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의 궁극의 이론으로 가는 여정을 다룬 책.

고대의 물질의 근본인 원자, 그리고 우주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물리학에 대한 탐구의 역사.

근대에 들어 뉴턴 역학과 전자기학, 아인쉬타인의 상대론 그리고 현대의 양자론에 이르러 만물의 힘을 통일하기 위한 과학자의 노력들과 현재까지 이르른 곳에 대한 이야기다.

본인이 초끈 이론의 대가인 과학자인 미치오 카쿠는 현대 물리학의 궁극적 모습에 대해 가장 많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일 것이라 생각된다.

훌륭한 교양과학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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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9

 훗날 프린스턴의 물리학자 존 휠러는 솔베ㅣ학회를 회상하며 말했다. "나는 그날 오갔던 대화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논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후로 30년이 흘렀지만, 그날처럼 심오한 문제를 도마에 올려놓고 그토록 위대한 대가들이 그토록 심오한 결론을 도출한 사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p102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을 시원하게 풀어줄 해결책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지금도 물리학자들은 이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갑론을박을 벌이곤 한다[관측을 실행하여 파동함수가 붕괴되어야 고양이의 실체가 드러난다는 닐스 보어의 해석(이것을 '코펜하겐 해석'이라 한다)은 과거보다 입지가 좁아졌다. 그 사이에 나노기술이 발달하여 개개의 원자를 다루는 실험을 실행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보어의 확률해석보다 다중세계 가설이 더 그럴듯하다. 이 가설에 의하면 상자의 뚜껑을 여는 순간 당신의 우주는 '고양이가 살아 있는 우주'와 '고양이가 죽은 우주'로 갈라진다].

p109

 독일에서는 당대 최고의 유명세를 누리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나치의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로 임명되었다. 한 역사가에 의하면, 하이젠베르크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던 연합군 지휘부가 그를 제거하기 위해 CIA의 전신인 OSS에 암살 계획을 의뢰했다고 한다. 이 임무를 맡은 사람은 한때 브루클린 다저스의 포수였던 모 버그였는데, 그는 1944년에 취리히에서 개최된 하이젠베르크의 강연회에 참석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등 적극적인 스파이 활동을 펼쳤다. 그때 OSS에서는 '독일의 핵무기 개발계획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하이젠베르크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내렸으나, 모 버그는 아직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며 그를 살려두었다고 한다(이 이야기는 니컬러스 다비도프의 책 <스파이가 된 포수The Catcher was s Spy>에 자세히 나와 있다.

p128

 입자가속기로 가속된 양성자빔을 목표물을 향해 발사하면 그 안에 들어 있는 양성자와 충돌하면서 온갖 입자들이 튀어나온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통해 이제껏 발견된 적 없는 새로운 입자를 무더기로 발견할 수 있었다(사실 입자빕으로 양성자를 때리는 것은 매우 둔탁한 방법이다. 비유하자면 피아노를 창밖으로 던져서 부서지는 소리를 분석하여 피아노의 세부구조를 추적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원자핵과 양성자의 내부구조를 탐색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p223. LHC를 넘어서

 일본의 과학자와 정치가들은 직선 튜브 안에서 전자빔을 발사하여 반전자빔과 충돌시키는 국제선형충돌기International Linear Collider(ILC)의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단 승인이 떨어지면 12년 안에 완성될 것이다. ILC의 장점은 양성자가 아닌 전자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양성자는 세 개의 쿼크가 글루온을 통해 결합된 복합입자여서, 한번 충돌하면 구성입자뿐만 아니라 잡다한 부산물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다. 반면에 전자는 복합입자가 아닌 소립자면서 양성자보다 훨씬 가볍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를 투입할 필요가 없고 충돌 결과도 훨씬 깔끔하다(전자를 입사입자로 사용하면 250GeV에서 힉스보손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편, 중국은 원형 전자-양전자 충돌기Circular Electron Positron Collider(CEPC)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22년에 착수하여 2030년경에 끝날 예정인데, 둘레는 약 100km에 출력은 240GeV이고 총 건설 비용은 50억~60억 달러쯤 된다.

 CERN(유럽 입자물리연구소)의 과학자들도 이에 뒤실세라 LHC의 뒤를 잇는 미래형 원형 충돌기Future Circular Collider(FCC)를 설계 중이다. 둘레가 약 100km인 이 장치의 예상 출력은 무려 100TeV(=100,000Gev)에 달한다.

 이 야심 찬 계획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물리학자들은 LHC를 뛰어넘는 차세대 가속기에서 암흑물질이 검출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암흑물질의 구성입자가 발견되면 끈이론의 예측과 비교하여 이론의 타당성을 부분적으로나마 검증할 수 있다.

 초대형 가속기가 완성되면 끈이론에서 예측된 미니블랙홀의 존재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끈이론은 중력과 소립자를 모두 포함하는 만물의 이론이므로, 물리학자들은 가속기에서 미니블랙홀이 발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미니블랙홀은 진짜 블랙홀과 달리 에너지가 입자 몇 개 분량밖에 안 되기 때문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매순간 지구로 쏟아지는 우주선의 에너지가 미니블랙홀보다 훨씬 크다. 그런데도 지구는 멀쩡하니까, 미니블랙홀이 지구를 삼킬 걱정은 붙들어 매도 된다).

p226. LISA

 '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 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LISA)'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빅뱅의 순간에 발생한 진동까지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LISA의 한 가지 버전은 세 개의 인공위성을 삼각형 대열로 배치해놓고 레이저로 연결된 형태인데, 한 변의 길이가 거의 150만 킬로미터나 된다. 빅뱅이 발생한 중력파가 이 감지기에 도달하면 레이저빔이 미세하게 흔들리면서 그 존재를 확인하는 식이다(물론 엄청나게 민감한 장치들이 일사분란하게 작동해야 한다).

 LISA의 궁극적인 목표는 빅뱅의 충격파를 시간대별로 기록한 후 테이프를 꺼꾸로 되돌려서 빅뱅 이전에 발생한 복사를 최대한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이다. 이 데이터는 끈이론에서 예견된 값과 비교할 수도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나게 값진 자료이다.

 LISA보다 더 강력한 장비를 구축하면 아기우주의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운이 좋으면 아기우주와 모태우주 사이를 연결했던 탯줄의 흔적이 발견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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