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율표를 주제로 원소의 성질에 대한 초보적인 양자역학적 설명을 곁들인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교양과학 서적.

 내용은 고등학교 물리,화학 정도의 상식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이해 가능한 수준이지만 곳곳에 꽤 높은 수준의 통찰을 요하는 설명들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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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0

 입은 맛뿐만 아니라 온도도 감지하여 우리가 너무 뜨거운 음식을 먹지 않도록 막는다. 우리 몸의 열 감지기는 'TRPV1 수용체'라고 부르는데 혀와 소화관 내부에 많이 있다. 어떤 화학물질은 우연히 열 감지기를 작동시켜 실제로는 그 부위가 차갑지만 뇌에는 뜨겁다는 신호를 보낸다. 이러한 혼란이 빚어낸 감각을 우리는 '매운맛'으로 인식한다.

 1912년 미국 과학자 윌버 스코빌은 음식의 매운맛을 수학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했고, 오늘날에도 이 시험법이 사용된다. 매운 화학물질을 시험 대상자가 느낄 수 없을 때까지 계속 희석한다. 대상자가 매운맛을 느끼지 못할 때까지 희석한 횟수가 스코빌 지수(SHU)로 환산된다.

 혀는 미량의 물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일반적은 SHU값은 매우 크게 나온다. 할라페뇨 고추기름은 8,000회 희석후에 맛이 느껴지지 않으므로 스코빌 지수가 8,000 SHU이며 타바스코 소스는 5만 SHU에 가깝다.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는 웨일스 향신료 전문가 마이크 스미스가 육종한 드래곤 브레스다. 드레곤 브레스의 스코빌 지수는 240만 SHU에 이른다. 이 수치는 후추 스프레이에 맞먹는다. 드래곤 브레스는 너무 매워서 먹으면 과민성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매운 화학물질인 레시니페라톡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식물 백각기린 유액에서 추출한 성분인 레시니페라톡신은 급성독성이 있고 피부에 심한 화상을 입힌다. 이 때문에 누구도 이 물질로 미각 실험을 한 적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 물질의 스코빌 지수를 간접적으로 계산해야 한다.

 1989년 헝가리 병리학자 아르파드 살라시는 (쥐를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캡사이신보다 레시니페라톡신이 TRPV1 스용체에 1,000배에서 1만 배 더 잘 결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캡사이신의 스코빌 지수가 1,600만 SHU이므로 레시니페라톡신은 대략 160억 ~ 1,600억 SHU일 것이다. 우리를 죽이기에 충분한 매운 맛이다.

 

p135

 원자번호가 커질수록 양성자 수가 증가하므로 양성자를 제대로 붙잡아 두려면 중성자 수도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 양성자 사이에 졵재하는 반발력은 끝없이 증가하지만 중성자의 접착력은 무한하지 않다.

 거대 원자 안에서 반발력이 승리하는 것은 시간문제며 반발력은 원자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크기가 클수록 원자는 깨지기 쉬워지고, 충분한 시간이 흐르면 결국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푸른빛을 내는 원소 악티늄은 양성자가 89개인 거대 원자핵을 지닌다. 악티늄 덩어리는 20년 이내에 절반 정도가 다른 원소로 붕괴될 것이다. 반면 루비듐의 원자핵은 양성자가 37개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루비듐 덩어리의 절반이 붕괴되려면 490억 년이 걸린다. 

 방사성 붕괴로 생성신 원소의 핵에는 다른 원소가 일반적으로 가지지 않는 독특한 개수로 중성자가 존재한다. 이러한 '딸daughter' 원자핵은 방사성 붕괴로만 발생한다. 암석에 포함된 모mother 원자핵과의 비율을 측정하면 언제 붕괴가 시작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붕괴 반응이 지속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이 기술로 미국 화학자 클레어 패터슨은 지구의 나이를 계산하여 대략 45억 세인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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