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의 홍콩 조류독감(H5N1)의 발생을 모티브로, 독감 바이러스에 관련된 사람들이 1918년의 스페인 독감을 추적하는 이야기.

과거의 전염병을 추적하는 것의 어려움을 생생히 느낄 수 있고,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이라 더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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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5

 분자생물학과 제약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한 오늘날에조차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들, 특히 독감은 대체로 확실한 치료법이 없다. 분자생물학자들이 독감 바이러스의 내부 기작에 대하여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간단한 독감 바이러스 안에는 8개로 분절된 RNA 유전자뿐이며, 감염시킬 수 잇는 세포 없이 바이러스만 놓아두면 몇 시간 안에 죽어 버린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은 십여 년 전에 알아냈다. 독감 바이러스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아냈다. 전자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독감 바이러스는 조그만 공 또는 달걀 모양의 입자들이다. 때로는 긴 막대형을 띠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도 알고 있다. 독감 바이러스 입자들은 단백질 지지대가 박힌 매끄러운 지질막에 싸여 있으며 내부에는 RNA 유전자 분절들이 들어 있다. 또한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투해 들으가 자기 자신을 복제한 다음, 바이러스 외피에서 튀어나온 수백 개의 예리한 단백질 침을 이용해 세포를 깨고 다시 퍼져 나오는 과정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왜 인간 독감 바이러스가 허파 세포만을 감염시키는지도 알고 있다. 새로운 바이러스 입자들을 만드는 동안 단백질을 분해하는 데에 필요한 효소가 인체 내에서는 오직 허파에만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드이 모르는 것은 페니실린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는 독감 백신을 만드는 방법이다. 유행성 독감과 싸우는 가장 좋은 길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다. 새롭게 등장할 독감 균주를 미리 알아서 제약 회사들이 독감의 등장 시기에 맞추어 백신을 생산해 배포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1918년 독감이 치명적인 독성을 발휘한 이유를 안다면 제약 회사들은 그 독감 또는 그것과 유사한 독감이 다시 나타났을 때 인류를 지키기에 충분한 백신을 대량으로 비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1918년 독감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그러나 그 독감의 마지막 희생자들은 1918년에 사망했고 바이러스도 같이 가져가 버렸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그것을 끝일 것이다. 독감 바이러스는 허파의 부드러운 조직 속에서 살며 허파는 주인이 사망하면 거의 즉시 부패해 버린다. 아니, 바이러스는 시체의 허파가 부패하기도 전에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1918년 독감에는 평범한 구석이라곤 없었다. 그리하여 거의 백 년이 지난 후에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 것이다. 1918년 독감으로 사망한 수백만 명 가운데 세 사람에게서 떼어 낸 허파 조직 속에 독감 바이러스가 남아 있는 것이 밝혀졌다. 치명적인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일종의 로제타석처럼 말이다. 이 세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날 당시에는 누구도 알지 못했지만 그들만이 21세의 세계를 구할 단서들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p120

 아무래도 독감 바이러슨 1918년 독감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엄습 사이에 어디론가 갔다가 살인 균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보였다. 어쩌면 독감 바이러스가 간 곳은 동물의 몸속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몇몇 사람들은 생각했다.

 쇼프는 또 하나의 의견을 제시했는데 이는 오랫동안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게 될 의견이었다. 그는 돼재의 폐흡충이 독감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이며, 바이러스는 그곳에서 휴면하고 있다가 밖으로 나와 유행병을 일으킨다고 했다. 또한 1918년 독감의 치명적인 두 번째 엄습은 첫 번째 엄습을 일으킨 원인 바이러스와 동일하거나 아주 가까운 연관 관계에 있는 바이러스 때문이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본질적으로 쇼프는 그 바이러스가 1918년 가을에 전혀 변하지 않은 채로 다시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에 감염된 사람들이 두 번째로부터 보호받은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엄습 사이의 차이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식객, 그러니까 독감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오랜 숙적인 파이퍼균이었다. 쇼프는 1918년 독감의 두 번째 엄습이 닥쳤을 때 사람들이 독감으로 죽은 것은 그들이 바이러스와, 바이러스의 효과를 증폭시키는 파이퍼균 양쪽 모두에 감염되었디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오늘날 이 이론은 거의 폐기되어 과거의 유물로 여겨지고 있다. 파이퍼균은 이제 아이들에게 뇌막염을 일으키는 세균으로 알려져 있고 이 균을 막아낼 항생제도 있다. 그러나 쇼프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지닌 유산을 남겨 놓았다. 우선 그의 연구는 독감 연구를 위한 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그는 돼지 독감 바이러스를 찾아 냈으며 돼지 독감과 1918년 인간 독감 사이의 관련성을 밝혔고 1918년 독감 바이러스가 돼지의 몸속에 살아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동시에 쇼프의 연구는, 비록 그의 탓은 아니지만, 미국 역사상 가장 엄청난 정책 사고를 낳은 원인이 되었다. 1976년, 돼지 독감에 대한 그의 이론 때문에 미국 정부는 모든 미국인에게 돼지 독감 예방 접종을 실시한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자들의 충고에 따라 포드 대통령이 내린 결정이었다. 한 젊은 장교가 돼지 독감에 걸려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1918년 독감과 같은 치명적인 독감이 인간에게 퍼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순식간에 일었다.

 결국 돼지 독감 전염병은 나타나지 않았다. 비록 당시에는 아무도 그 사실을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은 돼지 독감 백신이 마비와 피로, 기타 만성 질병에 이르기까지 오만 가지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확신했고 수백수천의 소송이 제기되었다. 중단 지시가 떨어질 때까지 돼지 독감 예방 캠페인은 독감 백신 자체에 대한 일반적 불신을 낳았고, 과학자들은 양치기 소년이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과학자들은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그 사건은 1918년 독감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위험에 대하여 과학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고 크로스비는 말했다. 돼지 독감 재앙 이후, 1918년 독감은 바이러스학자들에게는 "피해야 할 뭔가"가 되었다고 크로스비는 덧붙였다.

 

p167

 독감 바이러스는 두 종류의 단백질을 이용해 세포 안으로 들어가고 빠져 나온다. 하나는 헤마글루티닌(hemagglutinin)으로 적혈구의 응집을 일으키는 단백질이다. 헤마글루티닌은 바이러스가 세포안으로 들어가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다른 하나는 뉴라미니데이즈(neuraminidase, ? 내 기억으로는 뉴라미니다아제 로 읽을 것 같아서 찾아보니 국내용어에서 dase는 다아제로 읽는다. 번역가는 과학기술원 생물공학을 졸업한 사람이니 용어를 잘못 알았을리는 없을 것 같고, 찾아보니 영어권에서는 데이즈로 읽는다. 원어 발음 그대로 실렸다)로 세포 안에서 만들어진 바이러스들이 세포를 깨고 나가게 해 준다. 헤마글루티닌과 뉴라미니데이즈는 독감 바이러스의 외피에 돌출해 있어서(요즘 코로라19로 전세계인들이 이 바이러스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돌출된 외피의 돌기를 스파이크spike라고 부른다) 바이러스 침입을 박는 신체 면역 체계의 표적이 된다.

 독감 바이러스의 균주를 나누는 기준은 헤마글루티닌(H)과 뉴라미니데이즈(N), 두 가지의 단백질이다. 과학자들은 헤마글루티닌과 뉴라미니데이즈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균주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1946년 전 세계에 유행한 균주는 H1N1이었다. 다음번에 바이러스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대규모로 유행하게 된 것은 1956년으로, 이때의 균주는 H2N2였다. 1968년에 유행한 독감은 1956년 바이러스에서 헤마글루티닌만 변이를 일으킨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었다. 그래서 이 바이러스는 H3N2라고 명명되었다.

 침입한 바이러스와 면역 체계 사이의 전쟁에서 백혈구 세포는 독감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과 뉴라미니데이즈 단백질에 결합하여 항체를 생산하다. 하지만 새로운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가 신체에 처음으로 침입한 경우에는 면역 체계가 독감 바이러스를 막을 항체를 충분히 생산할 때까지 며칠이 걸릴 수 있다. 반면에 해당 독감 바이러스가 전에 침입한 적이 있을 때에는 면역 체계가 즉시 항체를 생산하여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킨다. 독감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이나 뉴라미니데이즈에 큰 변이가 생긴 경우에 독감 환자들은 바이러스의 횡보를 고스란히 당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대규모 유행병이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체는 독감에 대항하는 또 다른 방어 무기를 갖고 있다. 1957년에 발견된 이 물질을 독감 바이러스를 비롯하여 여타 바이러스를 죽이는 일종의 체내 항생 물질이다. 인터페론이라고 명명된 이 단백질은 백혈구에서 나온다. 백혈구는 바이러스로부터 세포에 대한 지배력을 되찾아서 세포가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다양한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촉진시킨다. 그런 단백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RNA 인산화 효소(phosphokinase RNA)인 PKR이다. PKR은 바이러스가 자기 자신을 복제할 때 RNA를 유전자 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막는다.

 

p294

 웹스터 박사는 사상 최악의 유행성 독감인 1918년 독감이 조류독감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류독감이 사람을 감염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화되어야 했다. 말하자면 전염성이 강한 조류독감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인간의 허파 세포에서 증식할 수 있는 형질을 획득해야 하는 것이다. 웹스터는 바로 그 핵심적인 단계가 주로 돼지의 몸속에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돼지는 새와 인간을 이어 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데 조류 독감 균주와 인간 독감 균주는 둘 다 돼지의 체내에서 증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인간 독감과 조류 독감에 동시에 감염된 불운한 돼지는 일종의 배양기 역할을 한다. 돼지의 몸속에서 두 가지 유형의 독감 바이러스 유전자가 재조합 되어 새로운 혼성 바이러스를 만들면 이 바이러스는 조류 독감의 유전자를 일부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새로 등장한 바이러스는 이 전에 존재한 어떤 바이러스보다 위험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유행병이 등장할 무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이 가설에 대한 증거로써 웹스터는 1918년 바이러스가 조류에서 시작해 돼지로 이동하고 그 다음에 인간을 감염시켰기 때문에 1918년 독감이 발생했던 시기를 거쳤던 사람들은 돼지 독감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독감 바이러스로는 유일하게 분리된 바 있는 1957년의 아시아 독감과 1968년의 홍콩 독감의 바이러스가 조류에서 간접적으로 온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있었다.(그 이전의 유행병들은 바이러스학자들이 독감 균주를 분석하는 방법을 모를 때에 일어났고 그 이후로는 아직 대규모 유행병이 발생하지 않았다.)

 케네디 쇼트리지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아시아는 독감의 진원지라는 것이다. 독감 바이러스는 특히 오리의 몸속에 많이 산다. 오리는 남아시아에 편재한다. 오리는 위험한 바이러스 균주들의 저장소 역할을 하며 오리 몸속의 독감 바이러스는 중국 농부들이 고안한 영리한 농사법에 의해 인간 독감으로 전환된다. 이 농사법이 독감 균주들로 하여금 오리에서 돼지로, 그리고 사람에게로 이동할 수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17세기 초, 중국 남부 지방의 농부들은 벼농사를 지으면서 논에서 잡초와 해충을 제거하는 동시에 오리에게 먹이를 주는 방법을 발견했다. 벼가 자라는 도안 농부들은 물이 찬 논에 오리를 풀어놓는다. 오리들은 벌레를 잡아먹고 잡초도 뜯어먹는다. 그러나 벼는 건드리지 않는다. 벼가 익기 시작하면 농부들은 오리를 논에서 몰아내 수로나 연목으로 가게 한다. 벼를 수확하면 농부들은 마른 논에 오리들을 다시 풀어놓는다. 그곳에서 오리들은 따에 떨어진 낱알을 주워 먹는다. 이제 오리는 잡아먹힐 준비가 된다.

 문제는 농부들이 오리와 함께 돼지도 기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리를 키우면 부지불식 간에 독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로 옮겨 가게 된다."라고 쇼트리지는 말했다.

 쇼트리지는 대규모 유행성 독감이 언제나 아시아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벼농사와 오리 그리고 돼지가 공존하는 남부 아시아에서 말이다. "역사적 기록들은 언제나 이 지역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제 홍콩에서 사망한 어린아이의 표본 분석 기록을 보면서 콕스 박사는 유례 없이 두려운 가능성을 담은 사건을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여기에 독감 바이러스가 하나 있다. 이 바이러스는 홍콩에서 왔다. 이것은 조류 독감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알려진 다른 조류 독감과는 달리 이 바이러스는 돼지 단계를 훌쩍 건너뛴 것처럼 보였다. 헤마글루티닌과 뉴라미니데이즈 단백질이 돼지 독감이 아니라 조류 독감 특유의 단백질이었기 때문이었다. 세 살배기 어린아이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그리고 사망했다.

 

 

p390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 유전자가 단서를 제공하리라는 것이 첫 번째 희망이었다. 결국 이 유전자는 독감 바이러스의 표면에 돌출해 있는 두 가지 단백질 중 하나였다. 이것은 바이러스가 숙주의 세포 안으로 들어갈 때 사용하는 단백질로서 인체의 면역 체계가 독감과 싸울 때 사용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독감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 단백질을 봉쇄하는 것이다.

 헤마글루티닌 단백질은 독감 바이러스가 사람의 허파에서만 증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감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킬 때 헤마글루티닌 단백질의 커다란 전구체를 만드는데 이 전구체는 숙주 세포내 효소에 의해 둘로 나뉘어야 한다. 그리고 이 효소는 오직 인간의 허파 속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독감 바이러스는 허파 세포 속에서만 증식할 수 있다.

 1918년 독감에 대한 첫 번째 가설은 전구체 단백질이 허파 세포 이외의 세포 효소에 의해 쪼개질 수 있도록 헤마글루티닌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났으리라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독감은 다른 신체 조직과 기관들에도 침입할 수 있게 되어 치명적인 병독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가 뇌 세포에도 침입하여 기면성 뇌엽을 유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토벤버거와 앤 레이드는 1918년 독감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 유전자 염기 서열을 신중하게 짜 맞추면서 너무 큰 희망을 품지 않으려고 애썼다. 만약 첫 번째 가설이 옳은 것으로 드러난다면 그것은 너무 쉬운 일이 될 터였다.

 어쨌거나 실망스럽게도 헤마글루티닌 단백질의 분할지점은 완벽하게 평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9년 2월 16일, 그들은 《미국 국립과학 아카데미 논문집》에서 헤마글루티닌 유전자의 염기 서열을 밝히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바이러스가 뇌 세포나 신체의 다른 조직에 전파되었다 해도 그게 헤마글루티닌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은 아니었다.

 첫 번째 가설이 배제되자 토벤버거는 또 하나의 인기 있는 가설로 이동했다. 뉴라미니데이즈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에 바이러스가 허파 밖 다른 신체 기관으로 퍼져 나올 수 있었다는 가설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생쥐 실험에서 나왔다. 생쥐는 일반적으로 독감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체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생쥐의 뇌에 인간 독감 바이러스를 직접 주사하자 바이러스의 뉴라미니데이즈 유전자가 결국에는 돌연변이를 일으켜 치명적인 뇌염을 일으켰다. 결론은, 1918년 독감이 유사한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간의 뇌에서 증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폰 에코노모의 기면성 뇌염과 1918년 독감의 치명적 병독성을 하나로 묶는 흥미로운 가설이었다.

 이 돌연변이 덕분에 뇌 세포 효소들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독감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 단백질을 쪼개고 결국에는 헤마글루티닌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한 것과 동일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하지만 생쥐를 감염시키는 뉴라미니데이즈 돌연변이는 대단히 특이한 경우로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독감 바이러스에서는 보고된 바가 없었다. 그러나 1918년 독감에서 그러한 돌연변이가 일어나 치명적인 독감이 되었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했기 때문에 토벤버거와 레이드는 헤마글루티닌 유전자 분석을 마치자마자 뉴라미니데이즈 유전자를 분석해 보았다.

 하지만 토벤버거와 레이드는 뉴라미니데이즈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났다는 증거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는 바이러스가 허파 밖으로 나올 수 있었으리라는 가설을 지지할 만한 어떤 분자생물학적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 지금까지 알려진 돌연변이들에 대해 조사해 보았지만 아무 소득도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특이한 유형의 돌연변이를 찾고 있다."라고 토벤버거는 말했다.

 

p395

 한편 사람을 죽이는 능력이 너무나 뛰어난 1918년 독감은 독감 바이러스들에게서도 가장 먼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에 어떤 돌연변이가 일어나든 덜 치명적인 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토벤버거는 말했다. 1918년 독감은 완벽하게 균형 상태에 있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아주 조금만 변화를 주어도 더 평범한 독감 바이러스 쪽으로 추가 기울어진다는 것이다.

 이 바이러스의 유례가 없는 치명적인 맹독성과, 살아남은 사람들이 면역성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을 연결해 볼 때 1918년 독감 바이러스가 세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인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토벤버거는 말했다. 바이러스는 병독성이 덜한 쪽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 소멸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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