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과 마음
이제 어느덧 2017년 12월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달 남짓이면 크리스마스-성탄절이 다가온다.
크리스마스의 전설은 예수의 탄생이 임박했을 무렵 별의 인도를 따라 동방에서 3명의 구도자가 구세주인
아기예수의 탄생을 영접하러 오는데서 시작한다.
이들 동방박사(the Magi)라 전해지는 3명은 별의 인도로 베들레헴의 마굿간에서 탄생한 아기 예수를
만나게 되고, 그들이 준비해온 3가지 선물-황금,유황,몰약-을 아기 예수에게 바치고 경배드린다.
황금,유황,몰약은 당시 가장 귀한 보물과 약재를 상징하는 것으로 가장 귀한 이에게 가장 귀한 것을 바치려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교환하는 전통은 2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양에서는 중요한 이벤트의 하나이며,
세계적으로도 특히 연인사이의 주요한 이벤트이기도 하다.
유명한 오 헨리의 단편, '동방박사의 선물(The gift of the Magi)'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모티브로 한 단편이다.
젊지만 가난한 부부인 짐과 델라. 아내인 델라는 남편인 짐이 아끼는 대대로 전해지는 집안의 가보인 금시계의 시계줄이
없어서 평소에 그가 주머니에 시계를 넣고 다니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크리스마스 전날에 델라는 짐을 위해 시계줄을
선물로 사주고 싶지만, 쪼들리는 살림에도 1년간 모아온 돈은 단돈 1달러 80센트뿐이였다.
이에 델라는 고민 끝에 그녀가 가진 아름다운 머리칼을 동네 가발점에서 20달러에 팔고만다. 20달러와 1년간 모은돈
1달러를 더해 21달러에 시계포에서 멋진 백금시계줄을 사서는 델라는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와 짧아진 머리를
보며 남편이 놀랄까봐 고데기로 손질해보지만 이미 짧아진 머리칼이 더욱 짧아보일 뿐이었다.
일을 마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짐은 델라의 머리를 보고는 잠시 멍하게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를 꼭 껴안아준다.
짐은 코트 주머니에서 보석이 박힌 거북 껍질로 만든 이쁜 빗을 꺼내 델라에게 건내준다. 그 빗은 델라가 평소에 가지고
싶어했던 바로 그 빗이었다. 델라는 눈물을 글썽이는 짐을 바라보며, "내 머리는 아주 빨리 자라요."라고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는 그녀가 남편을 위해 준비한 백금의 시곗줄을 짐의 손에 건내준다.
손바닥의 시계줄을 한참 바라보던 짐은 델라에게, "이 시계줄은 너무나 귀해서 당장은 쓸수가 없구료. 나는 당신의
빗을 사기 위해 내 시계를 팔았다오."
어린 시절 이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어언 40여년이 흘러서, 올해의 성탄절을 생각하다가 문득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릴때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짐과 델라의 그 애틋한 마음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이 느껴진다.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받는 '선물'에 기뻐하는 이유는 거기에 깃든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선물의 외형이나 경제적 가치란
단지 그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진정 중요한 것은 '선물'을 통해 전해지는 사랑과 존경, 그리고 감사의 마음인 것이다.
이러한 서로간의 마음의 전달이야말로 진실로 삶을 의미있게 하는 것이며, 우리가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이유이다.
이번 성탄에는 사랑하는 이에게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선물 하나를 정성껏 골라보도록 하자.