건에 대해선 더 이상 의심하지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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